[뉴스 따라잡기] “1000도 화염 속으로”…위기에 빛난 ‘이웃 의인들’

입력 2018.10.31 (08:29) 수정 2018.10.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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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까맣게 타버린 소방 헬멧입니다.

어제 저희 뉴스에서도 키워드로 소개해 드렸죠.

지난 28일, 화재현장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 3살 아이를 구조했던 소방관은 어떻게 됐을까요?

최근 긴박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나서 생명을 구한 얘기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유난히 무거운 뉴스를 많이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우리 이웃 의인들 한번 만나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홍천의 한 빌라.

집 안 내부는 온통 검게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5시쯤 발생한 화재 때문입니다.

[윤춘자/이웃 주민 : "이쪽 문을 여니까 여기 연기가 확 올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내려와서 봤더니 난리도 아니었죠. 동네 사람 다 내려왔죠."]

불은 빌라 4층에서 시작됐는데요,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건물 안은 이미 화염이 뒤덮고 있었는데요,

어떤 상태였을까요?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현장 도착했을 때 화재 현장은 '최성기'였고요. '최성기'라고 하면 화재가 가장 최고조에 이른 상태를 말합니다. 그 때문에 최성기에서는 저희가 진입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상황이었고요."]

문제는 내부에 아직 나오지 못한 3살 아이가 있었다는 겁니다.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건물 밖에 어머니가 안방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면서 울고 계시는 걸 보았고요. 그 사실로 온몸으로 위급한 상황을 각인하게 되었고요."]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본능이었을까요,

대원들은 곧바로 뜨거운 화염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안방에 쓰러져 있던 정모 군을 무사히 데리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최재만/홍천소방서 소방장 : "아이를 구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요.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죠."]

구출될 당시 정 군은 의식불명 상태.

하지만, 구급차에서 응급처치를 한 결과, 병원에 도착할 무렵엔 의식을 차렸다고 합니다.

[여소연/홍천소방서 소방사 : "산소를 계속 주면서 이동했는데요. 저희가 병원 도착 당시에 구급차에서 아이를 옮기려고 했을 때 그때 아이가 갑자기 울면서 의식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이를 살려야한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던 대원들!

시커멓게 녹은 소방대원의 헬멧이 보여주듯 화재가 최고조였던 당시 화염이 뒤덮었던 내부 온도는 1,000도 이상.

하지만,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뜨거운 화염은 어느 정도는 감수를 했고요. 추후에 화재 진압을 하고 나서 내려와서 보니까 구조 헬멧이 손상되고 화상을 입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뜨거운 화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던 소방관들을 본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감동을 전했습니다.

[박영일/이웃 주민 : "자기 목숨을 걸고 애를 구했다는 게 너무나 고마운 일이죠. 이웃이지만 그렇게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우리 소방대원들은 이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여소연/홍천소방서 소방사 : "아이에게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 한마디 정말 하고 싶습니다.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한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란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의 한 길가.

정신을 잃은 7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소방관 옆에 한 남성이 제세동기를 만지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휴일을 맞아 외출 중이었던 소방관이었습니다.

[정명환/청주 동부소방서 소방교 :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상황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차를 세워 내려서…."]

곧바로 119에 신고를 한 뒤 정 소방교는 시민들과 함께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소방차가 도착한 뒤에도 제세동기를 들고 응급 처치에 들어갔고, 이같은 발빠른 대처 덕분에 70대 어르신은 목숨을 건졌습니다.

[정명환/청주 동부소방서 소방교 : "어제 통화했습니다. 고맙다고 그래서 별거 한 거 없는데 아니라고 하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소방대원이 아닌 시민도 있었습니다.

지난 28일. 울산 현대와 경남FC의 경기가 펼쳐진 울산 문수 경기장.

경기 끝나기 15분 전쯤, 주차장에서 애타는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달려간 건, 경기 후 행사를 준비하던 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그냥 살려달라. 도와달라. 애가 숨을 안 쉰다. 무작정 뛰어와서 애를 안겨주는데 상황이 좀 긴박했죠."]

부모가 119 신고를 하고 다급하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21개월 이모 군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허진영/울산 현대 마케팅팀 : "아이가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 같다고 조금 일찍 가려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나가는 길에 아이가 쓰러지듯이 넘어졌는데 의식이 없고 호흡이 정지된 있는 상태라고…."]

아이의 상태를 본 순간,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송 씨.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그 순간만큼은 부모가 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애를 무조건 살려봐야 되겠다."]

평소 알고 있던 지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인공호흡을 시도했는데요.

여러차례 시도 끝에 결국 이 군이 의식을 찾았습니다.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세 번째 인공호흡을 하니까 애가 구토를 하더라고요. 생수로 입을 헹구고 코에 이물질을 빼고 그런 찰나에 두 번째 구토를 하는데 그때 구토를 하자마자 애가 울더라고요."]

그렇게 이 군은 현재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는데요.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다행히 다른 큰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고맙다고 하는 데 아니다. 누군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아이 잘 키우시라고 (했죠)."]

일분, 일초가 아까운 위기의 순간!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 속에서 내일, 가족일처럼 주저 없이 나서는 우리 이웃 의인들의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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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31 08:31:01
    • 수정2018-10-31 08: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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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까맣게 타버린 소방 헬멧입니다.

어제 저희 뉴스에서도 키워드로 소개해 드렸죠.

지난 28일, 화재현장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 3살 아이를 구조했던 소방관은 어떻게 됐을까요?

최근 긴박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나서 생명을 구한 얘기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유난히 무거운 뉴스를 많이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우리 이웃 의인들 한번 만나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홍천의 한 빌라.

집 안 내부는 온통 검게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5시쯤 발생한 화재 때문입니다.

[윤춘자/이웃 주민 : "이쪽 문을 여니까 여기 연기가 확 올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내려와서 봤더니 난리도 아니었죠. 동네 사람 다 내려왔죠."]

불은 빌라 4층에서 시작됐는데요,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건물 안은 이미 화염이 뒤덮고 있었는데요,

어떤 상태였을까요?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현장 도착했을 때 화재 현장은 '최성기'였고요. '최성기'라고 하면 화재가 가장 최고조에 이른 상태를 말합니다. 그 때문에 최성기에서는 저희가 진입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상황이었고요."]

문제는 내부에 아직 나오지 못한 3살 아이가 있었다는 겁니다.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건물 밖에 어머니가 안방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면서 울고 계시는 걸 보았고요. 그 사실로 온몸으로 위급한 상황을 각인하게 되었고요."]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본능이었을까요,

대원들은 곧바로 뜨거운 화염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안방에 쓰러져 있던 정모 군을 무사히 데리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최재만/홍천소방서 소방장 : "아이를 구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요.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죠."]

구출될 당시 정 군은 의식불명 상태.

하지만, 구급차에서 응급처치를 한 결과, 병원에 도착할 무렵엔 의식을 차렸다고 합니다.

[여소연/홍천소방서 소방사 : "산소를 계속 주면서 이동했는데요. 저희가 병원 도착 당시에 구급차에서 아이를 옮기려고 했을 때 그때 아이가 갑자기 울면서 의식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이를 살려야한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던 대원들!

시커멓게 녹은 소방대원의 헬멧이 보여주듯 화재가 최고조였던 당시 화염이 뒤덮었던 내부 온도는 1,000도 이상.

하지만,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뜨거운 화염은 어느 정도는 감수를 했고요. 추후에 화재 진압을 하고 나서 내려와서 보니까 구조 헬멧이 손상되고 화상을 입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뜨거운 화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던 소방관들을 본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감동을 전했습니다.

[박영일/이웃 주민 : "자기 목숨을 걸고 애를 구했다는 게 너무나 고마운 일이죠. 이웃이지만 그렇게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우리 소방대원들은 이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여소연/홍천소방서 소방사 : "아이에게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 한마디 정말 하고 싶습니다.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박동천/홍천소방서 소방장 : "한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란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의 한 길가.

정신을 잃은 7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소방관 옆에 한 남성이 제세동기를 만지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휴일을 맞아 외출 중이었던 소방관이었습니다.

[정명환/청주 동부소방서 소방교 :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상황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차를 세워 내려서…."]

곧바로 119에 신고를 한 뒤 정 소방교는 시민들과 함께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소방차가 도착한 뒤에도 제세동기를 들고 응급 처치에 들어갔고, 이같은 발빠른 대처 덕분에 70대 어르신은 목숨을 건졌습니다.

[정명환/청주 동부소방서 소방교 : "어제 통화했습니다. 고맙다고 그래서 별거 한 거 없는데 아니라고 하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소방대원이 아닌 시민도 있었습니다.

지난 28일. 울산 현대와 경남FC의 경기가 펼쳐진 울산 문수 경기장.

경기 끝나기 15분 전쯤, 주차장에서 애타는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달려간 건, 경기 후 행사를 준비하던 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그냥 살려달라. 도와달라. 애가 숨을 안 쉰다. 무작정 뛰어와서 애를 안겨주는데 상황이 좀 긴박했죠."]

부모가 119 신고를 하고 다급하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21개월 이모 군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허진영/울산 현대 마케팅팀 : "아이가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 같다고 조금 일찍 가려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나가는 길에 아이가 쓰러지듯이 넘어졌는데 의식이 없고 호흡이 정지된 있는 상태라고…."]

아이의 상태를 본 순간,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송 씨.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그 순간만큼은 부모가 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애를 무조건 살려봐야 되겠다."]

평소 알고 있던 지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인공호흡을 시도했는데요.

여러차례 시도 끝에 결국 이 군이 의식을 찾았습니다.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세 번째 인공호흡을 하니까 애가 구토를 하더라고요. 생수로 입을 헹구고 코에 이물질을 빼고 그런 찰나에 두 번째 구토를 하는데 그때 구토를 하자마자 애가 울더라고요."]

그렇게 이 군은 현재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는데요.

[송지헌/울산 현대 협력업체 대표 : "다행히 다른 큰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고맙다고 하는 데 아니다. 누군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아이 잘 키우시라고 (했죠)."]

일분, 일초가 아까운 위기의 순간!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 속에서 내일, 가족일처럼 주저 없이 나서는 우리 이웃 의인들의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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