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부동산전문가’인가, ‘부동산투자전문가’인가

입력 2018.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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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MBC PD수첩 “미친 집값의 비밀”에서는 부동산 투자의 재야고수들이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스타강사들은 대중 강연을 통해 투기를 부추기며 특정 지역의 집값을 올리는 주범중 하나로 보도됐다. 그러나 PD수첩에 등장한 ‘빠숑’ 김학렬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재야의 고수는 아니다. 그는 이미 경제신문이나 TV 경제채널에도 가끔 등장했던 ‘제도권 부동산 전문가’였다.

대체 ‘부동산 전문가’란 무엇인가? 최근 수 년동안 지상파 TV든, 종편이든, 종합일간지나 경제신문이든 한국언론에 부동산 전문가로 등장하는 대표적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왼쪽 위부터 박원갑, 안명숙, 권대중, 심교언, 고종완, 김규정왼쪽 위부터 박원갑, 안명숙, 권대중, 심교언, 고종완, 김규정

이들이 KBS, MBC, SBS같은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 등에 등장해 말하는 내용은 무미건조하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전문가가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이 없을 리는 없다. 교수인 권대중, 심교언도 대중강연, 종편,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땅집고TV 등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본인의 입장을 드러낸다. 이들은 정부의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이며, 분양가원가공개를 반대하고, 재건축 규제나 대출 규제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하는 것이 무주택 서민들 주거 안정이나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17년까지 최근 10년동안 상위 1%(14만명) 다주택자의 평균 보유 주택수가 3.2채에서 6.7채로 늘어나 이들이 갖고 있는 주택수만 94만채, 판교신도시 가구 수의 30배에 이를만큼 투기세력이 횡행해 왔기 때문에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투기세력을 잡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의 앙등을 막을 수 없다는 경실련 등의 주장과는 대치된다. 두 교수는 모두 기자에게 본인들을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중강연에서 하는 말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학문적 내용만 담겨 있지는 않다. 권대중 교수는 한 대중 강연에서 “토지 시장은 아직 규제가 없다. 개발이 있는 곳에 이익이 있다는 얘기가 있듯이 상위 5%가 전체 국토의 60%를 갖고 있듯이 토지 시장은 꾸준히 오른다”라고 말하며 “이미 토지시장은 뜨기 시작”했고, “토지 투자는 세대 구분 없이 돈을 벌었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교수도 조선일보가 주최한 부동산 콘서트에서 서울 용산 지역을 미국 뉴욕 맨하탄 센트럴파크와 비교하면서, “미국 센트럴파크 최근 분양한 게 평당 5억원이었는데 용산은 5억까지는 안 가더라도 앞으로 좀 오르지 않겠느냐” 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부동산 전문가’로 TV에 등장하는 교수들이 대중강연에서는 이미 토지 시장은 뜨기 시작했다고 말한다거나 용산이 5억까지는 안 가더라도 좀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하물며 부동산학과의 교수들도 이런 말을 하는데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사실 지상파 TV에 등장하는 금융권‘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업은 부동산 투자 고객 상담이다. 기자가 받은 박원갑씨의 명함에는 이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종합일간지나 경제지는 그를 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WM이란 ‘부를 관리하는 것’(Wealth Management)를 의미한다. WM스타자문단으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보통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부자들이다. 부자 고객들의 부동산 투자를 상담하는 일이 이들의 주업이라는 뜻이다. 우리은행의 안명숙, NH투자증권의 김규정씨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부자 고객의 부동산 투자를 상담하기도 하며, 대중강연에서 다주택자의 절세 전략과 부동산 투자 전략을 강의하고, TV에 나와서는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기도 한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매물을 게시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거나, 부동산 투자정보를 고객들에게 팔아 수익을 보전하는 부동산 정보업체 소속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금융기관에 소속된 ‘부동산 전문가’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박원갑, 안명숙, 김규정씨 모두 부동산 정보업체에서 주요 경력을 쌓고 금융권으로 진출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이들을 부른 이들은 언론사 기자나 PD들이지 이들이 언론사에 자신들의 출연을 강요한 적은 없다. 이들 ‘부동산 전문가’들과 언론사는 상호 호혜적 공생관계에 있다. 지상파TV의 메인뉴스는 이들에게 10초 정도의 짧은 ‘하나마나한’ 인터뷰를 요구하고, 대형상업신문사들이나 종편 등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욕망을 적당히 충족시켜줄만한 말을 원한다. 조선일보의 땅집고TV는 고종완씨를 출연시켜 부동산 투자 유망처를 소개하기도 하고, 심지어 고종완씨가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연구원의 사이트를 슬쩍 소개하기까지 했다. 고종완씨는 이 인터넷 방송에서 “이게 100만원 내야 가르쳐 주는 건데…”라며 사실상의 호객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언론사와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만나 일종의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터뷰를 많이 하고 언론에 노출되면 될수록 본인에게도, 본인이 몸 담은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론사, 특히 지상파 TV 출연은 부동산 전문가의 공신력을 높인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적당히 눈 감아 주고 있다는 말이다. 20년 가까이 각종 TV나 신문 등에 출연해온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익명을 조건으로 기자에게 한국 언론의 한심한 행태를 꼬집어 비판했다.

그는 기자에게 “부동산 기자들은 개인적 이유든 아니면 회사에서 추구하는 이익 때문이든, 저를 예단하고 자신의 리포트에 제 발언을 맞추는 것 같다”면서 한 종편의 부동산 기자가 자신에게 “재건축 규제지역의 용적률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해 결국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상파TV 기자들의 경우 방송에 들어갈 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5분만에 인터뷰가 끝난 적도 다반사라며 자신을 전문가로서 대접한다기보다는 “보도에 들어가는 액세서리로 늘 이용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전문가로서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하나씩 다 물어본 기자는 당신이 처음이다”라는 말도 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기자들을 상대해 온 TV 속‘부동산 전문가’인데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익명을 전제로만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지상파TV에서 출연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출연해서 중립적, 객관적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반대로 종편이나 대중 강연 출연 요청이 있다면 또 거기에서는 적당히 투자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말을 해주는 것이 본인에게도, 본인이 몸 담은 회사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은 TV에 나오는 정치평론가들을 소개할 때 자막에 출연자가 공화당이나 민주당 정부 누구 밑에서 일했는지 등, 과거 경력을 적시한다. TV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정치적 입장을 시청자들이 감안해서 듣고 판단하라는 뜻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바스토(David Barstow)기자는 TV에 등장하는 미국의 군사평론가 상당수가 이라크전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군수산업체 관계자들이면서도 TV에서는 객관적 전문가로 등장해 이라크전을 옹호해 왔음을 폭로해 2009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객관적 논리’속에 사실은 그들의 ‘사적 이익’이 교묘히 숨겨져 있음을 밝혀낸 덕택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상파 TV 3사는 웬일인지 금융권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뉴스에 출연시키면서 00은행, 00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이라고만 하지, 00은행 WM스타자문단 또는 자산관리센터 위원이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주업이 부자 고객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하는 걸 시청자들이 몰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혹, 지상파TV 3사는 부동산 보도를 통해 시청자가 시장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자신들이 중립적으로 비춰지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위선인데 말이다.

[관련 영상] KBS 1TV 저널리즘토크쇼J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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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5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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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MBC PD수첩 “미친 집값의 비밀”에서는 부동산 투자의 재야고수들이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스타강사들은 대중 강연을 통해 투기를 부추기며 특정 지역의 집값을 올리는 주범중 하나로 보도됐다. 그러나 PD수첩에 등장한 ‘빠숑’ 김학렬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재야의 고수는 아니다. 그는 이미 경제신문이나 TV 경제채널에도 가끔 등장했던 ‘제도권 부동산 전문가’였다.

대체 ‘부동산 전문가’란 무엇인가? 최근 수 년동안 지상파 TV든, 종편이든, 종합일간지나 경제신문이든 한국언론에 부동산 전문가로 등장하는 대표적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왼쪽 위부터 박원갑, 안명숙, 권대중, 심교언, 고종완, 김규정
이들이 KBS, MBC, SBS같은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 등에 등장해 말하는 내용은 무미건조하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전문가가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이 없을 리는 없다. 교수인 권대중, 심교언도 대중강연, 종편,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땅집고TV 등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본인의 입장을 드러낸다. 이들은 정부의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이며, 분양가원가공개를 반대하고, 재건축 규제나 대출 규제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하는 것이 무주택 서민들 주거 안정이나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17년까지 최근 10년동안 상위 1%(14만명) 다주택자의 평균 보유 주택수가 3.2채에서 6.7채로 늘어나 이들이 갖고 있는 주택수만 94만채, 판교신도시 가구 수의 30배에 이를만큼 투기세력이 횡행해 왔기 때문에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투기세력을 잡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의 앙등을 막을 수 없다는 경실련 등의 주장과는 대치된다. 두 교수는 모두 기자에게 본인들을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중강연에서 하는 말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학문적 내용만 담겨 있지는 않다. 권대중 교수는 한 대중 강연에서 “토지 시장은 아직 규제가 없다. 개발이 있는 곳에 이익이 있다는 얘기가 있듯이 상위 5%가 전체 국토의 60%를 갖고 있듯이 토지 시장은 꾸준히 오른다”라고 말하며 “이미 토지시장은 뜨기 시작”했고, “토지 투자는 세대 구분 없이 돈을 벌었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교수도 조선일보가 주최한 부동산 콘서트에서 서울 용산 지역을 미국 뉴욕 맨하탄 센트럴파크와 비교하면서, “미국 센트럴파크 최근 분양한 게 평당 5억원이었는데 용산은 5억까지는 안 가더라도 앞으로 좀 오르지 않겠느냐” 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부동산 전문가’로 TV에 등장하는 교수들이 대중강연에서는 이미 토지 시장은 뜨기 시작했다고 말한다거나 용산이 5억까지는 안 가더라도 좀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하물며 부동산학과의 교수들도 이런 말을 하는데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사실 지상파 TV에 등장하는 금융권‘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업은 부동산 투자 고객 상담이다. 기자가 받은 박원갑씨의 명함에는 이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종합일간지나 경제지는 그를 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WM이란 ‘부를 관리하는 것’(Wealth Management)를 의미한다. WM스타자문단으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보통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부자들이다. 부자 고객들의 부동산 투자를 상담하는 일이 이들의 주업이라는 뜻이다. 우리은행의 안명숙, NH투자증권의 김규정씨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부자 고객의 부동산 투자를 상담하기도 하며, 대중강연에서 다주택자의 절세 전략과 부동산 투자 전략을 강의하고, TV에 나와서는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기도 한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매물을 게시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거나, 부동산 투자정보를 고객들에게 팔아 수익을 보전하는 부동산 정보업체 소속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금융기관에 소속된 ‘부동산 전문가’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박원갑, 안명숙, 김규정씨 모두 부동산 정보업체에서 주요 경력을 쌓고 금융권으로 진출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이들을 부른 이들은 언론사 기자나 PD들이지 이들이 언론사에 자신들의 출연을 강요한 적은 없다. 이들 ‘부동산 전문가’들과 언론사는 상호 호혜적 공생관계에 있다. 지상파TV의 메인뉴스는 이들에게 10초 정도의 짧은 ‘하나마나한’ 인터뷰를 요구하고, 대형상업신문사들이나 종편 등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욕망을 적당히 충족시켜줄만한 말을 원한다. 조선일보의 땅집고TV는 고종완씨를 출연시켜 부동산 투자 유망처를 소개하기도 하고, 심지어 고종완씨가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연구원의 사이트를 슬쩍 소개하기까지 했다. 고종완씨는 이 인터넷 방송에서 “이게 100만원 내야 가르쳐 주는 건데…”라며 사실상의 호객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언론사와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만나 일종의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터뷰를 많이 하고 언론에 노출되면 될수록 본인에게도, 본인이 몸 담은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론사, 특히 지상파 TV 출연은 부동산 전문가의 공신력을 높인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적당히 눈 감아 주고 있다는 말이다. 20년 가까이 각종 TV나 신문 등에 출연해온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익명을 조건으로 기자에게 한국 언론의 한심한 행태를 꼬집어 비판했다.

그는 기자에게 “부동산 기자들은 개인적 이유든 아니면 회사에서 추구하는 이익 때문이든, 저를 예단하고 자신의 리포트에 제 발언을 맞추는 것 같다”면서 한 종편의 부동산 기자가 자신에게 “재건축 규제지역의 용적률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해 결국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상파TV 기자들의 경우 방송에 들어갈 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5분만에 인터뷰가 끝난 적도 다반사라며 자신을 전문가로서 대접한다기보다는 “보도에 들어가는 액세서리로 늘 이용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전문가로서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하나씩 다 물어본 기자는 당신이 처음이다”라는 말도 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기자들을 상대해 온 TV 속‘부동산 전문가’인데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익명을 전제로만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지상파TV에서 출연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출연해서 중립적, 객관적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반대로 종편이나 대중 강연 출연 요청이 있다면 또 거기에서는 적당히 투자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말을 해주는 것이 본인에게도, 본인이 몸 담은 회사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은 TV에 나오는 정치평론가들을 소개할 때 자막에 출연자가 공화당이나 민주당 정부 누구 밑에서 일했는지 등, 과거 경력을 적시한다. TV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정치적 입장을 시청자들이 감안해서 듣고 판단하라는 뜻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바스토(David Barstow)기자는 TV에 등장하는 미국의 군사평론가 상당수가 이라크전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군수산업체 관계자들이면서도 TV에서는 객관적 전문가로 등장해 이라크전을 옹호해 왔음을 폭로해 2009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객관적 논리’속에 사실은 그들의 ‘사적 이익’이 교묘히 숨겨져 있음을 밝혀낸 덕택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상파 TV 3사는 웬일인지 금융권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뉴스에 출연시키면서 00은행, 00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이라고만 하지, 00은행 WM스타자문단 또는 자산관리센터 위원이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주업이 부자 고객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하는 걸 시청자들이 몰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혹, 지상파TV 3사는 부동산 보도를 통해 시청자가 시장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자신들이 중립적으로 비춰지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위선인데 말이다.

[관련 영상] KBS 1TV 저널리즘토크쇼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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