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량진 구 시장 단전·단수 사흘째…수협과 ‘벼랑 끝 대치’

입력 2018.11.07 (08:30) 수정 2018.11.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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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팔도강산 수산물이 모인다는 노량진 수산시장입니다.

저희 뉴스따라잡기에서도 전해드린 적이 있죠.

2년을 넘게 갈등을 겪어왔던 현대화 사업이 중요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그제, 수협 측이 구시장에 전기, 수도를 다 끊는 초강수를 두면서 양측은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지금 현장은 어떤 상황인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새 건물로 아직 옮기지 않은 구 시장.

물과 전기가 끊긴지 이틀째인 어제,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구 시장 상인 : "다 죽었어요. 많이 죽었어요. 장사 안 하는 사람도 있지. 문을 열 수 없잖아."]

점포마다 배를 내놓고 죽은 생선들이 쌓여가고 있었는데요,

구시장에 물과 전기가 완전히 끊긴 건 그제 아침 9시였습니다.

가게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수도꼭지는 아무리 돌려도 물 한방울 나오지 않습니다.

당장 큰일인 건 수조 속 활어들.

상인들의 발걸음은 바빠졌습니다.

급히 발전기를 구해온 상인들은 수조에 산소 공급이 끊기지는 않을까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구 시장 상인 : "킹크랩 온도를 유지하려고 하니까 얘네는 수온 3~4도에 산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3시간이 지났으니까 얘네도 온도가 올라갔을 거란 말이야. 낮춰줘야 해요. 안 그러면 저 비싼 게 다 죽어버리니까."]

그나마도 발전기를 구하지 못한 상인들도 비상 상황에 임시방편을 동원합니다.

[구 시장 상인 : "냉각기가 안 되니까 얼음을 해야죠. 생선 다 죽어요. 냉각기가 돌아야 물이 차가워지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얼음으로 일단……."]

[구 시장 상인 : "전기가 안 들어와서 죽잖아요. 전기 있는 대로 갖다 넣어놔야죠."]

영문도 모른 채 구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에 발길을 돌립니다.

[허재욱/구 시장 손님 :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딱 들어오니까 불이 다 꺼져있으니까. 주문한 손님들도 있을 거 아닙니까. 예약해서. 보니까 고기 고르는 것도 좀 문제가 있네요."]

단수 단전 4시간 째, 오후부터는 죽은 활어가 하나 둘 수조에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빈 점포도 눈에 띄었는데요.

[구 시장 상인 : "저쪽으로 갔지. 저기 사람 많이 있잖아. 나도 가야 해. 오늘 밤 새야 돼. 3일이고 5일이고 불 켤 때까지……."]

구 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접은 채 하나 둘 시위에 합류했습니다.

["신시장에 경매 못 합니다. 절대 못 합니다. 빨리 전기, 수도 복구해주기 바랍니다."]

저녁 무렵엔 구시장 상인들과 경비 업체 직원의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경찰 7백여 명까지 동원됐지만, 상황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수 단전 사태까지 오게 된 데는 지난해부터 네 차례나 계속된 강제집행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인데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자인 수협 측은 이른바 '최후통첩'을 선택했습니다.

[임현우/수협 경영기획부 : "올해 8월 17일에 대법원에서 명도 소송 관련해서 저희가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구시장 상인분들은 이제 저 자리에서 나오셔서 원주인인 수협에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은 상황이고요."]

수협 측은 물과 전기를 끊기 전에 구시장 상인 측에 이같은 방침을 여러 차례 알린 뒤에 시행한 것임을 강조했는데요.

[임현우/수협 경영기획부 : "안내문 3차례 배포했고 각 상인마다 내용증명을 발송해서 저희가 단전, 단수에 대해서 예고를 한 상황입니다."]

예전 구시장 건물이 오래돼 안전문제가 심각하고 위생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운영이 불가한 상태라는 건데요,

하지만, 이에 맞서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의 임대료가 비싼데다 영업조건이 나빠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탭니다.

[최진우/노량진 수산시장 공동대책위원장 : "지나다니는 공간도 협소하고 상인들이 소비자들하고 만나면서 서로 흥정도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상인들이 교감을 하면서 물건을 살 수 있고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결국 2년 넘게 이어진 끝모를 대치가 단전 단수사태까지 불러온 겁니다.

[구 시장 상인 : "30년, 40년 여기서 내 장사해서 넓은 자리에서 하겠다는데 왜 좁게 지어놓고 안 들어온다고 저렇게 겁박하고. 살아있는 애들은 어쩌라고 물 끊고 불 끄고."]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여느 때였으면 저녁 손님으로 시장 안이 가장 북적일 시간이죠.

하지만, 전기가 끊긴 구시장 안, 그동안 예전 분위기를 좋아하는 단골 손님들조차도 발길이 끊겼습니다.

촛불을 켜놓고 휴대용 조명 등으로 겨우 영업을 이어가지만 암흑천지에 손님은 찾을 수 없습니다.

[구 시장 상인/음성변조 : "손님이 하나도 안 와요. 이렇게 컴컴한데 누가 오겠어요."]

[구 시장 상인 : "손님 받으려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니고 생선 이거 지금 산소를 열어놨잖아요. 이거 하나라도 덜 죽이려고 이러고 있는 거예요."]

자, 그렇다면 일치감치 신 시장 이전을 마친 상인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구 시장 신 시장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이번만큼은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님을 맞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명필/신 시장 상인 : "거기 상인이나 여기 상인이나 똑같은 상인들인데 우리만 상인이고 저기는 상인이 아니고 그것이 아니잖아요. 구시장 상인들도 빨리 해결을 봐서 들어와야 하는데 조금씩 양보하고 얻을 거 얻고 줄 거 주고 그러고 왔으면 좋겠어요."]

수협 측은 오는 9일까지 마지막 입주 신청을 받은 뒤 연말부터 철거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노량진 수산시장, 갈등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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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7 08:36:17
    • 수정2018-11-07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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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팔도강산 수산물이 모인다는 노량진 수산시장입니다.

저희 뉴스따라잡기에서도 전해드린 적이 있죠.

2년을 넘게 갈등을 겪어왔던 현대화 사업이 중요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그제, 수협 측이 구시장에 전기, 수도를 다 끊는 초강수를 두면서 양측은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지금 현장은 어떤 상황인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새 건물로 아직 옮기지 않은 구 시장.

물과 전기가 끊긴지 이틀째인 어제,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구 시장 상인 : "다 죽었어요. 많이 죽었어요. 장사 안 하는 사람도 있지. 문을 열 수 없잖아."]

점포마다 배를 내놓고 죽은 생선들이 쌓여가고 있었는데요,

구시장에 물과 전기가 완전히 끊긴 건 그제 아침 9시였습니다.

가게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수도꼭지는 아무리 돌려도 물 한방울 나오지 않습니다.

당장 큰일인 건 수조 속 활어들.

상인들의 발걸음은 바빠졌습니다.

급히 발전기를 구해온 상인들은 수조에 산소 공급이 끊기지는 않을까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구 시장 상인 : "킹크랩 온도를 유지하려고 하니까 얘네는 수온 3~4도에 산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3시간이 지났으니까 얘네도 온도가 올라갔을 거란 말이야. 낮춰줘야 해요. 안 그러면 저 비싼 게 다 죽어버리니까."]

그나마도 발전기를 구하지 못한 상인들도 비상 상황에 임시방편을 동원합니다.

[구 시장 상인 : "냉각기가 안 되니까 얼음을 해야죠. 생선 다 죽어요. 냉각기가 돌아야 물이 차가워지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얼음으로 일단……."]

[구 시장 상인 : "전기가 안 들어와서 죽잖아요. 전기 있는 대로 갖다 넣어놔야죠."]

영문도 모른 채 구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에 발길을 돌립니다.

[허재욱/구 시장 손님 :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딱 들어오니까 불이 다 꺼져있으니까. 주문한 손님들도 있을 거 아닙니까. 예약해서. 보니까 고기 고르는 것도 좀 문제가 있네요."]

단수 단전 4시간 째, 오후부터는 죽은 활어가 하나 둘 수조에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빈 점포도 눈에 띄었는데요.

[구 시장 상인 : "저쪽으로 갔지. 저기 사람 많이 있잖아. 나도 가야 해. 오늘 밤 새야 돼. 3일이고 5일이고 불 켤 때까지……."]

구 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접은 채 하나 둘 시위에 합류했습니다.

["신시장에 경매 못 합니다. 절대 못 합니다. 빨리 전기, 수도 복구해주기 바랍니다."]

저녁 무렵엔 구시장 상인들과 경비 업체 직원의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경찰 7백여 명까지 동원됐지만, 상황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수 단전 사태까지 오게 된 데는 지난해부터 네 차례나 계속된 강제집행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인데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자인 수협 측은 이른바 '최후통첩'을 선택했습니다.

[임현우/수협 경영기획부 : "올해 8월 17일에 대법원에서 명도 소송 관련해서 저희가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구시장 상인분들은 이제 저 자리에서 나오셔서 원주인인 수협에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은 상황이고요."]

수협 측은 물과 전기를 끊기 전에 구시장 상인 측에 이같은 방침을 여러 차례 알린 뒤에 시행한 것임을 강조했는데요.

[임현우/수협 경영기획부 : "안내문 3차례 배포했고 각 상인마다 내용증명을 발송해서 저희가 단전, 단수에 대해서 예고를 한 상황입니다."]

예전 구시장 건물이 오래돼 안전문제가 심각하고 위생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운영이 불가한 상태라는 건데요,

하지만, 이에 맞서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의 임대료가 비싼데다 영업조건이 나빠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탭니다.

[최진우/노량진 수산시장 공동대책위원장 : "지나다니는 공간도 협소하고 상인들이 소비자들하고 만나면서 서로 흥정도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상인들이 교감을 하면서 물건을 살 수 있고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결국 2년 넘게 이어진 끝모를 대치가 단전 단수사태까지 불러온 겁니다.

[구 시장 상인 : "30년, 40년 여기서 내 장사해서 넓은 자리에서 하겠다는데 왜 좁게 지어놓고 안 들어온다고 저렇게 겁박하고. 살아있는 애들은 어쩌라고 물 끊고 불 끄고."]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여느 때였으면 저녁 손님으로 시장 안이 가장 북적일 시간이죠.

하지만, 전기가 끊긴 구시장 안, 그동안 예전 분위기를 좋아하는 단골 손님들조차도 발길이 끊겼습니다.

촛불을 켜놓고 휴대용 조명 등으로 겨우 영업을 이어가지만 암흑천지에 손님은 찾을 수 없습니다.

[구 시장 상인/음성변조 : "손님이 하나도 안 와요. 이렇게 컴컴한데 누가 오겠어요."]

[구 시장 상인 : "손님 받으려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니고 생선 이거 지금 산소를 열어놨잖아요. 이거 하나라도 덜 죽이려고 이러고 있는 거예요."]

자, 그렇다면 일치감치 신 시장 이전을 마친 상인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구 시장 신 시장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이번만큼은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님을 맞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명필/신 시장 상인 : "거기 상인이나 여기 상인이나 똑같은 상인들인데 우리만 상인이고 저기는 상인이 아니고 그것이 아니잖아요. 구시장 상인들도 빨리 해결을 봐서 들어와야 하는데 조금씩 양보하고 얻을 거 얻고 줄 거 주고 그러고 왔으면 좋겠어요."]

수협 측은 오는 9일까지 마지막 입주 신청을 받은 뒤 연말부터 철거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노량진 수산시장, 갈등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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