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뉴스 따라잡기] ‘이수역 폭행’ 진실 공방…‘성 대결’로 번지다
입력 2018.11.19 (08:28) 수정 2018.11.19 (10:48) 아침뉴스타임
동영상영역 시작
[뉴스 따라잡기] ‘이수역 폭행’ 진실 공방…‘성 대결’로 번지다
동영상영역 끝
[기자]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

여성들과 남성들이 시비가 붙어 몸싸움까지 가게 된 사건인데요.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 "여성, 남성 혐오 발언에 폭행을 했다." "소란을 피웠다."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면서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성 대결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새벽, 서울 이수역의 한 술집 앞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합니다.

여성 한 명이 구급차에 실려 갔고 남성 3명과 다른 여성 1명은 경찰차에 오릅니다.

술집에서 싸움을 벌인 혐의로 입건된 건데요.

[술집 직원/음성변조 : "저쪽 여자분들이 삿대질한 것 같던데. 안에서는 싸움 안 났어요. 여기서 말다툼하다가 여기 나가서 사고 나고."]

그런데, 다음날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여성 A 씨는 전날 새벽, 서울 이수역의 한 술집에서 남성 네 명이 여성 혐오 발언을 하며 자신과 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적었는데요.

처음 발단은 커플과의 말다툼이었다는데요.

[여성 A 씨/사건 당사자/음성변조 : "저희가 평소에 관심 있는 얘기하니까 페미니즘 관련적인 얘기를 했어요. 커플이 쳐다봐서 (들어 보니) 'OOO이다.' 라는 말을 들은 거예요."]

그런데, 커플이 떠난 뒤부터는 다른 자리에 있던 남성들이 가세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에, 폭행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A 씨/사건 당사자/음성변조 : "'말로만 듣던 OOO 실제로 처음 본다.' 비하하는 그런 단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을 했고…."]

여성들은 남성들로 인해 계단에서 굴러 머리가 찢어지고,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안 밀었는데?) 밀지 말라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짧은 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았더니 폭행을 당했다며 이 사건의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는데요.

이 글은 순식간에 SNS를 타고 퍼졌고, 하루 만에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여성 혐오 범죄라고 생각했죠. 단지 짧은 머리 스타일에 외모를 비하했다고 하니까, 글을 보고 화가 났죠."]

그런데, 얼마 뒤 당시 술집에 있었다는 커플 중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옵니다.

국민청원의 주장과는 달리 여성들이 먼저 소란을 피웠고, 조용히 해 달라는 커플에게 남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자, 이번에는 커플이 떠난 뒤, 남성들과 다툼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라며 또 다른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여성/음성변조 : "너네 XX 여자 만나본 적도 없어서 OO가 뭔지도 모르지?"]

여성이 옆 테이블 남성에게 욕설 등을 하면서, 곧이어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요.

[남성/음성변조 : "네가 먼저 쳐봐. 네가 먼저 쳐봐. XX 쳐봐. XX"]

[여성/음성변조 : "쳐봐. 이것도 못 해? 너 OO지?"]

[술집 주인/음성변조 : "하지 말라니까."]

이 동영상이 퍼지면서 이번 사건은 남성 혐오 사건이라며 사건 당사자 여성들을 처벌해 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성희롱 발언도 있었고, 중간에 어떤 실랑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성 측은 술집에서 남성들이 먼저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성 A 씨/사건 당사자/음성변조 : "속닥속닥 거리고, 저희도 그때부터 기분이 불쾌해서 OO 그런 단어들이 나온 거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자 경찰이 이례적으로 당사자들을 조사하기 전 초기 수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술집 주인의 증언과 CCTV를 분석한 결과, 여성들이 먼저 소란을 피웠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는데요.

여성 한 명이 먼저 남성 한 명의 손에 접촉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된 걸로 파악했습니다.

그 후 다른 남성이 여성의 모자를 쳤고 서로 얽혀 멱살까지 잡고 몸싸움으로 번진 겁니다.

경찰은 다만, 여성이 먼저 손으로 쳤다고 해서 폭행이 먼저 시작됐다고 보기엔 어렵고, 사건 당사자들이 작성한 초기 진술서엔 남성 혐오나 여성 혐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현재 남성 3명과 여성 2명은 쌍방 폭행으로 입건된 상태인데요.

술집에서 벌어진 시비와 폭행 사건...하지만, 최근 들어 이처럼 남녀 간 집단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원인을 짚어봤습니다.

[이항우/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 기폭제가 된 거죠. 문제의식을 느끼는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성차별적인 구조에 대응하는 이런 과정이라고 볼 수가 있고, (남성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든가 이런 생각이 이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다고 봐야 되겠죠."]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남녀 간 성 대결 구도로 비화되는 과정이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합니다.

여성 혐오나 남성 혐오라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근거 없는 집단 증오만 남길 뿐이라는 겁니다.

[이항우/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폭력 사태 중 하나일 수 있는데 그 사안의 내용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성 대결의 구도를 만듦으로써 유감스러운 결과가 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국민청원 글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댓글 보면 거기서 또 난장판으로 싸우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는 남성과 여성이 적대시되는 관계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요."]

사실 여부를 떠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국민청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곽대경/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여론을 움직여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 해결을 하겠다. 사법 시스템이 소용이 없다.'(는 등을) 바탕에 깔고 있는 위험한 생각이 아닌가."]

경찰은 여성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복도엔 CCTV가 없기 때문에 남녀 당사자들이 각자 찍은 동영상 등을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뉴스 따라잡기] ‘이수역 폭행’ 진실 공방…‘성 대결’로 번지다
    • 입력 2018.11.19 (08:28)
    • 수정 2018.11.19 (10:48)
    아침뉴스타임
[뉴스 따라잡기] ‘이수역 폭행’ 진실 공방…‘성 대결’로 번지다
[기자]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

여성들과 남성들이 시비가 붙어 몸싸움까지 가게 된 사건인데요.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 "여성, 남성 혐오 발언에 폭행을 했다." "소란을 피웠다."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면서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성 대결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새벽, 서울 이수역의 한 술집 앞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합니다.

여성 한 명이 구급차에 실려 갔고 남성 3명과 다른 여성 1명은 경찰차에 오릅니다.

술집에서 싸움을 벌인 혐의로 입건된 건데요.

[술집 직원/음성변조 : "저쪽 여자분들이 삿대질한 것 같던데. 안에서는 싸움 안 났어요. 여기서 말다툼하다가 여기 나가서 사고 나고."]

그런데, 다음날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여성 A 씨는 전날 새벽, 서울 이수역의 한 술집에서 남성 네 명이 여성 혐오 발언을 하며 자신과 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적었는데요.

처음 발단은 커플과의 말다툼이었다는데요.

[여성 A 씨/사건 당사자/음성변조 : "저희가 평소에 관심 있는 얘기하니까 페미니즘 관련적인 얘기를 했어요. 커플이 쳐다봐서 (들어 보니) 'OOO이다.' 라는 말을 들은 거예요."]

그런데, 커플이 떠난 뒤부터는 다른 자리에 있던 남성들이 가세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에, 폭행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A 씨/사건 당사자/음성변조 : "'말로만 듣던 OOO 실제로 처음 본다.' 비하하는 그런 단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을 했고…."]

여성들은 남성들로 인해 계단에서 굴러 머리가 찢어지고,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안 밀었는데?) 밀지 말라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짧은 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았더니 폭행을 당했다며 이 사건의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는데요.

이 글은 순식간에 SNS를 타고 퍼졌고, 하루 만에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여성 혐오 범죄라고 생각했죠. 단지 짧은 머리 스타일에 외모를 비하했다고 하니까, 글을 보고 화가 났죠."]

그런데, 얼마 뒤 당시 술집에 있었다는 커플 중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옵니다.

국민청원의 주장과는 달리 여성들이 먼저 소란을 피웠고, 조용히 해 달라는 커플에게 남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자, 이번에는 커플이 떠난 뒤, 남성들과 다툼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라며 또 다른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여성/음성변조 : "너네 XX 여자 만나본 적도 없어서 OO가 뭔지도 모르지?"]

여성이 옆 테이블 남성에게 욕설 등을 하면서, 곧이어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요.

[남성/음성변조 : "네가 먼저 쳐봐. 네가 먼저 쳐봐. XX 쳐봐. XX"]

[여성/음성변조 : "쳐봐. 이것도 못 해? 너 OO지?"]

[술집 주인/음성변조 : "하지 말라니까."]

이 동영상이 퍼지면서 이번 사건은 남성 혐오 사건이라며 사건 당사자 여성들을 처벌해 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성희롱 발언도 있었고, 중간에 어떤 실랑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성 측은 술집에서 남성들이 먼저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성 A 씨/사건 당사자/음성변조 : "속닥속닥 거리고, 저희도 그때부터 기분이 불쾌해서 OO 그런 단어들이 나온 거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자 경찰이 이례적으로 당사자들을 조사하기 전 초기 수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술집 주인의 증언과 CCTV를 분석한 결과, 여성들이 먼저 소란을 피웠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는데요.

여성 한 명이 먼저 남성 한 명의 손에 접촉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된 걸로 파악했습니다.

그 후 다른 남성이 여성의 모자를 쳤고 서로 얽혀 멱살까지 잡고 몸싸움으로 번진 겁니다.

경찰은 다만, 여성이 먼저 손으로 쳤다고 해서 폭행이 먼저 시작됐다고 보기엔 어렵고, 사건 당사자들이 작성한 초기 진술서엔 남성 혐오나 여성 혐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현재 남성 3명과 여성 2명은 쌍방 폭행으로 입건된 상태인데요.

술집에서 벌어진 시비와 폭행 사건...하지만, 최근 들어 이처럼 남녀 간 집단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원인을 짚어봤습니다.

[이항우/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 기폭제가 된 거죠. 문제의식을 느끼는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성차별적인 구조에 대응하는 이런 과정이라고 볼 수가 있고, (남성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든가 이런 생각이 이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다고 봐야 되겠죠."]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남녀 간 성 대결 구도로 비화되는 과정이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합니다.

여성 혐오나 남성 혐오라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근거 없는 집단 증오만 남길 뿐이라는 겁니다.

[이항우/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폭력 사태 중 하나일 수 있는데 그 사안의 내용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성 대결의 구도를 만듦으로써 유감스러운 결과가 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국민청원 글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댓글 보면 거기서 또 난장판으로 싸우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는 남성과 여성이 적대시되는 관계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요."]

사실 여부를 떠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국민청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곽대경/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여론을 움직여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 해결을 하겠다. 사법 시스템이 소용이 없다.'(는 등을) 바탕에 깔고 있는 위험한 생각이 아닌가."]

경찰은 여성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복도엔 CCTV가 없기 때문에 남녀 당사자들이 각자 찍은 동영상 등을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