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①] 사라진 ‘핵전쟁’, ‘핵강국’…급증한 ‘경제건설’

입력 2018.11.19 (16:11) 수정 2019.05.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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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도 노동신문 볼 수 있게 하자" … 살펴보니 올해 들어 극적 변화

지난달 대정부 질문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우리 국민들도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이런 매체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의원은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 북한이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 보는 것을) 금지한다고 해서 똑같이 할 게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1월 바른정당 (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북한 노동신문을 들고 나와 북한 금강산 행사 취소에 대해서 발언하는 모습올해 1월 바른정당 (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북한 노동신문을 들고 나와 북한 금강산 행사 취소에 대해서 발언하는 모습

기자들은 노동신문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단 공익적 목적을 가진 보도를 하기 위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며 주요 발언을 소개하거나 현장 시찰과 같은 동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소 낯간지럽게 보이는 이런 선전과 선동에 휘둘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올해 들어 노동신문엔 꽤 인상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결과입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요 키워드가 노동신문에 몇 번이나 언급됐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중에 두 가지만 추려서 보여드리겠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키워드는 3월 들어서 횟수가 급격히 줄더니 이후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반면 빨간색으로 표시한 단어는 4월부터 급증 하더니 줄곧 높은 빈도로 등장합니다. 두 키워드는 어떤 단어 였을까요?


파란색은 '트럼프' 였고 빨간색은 '경제건설' 이었습니다. 3~4월을 기점으로 골든 크로스가 나타나죠? 이유 짐작하시겠습니까? 3월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4월엔 북한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노동신문에 나타난 갑작스런 변화는 이런 주요 정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요동 치는 정세에 따라 노동신문도 … 올해 1~10월 9,084건 분석

올해 북한과 주요 국가의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습니다. 새해 첫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남북 관계가 급진전됐습니다.

동시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겐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말하면서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 뒤에 북미 두 정상이 직접 만나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롤러코스터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946년에 창간된 북한의 대표적인 신문이자 조선노동당의 기관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지도와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논조가 곧 북한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합니다. 때문에 이 신문을 분석하면 주요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만 해도 노동신문 1면엔 김정은 위원장이 신의주 개발계획을 지도했다는 기사가, 2면엔 새로운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실렸습니다. 북미 협상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신호를 보낸 동시에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가 더 크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 팀은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 9,084건을 수집한 뒤 여기에 쓰인 단어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우리', '인민', '동지', '일군', '수령' 등의 단어가 10,000회 이상으로 주로 많았습니다. 기존에 그랬듯이 대부분 기사는 '수령님의 지도하에 우리 인민 동지끼리 힘을 합쳐 잘 살자'는 식의 체제 선전에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론평', '정세론해설'에 주로 나라 이름 등장 … 미국, 일본 많고 한국, 중국 적어

노동신문은 주7회 매일 보통 6면씩 발행됩니다. 1~2면엔 주로 정치 소식, 3~4면엔 경제·사회 소식, 5~6면엔 다른 나라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6면에는 주로 '론평'과 '론설', '정세론해설'과 같은 글이 실리는데 두음 법칙을 적용하는 우리 말로는 '논설'과 '논평' 즉 신문의 사설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세론해설'은 이 가운데서도 국제 정세와 관련한 사설입니다.

여기엔 동정을 전하는 다른 기사와는 달리 '반역패당', '미치광이', '발악' 같은 호전적이고 적대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나라 이름이 여기에 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네 나라가 어느 정도 언급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우리나라(남조선)과 중국은 비교적 적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비난한 주요 대상이었다. 기본적으로 주적이고 관심이 많은 나라이다. 일본 역시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편을 드는 얄미운 존재라는 점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한 북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급 자체가 줄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해 UN의 대북 제재에 동참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비난은 주저할 수 밖에 없는,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기사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핵전쟁' 언급 3월 들어 급감…"자극 자제하고 본격 대화 나선 것"

2006년 10월 첫 실험 이후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을 불러 일으켰던 '핵' 이란 단어는 등장 횟수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요? '핵'으로만 단어를 분류하면 '핵심', '탄핵' 같은 단어가 포함돼 버리기 때문에 '핵전쟁', '핵무력', '핵강국' 과 같은 관련 단어로 살펴봤습니다.


1월과 2월엔 자주 등장했던 이 말들이 3월 들어 급갑하더니 4월부터는 거의 사라집니다. 3월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하며 미국과 대화창구가 열린 시기입니다. 그리고 4월엔 우리나라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 라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게 핵무기는 대내적으론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인민들의 단결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11월에 '핵무력을 완성했다' 라고 공식 선언하면서 언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위원은 "올해 들어선 김 위원장이 주요국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며 우리나라에 손을 내밀었고 그 결과 미국과도 대화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상대국가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노동신문도 빠르게 논조를 바꾼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글 내용도 살펴볼까요? 1,2월엔 주로 미국이 한반도에 핵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위협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진 핵은 자위적 수단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글을 살펴보면 어조도 무척 온화해졌을 뿐만 아니라 '핵전쟁'이란 '일어나서는 안될 일'로 치부하며 평화를 유독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경제건설 대진군' … "핵 통해 협상 나서며 경제 문제 주력"

'핵'에 대한 언급이 줄면서 노동신문에선 경제 관련 기사가 부쩍 늘어납니다. 단순히 '경제'로 분류하면 다른 나라의 경제 소식이나 무역 마찰과 같은 기사가 다 포함돼 분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노동신문에서 '인민들이 힘을 합쳐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나서자' 라는 독려를 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사회주의 경제건설 대진군', 그 중에서 '경제건설 대진군' 이라는 키워드를 뽑아 분석해 봤습니다.


3월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 말이 4월부터 21번 등장하더니 5월부터는 무척 자주 등장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과는 달리 파격적이고 직설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홍보한다. 이런 스타일이 노동신문에도 적극 반영되고 있다." 라며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젠 이를 지렛대로 삼아서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는 노선과 정책 변화를 노동 신문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독려하려는 의도" 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기사에선 기사 초반에 보여드린 '트럼프' 같은 다른 키워드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올 한 해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을 다룬 기사의 빈도가 어떻게 달라졌고 논조는 얼마나 변했는지 차례로 단어 분석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인포그래픽 디자인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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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동신문①] 사라진 ‘핵전쟁’, ‘핵강국’…급증한 ‘경제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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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도 노동신문 볼 수 있게 하자" … 살펴보니 올해 들어 극적 변화

지난달 대정부 질문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우리 국민들도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이런 매체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의원은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 북한이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 보는 것을) 금지한다고 해서 똑같이 할 게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1월 바른정당 (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북한 노동신문을 들고 나와 북한 금강산 행사 취소에 대해서 발언하는 모습
기자들은 노동신문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단 공익적 목적을 가진 보도를 하기 위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며 주요 발언을 소개하거나 현장 시찰과 같은 동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소 낯간지럽게 보이는 이런 선전과 선동에 휘둘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올해 들어 노동신문엔 꽤 인상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결과입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요 키워드가 노동신문에 몇 번이나 언급됐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중에 두 가지만 추려서 보여드리겠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키워드는 3월 들어서 횟수가 급격히 줄더니 이후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반면 빨간색으로 표시한 단어는 4월부터 급증 하더니 줄곧 높은 빈도로 등장합니다. 두 키워드는 어떤 단어 였을까요?


파란색은 '트럼프' 였고 빨간색은 '경제건설' 이었습니다. 3~4월을 기점으로 골든 크로스가 나타나죠? 이유 짐작하시겠습니까? 3월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4월엔 북한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노동신문에 나타난 갑작스런 변화는 이런 주요 정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요동 치는 정세에 따라 노동신문도 … 올해 1~10월 9,084건 분석

올해 북한과 주요 국가의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습니다. 새해 첫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남북 관계가 급진전됐습니다.

동시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겐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말하면서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 뒤에 북미 두 정상이 직접 만나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롤러코스터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946년에 창간된 북한의 대표적인 신문이자 조선노동당의 기관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지도와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논조가 곧 북한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합니다. 때문에 이 신문을 분석하면 주요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만 해도 노동신문 1면엔 김정은 위원장이 신의주 개발계획을 지도했다는 기사가, 2면엔 새로운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실렸습니다. 북미 협상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신호를 보낸 동시에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가 더 크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 팀은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 9,084건을 수집한 뒤 여기에 쓰인 단어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우리', '인민', '동지', '일군', '수령' 등의 단어가 10,000회 이상으로 주로 많았습니다. 기존에 그랬듯이 대부분 기사는 '수령님의 지도하에 우리 인민 동지끼리 힘을 합쳐 잘 살자'는 식의 체제 선전에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론평', '정세론해설'에 주로 나라 이름 등장 … 미국, 일본 많고 한국, 중국 적어

노동신문은 주7회 매일 보통 6면씩 발행됩니다. 1~2면엔 주로 정치 소식, 3~4면엔 경제·사회 소식, 5~6면엔 다른 나라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6면에는 주로 '론평'과 '론설', '정세론해설'과 같은 글이 실리는데 두음 법칙을 적용하는 우리 말로는 '논설'과 '논평' 즉 신문의 사설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세론해설'은 이 가운데서도 국제 정세와 관련한 사설입니다.

여기엔 동정을 전하는 다른 기사와는 달리 '반역패당', '미치광이', '발악' 같은 호전적이고 적대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나라 이름이 여기에 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네 나라가 어느 정도 언급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우리나라(남조선)과 중국은 비교적 적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비난한 주요 대상이었다. 기본적으로 주적이고 관심이 많은 나라이다. 일본 역시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편을 드는 얄미운 존재라는 점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한 북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급 자체가 줄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해 UN의 대북 제재에 동참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비난은 주저할 수 밖에 없는,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기사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핵전쟁' 언급 3월 들어 급감…"자극 자제하고 본격 대화 나선 것"

2006년 10월 첫 실험 이후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을 불러 일으켰던 '핵' 이란 단어는 등장 횟수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요? '핵'으로만 단어를 분류하면 '핵심', '탄핵' 같은 단어가 포함돼 버리기 때문에 '핵전쟁', '핵무력', '핵강국' 과 같은 관련 단어로 살펴봤습니다.


1월과 2월엔 자주 등장했던 이 말들이 3월 들어 급갑하더니 4월부터는 거의 사라집니다. 3월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하며 미국과 대화창구가 열린 시기입니다. 그리고 4월엔 우리나라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 라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게 핵무기는 대내적으론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인민들의 단결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11월에 '핵무력을 완성했다' 라고 공식 선언하면서 언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위원은 "올해 들어선 김 위원장이 주요국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며 우리나라에 손을 내밀었고 그 결과 미국과도 대화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상대국가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노동신문도 빠르게 논조를 바꾼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글 내용도 살펴볼까요? 1,2월엔 주로 미국이 한반도에 핵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위협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진 핵은 자위적 수단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글을 살펴보면 어조도 무척 온화해졌을 뿐만 아니라 '핵전쟁'이란 '일어나서는 안될 일'로 치부하며 평화를 유독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경제건설 대진군' … "핵 통해 협상 나서며 경제 문제 주력"

'핵'에 대한 언급이 줄면서 노동신문에선 경제 관련 기사가 부쩍 늘어납니다. 단순히 '경제'로 분류하면 다른 나라의 경제 소식이나 무역 마찰과 같은 기사가 다 포함돼 분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노동신문에서 '인민들이 힘을 합쳐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나서자' 라는 독려를 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사회주의 경제건설 대진군', 그 중에서 '경제건설 대진군' 이라는 키워드를 뽑아 분석해 봤습니다.


3월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 말이 4월부터 21번 등장하더니 5월부터는 무척 자주 등장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과는 달리 파격적이고 직설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홍보한다. 이런 스타일이 노동신문에도 적극 반영되고 있다." 라며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젠 이를 지렛대로 삼아서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는 노선과 정책 변화를 노동 신문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독려하려는 의도" 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기사에선 기사 초반에 보여드린 '트럼프' 같은 다른 키워드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올 한 해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을 다룬 기사의 빈도가 어떻게 달라졌고 논조는 얼마나 변했는지 차례로 단어 분석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인포그래픽 디자인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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