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②] ‘문재인’보다 더 많은 ‘박근혜’,‘이명박’ 그리고 ‘홍준표’

입력 2018.11.20 (16:30) 수정 2018.11.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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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 기사 꾸준히 감소…정부보다 보수세력 비판에 집중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는 북한에게 그리고 노동신문에게도 주요 관심 대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남조선'이란 단어는 꾸준히 그리고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남조선'이란 단어가 올들어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500회, 589회나 됐던 것이 점차 줄어들어 지난 9월엔 180회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반 기사에서는 "최근 남조선에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라며 우리나라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남조선 단체들이 싸드 유지를 위한 경상북도 당국의 처사를 강력히 규탄하였다.", "북남관계 개선을 파탄시키려는 보수 언론의 온당치 못한 행태를 규탄하였다" 등 여러가지 소식 중에 일부만 추려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언급 횟수가 줄어드는 게 우리나라에겐 좋은 일이다. 그 동안 노동신문은 우리나라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피폐한 모습을 인민들에게 알리는 공간이었다. 그 횟수가 많을수록 선전을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단 뜻인데 그 소재로 쓰는 것을 자제했다는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론설'과 '론평', '정세론해설'과 같은 사설을 보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보수 세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대결광', '발광'이란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이들이 한반도에 고조되고 있는 평화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논조를 주로 유지합니다.


작년엔 정부 매섭게 비난…올해 들어 유화적·훈계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작년만 해도 '남조선'이란 단어가 나오는 기사엔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남측과 핵문제를 논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거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들어서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는 식으로 유화적이고 훈계하는 듯한 논조로 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박근혜', '리명박', '홍준표' 더 많이 등장

이 같은 경향성은 인물 즉 '이름'이 노동신문에 등장하는 횟수를 분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들어 10월까지 노동신문에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문재인' 이란 단어는 279회 등장하지만 '홍준표'는 이보다 훨씬 많은 410회나 언급됐습니다.


이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이름은 현재 수감중인 두 전직 대통령입니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북한이 사용하는 '리명박'이란 단어는 944회, '박근혜'란 단어는 1,081회로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보다 3배 이상 많이 등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정상회담 때문에 북한을 직접 방문했던 9월에만 160회로 두드러지게 많았고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4월과 5월도 각각 44회와 34회 등장했지만 다른 달엔 등장 횟수가 미미합니다. 기사 내용도 모두 감정적인 언급은 없이 객관적인 동정을 단순하게 전달했습니다.


작년엔 "북남관계 낙제점", "너절한 구걸 행각" 비난하더니 돌변

작년만 해도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꽤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해 8월 18일엔 "성적표가 초라하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라며 "특히 북남관계 항목은 올데갈데없는 낙제"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방문에 대해선 "상전의 비위를 맞추며 동족 대결에 기승을 부린 것" 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또 신년사를 발표하기 불과 2주 전에 게재한 론평만 봐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나서부턴 단순 동정을 보도하는데 이름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엔 '악취', '파렴치' 등 악담 퍼부어

반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과격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천하의 파렴치한 사기협잡군', '들출수룩 악취나는', '덫에 갇힌 쥐 신세' 처럼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경직된 남북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가 추진한 압박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며 책임을 떠 넘기는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여러가지 혐의와 재판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며 주로 부정부패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특등범죄자'…"자본주의 부패상 비판 의도"

이 전 대통령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한 기사와 마찬가지로 '특등범죄자','감옥행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추태' 등 매우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해 비난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북한)들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비록 가난하지만 평등하게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체제 선전을 하기 위해 부정부패 문제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언급이 많은 측면도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 전 대통령처럼 각종 범죄 혐의를 소개하는 것에 더해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겁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에게 욕설 폭탄 … "억지발목 잡고 있다 생각한 듯"

등장 횟수는 적지만 두 전 대통령보다 더 강도 높은 비난을 받는 인물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차마 기사에 옮기기 힘들만큼 저급한 표현도 많습니다. 그나마 부드러운 표현이 '도적왕초', '극악한 대결광신자', '깡패' 정도입니다.

지난 2월 5일엔 이례적으로 야당 지도자인 홍준표 전 대표만을 소재로 한 정세론 해설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언급횟수를 살펴보면 지방선거를 앞둔 5월에 가장 많았고 6월 이후 홍 전 대표가 사퇴하고 나서부턴 급격히 줄어듭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교류나 협력을 할 때 야당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비난에 초점을 맞춘 것" 이라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데 야당이 억지로 발목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위를 높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인포그래픽 디자인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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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동신문②] ‘문재인’보다 더 많은 ‘박근혜’,‘이명박’ 그리고 ‘홍준표’
    • 입력 2018-11-20 16:30:18
    • 수정2018-11-20 16: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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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 기사 꾸준히 감소…정부보다 보수세력 비판에 집중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는 북한에게 그리고 노동신문에게도 주요 관심 대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남조선'이란 단어는 꾸준히 그리고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남조선'이란 단어가 올들어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500회, 589회나 됐던 것이 점차 줄어들어 지난 9월엔 180회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반 기사에서는 "최근 남조선에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라며 우리나라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남조선 단체들이 싸드 유지를 위한 경상북도 당국의 처사를 강력히 규탄하였다.", "북남관계 개선을 파탄시키려는 보수 언론의 온당치 못한 행태를 규탄하였다" 등 여러가지 소식 중에 일부만 추려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언급 횟수가 줄어드는 게 우리나라에겐 좋은 일이다. 그 동안 노동신문은 우리나라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피폐한 모습을 인민들에게 알리는 공간이었다. 그 횟수가 많을수록 선전을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단 뜻인데 그 소재로 쓰는 것을 자제했다는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론설'과 '론평', '정세론해설'과 같은 사설을 보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보수 세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대결광', '발광'이란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이들이 한반도에 고조되고 있는 평화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논조를 주로 유지합니다.


작년엔 정부 매섭게 비난…올해 들어 유화적·훈계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작년만 해도 '남조선'이란 단어가 나오는 기사엔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남측과 핵문제를 논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거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들어서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는 식으로 유화적이고 훈계하는 듯한 논조로 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박근혜', '리명박', '홍준표' 더 많이 등장

이 같은 경향성은 인물 즉 '이름'이 노동신문에 등장하는 횟수를 분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들어 10월까지 노동신문에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문재인' 이란 단어는 279회 등장하지만 '홍준표'는 이보다 훨씬 많은 410회나 언급됐습니다.


이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이름은 현재 수감중인 두 전직 대통령입니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북한이 사용하는 '리명박'이란 단어는 944회, '박근혜'란 단어는 1,081회로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보다 3배 이상 많이 등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정상회담 때문에 북한을 직접 방문했던 9월에만 160회로 두드러지게 많았고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4월과 5월도 각각 44회와 34회 등장했지만 다른 달엔 등장 횟수가 미미합니다. 기사 내용도 모두 감정적인 언급은 없이 객관적인 동정을 단순하게 전달했습니다.


작년엔 "북남관계 낙제점", "너절한 구걸 행각" 비난하더니 돌변

작년만 해도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꽤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해 8월 18일엔 "성적표가 초라하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라며 "특히 북남관계 항목은 올데갈데없는 낙제"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방문에 대해선 "상전의 비위를 맞추며 동족 대결에 기승을 부린 것" 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또 신년사를 발표하기 불과 2주 전에 게재한 론평만 봐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나서부턴 단순 동정을 보도하는데 이름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엔 '악취', '파렴치' 등 악담 퍼부어

반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과격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천하의 파렴치한 사기협잡군', '들출수룩 악취나는', '덫에 갇힌 쥐 신세' 처럼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경직된 남북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가 추진한 압박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며 책임을 떠 넘기는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여러가지 혐의와 재판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며 주로 부정부패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특등범죄자'…"자본주의 부패상 비판 의도"

이 전 대통령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한 기사와 마찬가지로 '특등범죄자','감옥행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추태' 등 매우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해 비난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북한)들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비록 가난하지만 평등하게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체제 선전을 하기 위해 부정부패 문제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언급이 많은 측면도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 전 대통령처럼 각종 범죄 혐의를 소개하는 것에 더해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겁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에게 욕설 폭탄 … "억지발목 잡고 있다 생각한 듯"

등장 횟수는 적지만 두 전 대통령보다 더 강도 높은 비난을 받는 인물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차마 기사에 옮기기 힘들만큼 저급한 표현도 많습니다. 그나마 부드러운 표현이 '도적왕초', '극악한 대결광신자', '깡패' 정도입니다.

지난 2월 5일엔 이례적으로 야당 지도자인 홍준표 전 대표만을 소재로 한 정세론 해설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언급횟수를 살펴보면 지방선거를 앞둔 5월에 가장 많았고 6월 이후 홍 전 대표가 사퇴하고 나서부턴 급격히 줄어듭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교류나 협력을 할 때 야당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비난에 초점을 맞춘 것" 이라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데 야당이 억지로 발목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위를 높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 정한진 데이터저널리즘팀 팀장
인포그래픽 디자인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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