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기’ 안전교육…음주운전 44%가 재범

입력 2018.11.21 (21:30) 수정 2018.11.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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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도 왜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이 받고 있는 교통 안전교육이 너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예방책을 더 고민해야 될 듯 합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교실을 가득 메운 수강생들,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나 취소를 당한 사람들입니다.

강의 시작 15분, 지각생들이 슬금슬금 뒷문으로 들어와 앉습니다.

시작 후에는 입실이 금지된다지만, 실제로는 늦게 들어와도 확인도 불이익도 없습니다.

1차 음주적발자는 각 50분씩, 총 6교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모두 앉아서 듣는 수업입니다.

[강사/음성변조 : "음주운전 왜 하면 안 되죠? 음주운전이 어떻게 위험합니까?"]

앞에서 설명을 하든 말든 스마트폰을 보면서 딴짓하기 일쑤.

지겨워진 교육생들은 수업 중 교실을 빠져나와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복도에서 수십 분간 전화 통화도 합니다.

제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강생/음성변조 : "교육이라는 게 다 그래요.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수강생/음성변조 :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냥 뭐 쓸 데 없는 소리 하고 있으니까 환장하죠."]

점심 때 술을 마신 뒤 오후 수업을 듣는다는 목격담도 있습니다.

전에도 수업을 들었다는 수강생은 또 음주운전을 하다 걸렸습니다.

["똑같아요 그냥 뭐 사고 나는 거 보여주고. 음주운전 하지 말라고 하고. (효과가 있을까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거 안 하면 면허를 다시… 정지가 안 풀리니까."]

음주 운전자의 44%는 적발 경력이 있는 재범자입니다.

술을 마신 채로 운전대를 잡는 게 습관인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예방책이 함께 병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 "(음주운전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만 될 것이고요. 시동조차 켜지 못하게 기계적으로. 기술적으로 운전할 수 없도록 막는 것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2800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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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 때우기’ 안전교육…음주운전 44%가 재범
    • 입력 2018-11-21 21:33:59
    • 수정2018-11-21 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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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도 왜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이 받고 있는 교통 안전교육이 너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예방책을 더 고민해야 될 듯 합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교실을 가득 메운 수강생들,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나 취소를 당한 사람들입니다.

강의 시작 15분, 지각생들이 슬금슬금 뒷문으로 들어와 앉습니다.

시작 후에는 입실이 금지된다지만, 실제로는 늦게 들어와도 확인도 불이익도 없습니다.

1차 음주적발자는 각 50분씩, 총 6교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모두 앉아서 듣는 수업입니다.

[강사/음성변조 : "음주운전 왜 하면 안 되죠? 음주운전이 어떻게 위험합니까?"]

앞에서 설명을 하든 말든 스마트폰을 보면서 딴짓하기 일쑤.

지겨워진 교육생들은 수업 중 교실을 빠져나와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복도에서 수십 분간 전화 통화도 합니다.

제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강생/음성변조 : "교육이라는 게 다 그래요.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수강생/음성변조 :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냥 뭐 쓸 데 없는 소리 하고 있으니까 환장하죠."]

점심 때 술을 마신 뒤 오후 수업을 듣는다는 목격담도 있습니다.

전에도 수업을 들었다는 수강생은 또 음주운전을 하다 걸렸습니다.

["똑같아요 그냥 뭐 사고 나는 거 보여주고. 음주운전 하지 말라고 하고. (효과가 있을까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거 안 하면 면허를 다시… 정지가 안 풀리니까."]

음주 운전자의 44%는 적발 경력이 있는 재범자입니다.

술을 마신 채로 운전대를 잡는 게 습관인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예방책이 함께 병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 "(음주운전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만 될 것이고요. 시동조차 켜지 못하게 기계적으로. 기술적으로 운전할 수 없도록 막는 것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2800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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