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4시간 돌봐야”…발달장애인 가정의 ‘고통’

입력 2018.11.30 (08:31) 수정 2018.11.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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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회사에 다니거나 집안일하기도 쉽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인데요.

낮 동안만이라도 부모를 대신해 돌봐줄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거리로 나서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7일, 발달장애인 부모 십여 명이 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맡길 곳이 없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도 보입니다.

[발달장애인 부모 :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지난 9월 정부가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생애에 걸친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돌봄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윤종술/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 "(지금 예산으로는) 이용자의 1%밖에 지원이 안 되는 거죠. 전체 15만 명 발달 장애인 중에서요. 그것도 하루에 네 시간만. 나머지 절대다수는 결국 가족과 함께 24시간 살아야 되는 거예요."]

과연 어떤 실정일까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한 가정입니다. 낮 12시가 넘었는데 아들 우혁이는 아직 자고 있는데요.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아이가 새벽 4시에 잠이 들었어요. 낮에 활동을 많이 안 하잖아요. 피곤한 게 없잖아요."]

아들을 재우고 다른 가족들까지 챙기다 보니 김 씨의 하루 수면 시간은 4시간 정도.

빨래는 주말에 몰아서 하고, 청소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인 약속이나 모임... 당연히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나갈 수는 없죠. 안에서만.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소통도 하고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우혁이가 일어나면 대충 옷을 챙겨 입히고 밖으로 나가는데요.

식당에서 밥 먹기를 좋아하는 아들... 점심 식사는, 평소에 자주 들르는 단골 식당에서 해결하는데요, 단, 손님들이 거의 없는 2시를 넘어서 간다고 합니다.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막 소리 지르고 그래서 밥 먹다가 나온 적이 있어요. 근데 여긴 소리 질러도 그냥 뭐 서로 이해해주고 할머니가 되게 잘해주시고 하시니까 여기가 좀 편하고 맛있고…."]

마땅히 낮에 할 일이 없는 엄마와 우혁이가 근처의 카페로 향합니다.

발달장애인 부모가 일하는 카페인데요. 그나마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공간이랍니다.

[박은영/발달장애인 부모 : "저희 딸도 발달장애인이에요. 상황이 같다 보니까 만나서 고민도 얘기하게 되고…."]

오늘은 그나마 수영 수업이 2시간 있는 날, 이 순간이 겨우 찾아온 엄마의 휴식 시간인데요.

우혁이가 올해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은 뒤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동생 탓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지도 오래 전이라는데요. 언젠가 아들은 아들 대로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엄마는 엄마대로 자유시간을 가져볼 날을 꿈꿔봅니다.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아이도 고통이죠. 엄마하고만 있어야 되니까. 낮 동안 아이가 취미 생활하면 즐거울 거 아니에요. (그동안에) 우리 딸하고 나하고 편하게 미용실도 가고 진짜 보통의 모녀처럼 딸이랑 같이 미용실도 한번 가보고, 목욕탕도 한번 가보고…."]

지체 장애 1급인 아들을 키우는 박성미 씨 역시 내년이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입니다.

[박성미/발달장애인 부모 : "오후 3시에 하교하면 활동 보조인 할아버지가 돌보다 저녁 6시에 집에 오거든요. 졸업하게 되면 이 아이를 장시간을 봐줄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거죠."]

운영하던 학원도 그만두고 아이를 위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시장에서 작은 이불 가게를 하고 있는데요.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어 뒤늦게 자궁암을 발견할 정도로 그동안 모든 관심은 아이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삶은 제쳐둔 채 혼자만의 시간 갖기도 쉽지 않고요, 이런 자녀를 24시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쳤다고 합니다.

[박성미/발달장애인 부모 : "죽고 싶은 날이 한 달에 한 번은 반복돼요. 이 가정을 위해서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가서 누릴 수 있는 학교 외 기관이 생겨야 된다는 거죠."]

지난 15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홀로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5시 반에 교대하고 조금 앉아있으니까 어떤 아줌마가 지나가면서 사람 떨어졌다고 해서 놀랐죠. 그날 하루는 제가 근무를 못 했어요."]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다 우울증이 심해졌던 A 씨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겼는데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올봄에 언젠가 얼굴이 엄청나게 안 좋았어요. 내가 '어디가 아파요?' 그랬더니 '딱 죽었으면 좋겠는데 못 죽는다.'고 하면서 눈물을 글썽글썽했어요."]

아이를 키우던 남편이 암에 걸리면서, A 씨는 다시 아들을 맡게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김남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 지부장 : "이 친구가 도전적인 면이 좀 있었고 저녁 6시부터 그다음날 오전 8시에 학교에 갈 때까지 거의 12시간이 넘잖아요. 그 시간대가 어머님이 굉장히 두려우셨던 것 같아요."]

단기보호센터나, 주간 보호센터 등에 아이를 잠시 맡기려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김남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 지부장 : "본인이 몸이 좀 나을 때까지만 분리를 시켜달라고 했는데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관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돌봄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윤종술/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 "사실 이런 사고는 매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에 대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거죠. 최소한 5000명이라도 하루에 8시간씩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해서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소원 다들 아시죠?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는데요,

필요한 곳도 많고, 쓸 곳도 많은 나라 살림이지만, 국회가 지혜를 모아보기를 부모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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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24시간 돌봐야”…발달장애인 가정의 ‘고통’
    • 입력 2018-11-30 08:34:47
    • 수정2018-11-30 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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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회사에 다니거나 집안일하기도 쉽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인데요.

낮 동안만이라도 부모를 대신해 돌봐줄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거리로 나서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7일, 발달장애인 부모 십여 명이 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맡길 곳이 없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도 보입니다.

[발달장애인 부모 :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지난 9월 정부가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생애에 걸친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돌봄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윤종술/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 "(지금 예산으로는) 이용자의 1%밖에 지원이 안 되는 거죠. 전체 15만 명 발달 장애인 중에서요. 그것도 하루에 네 시간만. 나머지 절대다수는 결국 가족과 함께 24시간 살아야 되는 거예요."]

과연 어떤 실정일까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한 가정입니다. 낮 12시가 넘었는데 아들 우혁이는 아직 자고 있는데요.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아이가 새벽 4시에 잠이 들었어요. 낮에 활동을 많이 안 하잖아요. 피곤한 게 없잖아요."]

아들을 재우고 다른 가족들까지 챙기다 보니 김 씨의 하루 수면 시간은 4시간 정도.

빨래는 주말에 몰아서 하고, 청소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인 약속이나 모임... 당연히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나갈 수는 없죠. 안에서만.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소통도 하고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우혁이가 일어나면 대충 옷을 챙겨 입히고 밖으로 나가는데요.

식당에서 밥 먹기를 좋아하는 아들... 점심 식사는, 평소에 자주 들르는 단골 식당에서 해결하는데요, 단, 손님들이 거의 없는 2시를 넘어서 간다고 합니다.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막 소리 지르고 그래서 밥 먹다가 나온 적이 있어요. 근데 여긴 소리 질러도 그냥 뭐 서로 이해해주고 할머니가 되게 잘해주시고 하시니까 여기가 좀 편하고 맛있고…."]

마땅히 낮에 할 일이 없는 엄마와 우혁이가 근처의 카페로 향합니다.

발달장애인 부모가 일하는 카페인데요. 그나마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공간이랍니다.

[박은영/발달장애인 부모 : "저희 딸도 발달장애인이에요. 상황이 같다 보니까 만나서 고민도 얘기하게 되고…."]

오늘은 그나마 수영 수업이 2시간 있는 날, 이 순간이 겨우 찾아온 엄마의 휴식 시간인데요.

우혁이가 올해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은 뒤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동생 탓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지도 오래 전이라는데요. 언젠가 아들은 아들 대로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엄마는 엄마대로 자유시간을 가져볼 날을 꿈꿔봅니다.

[김희진/발달장애인 부모 : "아이도 고통이죠. 엄마하고만 있어야 되니까. 낮 동안 아이가 취미 생활하면 즐거울 거 아니에요. (그동안에) 우리 딸하고 나하고 편하게 미용실도 가고 진짜 보통의 모녀처럼 딸이랑 같이 미용실도 한번 가보고, 목욕탕도 한번 가보고…."]

지체 장애 1급인 아들을 키우는 박성미 씨 역시 내년이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입니다.

[박성미/발달장애인 부모 : "오후 3시에 하교하면 활동 보조인 할아버지가 돌보다 저녁 6시에 집에 오거든요. 졸업하게 되면 이 아이를 장시간을 봐줄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거죠."]

운영하던 학원도 그만두고 아이를 위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시장에서 작은 이불 가게를 하고 있는데요.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어 뒤늦게 자궁암을 발견할 정도로 그동안 모든 관심은 아이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삶은 제쳐둔 채 혼자만의 시간 갖기도 쉽지 않고요, 이런 자녀를 24시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쳤다고 합니다.

[박성미/발달장애인 부모 : "죽고 싶은 날이 한 달에 한 번은 반복돼요. 이 가정을 위해서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가서 누릴 수 있는 학교 외 기관이 생겨야 된다는 거죠."]

지난 15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홀로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5시 반에 교대하고 조금 앉아있으니까 어떤 아줌마가 지나가면서 사람 떨어졌다고 해서 놀랐죠. 그날 하루는 제가 근무를 못 했어요."]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다 우울증이 심해졌던 A 씨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겼는데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올봄에 언젠가 얼굴이 엄청나게 안 좋았어요. 내가 '어디가 아파요?' 그랬더니 '딱 죽었으면 좋겠는데 못 죽는다.'고 하면서 눈물을 글썽글썽했어요."]

아이를 키우던 남편이 암에 걸리면서, A 씨는 다시 아들을 맡게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김남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 지부장 : "이 친구가 도전적인 면이 좀 있었고 저녁 6시부터 그다음날 오전 8시에 학교에 갈 때까지 거의 12시간이 넘잖아요. 그 시간대가 어머님이 굉장히 두려우셨던 것 같아요."]

단기보호센터나, 주간 보호센터 등에 아이를 잠시 맡기려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김남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 지부장 : "본인이 몸이 좀 나을 때까지만 분리를 시켜달라고 했는데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관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돌봄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윤종술/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 "사실 이런 사고는 매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에 대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거죠. 최소한 5000명이라도 하루에 8시간씩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해서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소원 다들 아시죠?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는데요,

필요한 곳도 많고, 쓸 곳도 많은 나라 살림이지만, 국회가 지혜를 모아보기를 부모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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