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가다②] 아라온호 본격 먹방, 먹고 또 먹자!

입력 2018.12.03 (19:02) 수정 2018.12.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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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 구역’을 항해 중인 아라온호


[남극에 가다]

KBS 사회부 기획팀 막내 기자가 남극 취재기를 연재합니다. KBS 신년기획으로 추진되는 남극 취재는 8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 여정입니다. 아라온호에 탑승해 남극까지 가는 여정과 극지에서의 삶, 뉴스 리포트 속에는 담지 못하는 취재기를 디지털로 연재합니다. 앞으로 아라온호 탑승부터 남극 장보고기지 월동대원들과 함께 하는 생활, 그리고 남극의 자연환경에 대한 감상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남극 여정에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라온호를 타고 항해 중인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2화. 아라온호 본격 먹방, 먹고 또 먹자!

맛있고도 배부른, 아라온호의 식사

솔직히 이렇게까지 기대하진 않았다. 예전에 남극을 다녀간 선배들이 "먹을 건 걱정 안 해도 돼"라고 하셨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학 입학 후 줄곧 자취생활을 이어오던 내겐 단비 같은 식사다. 어떤 날은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고, LA갈비가 나온 날도 있었다.

불판에 삼겹살, 그리고 쌈장과 소금장불판에 삼겹살, 그리고 쌈장과 소금장

잔치국수 하나가 나와도 고명이 잔뜩 얹어져 있고, 맛 또한 일품이다. 같이 온 촬영기자 선배들과 “11시 반까지 식당으로” “스테이크. 빨리 움직여야..”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밥 시간에 늦지 않게 달려나갈 채비를 한다.

서둘러 움직이는 이유, 스테이크서둘러 움직이는 이유, 스테이크

식당 한쪽 벽에는 과자들이 즐비하게 쌓여있다. 밥을 먹고도 입이 심심하면 하나씩 꺼내 먹는다.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도 가득해 식당을 오가며 하나씩 먹는다. 후식으로는 멜론, 자두 등 맛있는 과일들이 나온다.

쌓여있는 과자와 마실 거리쌓여있는 과자와 마실 거리

아라온호 식사, 어떻게 만들어지나

아라온호는 일주일 치의 식단이 미리 짜여 있고, 5명의 조리 담당 선원들이 승객의 식사를 마련한다. 아라온호는 선주인 극지연구소가 다른 배보다 부식비를 비교적 높게 책정해 알찬 식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식사는 아침 6시 반, 점심 11시 반, 저녁 5시 반 세 번이다.

서세원 임시조리원(35)은 “아침 식사부터 준비하려면 보통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난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계속 일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라고 말했다.

음식재료는 보통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조달한다. 장이나 젓갈류 등은 한국에서 공수하고, 상하기 쉬운 채소류 등은 뉴질랜드에서 구한다. 한 끼에 보통 반찬 다섯 가지, 채소는 풍부하게 섭취한다.

조리 담당 선원들은 대부분 경력자다. 현재 휴가 중인 조리장을 대신해 조리장 대행을 맡고 있는 문진득 조리수는 아라온호를 타기 전 일식 경력 7년, 양식 경력 2년의 베테랑 요리사이다. 다른 조리수들도 한식 쪽으로 10년 이상 조리 경험이 있다.

문진득 조리장대행(49)은 “보통 선원들과 승객들이 잘 먹고,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려고 노력한다”며 “모두가 잘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다.”라고 말한다.

아라온호 식사는 영양소 비축용

아라온호의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남극이라는 극지에 가기 전 충분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장보고 기지에도 따로 식사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많은 연구원이 기지에 도착한 이후, 연구를 위해 연구 장소에서 캠프생활을 하게 된다. 캠프 생활은 극한의 추위인 남극에서 텐트를 치거나, 컨테이너를 마련해 그 안에서 진을 치고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돌입하는 것을 말한다. 캠프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충분히 잘 먹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라면의 유혹, 그런데

삼시세끼가 잘 나오는 아라온호에서도 라면의 유혹은 참을 수 없다. 아라온호에는 직접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 버너와 냄비, 라면이 마련되어있다. 밤이 되면 선원들과 승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배에 탄 지 한 3~4일쯤 됐을까. 나도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저녁을 많이 먹어 배부르다는 촬영기자 선배를 꾀어, 밤 11시에 식당에서 너00 한 마리를 먹었다. (사실 선배는 과자만 드시고 나만 먹었다.) 아라온호에서 먹는 라면은 꿀맛 그 자체다.

너00 한 마리 잡았는데...너00 한 마리 잡았는데...

하지만 문제는 그날 밤 시작됐다. 그날따라 파도가 심하게 몰아쳤고, 배의 흔들림이 심해졌다.
사실 아라온호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 배의 흔들림이 심해 모든 것이 고정되어있다.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멀미약도 항시 갖춰져 있다. 그때까지 심한 멀미를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파도에 라면이 올라올 것만 같은 메스꺼운 기분을 밤새 느껴야 했다. 멀미약 두 통을 혼자 입에 다 털어 넣고서야 간신히 쪽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라면은 또 자꾸만 ...)

잘 차려진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맛난 라면까지 끓여 먹는 아라온호 생활이 이제 익숙해져 간다. 다음 편은 아라온호 선원들과 탑승객의 이야기다. 3화를 마칠 때 쯤 남극에 도착할 것 같다.

#남극 #아라온호 #취재기 #80일_간_남극_여정

[연관 기사] [남극에 가다①] “남극에 가라고요?” 사회부 기자의 어쩌다 남극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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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극에 가다②] 아라온호 본격 먹방, 먹고 또 먹자!
    • 입력 2018-12-03 19:02:21
    • 수정2018-12-04 10:20:10
    취재K
▲ ‘아이스 구역’을 항해 중인 아라온호


[남극에 가다]

KBS 사회부 기획팀 막내 기자가 남극 취재기를 연재합니다. KBS 신년기획으로 추진되는 남극 취재는 8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 여정입니다. 아라온호에 탑승해 남극까지 가는 여정과 극지에서의 삶, 뉴스 리포트 속에는 담지 못하는 취재기를 디지털로 연재합니다. 앞으로 아라온호 탑승부터 남극 장보고기지 월동대원들과 함께 하는 생활, 그리고 남극의 자연환경에 대한 감상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남극 여정에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라온호를 타고 항해 중인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2화. 아라온호 본격 먹방, 먹고 또 먹자!

맛있고도 배부른, 아라온호의 식사

솔직히 이렇게까지 기대하진 않았다. 예전에 남극을 다녀간 선배들이 "먹을 건 걱정 안 해도 돼"라고 하셨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학 입학 후 줄곧 자취생활을 이어오던 내겐 단비 같은 식사다. 어떤 날은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고, LA갈비가 나온 날도 있었다.

불판에 삼겹살, 그리고 쌈장과 소금장
잔치국수 하나가 나와도 고명이 잔뜩 얹어져 있고, 맛 또한 일품이다. 같이 온 촬영기자 선배들과 “11시 반까지 식당으로” “스테이크. 빨리 움직여야..”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밥 시간에 늦지 않게 달려나갈 채비를 한다.

서둘러 움직이는 이유, 스테이크
식당 한쪽 벽에는 과자들이 즐비하게 쌓여있다. 밥을 먹고도 입이 심심하면 하나씩 꺼내 먹는다.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도 가득해 식당을 오가며 하나씩 먹는다. 후식으로는 멜론, 자두 등 맛있는 과일들이 나온다.

쌓여있는 과자와 마실 거리
아라온호 식사, 어떻게 만들어지나

아라온호는 일주일 치의 식단이 미리 짜여 있고, 5명의 조리 담당 선원들이 승객의 식사를 마련한다. 아라온호는 선주인 극지연구소가 다른 배보다 부식비를 비교적 높게 책정해 알찬 식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식사는 아침 6시 반, 점심 11시 반, 저녁 5시 반 세 번이다.

서세원 임시조리원(35)은 “아침 식사부터 준비하려면 보통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난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계속 일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라고 말했다.

음식재료는 보통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조달한다. 장이나 젓갈류 등은 한국에서 공수하고, 상하기 쉬운 채소류 등은 뉴질랜드에서 구한다. 한 끼에 보통 반찬 다섯 가지, 채소는 풍부하게 섭취한다.

조리 담당 선원들은 대부분 경력자다. 현재 휴가 중인 조리장을 대신해 조리장 대행을 맡고 있는 문진득 조리수는 아라온호를 타기 전 일식 경력 7년, 양식 경력 2년의 베테랑 요리사이다. 다른 조리수들도 한식 쪽으로 10년 이상 조리 경험이 있다.

문진득 조리장대행(49)은 “보통 선원들과 승객들이 잘 먹고,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려고 노력한다”며 “모두가 잘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다.”라고 말한다.

아라온호 식사는 영양소 비축용

아라온호의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남극이라는 극지에 가기 전 충분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장보고 기지에도 따로 식사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많은 연구원이 기지에 도착한 이후, 연구를 위해 연구 장소에서 캠프생활을 하게 된다. 캠프 생활은 극한의 추위인 남극에서 텐트를 치거나, 컨테이너를 마련해 그 안에서 진을 치고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돌입하는 것을 말한다. 캠프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충분히 잘 먹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라면의 유혹, 그런데

삼시세끼가 잘 나오는 아라온호에서도 라면의 유혹은 참을 수 없다. 아라온호에는 직접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 버너와 냄비, 라면이 마련되어있다. 밤이 되면 선원들과 승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배에 탄 지 한 3~4일쯤 됐을까. 나도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저녁을 많이 먹어 배부르다는 촬영기자 선배를 꾀어, 밤 11시에 식당에서 너00 한 마리를 먹었다. (사실 선배는 과자만 드시고 나만 먹었다.) 아라온호에서 먹는 라면은 꿀맛 그 자체다.

너00 한 마리 잡았는데...
하지만 문제는 그날 밤 시작됐다. 그날따라 파도가 심하게 몰아쳤고, 배의 흔들림이 심해졌다.
사실 아라온호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 배의 흔들림이 심해 모든 것이 고정되어있다.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멀미약도 항시 갖춰져 있다. 그때까지 심한 멀미를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파도에 라면이 올라올 것만 같은 메스꺼운 기분을 밤새 느껴야 했다. 멀미약 두 통을 혼자 입에 다 털어 넣고서야 간신히 쪽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라면은 또 자꾸만 ...)

잘 차려진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맛난 라면까지 끓여 먹는 아라온호 생활이 이제 익숙해져 간다. 다음 편은 아라온호 선원들과 탑승객의 이야기다. 3화를 마칠 때 쯤 남극에 도착할 것 같다.

#남극 #아라온호 #취재기 #80일_간_남극_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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