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위기의 마크롱’

입력 2018.12.05 (20:38) 수정 2018.12.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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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입니다.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요즘, 파리에 놀라간 분들이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 상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키워드는 '위기의 마크롱'인데요,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가 3주 만에 폭동 수준으로 격렬해졌습니다.

지난 주말 시위엔 프랑스 전역에서 7만 5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문제는 파리였습니다.

샹젤리제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에 복면을 쓴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쇠파이프에 도끼까지 든 사람도 있었고요, 돌을 던지고 차에 불을 지르고 심지어 부서진 상점에 들어가 약탈도 했다고 합니다.

화염병도 등장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 물대포를 쏘면서 대응을 했고요,

결국 파리 시내가 전쟁터처럼 돼버렸습니다.

3일 동안 시위가 지속되면서 최루탄에 맞은 80대 여성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도 속출했고요,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상징물이죠, 한쪽 얼굴이 떨어져 나간 개선문의 마리안이 사태의 단면을 상징하듯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68혁명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주 심각하군요! 이 정도라면 유류세 인상 외에도 뭔가 다른 요인들까지 더해져서 민심이 폭발한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우선, 기름값이 오르자 SNS를 통해 청원 운동이 시작됐고요,

초반엔 기름값이 비싸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만인 대도시보다 지방의 여론이 더 안좋았습니다.

그러다 2주 차부터 '파리로 모이자'는 구호가 나왔고요,

그러면서 조직화되고 규모도 커졌는데, 입시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고등학생, 연금혜택이 줄어든 은퇴자들까지, 정부에 불만이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가세하게 된 겁니다.

결국, 반정부 시위로 양상이 바뀌었고요,

그러자 야권 지도자들까지 나와서 마크롱 때리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대 성격 자체가 변했다고 내심 판단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좌우 양쪽의 극단주의 세력, 또, 무정부주의자들이 끼어들어서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시위 상황을 보니까 우리가 알던 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인데요,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시위대를 자극하는 세력이 분명 존재한다고 해도 마크롱 대통령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다수 시위자들이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1977년생, 만 39살.

프랑스 정가를 장악해온 좌파 사회당과 우파 공화당, 이 거대 양당의 후보들을 제치고 정당 기반도 없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된 건, 이념 싸움 같은 거 그만하고 개혁을 완수해서 경제 좀 살려보라는 국민의 염원이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노동 개혁이 대표적인 공약이었죠.

취임 이후 철도 노조의 거센 반발을 뚫고 국영철도 개혁을 밀어붙였고요,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법도 개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자와 기업에 대한 규제, 조세 부담을 좀 풀어줘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철학 역시 정책으로 밀어붙이면서 서민들의 반감을 불렀다는 겁니다.

부자 감세, 그래 하려면 해라 그런데 왜 서민 세금은 늘리느냐 바로 그 얘깁니다.

유류값도 마찬가지에요.

차 기름값 올린다고 부자들 신경 안씁니다.

가난할수록 체감할 수밖에 없거든요 정부가 유류세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운 친환경 정책이 마음에 와닿았겠습니까.

상대적 박탈감과 생계난, 바로 그 지점에서 민심이 폭발한 거라는 분석입니다.

[장 마리 카뮈/시위 참가자 :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류세 인상은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바닥 민심이 그렇다면 정책에 변화를 좀 줘야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과격 시위가 벌어진 직후 마크롱 대통령도 현장을 둘러봤다고 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을 거고요,

그래서 일단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동안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지난주 입장에서 후퇴한 겁니다.

각종 개혁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서 나폴레옹 같은 별명을 얻은 마크롱이 처음으로 정책을 포기한 겁니다.

노란조끼를 지지한다는 여론이 지금도 72%로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과격 시위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던 걸로 보입니다.

강경파의 입김이 센 시위대와의 협상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이 '쓴약'이다,

약효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만,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민들에게는 당장 오늘의 내 지갑 사정이 가장 큰 관심사고 걱정거립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1년 6개월 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망국의 병이라는 고비용 저효율의 '프랑스 병'을 고칠 수 있을지,

노란조끼 시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윱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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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위기의 마크롱’
    • 입력 2018-12-05 20:38:57
    • 수정2018-12-05 20:56:37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입니다.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요즘, 파리에 놀라간 분들이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 상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키워드는 '위기의 마크롱'인데요,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가 3주 만에 폭동 수준으로 격렬해졌습니다.

지난 주말 시위엔 프랑스 전역에서 7만 5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문제는 파리였습니다.

샹젤리제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에 복면을 쓴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쇠파이프에 도끼까지 든 사람도 있었고요, 돌을 던지고 차에 불을 지르고 심지어 부서진 상점에 들어가 약탈도 했다고 합니다.

화염병도 등장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 물대포를 쏘면서 대응을 했고요,

결국 파리 시내가 전쟁터처럼 돼버렸습니다.

3일 동안 시위가 지속되면서 최루탄에 맞은 80대 여성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도 속출했고요,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상징물이죠, 한쪽 얼굴이 떨어져 나간 개선문의 마리안이 사태의 단면을 상징하듯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68혁명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주 심각하군요! 이 정도라면 유류세 인상 외에도 뭔가 다른 요인들까지 더해져서 민심이 폭발한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우선, 기름값이 오르자 SNS를 통해 청원 운동이 시작됐고요,

초반엔 기름값이 비싸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만인 대도시보다 지방의 여론이 더 안좋았습니다.

그러다 2주 차부터 '파리로 모이자'는 구호가 나왔고요,

그러면서 조직화되고 규모도 커졌는데, 입시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고등학생, 연금혜택이 줄어든 은퇴자들까지, 정부에 불만이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가세하게 된 겁니다.

결국, 반정부 시위로 양상이 바뀌었고요,

그러자 야권 지도자들까지 나와서 마크롱 때리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대 성격 자체가 변했다고 내심 판단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좌우 양쪽의 극단주의 세력, 또, 무정부주의자들이 끼어들어서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시위 상황을 보니까 우리가 알던 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인데요,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시위대를 자극하는 세력이 분명 존재한다고 해도 마크롱 대통령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다수 시위자들이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1977년생, 만 39살.

프랑스 정가를 장악해온 좌파 사회당과 우파 공화당, 이 거대 양당의 후보들을 제치고 정당 기반도 없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된 건, 이념 싸움 같은 거 그만하고 개혁을 완수해서 경제 좀 살려보라는 국민의 염원이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노동 개혁이 대표적인 공약이었죠.

취임 이후 철도 노조의 거센 반발을 뚫고 국영철도 개혁을 밀어붙였고요,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법도 개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자와 기업에 대한 규제, 조세 부담을 좀 풀어줘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철학 역시 정책으로 밀어붙이면서 서민들의 반감을 불렀다는 겁니다.

부자 감세, 그래 하려면 해라 그런데 왜 서민 세금은 늘리느냐 바로 그 얘깁니다.

유류값도 마찬가지에요.

차 기름값 올린다고 부자들 신경 안씁니다.

가난할수록 체감할 수밖에 없거든요 정부가 유류세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운 친환경 정책이 마음에 와닿았겠습니까.

상대적 박탈감과 생계난, 바로 그 지점에서 민심이 폭발한 거라는 분석입니다.

[장 마리 카뮈/시위 참가자 :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류세 인상은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바닥 민심이 그렇다면 정책에 변화를 좀 줘야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과격 시위가 벌어진 직후 마크롱 대통령도 현장을 둘러봤다고 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을 거고요,

그래서 일단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동안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지난주 입장에서 후퇴한 겁니다.

각종 개혁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서 나폴레옹 같은 별명을 얻은 마크롱이 처음으로 정책을 포기한 겁니다.

노란조끼를 지지한다는 여론이 지금도 72%로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과격 시위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던 걸로 보입니다.

강경파의 입김이 센 시위대와의 협상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이 '쓴약'이다,

약효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만,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민들에게는 당장 오늘의 내 지갑 사정이 가장 큰 관심사고 걱정거립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1년 6개월 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망국의 병이라는 고비용 저효율의 '프랑스 병'을 고칠 수 있을지,

노란조끼 시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윱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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