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연탄값↑ 기부는↓…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

입력 2018.12.10 (08:33) 수정 2018.12.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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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주말, 정말 제대로 추웠죠?

올해 최강의 한파에 집집마다 보일러 온도 높이고 집밖으로 나오시는 분들도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이웃들이 있습니다.

보일러는 엄두도 못내고요,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입니다.

특히, 올해는 연탄값 인상에다, 기부도 확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검은 비닐과 천막으로 덮은 비닐하우스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경기도 과천의 한 마을.

20년 넘게 이곳에 살고 있는 배모 할머니.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에 집안에서도 이불로 꽁꽁 싸매고 앉아있습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아침부터 춥지. 아침엔 더 춥지. 해가 지면 더 춥고……."]

얇은 합판으로 막아놓은 틈새로 온종일 바람이 들어와 방안은 사실상 바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침에 받아놓은 물도 어느새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아침에 쌀 씻은 물이 이렇게 얼었어. 이봐. 녹지도 않아."]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비닐하우스촌. 모터를 이용해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쓸모가 없습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추우면 또 얼고 못 써.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해.더운물도 안 나오고 평생 더운물을 못 써봤어요."]

연탄 가는 것도 힘에 부쳐 연탄난로 켜는 것은 포기하고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납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내가 허리가 구부러져서 연탄 내리고 올리지도 못하겠고 아무것도 못 해. 외풍이 심해서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아침부터 드러누워 있는 거야."]

이곳 비닐하우스 촌엔 3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 찾아온 최강 한파에 이번 겨울나기도 쉽지 않겠구나 걱정부터 앞선다고 합니다.

[박의주/경기도 과천시 : "비닐하우스 안이 패널로 되어있어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그래요. 겨울엔 연탄을 그나마 안 때면 많이 춥죠."]

만약 눈이라도 오게 되면 불안감이 더 커진다고 하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위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데다 녹지 않고 얼음이 되면 주저앉죠. 쇠도 파이프가 튼튼한 건 아니거든요. 항상 걱정되죠. 언제 동파가 올지, 언제 천재지변이 올지 모르니까."]

걱정은 또 있습니다. 바로 화재 위험입니다.

가연성 소재로 된 비닐하우스 안에서 연탄을 때우다 보니 화재가 발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작년만 해도 4건이 났어요. 크게. 그래서 가옥을 한 10가구 이상 태웠는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피해가 많았죠."]

[박의주/경기도 과천시 : "위험하긴 위험하죠. 난로 통로가 비닐이고 바로 밖하고 연결이 되니까……."]

이번에는 서울 노원구의 이른바 '백사마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주말. 이곳 역시 수도가 얼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너무 추워 수도가 얼어서 지금 따뜻한 물로 녹여서 조금 떨어지게 해놨어요."]

얇은 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낮에도 커튼을 치고 어둡게 지내는 집도 있습니다.

[김선순/서울시 노원구 : "외풍 때문에. 그냥 있으면 더 추운 것 같아서 이거라도 막아놓으면 좀 마음이라도 따뜻한 것 같아서……."]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이 마을 500여 가구 역시 연탄만이 유일한 난방 수단.

방안에 연탄을 이렇게 둬야 하지만, 연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입니다.

[현영자/서울시 노원구 : "연탄 떨어지면 잠이 안 와요. 아주 불안해요."]

높은 고지대인 탓에 겨울 시작 전인 9,10월부터 연탄 때기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한파가 닥쳐도 맘껏 때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연탄 쿠폰과 기부가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영자/서울시 노원구 : “모자라요. 하루 이렇게 벌써 4장을 갈았잖아요. 그러니까 한 달이면 얼마야…….”]

그래도 이맘때쯤 찾아오는 연탄봉사 기부가 큰 도움이 됩니다.

연탄 봉사로 주민들의 연탄 창고가 이렇게 채워졌는데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도 너무 줄었다고 합니다.

[허기복/연탄은행 대표 : "전년 대비 40% 정도 감소가 됐어요. 한 달에 150장 정도 사용하시는데 때로는 120장, 100장 이렇게 드려서 조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방침에 따라 연탄 값이 지난달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된데다, 불경기로 인해 기부는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구당 겨울을 나려면 1000여 개의 연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다 채워진 가구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금순/서울시 노원구 : "올랐다고 TV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걱정이죠. 후원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니까 우리가 걱정이 많죠."]

정부가 저소득층에 제공하는 연탄쿠폰의 액수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부양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혜택을 못 보는 빈곤층도 많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혼자 사는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계층인데 우린 둘이 살잖아요. 둘이 사니까 해당이 안 되는가 보다 하는 거죠."]

연탄 쿠폰의 지급 시기가 늦은 것도 주민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허기복/연탄은행 대표 : "12월에 연탄 쿠폰제가 실시되다 보니까 연탄을 제때 받기도 어렵고요. 이렇게 고지대 같은 경우에 연탄 배달하는 분들이 배달이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이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올겨울 최대 적설량을 기록한 서울의 첫눈에다, 기습 한파도 여러 차례 있을 것이란 예보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우리 이웃들의 연탄은 이 한파를 얼마나 버텨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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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연탄값↑ 기부는↓…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
    • 입력 2018-12-10 08:39:25
    • 수정2018-12-10 0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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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주말, 정말 제대로 추웠죠?

올해 최강의 한파에 집집마다 보일러 온도 높이고 집밖으로 나오시는 분들도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이웃들이 있습니다.

보일러는 엄두도 못내고요,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입니다.

특히, 올해는 연탄값 인상에다, 기부도 확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검은 비닐과 천막으로 덮은 비닐하우스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경기도 과천의 한 마을.

20년 넘게 이곳에 살고 있는 배모 할머니.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에 집안에서도 이불로 꽁꽁 싸매고 앉아있습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아침부터 춥지. 아침엔 더 춥지. 해가 지면 더 춥고……."]

얇은 합판으로 막아놓은 틈새로 온종일 바람이 들어와 방안은 사실상 바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침에 받아놓은 물도 어느새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아침에 쌀 씻은 물이 이렇게 얼었어. 이봐. 녹지도 않아."]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비닐하우스촌. 모터를 이용해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쓸모가 없습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추우면 또 얼고 못 써.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해.더운물도 안 나오고 평생 더운물을 못 써봤어요."]

연탄 가는 것도 힘에 부쳐 연탄난로 켜는 것은 포기하고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납니다.

[배OO/경기도 과천시 : "내가 허리가 구부러져서 연탄 내리고 올리지도 못하겠고 아무것도 못 해. 외풍이 심해서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아침부터 드러누워 있는 거야."]

이곳 비닐하우스 촌엔 3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 찾아온 최강 한파에 이번 겨울나기도 쉽지 않겠구나 걱정부터 앞선다고 합니다.

[박의주/경기도 과천시 : "비닐하우스 안이 패널로 되어있어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그래요. 겨울엔 연탄을 그나마 안 때면 많이 춥죠."]

만약 눈이라도 오게 되면 불안감이 더 커진다고 하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위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데다 녹지 않고 얼음이 되면 주저앉죠. 쇠도 파이프가 튼튼한 건 아니거든요. 항상 걱정되죠. 언제 동파가 올지, 언제 천재지변이 올지 모르니까."]

걱정은 또 있습니다. 바로 화재 위험입니다.

가연성 소재로 된 비닐하우스 안에서 연탄을 때우다 보니 화재가 발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작년만 해도 4건이 났어요. 크게. 그래서 가옥을 한 10가구 이상 태웠는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피해가 많았죠."]

[박의주/경기도 과천시 : "위험하긴 위험하죠. 난로 통로가 비닐이고 바로 밖하고 연결이 되니까……."]

이번에는 서울 노원구의 이른바 '백사마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주말. 이곳 역시 수도가 얼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너무 추워 수도가 얼어서 지금 따뜻한 물로 녹여서 조금 떨어지게 해놨어요."]

얇은 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낮에도 커튼을 치고 어둡게 지내는 집도 있습니다.

[김선순/서울시 노원구 : "외풍 때문에. 그냥 있으면 더 추운 것 같아서 이거라도 막아놓으면 좀 마음이라도 따뜻한 것 같아서……."]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이 마을 500여 가구 역시 연탄만이 유일한 난방 수단.

방안에 연탄을 이렇게 둬야 하지만, 연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입니다.

[현영자/서울시 노원구 : "연탄 떨어지면 잠이 안 와요. 아주 불안해요."]

높은 고지대인 탓에 겨울 시작 전인 9,10월부터 연탄 때기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한파가 닥쳐도 맘껏 때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연탄 쿠폰과 기부가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영자/서울시 노원구 : “모자라요. 하루 이렇게 벌써 4장을 갈았잖아요. 그러니까 한 달이면 얼마야…….”]

그래도 이맘때쯤 찾아오는 연탄봉사 기부가 큰 도움이 됩니다.

연탄 봉사로 주민들의 연탄 창고가 이렇게 채워졌는데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도 너무 줄었다고 합니다.

[허기복/연탄은행 대표 : "전년 대비 40% 정도 감소가 됐어요. 한 달에 150장 정도 사용하시는데 때로는 120장, 100장 이렇게 드려서 조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방침에 따라 연탄 값이 지난달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된데다, 불경기로 인해 기부는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구당 겨울을 나려면 1000여 개의 연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다 채워진 가구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금순/서울시 노원구 : "올랐다고 TV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걱정이죠. 후원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니까 우리가 걱정이 많죠."]

정부가 저소득층에 제공하는 연탄쿠폰의 액수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부양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혜택을 못 보는 빈곤층도 많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혼자 사는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계층인데 우린 둘이 살잖아요. 둘이 사니까 해당이 안 되는가 보다 하는 거죠."]

연탄 쿠폰의 지급 시기가 늦은 것도 주민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허기복/연탄은행 대표 : "12월에 연탄 쿠폰제가 실시되다 보니까 연탄을 제때 받기도 어렵고요. 이렇게 고지대 같은 경우에 연탄 배달하는 분들이 배달이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이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올겨울 최대 적설량을 기록한 서울의 첫눈에다, 기습 한파도 여러 차례 있을 것이란 예보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우리 이웃들의 연탄은 이 한파를 얼마나 버텨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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