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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UN “국제이주협약, 뭔지나 알고 반대하십니까?”
입력 2018.12.11 (07:00)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UN “국제이주협약, 뭔지나 알고 반대하십니까?”
최초의 '이주민'을 위한 국제협약

지구상 최초의 이주민(migrants)을 위한 국제협약인 국제이주협약(GCM:Global Compact for Migration)이 오늘 채택된다. 10~11일 이틀 일정으로 모로코 마라케쉬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국제이주협약 채택을 위한 정부 간 회의에서다.

150여개국이 협약에 서명하기로 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지난 2016년 193개국이 참여한 뉴욕선언에서 국제이주협약을 추진하기로 했던 데 비하면, 최종 서명국 숫자가 꽤 줄었다.

벨기에는 이번 협약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으로 연립정부가 붕괴됐고, 결국 참여를 철회하지 않은 독일 연립정부에서도 내홍이 불거졌다. 많은 국가들이 국내의 정치적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막판에 발을 뺐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이태리, 스위스, 호주, 이스라엘, 남미의 칠레도 빠졌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유엔이주협약'을 주도하다시피 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뒤 2017년말 일찌감치 탈퇴를 선언했다. 국가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즉 국가의 이민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150여개국이다. 캐나다와 서유럽국가들,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이주협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깊고 절실하다.

지난 2년 3개월의 구체적인 협약 문안 작성을 비롯해, 수년 동안 국제이주협약을 추진해온 유엔 측은, 이번 이주협약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 협약이 어떤 것인지 알고나 반대하는지 묻는다.

'유엔 국제이주협약', 과연 이 협약은 어떤 협약일까?


지구상의 새로운 난제 '경제 이주자(economic migrant)'

145개국이 가입한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은 1951년 채택됐다. 협약 가입국들은, 국제법상 난민을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되돌려 보내서는 안된다.

거기서의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 있는 공포 때문에 자국국적 밖에 있는 자 및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다. 즉 돌아가면 부당한 이유로 핍박받을 수 있는 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되고, 유엔 협약 가입국들은 그들을 받아들여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이같은 20세기형 '정치사회적' 난민의 정의에 포함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난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고향에서는 도저히 삶을 지탱할 수 없어 고향을 버려야 하는 생계형 난민들, 이른바 '경제 이주자(economic migrant)'다. 내전 등 만성적 폭력, 식량의 절대 부족,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 생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불가피한 이유들로 인한 이주자들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교통과 통신수단의 획기적 발달로, 지구상의 다른 곳에 가면 살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난민들이 무작정 고향을 등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인권은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이주 도중 또는 이주 이후에 더 큰 생명의 위협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 유엔사무총장인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2011년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1951년 유엔난민협약이 보호하는 범위 이외의 이유들로 나라들을 떠납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원칙들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밀려드는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 많은 나라들은, '유엔난민협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이주민'을 위해 만들기를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지구 상 곳곳의 내전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아프리카의 사막화와 태평양 섬의 해안 상승과 같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해는 가중됐고, 정원을 몇 배나 초과한 앙상한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려다 수장 당하는 난민들의 숫자가 늘어갔다.

결국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10년 재임의 마지막 해인 2016년 유엔총회 정상회의의 주제가 '이민과 난민'으로 결정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등의 주도 하에, 새로운 형태의 생계형 난민 등 모든 형태의 국제 이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뉴욕선언'이 19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채택된다.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와 이주민에 대한 기본적 보호"를 규정한 국제협약의 추진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193개국이나 참여하게 만든, 이 협약의 기본 요건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한 국제 이주자들을 보호'하자는 공감대에 있지 않았다. 193개국이나 참여하게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협약을 1951년의 유엔난민협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즉 '의무'가 아닌 '상징적 권고' 성격으로 만들자는 합의에 있었다.


막을 수 없다면 함께 감당하자!

지난 여름 한국에서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킨 '예멘 난민'들은, 유엔난민협약 상의 난민들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유엔난민협약 상의 '난민'은 박해의 대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박해'의 위험이 입증되지 않으면 난민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과연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국의 정부와 사법부에서 한다.

한국의 경우 '박해'의 위험을 대단히 엄격하게 해석한다.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의 난민 인정률을 기록하는 이유다. 한국은 정부의 1차 심사에서 '난민' 자격을 거의 주지 않아,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몇 년에 걸치는 법원 소송을 거쳐야 했다. 한국은 또, 박해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북미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가정 폭력, 성소수자, 소수 종교 등 정치적 망명 이외의 박해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엄격한 의미의 '난민' 이외의 난민은 어떤가, 그들도 역시 인권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사막화로 더이상 농업을 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이들은 어떠한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100만명의 로힝야족은? 한국에 3년 또는 5년 계약으로 들어와 3D 업종을 전전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떤가? 한국에 시집온 우즈베키스탄의 여성은? 싱가폴에 가정부로 취업한 필리핀 여성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이란인은 어떤가?

그렇다면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의 젊은이는 어떠한가? 한국의 미세먼지를 피해 청정한 뉴질랜드로 일시적 이주를 한 한국의 부모는 어떠한가? 이들의 기본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는가? 이들의 안전한 이주와 정착은 보장되어야 하는가? 이들이 착취와 차별을 당하지 않게 막아야 하는가?

위에서 언급한 모두가, 국제 이주자(international migrant)다. 우리가 그토록 막연히 외쳐온 세계화로 전세계가 연결되는 현재의 지구촌에서는 누구도 잠재적 국제이주자의 가능성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 모든 이주자가, 체류자격에 관계 없이 기본적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 상징적 선언을 하자는 게, 그래서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자는 게, 그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자는 게, 그러나 그게 압박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국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애써 강조하는, 그래서 너무나 절실하지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협약이, 바로 유엔 '국제이주협약' 이다.


효과 있을까? VS 여전히 압박!

유엔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2억5천8백만명이 자기가 태어나지 않은 곳에서 이주자로 살고 있으며 이같은 이주자들은 인구 증가, 연결의 증가, 무역, 불평등의 고조, 인구학적 불균형, 기후 변화 등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한다.

또 이주는 '이주자와 수용 국가, 원래 국가'에 막대한 기회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그 효용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그같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협력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이주자의 원래 국가, 거쳐가는 국가, 최종 도착국가의 개인과 사회가 처할 수 있는 위험과 도전을 명시해 이주를 잘 관리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상치 못한 수의 이민자로 인한 사회 인프라 과부하, 위험한 여행을 하는 이민자들의 죽음 등 통제되지 않은 이주가 낳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필요에 따라 국제이주협정 초안은, 23개의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각국에 지향을 권고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가기] 유엔 이주협정 홈페이지(https://refugeesmigrants.un.org/migration-compact)  

[내려받기]
참고1 : 유엔 국제이주협정 최종안
참고2 : 외교부 요약 자료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니나 홀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난민협약과 동등한 차원에서 '이주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제협약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협약이 그 자체로 큰 진전이라고 설명하면서도, 3가지의 주요 한계를 지적한다.

첫째, 이주자의 권리와 국가주권을 둘다 보장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가 이주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지 않을 때 해결책이 없다. 둘째,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행, 통제, 감시 방안이 없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이 탈퇴했다, 는 것이다.

결국 최초로 이주자의 권리를 명시한 국제협정이지만, 상징적이어서 실제로 뭘 개선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게, 오랫동안 국제이주협정을 염원해온 사람들의 비판이지만, 이번 협정마저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상징적 협정만으로도 개별 국가의 이민정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지만 결국 이 협정에 근거해 국제사회가 개별 국가의 이민협정을 평가할 것이고, 그게 개별 국가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거다. 많은 유엔의 협정이 구속력 없이 시작해, 서서히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루이즈 아보르 (국제이주를 위한 유엔특사)루이즈 아보르 (국제이주를 위한 유엔특사)

'국제이주협정 탈퇴'는 대중영합주의적 선택

독일의 공영국제방송 DW는, 독일이 주도해온 국제이주협정의 최종 서명을 놓고 독일 국내의 반대가 불거진데 대해,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국가들은 이미, 전혀 구속력이 없는 국제이주협정의 23가지 목표들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이번 협정에서 탈퇴한 대표적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는, 오히려 숙련 노동자 부족현상이 심각해 정부가 더 나은 이주조건을 제시하고 국외에서 숙련 노동자를 끌어오려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유럽국가들 상당수가 전혀 반대할 필요가 없는 '국제이주협정'을 반대하고 탈퇴했다는 것이다. 왜일까?

워싱턴포스트는, 무조건적 반난민 정서가 확산되면서, 일부 국가의 정부들이, 사실은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되는 '이민'에 반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고, '국제이주협정 탈퇴'가 그를 위한 대중영합주의적 정치적 행동으로 선택됐다고 진단했다.


'국제 이주'에 대한 냉정한 접근 요구

한국 내에서는 2016년 뉴욕선언에서 참여를 결정한 뒤, 논의가 진행되는 2년여 동안, 이 협약에 거의 관심도 논란도 없었다. 지난 여름 예멘 난민 사태가 없었다면, 국제이주협약 서명을 코 앞에 두고 지난 며칠 간 일어난 몇몇 정치인의 반대 발언이나 지난 주말 소규모 반대집회 정도의 논란 조차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번 국제이주협약 최종안 초안이 지난 7월 발표됐지만, 외교부에서는 영어로 A4용지 34페이지 분량의 협약 최종안 초안의 한글 번역본조차 만들지 않았다. 국내에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 사람이 없었고,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교부의 자체 결정으로 참여를 마무리지으면 된다고 여긴 것이다.

아직 '국제 이주(international migrants)'나 '국제 이주민(international migrants)'이란 문제가 우리에게는 낯설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이주는 더이상 아프리카나 중동의 전쟁국가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3D 업종 등 기피 업종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 같은 핵심 전문직 또 국제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기업에서까지, 국내 인력만을 활용해서는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젊은이들 역시 국내의 일자리만으로는 자신의 진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국제화 시대에 일시적 이주와 귀환의 반복은 자연스러운 일상적 삶의 일부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이주협약'의 필요를 고민해야 할 이유다.

예멘 난민을 무조건 배척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은 외면하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차별하고 필요한 전문직에 대한 문호는 닫아두면서, 외국에 사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 미국의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축소, 글로벌 대학이나 기업의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에만 분노할 명분이 있는 것인지, 그게 모두 별개의 문제인지 아니면 연결된 문제인지, 혈통민족주의적 관점을 벗어난 보다 냉정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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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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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이주민'을 위한 국제협약

지구상 최초의 이주민(migrants)을 위한 국제협약인 국제이주협약(GCM:Global Compact for Migration)이 오늘 채택된다. 10~11일 이틀 일정으로 모로코 마라케쉬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국제이주협약 채택을 위한 정부 간 회의에서다.

150여개국이 협약에 서명하기로 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지난 2016년 193개국이 참여한 뉴욕선언에서 국제이주협약을 추진하기로 했던 데 비하면, 최종 서명국 숫자가 꽤 줄었다.

벨기에는 이번 협약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으로 연립정부가 붕괴됐고, 결국 참여를 철회하지 않은 독일 연립정부에서도 내홍이 불거졌다. 많은 국가들이 국내의 정치적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막판에 발을 뺐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이태리, 스위스, 호주, 이스라엘, 남미의 칠레도 빠졌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유엔이주협약'을 주도하다시피 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뒤 2017년말 일찌감치 탈퇴를 선언했다. 국가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즉 국가의 이민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150여개국이다. 캐나다와 서유럽국가들,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이주협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깊고 절실하다.

지난 2년 3개월의 구체적인 협약 문안 작성을 비롯해, 수년 동안 국제이주협약을 추진해온 유엔 측은, 이번 이주협약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 협약이 어떤 것인지 알고나 반대하는지 묻는다.

'유엔 국제이주협약', 과연 이 협약은 어떤 협약일까?


지구상의 새로운 난제 '경제 이주자(economic migrant)'

145개국이 가입한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은 1951년 채택됐다. 협약 가입국들은, 국제법상 난민을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되돌려 보내서는 안된다.

거기서의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 있는 공포 때문에 자국국적 밖에 있는 자 및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다. 즉 돌아가면 부당한 이유로 핍박받을 수 있는 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되고, 유엔 협약 가입국들은 그들을 받아들여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이같은 20세기형 '정치사회적' 난민의 정의에 포함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난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고향에서는 도저히 삶을 지탱할 수 없어 고향을 버려야 하는 생계형 난민들, 이른바 '경제 이주자(economic migrant)'다. 내전 등 만성적 폭력, 식량의 절대 부족,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 생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불가피한 이유들로 인한 이주자들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교통과 통신수단의 획기적 발달로, 지구상의 다른 곳에 가면 살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난민들이 무작정 고향을 등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인권은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이주 도중 또는 이주 이후에 더 큰 생명의 위협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 유엔사무총장인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2011년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1951년 유엔난민협약이 보호하는 범위 이외의 이유들로 나라들을 떠납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원칙들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밀려드는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 많은 나라들은, '유엔난민협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이주민'을 위해 만들기를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지구 상 곳곳의 내전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아프리카의 사막화와 태평양 섬의 해안 상승과 같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해는 가중됐고, 정원을 몇 배나 초과한 앙상한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려다 수장 당하는 난민들의 숫자가 늘어갔다.

결국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10년 재임의 마지막 해인 2016년 유엔총회 정상회의의 주제가 '이민과 난민'으로 결정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등의 주도 하에, 새로운 형태의 생계형 난민 등 모든 형태의 국제 이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뉴욕선언'이 19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채택된다.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와 이주민에 대한 기본적 보호"를 규정한 국제협약의 추진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193개국이나 참여하게 만든, 이 협약의 기본 요건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한 국제 이주자들을 보호'하자는 공감대에 있지 않았다. 193개국이나 참여하게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협약을 1951년의 유엔난민협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즉 '의무'가 아닌 '상징적 권고' 성격으로 만들자는 합의에 있었다.


막을 수 없다면 함께 감당하자!

지난 여름 한국에서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킨 '예멘 난민'들은, 유엔난민협약 상의 난민들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유엔난민협약 상의 '난민'은 박해의 대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박해'의 위험이 입증되지 않으면 난민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과연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국의 정부와 사법부에서 한다.

한국의 경우 '박해'의 위험을 대단히 엄격하게 해석한다.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의 난민 인정률을 기록하는 이유다. 한국은 정부의 1차 심사에서 '난민' 자격을 거의 주지 않아,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몇 년에 걸치는 법원 소송을 거쳐야 했다. 한국은 또, 박해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북미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가정 폭력, 성소수자, 소수 종교 등 정치적 망명 이외의 박해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엄격한 의미의 '난민' 이외의 난민은 어떤가, 그들도 역시 인권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사막화로 더이상 농업을 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이들은 어떠한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100만명의 로힝야족은? 한국에 3년 또는 5년 계약으로 들어와 3D 업종을 전전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떤가? 한국에 시집온 우즈베키스탄의 여성은? 싱가폴에 가정부로 취업한 필리핀 여성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이란인은 어떤가?

그렇다면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의 젊은이는 어떠한가? 한국의 미세먼지를 피해 청정한 뉴질랜드로 일시적 이주를 한 한국의 부모는 어떠한가? 이들의 기본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는가? 이들의 안전한 이주와 정착은 보장되어야 하는가? 이들이 착취와 차별을 당하지 않게 막아야 하는가?

위에서 언급한 모두가, 국제 이주자(international migrant)다. 우리가 그토록 막연히 외쳐온 세계화로 전세계가 연결되는 현재의 지구촌에서는 누구도 잠재적 국제이주자의 가능성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 모든 이주자가, 체류자격에 관계 없이 기본적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 상징적 선언을 하자는 게, 그래서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자는 게, 그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자는 게, 그러나 그게 압박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국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애써 강조하는, 그래서 너무나 절실하지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협약이, 바로 유엔 '국제이주협약' 이다.


효과 있을까? VS 여전히 압박!

유엔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2억5천8백만명이 자기가 태어나지 않은 곳에서 이주자로 살고 있으며 이같은 이주자들은 인구 증가, 연결의 증가, 무역, 불평등의 고조, 인구학적 불균형, 기후 변화 등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한다.

또 이주는 '이주자와 수용 국가, 원래 국가'에 막대한 기회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그 효용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그같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협력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이주자의 원래 국가, 거쳐가는 국가, 최종 도착국가의 개인과 사회가 처할 수 있는 위험과 도전을 명시해 이주를 잘 관리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상치 못한 수의 이민자로 인한 사회 인프라 과부하, 위험한 여행을 하는 이민자들의 죽음 등 통제되지 않은 이주가 낳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필요에 따라 국제이주협정 초안은, 23개의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각국에 지향을 권고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가기] 유엔 이주협정 홈페이지(https://refugeesmigrants.un.org/migration-compact)  

[내려받기]
참고1 : 유엔 국제이주협정 최종안
참고2 : 외교부 요약 자료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니나 홀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난민협약과 동등한 차원에서 '이주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제협약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협약이 그 자체로 큰 진전이라고 설명하면서도, 3가지의 주요 한계를 지적한다.

첫째, 이주자의 권리와 국가주권을 둘다 보장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가 이주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지 않을 때 해결책이 없다. 둘째,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행, 통제, 감시 방안이 없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이 탈퇴했다, 는 것이다.

결국 최초로 이주자의 권리를 명시한 국제협정이지만, 상징적이어서 실제로 뭘 개선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게, 오랫동안 국제이주협정을 염원해온 사람들의 비판이지만, 이번 협정마저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상징적 협정만으로도 개별 국가의 이민정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지만 결국 이 협정에 근거해 국제사회가 개별 국가의 이민협정을 평가할 것이고, 그게 개별 국가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거다. 많은 유엔의 협정이 구속력 없이 시작해, 서서히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루이즈 아보르 (국제이주를 위한 유엔특사)루이즈 아보르 (국제이주를 위한 유엔특사)

'국제이주협정 탈퇴'는 대중영합주의적 선택

독일의 공영국제방송 DW는, 독일이 주도해온 국제이주협정의 최종 서명을 놓고 독일 국내의 반대가 불거진데 대해,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국가들은 이미, 전혀 구속력이 없는 국제이주협정의 23가지 목표들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이번 협정에서 탈퇴한 대표적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는, 오히려 숙련 노동자 부족현상이 심각해 정부가 더 나은 이주조건을 제시하고 국외에서 숙련 노동자를 끌어오려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유럽국가들 상당수가 전혀 반대할 필요가 없는 '국제이주협정'을 반대하고 탈퇴했다는 것이다. 왜일까?

워싱턴포스트는, 무조건적 반난민 정서가 확산되면서, 일부 국가의 정부들이, 사실은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되는 '이민'에 반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고, '국제이주협정 탈퇴'가 그를 위한 대중영합주의적 정치적 행동으로 선택됐다고 진단했다.


'국제 이주'에 대한 냉정한 접근 요구

한국 내에서는 2016년 뉴욕선언에서 참여를 결정한 뒤, 논의가 진행되는 2년여 동안, 이 협약에 거의 관심도 논란도 없었다. 지난 여름 예멘 난민 사태가 없었다면, 국제이주협약 서명을 코 앞에 두고 지난 며칠 간 일어난 몇몇 정치인의 반대 발언이나 지난 주말 소규모 반대집회 정도의 논란 조차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번 국제이주협약 최종안 초안이 지난 7월 발표됐지만, 외교부에서는 영어로 A4용지 34페이지 분량의 협약 최종안 초안의 한글 번역본조차 만들지 않았다. 국내에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 사람이 없었고,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교부의 자체 결정으로 참여를 마무리지으면 된다고 여긴 것이다.

아직 '국제 이주(international migrants)'나 '국제 이주민(international migrants)'이란 문제가 우리에게는 낯설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이주는 더이상 아프리카나 중동의 전쟁국가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3D 업종 등 기피 업종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 같은 핵심 전문직 또 국제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기업에서까지, 국내 인력만을 활용해서는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젊은이들 역시 국내의 일자리만으로는 자신의 진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국제화 시대에 일시적 이주와 귀환의 반복은 자연스러운 일상적 삶의 일부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이주협약'의 필요를 고민해야 할 이유다.

예멘 난민을 무조건 배척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은 외면하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차별하고 필요한 전문직에 대한 문호는 닫아두면서, 외국에 사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 미국의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축소, 글로벌 대학이나 기업의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에만 분노할 명분이 있는 것인지, 그게 모두 별개의 문제인지 아니면 연결된 문제인지, 혈통민족주의적 관점을 벗어난 보다 냉정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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