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호주서 분유 품귀…중국인 사재기?

입력 2019.01.16 (18:06) 수정 2019.01.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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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함께 인사)

오늘 주제는요?

[답변]

최근 우리나라에선 출산율 감소로 그만큼 분유 소비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죠.

그런데 호주에서는 분유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호주의 한 슈퍼마켓 안입니다.

이곳은 매일 아침 전쟁터로 변합니다.

서로 밀치고 부딪히고 곳곳에서 고성이 오갑니다.

몸싸움에 넘어지는 사람도 속출하는데요,

험한 말까지 오고 갑니다.

["두 개 이상 가져가는... 건들지 마!"]

진열대 앞은 물론 계산대에는 긴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데요.

이 수많은 사람의 손에 들린 건 모두 똑같은 제품인데, 바로 분윱니다.

[앵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분유를 사가는 건가요?

영상을 보면 전부 아이 엄마들은 아닌 것 같아요?

[답변]

현지 주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인입니다.

일명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입니다.

쉽게 말해 물건을 대신 사는 사람들인데, 말 그대로 분유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중국 보따리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립니다.

분유로 가득 차 있던 진열대가 텅텅 비었습니다.

대부분 상점에서 한 사람당 구매 가능한 수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용없습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등 각종 꼼수를 동원하기 때문입니다.

[아담 트러보로/제약회사 관계자 : "2통을 구매한 후에 다시 매장에 들어와 또 삽니다."]

현지 매체들은 대량 구매를 막는 직원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중국인들, 혹은 보따리상이 이렇게 호주 분유를 대량으로 사는 이유가 뭔가요?

[답변]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있었던 멜라민 분유 파동 때문입니다.

독성 물질인 멜라민이 든 분유가 판매돼 당시 영아 6명이 숨지고 3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10년 전 그 사건 이후 중국 소비자들은 수입 제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비단 분유뿐만 아니라 기저귀, 영양제, 심지어 과일까지도 해외에서 사다 먹을 정돈데요.

비싼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씨씨 하이/중국인 대리 구매 업자 : "호주의 유기농 식품도 중국에서 매우 인기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선 가짜 쌀, 가짜 포도주 등이 팔렸다는 보도가 종종 나오고 있죠.

때문에, 자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중국 보따리상들이 자국민들에게 분유를 되파는 건데, 수수료를 얼마나 받고 파는 건가요?

[답변]

보통 호주에서 분유 한 통 가격이 25달러에서 35달러 사인데요,

중국에 건너갔을 땐 100달러에 거래됩니다. 많게는 4배나 비싼 값에 되팔리는 겁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폭리를 취하는 사이, 벌써 수년째 이어지는 분유 품귀에 호주 엄마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생후 9개월 된 딸을 키우는 이 여성도 분유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엠마 : "하루 동안 여섯에서 일곱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7번째 매장의 선반도 비어 있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이래야 하나요."]

[앵커]

상황이 심각한데, 호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변]

호주 당국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중국 대리 상인들의 영향력이 호주 경제를 움직일 정도로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인 수요가 높은 호주의 한 분유 업체의 경우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 매출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벌어들인 수익만 4천억 원에 달합니다.

따이공들은 화장품과 의류, 생필품 등 취급 품목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호주에서만 8만 명 정도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통해 발생하는 연 매출액이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이 넘습니다.

호주에서는 중국 대리 상인들을 위한 매장을 따로 내는 등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늘어나는 추셉니다.

[앵커]

그런데 오히려 중국 당국이 보따리상들의 활동을 규제하겠다고 나섰죠?

[답변]

그렇습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법을 도입, 지난 1일부터 시행했는데요.

개인이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관세는 물론 소득세도 내야 합니다.

만약 법을 어길 경우 최고 2백만 위안, 3억 3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됩니다.

상하이 세관 측은 오는 9월부터는 입국하는 승객들의 짐은 물론 인터넷 물품 검사를 확대, 단속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중국인 대리 구매 업자 : "앞으로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때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이 일을 그만두었어요 저처럼."]

이번 조치로 호주 시민들은 분유 사재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면세업계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인의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층을 넓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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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6 18:10:27
    • 수정2019-01-16 18:22:34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함께 인사)

오늘 주제는요?

[답변]

최근 우리나라에선 출산율 감소로 그만큼 분유 소비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죠.

그런데 호주에서는 분유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호주의 한 슈퍼마켓 안입니다.

이곳은 매일 아침 전쟁터로 변합니다.

서로 밀치고 부딪히고 곳곳에서 고성이 오갑니다.

몸싸움에 넘어지는 사람도 속출하는데요,

험한 말까지 오고 갑니다.

["두 개 이상 가져가는... 건들지 마!"]

진열대 앞은 물론 계산대에는 긴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데요.

이 수많은 사람의 손에 들린 건 모두 똑같은 제품인데, 바로 분윱니다.

[앵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분유를 사가는 건가요?

영상을 보면 전부 아이 엄마들은 아닌 것 같아요?

[답변]

현지 주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인입니다.

일명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입니다.

쉽게 말해 물건을 대신 사는 사람들인데, 말 그대로 분유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중국 보따리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립니다.

분유로 가득 차 있던 진열대가 텅텅 비었습니다.

대부분 상점에서 한 사람당 구매 가능한 수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용없습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등 각종 꼼수를 동원하기 때문입니다.

[아담 트러보로/제약회사 관계자 : "2통을 구매한 후에 다시 매장에 들어와 또 삽니다."]

현지 매체들은 대량 구매를 막는 직원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중국인들, 혹은 보따리상이 이렇게 호주 분유를 대량으로 사는 이유가 뭔가요?

[답변]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있었던 멜라민 분유 파동 때문입니다.

독성 물질인 멜라민이 든 분유가 판매돼 당시 영아 6명이 숨지고 3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10년 전 그 사건 이후 중국 소비자들은 수입 제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비단 분유뿐만 아니라 기저귀, 영양제, 심지어 과일까지도 해외에서 사다 먹을 정돈데요.

비싼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씨씨 하이/중국인 대리 구매 업자 : "호주의 유기농 식품도 중국에서 매우 인기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선 가짜 쌀, 가짜 포도주 등이 팔렸다는 보도가 종종 나오고 있죠.

때문에, 자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중국 보따리상들이 자국민들에게 분유를 되파는 건데, 수수료를 얼마나 받고 파는 건가요?

[답변]

보통 호주에서 분유 한 통 가격이 25달러에서 35달러 사인데요,

중국에 건너갔을 땐 100달러에 거래됩니다. 많게는 4배나 비싼 값에 되팔리는 겁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폭리를 취하는 사이, 벌써 수년째 이어지는 분유 품귀에 호주 엄마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생후 9개월 된 딸을 키우는 이 여성도 분유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엠마 : "하루 동안 여섯에서 일곱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7번째 매장의 선반도 비어 있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이래야 하나요."]

[앵커]

상황이 심각한데, 호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변]

호주 당국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중국 대리 상인들의 영향력이 호주 경제를 움직일 정도로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인 수요가 높은 호주의 한 분유 업체의 경우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 매출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벌어들인 수익만 4천억 원에 달합니다.

따이공들은 화장품과 의류, 생필품 등 취급 품목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호주에서만 8만 명 정도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통해 발생하는 연 매출액이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이 넘습니다.

호주에서는 중국 대리 상인들을 위한 매장을 따로 내는 등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늘어나는 추셉니다.

[앵커]

그런데 오히려 중국 당국이 보따리상들의 활동을 규제하겠다고 나섰죠?

[답변]

그렇습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법을 도입, 지난 1일부터 시행했는데요.

개인이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관세는 물론 소득세도 내야 합니다.

만약 법을 어길 경우 최고 2백만 위안, 3억 3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됩니다.

상하이 세관 측은 오는 9월부터는 입국하는 승객들의 짐은 물론 인터넷 물품 검사를 확대, 단속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중국인 대리 구매 업자 : "앞으로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때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이 일을 그만두었어요 저처럼."]

이번 조치로 호주 시민들은 분유 사재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면세업계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인의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층을 넓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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