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말 불청객 미세먼지…‘3한4미’가 바꾼 풍경

입력 2019.01.21 (08:32) 수정 2019.01.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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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주말 나들이 계획 세우시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게 있죠.

저도 휴대전화 바탕에 깔아 놨는데, 미세먼지는 괜찮나? 기온보다 먼저 확인하게 되는데요.

지난 주말 또 미세먼지에 갇힌 주말에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이른바 '삼한사미'는 휴일 풍경까지 바꿔 놨습니다.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그제였죠.

지난 토요일 오전 서울광장입니다.

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스케이트장이 어찌된 일인지 썰렁했습니다.

["스케이트장 운영 중단 기준을 초과하여 2회차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문을 연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잠정적으로 운영 중단에 들어간 겁니다.

[정남순/서울시 도봉구 : "손주들 데리고 여기 광장에 스케이트장 있다고 해서 왔는데 1회차는 탔는데 2회차에서 미세먼지가 있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가는 중이에요."]

[이서현/서울시 강남구 : "지금 미세먼지 때문에 안 된대요.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안 돼서 너무 슬퍼요."]

초미세먼지주의보는 시간당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75 마이크로그램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내려지는데요.

쉽게 말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3, 4배에 달할 정도로 공기 질이 매우 나쁜 상태를 말합니다.

[김윤경/스케이트장 상인 :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서울시에서 폐장을 하기 때문에 여기 손님들도 없고 저희들도 매출에 지장은 있는데 미세먼지가 많으니까 닫게 돼 있어요."]

2주 전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으로 주말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탓에 다시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시민들.

미세먼지 없는 주말을 기대하며 일찍부터 나들이에 나섰지만 결국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김하은/서울시 강남구 : "여덟시에 일어나서 아홉시까지 모여서 왔는데 지하철 올 때도 막 하품하고 그랬는데 여기 와서 못 타니까 서운해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지난 13일에도 최악의 미세먼지로 4일 연속 운영을 중단했었는데요.

운영을 재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운영 중단을 맞으면서 시민들은 올 겨울 이른바 '3한4미'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게 실감납니다.

[구본선/서울시 강남구 : "겨울이라도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고 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 갇혀 있게 되잖아요. 보통 집에 있거나 이러니까 아쉽죠. 운동도 못하고 맑은 공기도 못 쐬고…."]

[김정문/경기도 의정부시 : "밖에 못 나오고 갇혀 있는 생쥐처럼 아주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짜증 나. 이게 사는 건가 싶고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몰라 갈 데가 없어 피할 데가. 그게 제일 문제예요."]

지난 14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을 기록한 이래, 주말이 오기 전, 잠시 쾌청했던 하늘은 순식간에 탁해졌고 도심은 다시 뿌연 미세먼지에 갇혔습니다.

주말 동안 시민들은 어디로 나들이에 나섰을까요?

서울의 한 실내 쇼핑몰.

유모차가 빼곡히 들어찬 이곳은 바로 실내놀이방입니다.

길게는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 단위 손님이 몰려들었습니다.

[김형석/경기도 고양시 : "눈썰매를 타려고 했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안 좋아서 실내로 가야겠다 해서 찾은 곳이 여기입니다."]

[이현미/서울시 서초구 : "아무래도 공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애들이 뛰어놀아야 하는데 밖에서 못 노니까 그래서 자꾸 실내로 다니게 되는 그런 게 있고 아기 건강이 이제 우려가 되죠."]

미세먼지가 노약자에겐 더욱 치명적인 탓에 가족끼리 야외 나들이는 꿈도 못꾸게 됐습니다.

[이옥희/충남 당진시 : "얘도 미세먼지 때문에 감기, 코에 이상이 와서 병원에 두 차례나 입원했어요."]

[홍희경/서울시 영등포구 : "셋째를 임신해서 임산부인데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하냐면 임산부의 코를 통해서 호흡기를 통해서 태반까지 태아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거든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창문도 열 수 없는 탁한 공기 때문에 미세먼지 있는 포근한 날보다 차라리 강추위가 낫다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황영애/용인시 기흥구 : "밖에 나가지를 않았죠.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창문도 못 열어 놓고 있었어요. 손녀가 있는데 유치원도 못 보내고 밖에 볼 일 있는데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었어요."]

거리에 사람들이 줄면서 거리 상인들에겐 주말 대목도 사라졌습니다.

사시사철 발디딜틈 없는 남대문 시장도 예외가 아닌데요.

[신동순/시장 상인 : "날씨가 영 미세먼지가 오고 춥고 하니까 장사가 안 되는 거야. 사람이 나와야 장사를 하지 사람이 안 나와."]

[고순이/시장 상인 : "거의 없을 정도로 안 나와요. 나온다 해도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고 생각조차도 안 하고 또 빨리 귀가하려고 걸음도 빨라지고. 손도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않고 그래요."]

특히나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들은 더 고충이 심하다는데요.

[최경자/시장 상인 : "비닐 덮어 놓고 팔아요. 먼지 들어오니까."]

[박진순/시장 상인 :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진짜 사람이 없어요. 많이 안 나오니까. 매출이 3분의 1 정도 떨어진다고 그럴까."]

그렇다고 장사를 접을 수 없는 데다 마스크를 쓰기도 어려운 탓에 미세먼지를 고스란히 마시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주재만/시장 상인 :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마스크 쓰고 장사하면 장사를 못 하잖아. 장사를 안 하는 게 낫지 그럴 바에야."]

주말간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는 오늘부터 찬바람이 불면서 조금 나아질 것이란 예보인데요.

미세먼지에 갇힌 겨울. 마스크 없이 나들이할 수 있는 주말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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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말 불청객 미세먼지…‘3한4미’가 바꾼 풍경
    • 입력 2019-01-21 08:38:07
    • 수정2019-01-21 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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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나들이 계획 세우시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게 있죠.

저도 휴대전화 바탕에 깔아 놨는데, 미세먼지는 괜찮나? 기온보다 먼저 확인하게 되는데요.

지난 주말 또 미세먼지에 갇힌 주말에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이른바 '삼한사미'는 휴일 풍경까지 바꿔 놨습니다.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그제였죠.

지난 토요일 오전 서울광장입니다.

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스케이트장이 어찌된 일인지 썰렁했습니다.

["스케이트장 운영 중단 기준을 초과하여 2회차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문을 연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잠정적으로 운영 중단에 들어간 겁니다.

[정남순/서울시 도봉구 : "손주들 데리고 여기 광장에 스케이트장 있다고 해서 왔는데 1회차는 탔는데 2회차에서 미세먼지가 있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가는 중이에요."]

[이서현/서울시 강남구 : "지금 미세먼지 때문에 안 된대요.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안 돼서 너무 슬퍼요."]

초미세먼지주의보는 시간당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75 마이크로그램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내려지는데요.

쉽게 말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3, 4배에 달할 정도로 공기 질이 매우 나쁜 상태를 말합니다.

[김윤경/스케이트장 상인 :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서울시에서 폐장을 하기 때문에 여기 손님들도 없고 저희들도 매출에 지장은 있는데 미세먼지가 많으니까 닫게 돼 있어요."]

2주 전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으로 주말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탓에 다시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시민들.

미세먼지 없는 주말을 기대하며 일찍부터 나들이에 나섰지만 결국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김하은/서울시 강남구 : "여덟시에 일어나서 아홉시까지 모여서 왔는데 지하철 올 때도 막 하품하고 그랬는데 여기 와서 못 타니까 서운해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지난 13일에도 최악의 미세먼지로 4일 연속 운영을 중단했었는데요.

운영을 재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운영 중단을 맞으면서 시민들은 올 겨울 이른바 '3한4미'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게 실감납니다.

[구본선/서울시 강남구 : "겨울이라도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고 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 갇혀 있게 되잖아요. 보통 집에 있거나 이러니까 아쉽죠. 운동도 못하고 맑은 공기도 못 쐬고…."]

[김정문/경기도 의정부시 : "밖에 못 나오고 갇혀 있는 생쥐처럼 아주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짜증 나. 이게 사는 건가 싶고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몰라 갈 데가 없어 피할 데가. 그게 제일 문제예요."]

지난 14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을 기록한 이래, 주말이 오기 전, 잠시 쾌청했던 하늘은 순식간에 탁해졌고 도심은 다시 뿌연 미세먼지에 갇혔습니다.

주말 동안 시민들은 어디로 나들이에 나섰을까요?

서울의 한 실내 쇼핑몰.

유모차가 빼곡히 들어찬 이곳은 바로 실내놀이방입니다.

길게는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 단위 손님이 몰려들었습니다.

[김형석/경기도 고양시 : "눈썰매를 타려고 했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안 좋아서 실내로 가야겠다 해서 찾은 곳이 여기입니다."]

[이현미/서울시 서초구 : "아무래도 공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애들이 뛰어놀아야 하는데 밖에서 못 노니까 그래서 자꾸 실내로 다니게 되는 그런 게 있고 아기 건강이 이제 우려가 되죠."]

미세먼지가 노약자에겐 더욱 치명적인 탓에 가족끼리 야외 나들이는 꿈도 못꾸게 됐습니다.

[이옥희/충남 당진시 : "얘도 미세먼지 때문에 감기, 코에 이상이 와서 병원에 두 차례나 입원했어요."]

[홍희경/서울시 영등포구 : "셋째를 임신해서 임산부인데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하냐면 임산부의 코를 통해서 호흡기를 통해서 태반까지 태아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거든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창문도 열 수 없는 탁한 공기 때문에 미세먼지 있는 포근한 날보다 차라리 강추위가 낫다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황영애/용인시 기흥구 : "밖에 나가지를 않았죠.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창문도 못 열어 놓고 있었어요. 손녀가 있는데 유치원도 못 보내고 밖에 볼 일 있는데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었어요."]

거리에 사람들이 줄면서 거리 상인들에겐 주말 대목도 사라졌습니다.

사시사철 발디딜틈 없는 남대문 시장도 예외가 아닌데요.

[신동순/시장 상인 : "날씨가 영 미세먼지가 오고 춥고 하니까 장사가 안 되는 거야. 사람이 나와야 장사를 하지 사람이 안 나와."]

[고순이/시장 상인 : "거의 없을 정도로 안 나와요. 나온다 해도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고 생각조차도 안 하고 또 빨리 귀가하려고 걸음도 빨라지고. 손도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않고 그래요."]

특히나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들은 더 고충이 심하다는데요.

[최경자/시장 상인 : "비닐 덮어 놓고 팔아요. 먼지 들어오니까."]

[박진순/시장 상인 :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진짜 사람이 없어요. 많이 안 나오니까. 매출이 3분의 1 정도 떨어진다고 그럴까."]

그렇다고 장사를 접을 수 없는 데다 마스크를 쓰기도 어려운 탓에 미세먼지를 고스란히 마시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주재만/시장 상인 :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마스크 쓰고 장사하면 장사를 못 하잖아. 장사를 안 하는 게 낫지 그럴 바에야."]

주말간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는 오늘부터 찬바람이 불면서 조금 나아질 것이란 예보인데요.

미세먼지에 갇힌 겨울. 마스크 없이 나들이할 수 있는 주말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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