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제일·맏며느리 부담’ 이젠 옛말…달라진 가족 풍경

입력 2019.02.05 (21:14) 수정 2019.02.0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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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차별적 명절 문화에서 벗어나려 하는 모습들, 어제(4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5일)은 변화하고 있는 장남과 맏며느리의 위상을 살펴봅니다.

한때 집안의 대들보로 여겨진 만큼 책임과 의무도 컸지만, 요즘은 예전같지 않다는 건데요,

바뀌는 움직임 속엔 윗 세대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과 명절 풍경을 김채린, 이세연 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5년 전 신문에 실린 이혼 판결 기삽니다.

"맏며느리가 시부모 생신이나 명절에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 정당한 이혼 사유로 인정됐습니다.

이렇게 맏며느리 어깨가 무거웠던 시절, 당사자가 기억하는 설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명환/73살/맏며느리 : "방에도 못 앉고 그냥 시할머니, 시할아버지한테 인사만, 절만 하고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일을 해요. 그런 점이 굉장히 힘들었죠. (제사 지내려면) 만두 하루 해야하고, 부침개니 뭐니 하는 데 또 하루 걸리고. 이틀 반은 걸리는 거 같아요."]

맏이의 무게, 명절 때만은 아니었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아버지가) 시골에 계셨을 망정 제가 다 모시고 올라와서 병원 계시다가, 수술 같은 거 제가 다 했습니다."]

[이영자/60살/맏며느리 : "시동생 그런 거, 시부모 무슨 뭐 잔치 같은 거 그런 것도 책임져야 되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불평하신 적은?)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건 없어요. 내가 해야지. 내가 해야지라는 그 책임감만 있었지."]

[이영자/60살/맏며느리 : "'아유, 이거 내가 해야돼?' 이런 생각도 안해본 거 같아요.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맏이다움'도 점점 옛 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임은희/19살/엄마가 맏며느리 : "맏이, 맏며느리라고 뭘 많이 해야한다, 뭘 더 가져야된다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가족원으로서 같은 역할을 해야하는 건 맞다고 생각이 드니까..."]

30~40대 사이에선 과거와 다른 변화도 나타납니다.

[권은신/34살/맏며느리 : "이름만 맏며느리, 맏아들이고, 모두 좀 평등하고 골고루..."]

[홍원기/39살/장남 : "제가 장남이지만 다른 특혜는 하나도 없는 거 같고요. 그렇다고 뭔가 부담 주어지는 것도 없는 거 같아요. 가사일도 같이 하는 편이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니까."]

[김필중/46살/장남 : "용돈을 뭐 동생보다 더 많이 드려야된다 그런 부담감은… (없어요). 다들 형편이 다르니까. 동생이 더 잘 살 수도 있는 거고."]

윗 세대들도 과거를 고스란히 물려주기보단 변화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영자/60살/맏며느리 : "분담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시대에는."]

[장명환/73살/맏며느리 : "자기들(며느리들) 셋이서 이렇게 돌아가면서... 너는 부침개를 해와라, 너는 과일을 사라, 너는 만두를 해라. 그렇게 해서 셋이서 잘해요."]

[홍원기/39살/장남 : "(맏이라는) 그 한 단어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좀더 명절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 ‘장남 제일’ 이제 옛말…변화하는 가족 풍경

아들딸 둔 시청자분들, 누구와 가장 많이 접촉하고 계신가요?

장노년층이 가장 많이 만나고 전화하는 자녀, 바로 큰딸입니다.

장남은 두 번쨉니다.

며느리는 2%대에 불과했습니다.

10여년 전엔 장남이 1등이었는데 그새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내 재산은 어떤 자식에게 주고싶을까?

장남에게 더 많이 물려주겠다는 노인,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반면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응답자는 10명 가운데 6명 꼴로 크게 늘었습니다.

상속하지 않고 나와 배우자를 위해서만 쓰겠다는 응답도 눈에 띕니다.

이번엔 부모를 누가 모셔야나하고 물었더니, '아들 딸 상관없다', '모든 자녀가 해야한다'는 답이 장남이란 답의 3배에 달했습니다.

이런 인식 변화 때문일까요,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해온 '장남 수당'이 최근 도마에 올랐습니다.

첫째자녀인 직원에게 매달 4만 원씩 수당을 주는데, 여자는 결혼을 하면 이 수당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남자는 결혼을 해도 계속 주는데 이게 남녀차별이라며 고용노동부가 고발하겠다는 겁니다.

장남이라고 무턱대고 우대했다간 남녀차별로 처벌까지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장남', '딸같은 맏며느리'.

갈수록 낯설고 어색한 옛말이 돼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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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남 제일·맏며느리 부담’ 이젠 옛말…달라진 가족 풍경
    • 입력 2019-02-05 21:18:56
    • 수정2019-02-06 0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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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차별적 명절 문화에서 벗어나려 하는 모습들, 어제(4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5일)은 변화하고 있는 장남과 맏며느리의 위상을 살펴봅니다.

한때 집안의 대들보로 여겨진 만큼 책임과 의무도 컸지만, 요즘은 예전같지 않다는 건데요,

바뀌는 움직임 속엔 윗 세대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과 명절 풍경을 김채린, 이세연 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5년 전 신문에 실린 이혼 판결 기삽니다.

"맏며느리가 시부모 생신이나 명절에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 정당한 이혼 사유로 인정됐습니다.

이렇게 맏며느리 어깨가 무거웠던 시절, 당사자가 기억하는 설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명환/73살/맏며느리 : "방에도 못 앉고 그냥 시할머니, 시할아버지한테 인사만, 절만 하고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일을 해요. 그런 점이 굉장히 힘들었죠. (제사 지내려면) 만두 하루 해야하고, 부침개니 뭐니 하는 데 또 하루 걸리고. 이틀 반은 걸리는 거 같아요."]

맏이의 무게, 명절 때만은 아니었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아버지가) 시골에 계셨을 망정 제가 다 모시고 올라와서 병원 계시다가, 수술 같은 거 제가 다 했습니다."]

[이영자/60살/맏며느리 : "시동생 그런 거, 시부모 무슨 뭐 잔치 같은 거 그런 것도 책임져야 되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최창묵/74살/장남 : "(불평하신 적은?)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건 없어요. 내가 해야지. 내가 해야지라는 그 책임감만 있었지."]

[이영자/60살/맏며느리 : "'아유, 이거 내가 해야돼?' 이런 생각도 안해본 거 같아요.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맏이다움'도 점점 옛 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임은희/19살/엄마가 맏며느리 : "맏이, 맏며느리라고 뭘 많이 해야한다, 뭘 더 가져야된다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가족원으로서 같은 역할을 해야하는 건 맞다고 생각이 드니까..."]

30~40대 사이에선 과거와 다른 변화도 나타납니다.

[권은신/34살/맏며느리 : "이름만 맏며느리, 맏아들이고, 모두 좀 평등하고 골고루..."]

[홍원기/39살/장남 : "제가 장남이지만 다른 특혜는 하나도 없는 거 같고요. 그렇다고 뭔가 부담 주어지는 것도 없는 거 같아요. 가사일도 같이 하는 편이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니까."]

[김필중/46살/장남 : "용돈을 뭐 동생보다 더 많이 드려야된다 그런 부담감은… (없어요). 다들 형편이 다르니까. 동생이 더 잘 살 수도 있는 거고."]

윗 세대들도 과거를 고스란히 물려주기보단 변화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영자/60살/맏며느리 : "분담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시대에는."]

[장명환/73살/맏며느리 : "자기들(며느리들) 셋이서 이렇게 돌아가면서... 너는 부침개를 해와라, 너는 과일을 사라, 너는 만두를 해라. 그렇게 해서 셋이서 잘해요."]

[홍원기/39살/장남 : "(맏이라는) 그 한 단어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좀더 명절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 ‘장남 제일’ 이제 옛말…변화하는 가족 풍경

아들딸 둔 시청자분들, 누구와 가장 많이 접촉하고 계신가요?

장노년층이 가장 많이 만나고 전화하는 자녀, 바로 큰딸입니다.

장남은 두 번쨉니다.

며느리는 2%대에 불과했습니다.

10여년 전엔 장남이 1등이었는데 그새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내 재산은 어떤 자식에게 주고싶을까?

장남에게 더 많이 물려주겠다는 노인,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반면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응답자는 10명 가운데 6명 꼴로 크게 늘었습니다.

상속하지 않고 나와 배우자를 위해서만 쓰겠다는 응답도 눈에 띕니다.

이번엔 부모를 누가 모셔야나하고 물었더니, '아들 딸 상관없다', '모든 자녀가 해야한다'는 답이 장남이란 답의 3배에 달했습니다.

이런 인식 변화 때문일까요,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해온 '장남 수당'이 최근 도마에 올랐습니다.

첫째자녀인 직원에게 매달 4만 원씩 수당을 주는데, 여자는 결혼을 하면 이 수당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남자는 결혼을 해도 계속 주는데 이게 남녀차별이라며 고용노동부가 고발하겠다는 겁니다.

장남이라고 무턱대고 우대했다간 남녀차별로 처벌까지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장남', '딸같은 맏며느리'.

갈수록 낯설고 어색한 옛말이 돼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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