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합창·연극에 시까지…할머니의 도전은 진행중

입력 2019.02.06 (08:38) 수정 2019.02.0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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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행법상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자는 논의가 요즘 활발합니다.

고령화 시대에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에도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인데요.

여기 7,80대에 젊은이들 못지않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과연 7,80대로 보이고, 또 느껴지시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마을회관 밖으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의 신명나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빨래를 가세. 빨래를 가세. 빨래도 하고 님도 보고. 겸사겸사 뽕 따러 가세."]

7,80대 할머니들이 중심이 된 빨래터 합창단인데요.

여기서 막내는 65살입니다.

[이옥자/65세 : "저도 나이가 어려서 (합창단에) 못 들어갔는데 지금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한글 공부를 위해 모였다가, 합창단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정은경/지도 강사 : "한글 공부만 하니까 좀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빨래터에서 얘기도 나누시고 불렀던 노래들 을 배워서 합창단을 만들게 됐죠."]

일주일에 두 번 마을 회관은 할머니들의 무대가 됩니다.

가사와 이어진 극도 곁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너 아직도 빨래 다 안 빨고 뭐 했니. 얼른 해라. (죄송합니다. 얼른 할게요.) 어이구, 이렇게 게을러빠진 것도 며느리라고. 얼른 해라."]

고된 시집살이를 소재로 하거나, 첫사랑 얘기도 있습니다.

["앞마을에 순이, 뒷마을에 용팔이. 열일곱 열아홉 처녀 총각. 빨래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두 눈이 마주쳤네."]

[김봉이/84세 : "7, 8살 이렇게 먹었을 때니까 안 잊어버리지. 전부 내가 본 것으로 기억해서 노래가 됐어."]

이런 노래의 주 무대는 마을의 명소인 100년 된 빨래터.

[이옥자/65세 : "양쪽에 엄마들이 앉아서 수다도 떨고 아빠들,시어머니, 시아버지 흉도 보면서 빨래를 하면 마음에 담겨있는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죠."]

[전녹순/73세 : "소 몰고 아기 업고 머리에는 바구니를 이고 다녔지. 낮에는 모심어야지, 밭매야지. 밤에는 또 빨래하고 이랬어."]

빨래터 합창단 소문이 퍼지다 보니 이제는 각종 대회, 행사 등 바빠졌다고 합니다.

[성경애/73세 :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어요. 노래도 같이하고 무용도 같이하고. 이렇게 나이가 많아도 여기서 받아준다면 계속 하고 싶은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담벼락에 곱게 그려진 시가 눈길을 끄는 마을엔 시인 할머니들이 삽니다.

처음에는 공부를 시켜준다기에 별생각없이 마을회관에 모였다고 하는데요.

[박태분/79세 : "이 나이에 무슨 공부 이러면서 놀이 삼아 가보자면서 나왔죠."]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생애 처음 써본 시가 됐습니다.

[박태분/79세 : "글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서 쓰다 보니 12시까지 그러니까 영감님이 옆에 자면서 불 끄라고. 나는 이불 뒤집어쓰고..."]

시가 뭔지도 몰라 일단 주변의 모든 것을 소재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박태분/79세 : "밥상이 몇십 년이 되었는지 너무너무 허름하다. 조금만 의지하면 찌그러져 넘어가네. 나이로 말하자면 칠십 대가 된 것 같다."]

어느덧 발간된 시집만 3권.

시는 이제 할머니들의 일상이 됐습니다.

84살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아들이 액자도 만들어주고요.

[김옥교/84세 : "좋다고 하지. 하도 잘 써서. 좋으니까 아들이 저렇게 만들어 놓고 했지."]

6년 전부터 다닌 마을학교가 생애 첫 학교입니다.

[김옥교/84세 : "학교는 문 앞에도 안 가봤어. 학교 가려고 방에서 울고불고 밤에 누워 자니까 엄마가 홑이불 저런 것을 가져와서 날름 싸서 논에다 휙 던지더라고. 마당에."]

시 한편 쓰려면 젊은이들도 쉽지 않은데요.

할머니의 소재는 어디서 나올까요?

[김옥교/84세 : "아무것도 쓸 게 없는 거야. 나는. 뭘 알아야 쓸 게 있지. 그래서 나 어제 감자 진짜 많이 캤어. 난 어제 감자를 많이 캤는데 그걸 써야된다."]

손자손녀 11명의 73살 임정숙 할머니.

이번 설날용 시는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임정숙/73세 : "내일모레는 설날. 온 가족이 모이겠죠. 손녀, 손자들 당신 사진 쳐다보며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재잘대다가 제집에 돌아가니 혼자 남은 나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추워서 그래도 옛 추억 생각해보면 따듯하게 대해준 당신이 고맙기도 해서 금방 마음이 풀리네요."]

현재 칠곡군의 할머니 시인은 400여 명 이들의 도전을 담은 이야기는 다큐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번 달 개봉 예정인데요.

할머니들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임정숙/73세 : "내가 70세가 넘어서 80가까이 됐어도 새로운 일이 생긴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의욕이 있어요.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70, 80대에 시작한 일로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

지금 이시간 설 연휴 함께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또 부모님들에게 새로운 도전 한번 권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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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합창·연극에 시까지…할머니의 도전은 진행중
    • 입력 2019-02-06 08:40:54
    • 수정2019-02-06 08: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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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행법상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자는 논의가 요즘 활발합니다.

고령화 시대에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에도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인데요.

여기 7,80대에 젊은이들 못지않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과연 7,80대로 보이고, 또 느껴지시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마을회관 밖으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의 신명나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빨래를 가세. 빨래를 가세. 빨래도 하고 님도 보고. 겸사겸사 뽕 따러 가세."]

7,80대 할머니들이 중심이 된 빨래터 합창단인데요.

여기서 막내는 65살입니다.

[이옥자/65세 : "저도 나이가 어려서 (합창단에) 못 들어갔는데 지금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한글 공부를 위해 모였다가, 합창단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정은경/지도 강사 : "한글 공부만 하니까 좀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빨래터에서 얘기도 나누시고 불렀던 노래들 을 배워서 합창단을 만들게 됐죠."]

일주일에 두 번 마을 회관은 할머니들의 무대가 됩니다.

가사와 이어진 극도 곁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너 아직도 빨래 다 안 빨고 뭐 했니. 얼른 해라. (죄송합니다. 얼른 할게요.) 어이구, 이렇게 게을러빠진 것도 며느리라고. 얼른 해라."]

고된 시집살이를 소재로 하거나, 첫사랑 얘기도 있습니다.

["앞마을에 순이, 뒷마을에 용팔이. 열일곱 열아홉 처녀 총각. 빨래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두 눈이 마주쳤네."]

[김봉이/84세 : "7, 8살 이렇게 먹었을 때니까 안 잊어버리지. 전부 내가 본 것으로 기억해서 노래가 됐어."]

이런 노래의 주 무대는 마을의 명소인 100년 된 빨래터.

[이옥자/65세 : "양쪽에 엄마들이 앉아서 수다도 떨고 아빠들,시어머니, 시아버지 흉도 보면서 빨래를 하면 마음에 담겨있는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죠."]

[전녹순/73세 : "소 몰고 아기 업고 머리에는 바구니를 이고 다녔지. 낮에는 모심어야지, 밭매야지. 밤에는 또 빨래하고 이랬어."]

빨래터 합창단 소문이 퍼지다 보니 이제는 각종 대회, 행사 등 바빠졌다고 합니다.

[성경애/73세 :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어요. 노래도 같이하고 무용도 같이하고. 이렇게 나이가 많아도 여기서 받아준다면 계속 하고 싶은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담벼락에 곱게 그려진 시가 눈길을 끄는 마을엔 시인 할머니들이 삽니다.

처음에는 공부를 시켜준다기에 별생각없이 마을회관에 모였다고 하는데요.

[박태분/79세 : "이 나이에 무슨 공부 이러면서 놀이 삼아 가보자면서 나왔죠."]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생애 처음 써본 시가 됐습니다.

[박태분/79세 : "글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서 쓰다 보니 12시까지 그러니까 영감님이 옆에 자면서 불 끄라고. 나는 이불 뒤집어쓰고..."]

시가 뭔지도 몰라 일단 주변의 모든 것을 소재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박태분/79세 : "밥상이 몇십 년이 되었는지 너무너무 허름하다. 조금만 의지하면 찌그러져 넘어가네. 나이로 말하자면 칠십 대가 된 것 같다."]

어느덧 발간된 시집만 3권.

시는 이제 할머니들의 일상이 됐습니다.

84살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아들이 액자도 만들어주고요.

[김옥교/84세 : "좋다고 하지. 하도 잘 써서. 좋으니까 아들이 저렇게 만들어 놓고 했지."]

6년 전부터 다닌 마을학교가 생애 첫 학교입니다.

[김옥교/84세 : "학교는 문 앞에도 안 가봤어. 학교 가려고 방에서 울고불고 밤에 누워 자니까 엄마가 홑이불 저런 것을 가져와서 날름 싸서 논에다 휙 던지더라고. 마당에."]

시 한편 쓰려면 젊은이들도 쉽지 않은데요.

할머니의 소재는 어디서 나올까요?

[김옥교/84세 : "아무것도 쓸 게 없는 거야. 나는. 뭘 알아야 쓸 게 있지. 그래서 나 어제 감자 진짜 많이 캤어. 난 어제 감자를 많이 캤는데 그걸 써야된다."]

손자손녀 11명의 73살 임정숙 할머니.

이번 설날용 시는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임정숙/73세 : "내일모레는 설날. 온 가족이 모이겠죠. 손녀, 손자들 당신 사진 쳐다보며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재잘대다가 제집에 돌아가니 혼자 남은 나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추워서 그래도 옛 추억 생각해보면 따듯하게 대해준 당신이 고맙기도 해서 금방 마음이 풀리네요."]

현재 칠곡군의 할머니 시인은 400여 명 이들의 도전을 담은 이야기는 다큐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번 달 개봉 예정인데요.

할머니들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임정숙/73세 : "내가 70세가 넘어서 80가까이 됐어도 새로운 일이 생긴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의욕이 있어요.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70, 80대에 시작한 일로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

지금 이시간 설 연휴 함께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또 부모님들에게 새로운 도전 한번 권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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