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용기 있는 싱글맘의 도전

입력 2019.02.12 (09:26) 수정 2019.02.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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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단 하나, 카메라 앞에 세우려는 의도…?

'목적은 단 하나, 장미를 카메라 앞에 세우려는 의도였다', 지난해 출판된 황선미 작가의 소설 「엑시트」의 한 구절입니다. 「엑시트」는 미혼모인 장미가 입양을 거부하고 복지시설을 탈출하면서 겪는 가혹한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언론은 장미를 자꾸만 힘들게 합니다. 5월엔 느닷없이 아이들의 사진을 찍겠다며 장미가 일하는 사진관에 들이닥치고, 장미가 겪은 일들이 수면 위로 오르자 장미에게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무리하게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입니다.

[연관기사] “당당한 엄마를 꿈꿔요”…용기 있는 싱글맘의 도전

싱글맘 이하늬(예명)씨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스스로가 '「엑시트」 속 기자의 모습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마음 한 켠에 항상 남았습니다. 짧은 방송 뉴스에 못 다한 이야기를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불쾌했던 경험, 당연히 너무 많은데" … 싱글맘이 느끼는 시선

이 씨는 22살에 임신과 결혼을 하고 26살에 이혼했습니다.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후 어떤 시선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었습니다.


불쾌하고 힘들었던 경험, 당연히 너무 많은데요. 일단은 이혼을 막으려는 어른들이 많았어요. 저는 노력할 만큼 하고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고 결정한 건데, "원래 누구나 다 그래"하시더라고요.

저는 남편과 정말 안 맞는 게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그렇게 헤어졌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잘 지내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 입장에서 "우리 때문에 엄마 아빠가 서로를 싫어한다" 이런 느낌 안 받았으면 좋겠거든요.

두번째로는 "왜 둘을 니가 다 데려왔어" 이런 말. "너 젊고 마음만 먹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는데 왜 데리고 왔어, 한 명은 보내라"고. 저는 아이 둘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떼어놓으라고 하는지.

어른들은 본인이 살아온 경험과 봐왔던 걸로 저를 위해서 충고를 해주시는 건데 저는 듣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이 두 아들을 놓고 내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한부모가구, 전체 가구의 약 8% … 10가구 중 한 가구 꼴

통계청은 한부모가구를 "법적 혼인상태가 미혼, 이혼, 사별이며, 미혼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가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15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7.8%로 집계됐습니다.


한부모가정 가운데 지원이 더욱 절실한 대상을 세분화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사전 연구>를 보면, '미성년자(만 18세 이하)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2016년 44만6천 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유자녀 가구(만 18세 이하 내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일반가구)의 8% 수준입니다. 성별로 나누면 여성한부모 가족이 65.5%, 남성한부모 가족이 34.5%로, '싱글맘'이 '싱글대디'보다 약 2배 정도 많습니다.

대략 아이를 키우는 가정 10가구 중 한 가구가 한부모 가정이라는 셈입니다. 하지만 싱글맘·싱글대디 임을 허물없이 드러내는 가족은 드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싱글맘 A(28)씨는 남편의 폭력 성향 때문에 이혼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한부모가정이라는 것을 선뜻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편견이 좀 많죠. 요즘엔 이혼이 흠도 아니라는데, 그래도 제 마음은..."



"저도 한부모 가정의 자녀인데요. 정말 응원해요."

이 씨가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물었습니다.

저의 얘기를 솔직하게 하는 걸 정말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거든요. 한부모가정에서 자라서 지금은 어른이 된 사람들이 많이 지지해주시고요. 지금 한부모가정인 엄마 아빠들도 응원 댓글을 많이 달아요. 이걸 보면서 저와 같은 입장인 많은 싱글맘. 싱글대디가 "엄마, 아빠는 할 수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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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용기 있는 싱글맘의 도전
    • 입력 2019-02-12 09:26:45
    • 수정2019-02-12 09:26:59
    취재후·사건후
목적은 단 하나, 카메라 앞에 세우려는 의도…?

'목적은 단 하나, 장미를 카메라 앞에 세우려는 의도였다', 지난해 출판된 황선미 작가의 소설 「엑시트」의 한 구절입니다. 「엑시트」는 미혼모인 장미가 입양을 거부하고 복지시설을 탈출하면서 겪는 가혹한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언론은 장미를 자꾸만 힘들게 합니다. 5월엔 느닷없이 아이들의 사진을 찍겠다며 장미가 일하는 사진관에 들이닥치고, 장미가 겪은 일들이 수면 위로 오르자 장미에게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무리하게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입니다.

[연관기사] “당당한 엄마를 꿈꿔요”…용기 있는 싱글맘의 도전

싱글맘 이하늬(예명)씨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스스로가 '「엑시트」 속 기자의 모습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마음 한 켠에 항상 남았습니다. 짧은 방송 뉴스에 못 다한 이야기를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불쾌했던 경험, 당연히 너무 많은데" … 싱글맘이 느끼는 시선

이 씨는 22살에 임신과 결혼을 하고 26살에 이혼했습니다.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후 어떤 시선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었습니다.


불쾌하고 힘들었던 경험, 당연히 너무 많은데요. 일단은 이혼을 막으려는 어른들이 많았어요. 저는 노력할 만큼 하고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고 결정한 건데, "원래 누구나 다 그래"하시더라고요.

저는 남편과 정말 안 맞는 게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그렇게 헤어졌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잘 지내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 입장에서 "우리 때문에 엄마 아빠가 서로를 싫어한다" 이런 느낌 안 받았으면 좋겠거든요.

두번째로는 "왜 둘을 니가 다 데려왔어" 이런 말. "너 젊고 마음만 먹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는데 왜 데리고 왔어, 한 명은 보내라"고. 저는 아이 둘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떼어놓으라고 하는지.

어른들은 본인이 살아온 경험과 봐왔던 걸로 저를 위해서 충고를 해주시는 건데 저는 듣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이 두 아들을 놓고 내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한부모가구, 전체 가구의 약 8% … 10가구 중 한 가구 꼴

통계청은 한부모가구를 "법적 혼인상태가 미혼, 이혼, 사별이며, 미혼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가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15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7.8%로 집계됐습니다.


한부모가정 가운데 지원이 더욱 절실한 대상을 세분화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사전 연구>를 보면, '미성년자(만 18세 이하)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2016년 44만6천 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유자녀 가구(만 18세 이하 내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일반가구)의 8% 수준입니다. 성별로 나누면 여성한부모 가족이 65.5%, 남성한부모 가족이 34.5%로, '싱글맘'이 '싱글대디'보다 약 2배 정도 많습니다.

대략 아이를 키우는 가정 10가구 중 한 가구가 한부모 가정이라는 셈입니다. 하지만 싱글맘·싱글대디 임을 허물없이 드러내는 가족은 드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싱글맘 A(28)씨는 남편의 폭력 성향 때문에 이혼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한부모가정이라는 것을 선뜻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편견이 좀 많죠. 요즘엔 이혼이 흠도 아니라는데, 그래도 제 마음은..."



"저도 한부모 가정의 자녀인데요. 정말 응원해요."

이 씨가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물었습니다.

저의 얘기를 솔직하게 하는 걸 정말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거든요. 한부모가정에서 자라서 지금은 어른이 된 사람들이 많이 지지해주시고요. 지금 한부모가정인 엄마 아빠들도 응원 댓글을 많이 달아요. 이걸 보면서 저와 같은 입장인 많은 싱글맘. 싱글대디가 "엄마, 아빠는 할 수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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