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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뉴스] [졸업①] 대통령 면박주고 총장은 도망가고…패기 넘치던 대학 졸업식
입력 2019.02.18 (08:01) 수정 2019.02.21 (10:25) 그때 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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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뉴스] [졸업①] 대통령 면박주고 총장은 도망가고…패기 넘치던 대학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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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3명만 대학가던 시절...졸업식도 뉴스

본격적인 대학교 졸업시즌이 됐습니다. 요즘엔 9시뉴스에 졸업식 소식이 잘 나오지 않죠? 하지만 1980~90년대에는 졸업식 뉴스가 참 많았습니다.

고등학생 열 명 중 3명 정도만 대학가던 시절입니다. 1995년에서야 대학진학률은 50%를 넘어섭니다. 대학생이 귀하던 만큼 졸업식 역시 관심 있는 뉴스거리였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관학교 졸업식도 꼬박꼬박 방송을 탑니다.


대통령 불러다 면박 준 육사교장

1987년부터 인터넷 다시보기가 가능한 9시뉴스. 대학 졸업식 관련 뉴스를 찾아보니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파문, 민병돈 교장 사의 표명'(89년 3월 25일)이라는 뉴스가 먼저 눈에 띕니다.

현역 장성인 민병돈 교장은 졸업식에서 "적국과 우방국이 어느 나라인지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해괴하고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라고 10분간 연설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과 북방 진출 정책을 바로 앞에서 비판한 겁니다.

군사정권의 잔재가 짙게 남아있던 시절, 민 교장은 졸업식에 참석한 대통령에게 경례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아직도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졸업식입니다.

학사모를 쓰고 시위 중인 서울대 졸업생들. 90년학사모를 쓰고 시위 중인 서울대 졸업생들. 90년

졸업식장에서 울려 퍼진 반정부 구호

학생들의 패기도 만만찮았습니다. 민주화 투쟁의 주역이었던 대학생들은 졸업식장에서도 반정부 구호를 외쳤습니다. 졸업식장에서 뒤로 돌아앉거나 집단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식 가운데 시위 계속'(90년 2월 26일) 리포트에는 반정부 시위 때문에 총장 축사 외의 다른 행사는 다 생략하고 서둘러 졸업식을 끝낸 서울대 모습이 담겼습니다.


20년 만에 서울대 졸업식 참석한 대통령

민주화는 대학교 졸업식 풍경도 바꿨습니다. 1994년 2월 26일 김영삼 대통령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참석 이후 학생들의 반발로 대통령이 오지 못하던 자리였습니다.

'문민 대통령'의 등장에 학생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입니다. 비록 6년 뒤 고려대 앞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지만, 94년만 해도 민주화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은 높기만 했습니다.

“주사파=주4일 수업파”? 논란 일으킨 박홍 총장“주사파=주4일 수업파”? 논란 일으킨 박홍 총장

'나 안가' 총장 없이 치러진 졸업식

북한 지령을 받는 주사파가 대학에 침투해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홍 서강대 총장. 결국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한 말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994년 8월 열린 하계 졸업식에 박홍 총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졸업식 오전 전화 한 통으로 불참을 알리는 패기를 보여줍니다.

다음 학기 서강대 졸업생들은 졸업식장에서 박홍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패기로 대응합니다.

졸업생들의 항의로 난장판이 된 감리교신학대.95년졸업생들의 항의로 난장판이 된 감리교신학대.95년

격투장 된 졸업식장, 경찰서로 도망간 총장

학내 분규가 잦았던 시절인 만큼 학생과 학교재단의 갈등이 졸업식장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의 95년 졸업식장. 졸업예정자 234명이 참석했지만, 막상 졸업생은 27명에 불과했습니다. 교수임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업거부를 했던 학생들의 졸업이 유예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식장에 와서야 졸업유예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분노한 학생들과 교직원 간에 멱살잡이가 벌어졌고, 대학 총장은 학생들을 피해 경찰서로 도망쳤습니다.

살벌한 취업난으로 썰렁한 요즘의 졸업식과는 뭔가 달랐던 그때, 지난 시절 KBS 9시뉴스는 KBS 뉴스 홈페이지 9시뉴스 코너에서 달력기능을 사용해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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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08:01)
    • 수정 2019.02.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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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뉴스] [졸업①] 대통령 면박주고 총장은 도망가고…패기 넘치던 대학 졸업식
10명 중 3명만 대학가던 시절...졸업식도 뉴스

본격적인 대학교 졸업시즌이 됐습니다. 요즘엔 9시뉴스에 졸업식 소식이 잘 나오지 않죠? 하지만 1980~90년대에는 졸업식 뉴스가 참 많았습니다.

고등학생 열 명 중 3명 정도만 대학가던 시절입니다. 1995년에서야 대학진학률은 50%를 넘어섭니다. 대학생이 귀하던 만큼 졸업식 역시 관심 있는 뉴스거리였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관학교 졸업식도 꼬박꼬박 방송을 탑니다.


대통령 불러다 면박 준 육사교장

1987년부터 인터넷 다시보기가 가능한 9시뉴스. 대학 졸업식 관련 뉴스를 찾아보니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파문, 민병돈 교장 사의 표명'(89년 3월 25일)이라는 뉴스가 먼저 눈에 띕니다.

현역 장성인 민병돈 교장은 졸업식에서 "적국과 우방국이 어느 나라인지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해괴하고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라고 10분간 연설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과 북방 진출 정책을 바로 앞에서 비판한 겁니다.

군사정권의 잔재가 짙게 남아있던 시절, 민 교장은 졸업식에 참석한 대통령에게 경례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아직도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졸업식입니다.

학사모를 쓰고 시위 중인 서울대 졸업생들. 90년학사모를 쓰고 시위 중인 서울대 졸업생들. 90년

졸업식장에서 울려 퍼진 반정부 구호

학생들의 패기도 만만찮았습니다. 민주화 투쟁의 주역이었던 대학생들은 졸업식장에서도 반정부 구호를 외쳤습니다. 졸업식장에서 뒤로 돌아앉거나 집단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식 가운데 시위 계속'(90년 2월 26일) 리포트에는 반정부 시위 때문에 총장 축사 외의 다른 행사는 다 생략하고 서둘러 졸업식을 끝낸 서울대 모습이 담겼습니다.


20년 만에 서울대 졸업식 참석한 대통령

민주화는 대학교 졸업식 풍경도 바꿨습니다. 1994년 2월 26일 김영삼 대통령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참석 이후 학생들의 반발로 대통령이 오지 못하던 자리였습니다.

'문민 대통령'의 등장에 학생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입니다. 비록 6년 뒤 고려대 앞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지만, 94년만 해도 민주화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은 높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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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요. 1994년 8월 열린 하계 졸업식에 박홍 총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졸업식 오전 전화 한 통으로 불참을 알리는 패기를 보여줍니다.

다음 학기 서강대 졸업생들은 졸업식장에서 박홍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패기로 대응합니다.

졸업생들의 항의로 난장판이 된 감리교신학대.95년졸업생들의 항의로 난장판이 된 감리교신학대.95년

격투장 된 졸업식장, 경찰서로 도망간 총장

학내 분규가 잦았던 시절인 만큼 학생과 학교재단의 갈등이 졸업식장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의 95년 졸업식장. 졸업예정자 234명이 참석했지만, 막상 졸업생은 27명에 불과했습니다. 교수임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업거부를 했던 학생들의 졸업이 유예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식장에 와서야 졸업유예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분노한 학생들과 교직원 간에 멱살잡이가 벌어졌고, 대학 총장은 학생들을 피해 경찰서로 도망쳤습니다.

살벌한 취업난으로 썰렁한 요즘의 졸업식과는 뭔가 달랐던 그때, 지난 시절 KBS 9시뉴스는 KBS 뉴스 홈페이지 9시뉴스 코너에서 달력기능을 사용해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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