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뉴스] [졸업④]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악물고 졸업

입력 2019.02.21 (08:06) 수정 2019.02.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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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현모양처의 요람?

1886년 미국 선교사 스크랜턴이 이화학당을 열기 전까지 이 땅의 여성들은 철저히 교육에서 배제됐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전쟁, 전후 발전기를 거치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취직을 못 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대생들의 소식도 자주 보도됐다. 94년취직을 못 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대생들의 소식도 자주 보도됐다. 94년

여대생 취업은 바늘구멍, 스스로 마감한 삶

1987년부터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는 9시뉴스. 뉴스 속 여대생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찾아봤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졸업하는 여대생들의 취업난입니다.

1994년 여름, 세칭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한 여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크게 다뤄집니다. 이 여대생은 졸업하고도 1년 6개월간 "발이 닳도록"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 7만 천명 가운데 취업자는 2만 7천 명에 불과했습니다. 90년대 들어 이때까지 여대생의 취업률은 한 번도 40%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후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1999년 9시뉴스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여학생 15만 명 가운데 만 5천 명만 취업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대생 열 명 중 한 명꼴. 외환위기의 시련은 여학생에게 더 가혹했습니다.

실력으로 몰고 온 ‘여풍’실력으로 몰고 온 ‘여풍’

믿을 건 자기 자신 뿐, 커지는 女風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받는 현실. 여학생들은 그나마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 시험점수에 매달립니다. 이른바 女風이 불기 시작합니다.

2003년 9시뉴스는 서울대 16개 단과대학 중 10개 단과대학의 수석졸업생이 여학생이라는 소식을 전합니다. 전통적으로 여학생이 적은 의대와 법대에서는 2년 연속 여학생이 수석졸업을 했습니다.

당시 서울대 치대 여성 수석졸업생은 "여자가 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려면 (남학생보다) 좀 더 성적이 높아야 하는 게 있어서요"라는 씁쓸한 인터뷰를 남깁니다.

사관학교 출신 여성장교들은 21세기가 돼서야 탄생했다사관학교 출신 여성장교들은 21세기가 돼서야 탄생했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학생 입교를 금지해온 사관학교는 21세기 직전에야 달라진 사회를 반영합니다. 1997년 공사, 1998년 육사, 1999년 해사가 차례로 여학생 입학을 허가했습니다.

첫 여성 소위를 배출한 육사 58기 졸업생 중 차석은 여생도가 차지했습니다. 여학생 평균성적도 남학생보다 높았습니다. 공사 첫 여성사관생도 18명 가운데 7명이 조종특기를 받아 전투기 조종간 등을 잡았습니다.

2002년 졸업한 경찰대생 1,2,3등은 모두 여학생이 차지했습니다.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두각을 나타낸 여대생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일부 '잘나가는' 여학생들의 활약은 전체 여대생이 남자 대학생보다 취업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뉴스위크는 졸업사진 촬영을 하고 정문을 나선 이대생 모습에 ‘돈의 노예 : 이대생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소송을 당하고 사과했다. 94년뉴스위크는 졸업사진 촬영을 하고 정문을 나선 이대생 모습에 ‘돈의 노예 : 이대생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소송을 당하고 사과했다. 94년

여학생 비율 41.5%, 사회의 인식은?

2018년 기준 전체 대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41.5%입니다. 1965년 22.5%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과연 이 기간에 여대생의 지위도 2배 높아졌을까요?

이코노미스트 발표 '유리천장 지수'에서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대한민국, 지난 시절 KBS 9시뉴스는 KBS 뉴스 홈페이지 9시뉴스 코너에서 달력기능을 사용해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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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그 뉴스] [졸업④]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악물고 졸업
    • 입력 2019-02-21 08:06:16
    • 수정2019-02-21 10:24:53
    그때 그뉴스
여자대학=현모양처의 요람?

1886년 미국 선교사 스크랜턴이 이화학당을 열기 전까지 이 땅의 여성들은 철저히 교육에서 배제됐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전쟁, 전후 발전기를 거치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취직을 못 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대생들의 소식도 자주 보도됐다. 94년
여대생 취업은 바늘구멍, 스스로 마감한 삶

1987년부터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는 9시뉴스. 뉴스 속 여대생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찾아봤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졸업하는 여대생들의 취업난입니다.

1994년 여름, 세칭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한 여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크게 다뤄집니다. 이 여대생은 졸업하고도 1년 6개월간 "발이 닳도록"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 7만 천명 가운데 취업자는 2만 7천 명에 불과했습니다. 90년대 들어 이때까지 여대생의 취업률은 한 번도 40%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후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1999년 9시뉴스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여학생 15만 명 가운데 만 5천 명만 취업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대생 열 명 중 한 명꼴. 외환위기의 시련은 여학생에게 더 가혹했습니다.

실력으로 몰고 온 ‘여풍’
믿을 건 자기 자신 뿐, 커지는 女風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받는 현실. 여학생들은 그나마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 시험점수에 매달립니다. 이른바 女風이 불기 시작합니다.

2003년 9시뉴스는 서울대 16개 단과대학 중 10개 단과대학의 수석졸업생이 여학생이라는 소식을 전합니다. 전통적으로 여학생이 적은 의대와 법대에서는 2년 연속 여학생이 수석졸업을 했습니다.

당시 서울대 치대 여성 수석졸업생은 "여자가 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려면 (남학생보다) 좀 더 성적이 높아야 하는 게 있어서요"라는 씁쓸한 인터뷰를 남깁니다.

사관학교 출신 여성장교들은 21세기가 돼서야 탄생했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학생 입교를 금지해온 사관학교는 21세기 직전에야 달라진 사회를 반영합니다. 1997년 공사, 1998년 육사, 1999년 해사가 차례로 여학생 입학을 허가했습니다.

첫 여성 소위를 배출한 육사 58기 졸업생 중 차석은 여생도가 차지했습니다. 여학생 평균성적도 남학생보다 높았습니다. 공사 첫 여성사관생도 18명 가운데 7명이 조종특기를 받아 전투기 조종간 등을 잡았습니다.

2002년 졸업한 경찰대생 1,2,3등은 모두 여학생이 차지했습니다.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두각을 나타낸 여대생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일부 '잘나가는' 여학생들의 활약은 전체 여대생이 남자 대학생보다 취업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뉴스위크는 졸업사진 촬영을 하고 정문을 나선 이대생 모습에 ‘돈의 노예 : 이대생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소송을 당하고 사과했다. 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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