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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A/S] 다시 쓰는 ‘세탁 세제, 그래서 얼마만큼 넣을까요’
입력 2019.02.24 (09:01) 수정 2019.02.24 (09:07) 취재K
옷감 무게, 여행용 간이 저울로
이도 저도 귀찮다면 딱 반 컵만

'이게 기사가 될까?' 긴가민가하며 썼던 기사였습니다. 너무 사소한 주제다 보니 솔직히 기사가 되기에 모자라 보이기도 했습니다. 취재하면서도 기사 쓰면서도 반신반의. 하지만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반나절 만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이 문제(?)가 기자만 궁금해했던 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관기사] [지식K] 생활 속 난제? 세탁 세제 얼마만큼 넣으면 될까


■ “그래서 어쩌라고”…불효자 아니, 기자는 웁니다

하지만 높은 관심도와 달리 기사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많은 네티즌은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같은 반응을 내놨습니다.

댓글 내용을 한 번 볼까요?

우선 포털에서 가장 높은 '공감'을 기록했던 댓글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댓글이 대부분이네요.


▲죄송합니다 ㅜㅜ▲죄송합니다 ㅜㅜ


기레기 소리만 안 나왔을 뿐이지,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심지어는 기자도 잘 모른다는 댓글마저..


불효자.. 아니, 기자는 웁니다. ㅜㅜ


댓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옷감 세제 넣을 때 '무게만 확실히 알면 된다'는 내용만 제대로 전달하면 독자들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래서 옷감 무게를 어떻게 재냐'를 더 궁금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프터서비스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가전제품만 A/S(사후관리)가 있으리라는 법 있나요. 독자들이 만족할만한 해답이 나올 때까지 더 파보기로 했습니다.

■ 옷감 무게를 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이쯤에서 지난번 기사의 내용을 요약해봅니다.

(세줄요약)
1. 세제는 옷감 무게에 맞게 '정량'을 넣어야 한다.
2. 세제 많다고 빨래 잘 되는 거 아니고 충분히 헹궈지지 않으면 세제가 남아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3. 세제에 딸린 계량컵 기준 한 컵(옷감 7kg 기준), 또는 반 컵(3kg)을 넣으면 된다.

그러면 옷감 무게,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지난번 기사에 반영하진 못했지만 사실 집에 있는 체중계를 이용해 무게를 재보기도 했습니다. 빨래 바구니를 체중계에 올려놓고 재보기도 했지만 뭔가 2%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바로 여행용 가방 무게를 재는 데 쓰는 간이 저울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간이 저울 가격은 대략 5천 원 안팎. 포털에서 '여행 저울'이라고 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용품점에 가도 여행상품 판매대에 이런 간이 저울이 있다.▲생활용품점에 가도 여행상품 판매대에 이런 간이 저울이 있다.

심지어 생활용품 가게에 가면 이처럼 단돈 3천 원짜리 상품도 있습니다.

여기에 옷감을 한데 모아 체중계에 걸 수 있는 대형 세탁망이 있으면 준비는 끝납니다. 그럼 재 볼까요? 세탁기에 넣을 옷감을 세탁망에 채워 간이 저울에 걸면 이런 형태가 됩니다.


옷감 무게 재는 거 정말 쉽쥬?(백 주부 버전임) 제 옷감은 무게 3kg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세탁 세제에 딸린 계량컵 기준으로 절반 정도를 넣으면 됩니다.(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세제 별 계량컵 1컵이 옷감 7kg을 세척할 수 있도록 통일돼 있습니다.) 액상 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댓글에 종이컵으로 알기 쉽게 적정 세제량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이컵은 너무 커서 세제량을 알려주기에 적절치 않습니다. 세제용 계량컵에 가득 채워도 종이컵 반도 못 채우는 수준이죠.

▲계량컵을 가득 채워서 종이컵에 부어도 바닥만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다.▲계량컵을 가득 채워서 종이컵에 부어도 바닥만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다.

소주컵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세제마다 적정 사용량이 달라서 일률화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기술표준원이 2010년 세제의 계량컵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통일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계량컵 1컵당 옷감 7kg을 세척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세제 마다 성능이나 성분이 다르므로 계량컵의 용량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가령 A사의 세제 계량컵이 1컵당 65g이라면 B사는 55g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용량은 다르지만, 계량컵 1컵은 모두 옷감 7kg을 세척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래서 각 세제에 딸린 계량컵을 이용해 세제량을 조절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 다 귀찮다면 반 컵만 넣자

이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무게 재는 것도 귀찮고 간이 저울도 사야 하니 그냥 하던 대로 대충 넣겠다고 말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세탁 세제를 계량컵의 절반만 넣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왜 하필 반 컵이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계량컵 1컵당 세탁할 수 있는 옷감의 양은 7kg입니다. 왜냐면 국가기술표준원이 4인 가족 기준 평균 세탁물량을 이 정도로 봤기 때문입니다.

옷감 7kg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 되죠. 아래 그림을 참조해주세요.


이렇게 어른 옷 기준 바지 4장, 남방 4장, 와이셔츠 4장, 그리고 양말·속옷·수건이 각각 8장씩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적지 않은 양이죠.

막상 빨래하려고 무게를 재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7kg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요즘 1인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죠. 혼자 사는 대학생, 직장인, 미혼남녀로 구성된 가구가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2017년 기준 우리나라 2천만 가구 중 1인 가구가 560만여 가구로 30%에 육박합니다.

게다가 옷감 종류에 따라 색상에 따라 세탁기를 나눠서 돌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면 결국 반 컵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 이 적은 것 같지만 1~2인 가구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거품이 적을 텐데 그러면 빨래가 잘 안 되지 않느냐고요?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거품이 많다고 세척 효과가 좋은 건 아니라고 합니다. 드럼세탁기 세제의 성능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던 한국소비자원 고태상 선임연구원은 "거품과 세척력은 큰 상관이 없다"라며 "거품이 많아야 세탁이 잘 된다는 건 일종의 선입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거품이 많이 나면 제대로 헹궈지지 않아 세제 찌꺼기가 옷에 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옷감 세척에 필요한 세제는 아주 소량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성분 중 정말 세척에 필요한 성분은 굉장히 적다"라며 "세제가 너무 적으면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세탁이 잘 안 된다고 느낄 수 있어, 세제 회사들이 세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성분을 더해 용량을 늘릴 정도"라고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상식과는 꽤 거리감이 있죠?

■ 옷감 무게, 세탁기는 알고 있다

사실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옷감의 무게는 세탁기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세탁기를 직접 돌려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자동세탁 버튼을 누르면 세탁기가 웅웅 대며 이리저리 옷감을 돌려보다가 어느 순간 '딱'하고 멈추고 물을 넣기 시작하죠. 세탁기가 무게를 감지해 물 양을 조절하는 겁니다. 게다가 전자동 세탁기(흔히 말하는 통돌이 세탁기)는 물 높이를 화면에 표시까지 해줍니다.

이걸 활용해 적정 세제량을 구할 수도 있겠죠? 가량 14kg 용량 세탁기에 자동세탁 버튼을 눌렀는데 물 높이(1~10단계) 중 5단계가 표시됐다면 옷감 무게가 최대 용량의 절반인 7kg이란 걸 알 수 있는 거죠.

통돌이와 달리 드럼세탁기에는 대개 물 높이를 알려주는 표시가 따로 없습니다. 통돌이 세탁기에 비해 세척 방식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세탁기 제조사 관계자는 귀띔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편 혹은 요구에 맞춰 최근에는 옷감 무게에 맞춰 세제를 자동투입하는 똑똑한 세탁기도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나온 애드워시라고 하는 제품이 그렇고요.

옷감 무게나 더러움 정도를 감지해 세제를 자동 투입해주는 세탁기. 왼쪽이 LG시그니처, 오른쪽이 삼성 애드워시 세탁기옷감 무게나 더러움 정도를 감지해 세제를 자동 투입해주는 세탁기. 왼쪽이 LG시그니처, 오른쪽이 삼성 애드워시 세탁기

심지어 옷감의 더러움 정도를 감지해 세제와 물 양을 조절해주기도 합니다. LG전자 시그니처 세탁기가 그런 경우인데 가격은 다른 세탁기보다 비싼 편입니다.

■ 세탁 세제 정량은 어떻게 난제가 되었나?

세탁 세제 정하는 게 라면 물 맞추듯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통일된 면발과 스프량에 물 양만 채워서 끓이면 되는 라면과 달리 옷감 세탁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때 묻은 옷감이라는 것을 정량화하기도 어렵지만, 그에 맞는 세제의 세척 수준과 세탁기의 성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충, 그리고 감에 의존해 이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2천만 가구에서 평균 일주일에 3번가량 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럴 경우 물 낭비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세제가 제대로 헹궈지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면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고요. 당연히 세제 과다 사용도 환경에 부담이 됩니다.

나라의 표준제도를 관장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생각은 어떨까요.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감안해 회사마다 제각각이었던 세제 계량컵을 2010년, 세탁물 7kg에 맞춰 1컵으로 정하고 눈금도 표시하도록 했다"라며 "하지만 9년 전 기준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1인 가구, 드럼세탁기 사용 보편화 등의 변화상들을 반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댓글 중 많은 공감을 샀던 세탁기 화면에 옷감 무게를 표시하는 기능도 좋은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적정 세제량이 옷감 무게에 의해 결정되고, 세탁기가 자동으로 옷감 무게를 감지하는 만큼 그 무게를 화면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세제 양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세탁기 제조사 관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인다"라며 "현업 부서에 관련 내용을 제안해보겠다"고 전 했습니다.


사소하고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 제가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문제 혹은 불편함이면서도 자칫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세탁 세제, 이제는 적정량을 투입하거나 계량컵 기준 절반 정도만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 세탁 세제 이외에도 여러분들께서 생활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작은 궁금증이나 불편한 부분을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메일(byun@kbs.co.kr)로 보내주시면 취재해서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관기사][지식K] 명절에 쌓인 애물단지 아이스팩, 어떻게 처리할까?
  • [기사A/S] 다시 쓰는 ‘세탁 세제, 그래서 얼마만큼 넣을까요’
    • 입력 2019.02.24 (09:01)
    • 수정 2019.02.24 (09:07)
    취재K
옷감 무게, 여행용 간이 저울로
이도 저도 귀찮다면 딱 반 컵만

'이게 기사가 될까?' 긴가민가하며 썼던 기사였습니다. 너무 사소한 주제다 보니 솔직히 기사가 되기에 모자라 보이기도 했습니다. 취재하면서도 기사 쓰면서도 반신반의. 하지만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반나절 만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이 문제(?)가 기자만 궁금해했던 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관기사] [지식K] 생활 속 난제? 세탁 세제 얼마만큼 넣으면 될까


■ “그래서 어쩌라고”…불효자 아니, 기자는 웁니다

하지만 높은 관심도와 달리 기사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많은 네티즌은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같은 반응을 내놨습니다.

댓글 내용을 한 번 볼까요?

우선 포털에서 가장 높은 '공감'을 기록했던 댓글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댓글이 대부분이네요.


▲죄송합니다 ㅜㅜ▲죄송합니다 ㅜㅜ


기레기 소리만 안 나왔을 뿐이지,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심지어는 기자도 잘 모른다는 댓글마저..


불효자.. 아니, 기자는 웁니다. ㅜㅜ


댓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옷감 세제 넣을 때 '무게만 확실히 알면 된다'는 내용만 제대로 전달하면 독자들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래서 옷감 무게를 어떻게 재냐'를 더 궁금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프터서비스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가전제품만 A/S(사후관리)가 있으리라는 법 있나요. 독자들이 만족할만한 해답이 나올 때까지 더 파보기로 했습니다.

■ 옷감 무게를 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이쯤에서 지난번 기사의 내용을 요약해봅니다.

(세줄요약)
1. 세제는 옷감 무게에 맞게 '정량'을 넣어야 한다.
2. 세제 많다고 빨래 잘 되는 거 아니고 충분히 헹궈지지 않으면 세제가 남아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3. 세제에 딸린 계량컵 기준 한 컵(옷감 7kg 기준), 또는 반 컵(3kg)을 넣으면 된다.

그러면 옷감 무게,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지난번 기사에 반영하진 못했지만 사실 집에 있는 체중계를 이용해 무게를 재보기도 했습니다. 빨래 바구니를 체중계에 올려놓고 재보기도 했지만 뭔가 2%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바로 여행용 가방 무게를 재는 데 쓰는 간이 저울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간이 저울 가격은 대략 5천 원 안팎. 포털에서 '여행 저울'이라고 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용품점에 가도 여행상품 판매대에 이런 간이 저울이 있다.▲생활용품점에 가도 여행상품 판매대에 이런 간이 저울이 있다.

심지어 생활용품 가게에 가면 이처럼 단돈 3천 원짜리 상품도 있습니다.

여기에 옷감을 한데 모아 체중계에 걸 수 있는 대형 세탁망이 있으면 준비는 끝납니다. 그럼 재 볼까요? 세탁기에 넣을 옷감을 세탁망에 채워 간이 저울에 걸면 이런 형태가 됩니다.


옷감 무게 재는 거 정말 쉽쥬?(백 주부 버전임) 제 옷감은 무게 3kg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세탁 세제에 딸린 계량컵 기준으로 절반 정도를 넣으면 됩니다.(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세제 별 계량컵 1컵이 옷감 7kg을 세척할 수 있도록 통일돼 있습니다.) 액상 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댓글에 종이컵으로 알기 쉽게 적정 세제량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이컵은 너무 커서 세제량을 알려주기에 적절치 않습니다. 세제용 계량컵에 가득 채워도 종이컵 반도 못 채우는 수준이죠.

▲계량컵을 가득 채워서 종이컵에 부어도 바닥만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다.▲계량컵을 가득 채워서 종이컵에 부어도 바닥만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다.

소주컵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세제마다 적정 사용량이 달라서 일률화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기술표준원이 2010년 세제의 계량컵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통일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계량컵 1컵당 옷감 7kg을 세척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세제 마다 성능이나 성분이 다르므로 계량컵의 용량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가령 A사의 세제 계량컵이 1컵당 65g이라면 B사는 55g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용량은 다르지만, 계량컵 1컵은 모두 옷감 7kg을 세척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래서 각 세제에 딸린 계량컵을 이용해 세제량을 조절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 다 귀찮다면 반 컵만 넣자

이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무게 재는 것도 귀찮고 간이 저울도 사야 하니 그냥 하던 대로 대충 넣겠다고 말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세탁 세제를 계량컵의 절반만 넣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왜 하필 반 컵이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계량컵 1컵당 세탁할 수 있는 옷감의 양은 7kg입니다. 왜냐면 국가기술표준원이 4인 가족 기준 평균 세탁물량을 이 정도로 봤기 때문입니다.

옷감 7kg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 되죠. 아래 그림을 참조해주세요.


이렇게 어른 옷 기준 바지 4장, 남방 4장, 와이셔츠 4장, 그리고 양말·속옷·수건이 각각 8장씩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적지 않은 양이죠.

막상 빨래하려고 무게를 재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7kg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요즘 1인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죠. 혼자 사는 대학생, 직장인, 미혼남녀로 구성된 가구가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2017년 기준 우리나라 2천만 가구 중 1인 가구가 560만여 가구로 30%에 육박합니다.

게다가 옷감 종류에 따라 색상에 따라 세탁기를 나눠서 돌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면 결국 반 컵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 이 적은 것 같지만 1~2인 가구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거품이 적을 텐데 그러면 빨래가 잘 안 되지 않느냐고요?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거품이 많다고 세척 효과가 좋은 건 아니라고 합니다. 드럼세탁기 세제의 성능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던 한국소비자원 고태상 선임연구원은 "거품과 세척력은 큰 상관이 없다"라며 "거품이 많아야 세탁이 잘 된다는 건 일종의 선입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거품이 많이 나면 제대로 헹궈지지 않아 세제 찌꺼기가 옷에 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옷감 세척에 필요한 세제는 아주 소량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성분 중 정말 세척에 필요한 성분은 굉장히 적다"라며 "세제가 너무 적으면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세탁이 잘 안 된다고 느낄 수 있어, 세제 회사들이 세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성분을 더해 용량을 늘릴 정도"라고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상식과는 꽤 거리감이 있죠?

■ 옷감 무게, 세탁기는 알고 있다

사실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옷감의 무게는 세탁기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세탁기를 직접 돌려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자동세탁 버튼을 누르면 세탁기가 웅웅 대며 이리저리 옷감을 돌려보다가 어느 순간 '딱'하고 멈추고 물을 넣기 시작하죠. 세탁기가 무게를 감지해 물 양을 조절하는 겁니다. 게다가 전자동 세탁기(흔히 말하는 통돌이 세탁기)는 물 높이를 화면에 표시까지 해줍니다.

이걸 활용해 적정 세제량을 구할 수도 있겠죠? 가량 14kg 용량 세탁기에 자동세탁 버튼을 눌렀는데 물 높이(1~10단계) 중 5단계가 표시됐다면 옷감 무게가 최대 용량의 절반인 7kg이란 걸 알 수 있는 거죠.

통돌이와 달리 드럼세탁기에는 대개 물 높이를 알려주는 표시가 따로 없습니다. 통돌이 세탁기에 비해 세척 방식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세탁기 제조사 관계자는 귀띔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편 혹은 요구에 맞춰 최근에는 옷감 무게에 맞춰 세제를 자동투입하는 똑똑한 세탁기도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나온 애드워시라고 하는 제품이 그렇고요.

옷감 무게나 더러움 정도를 감지해 세제를 자동 투입해주는 세탁기. 왼쪽이 LG시그니처, 오른쪽이 삼성 애드워시 세탁기옷감 무게나 더러움 정도를 감지해 세제를 자동 투입해주는 세탁기. 왼쪽이 LG시그니처, 오른쪽이 삼성 애드워시 세탁기

심지어 옷감의 더러움 정도를 감지해 세제와 물 양을 조절해주기도 합니다. LG전자 시그니처 세탁기가 그런 경우인데 가격은 다른 세탁기보다 비싼 편입니다.

■ 세탁 세제 정량은 어떻게 난제가 되었나?

세탁 세제 정하는 게 라면 물 맞추듯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통일된 면발과 스프량에 물 양만 채워서 끓이면 되는 라면과 달리 옷감 세탁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때 묻은 옷감이라는 것을 정량화하기도 어렵지만, 그에 맞는 세제의 세척 수준과 세탁기의 성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충, 그리고 감에 의존해 이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2천만 가구에서 평균 일주일에 3번가량 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럴 경우 물 낭비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세제가 제대로 헹궈지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면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고요. 당연히 세제 과다 사용도 환경에 부담이 됩니다.

나라의 표준제도를 관장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생각은 어떨까요.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감안해 회사마다 제각각이었던 세제 계량컵을 2010년, 세탁물 7kg에 맞춰 1컵으로 정하고 눈금도 표시하도록 했다"라며 "하지만 9년 전 기준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1인 가구, 드럼세탁기 사용 보편화 등의 변화상들을 반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댓글 중 많은 공감을 샀던 세탁기 화면에 옷감 무게를 표시하는 기능도 좋은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적정 세제량이 옷감 무게에 의해 결정되고, 세탁기가 자동으로 옷감 무게를 감지하는 만큼 그 무게를 화면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세제 양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세탁기 제조사 관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인다"라며 "현업 부서에 관련 내용을 제안해보겠다"고 전 했습니다.


사소하고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 제가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문제 혹은 불편함이면서도 자칫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세탁 세제, 이제는 적정량을 투입하거나 계량컵 기준 절반 정도만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 세탁 세제 이외에도 여러분들께서 생활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작은 궁금증이나 불편한 부분을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메일(byun@kbs.co.kr)로 보내주시면 취재해서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관기사][지식K] 명절에 쌓인 애물단지 아이스팩, 어떻게 처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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