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시들해진 인기에 스키장 ‘흉물’ 방치…‘산사태’ 우려까지

입력 2019.03.08 (21:20) 수정 2019.03.0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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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곳곳에 스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죠.

최근엔 반대로 스키 인구가 줄어들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장하는 스키장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철거나 복구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산림이 훼손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현장K 김지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형 스키장이 있었던 강원도 고성 마산봉 산자락입니다.

수풀 사이로 간간이 리프트 기둥이 서있고 십여 동의 리조트 단지엔 인기척조차 없습니다.

스키장 한쪽에 쌓여있는 낡은 리프트 의자들.

스키장이 파산한 뒤 14년째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군데군데 깨진 건물 유리창들과 떨어져 나간 벽면 사이로 앙상히 드러난 철근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문을 열면 이렇게 먼지가 쌓인 스키 장비들이 쌓여있고요.

기름통이나 의자 같이 사용했던 집기들도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파산 당시 서류와 임금 체불 내역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신동길/인근 주민 : "거의 다 폐허가 됐죠 지금. 10년 동안 멈춰 있는데, 그걸 관리 안하니까 뭐..."]

2년 전 폐장한 충북 수안보 스키장.

빛바랜 안내문과 매표소에 쌓인 뽀얀 먼지가 문을 닫은 지 오래임을 알려줍니다.

슬로프는 곳곳이 갈라지고 패여 더이상 쓸수 없을 정도입니다.

스키 슬로프에 생긴 물길입니다.

원래 있던 배수로가 쓰레기 때문에 막히자 이렇게 사람 허리만큼 땅이 패여서 훼손됐습니다.

큰 비라도 와서 흙더미가 슬로프를 따라 쓸려갈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배제선/녹색연합 : "물은 어디론가 빠져 나가야 되기 때문에 물이 자기가 알아서 물길을 만들게 돼요. 보시면 군데군데 이렇게 팬 곳들이 있는데 그런 영향으로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스키장들이 장기간 방치되는 이유는 뭘까.

보통 국유림을 빌려 만든 스키장은 임대 기간이 끝나면 빌린 사람이 원상 복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자를 못 버티고 문을 닫다 보니, 사업자들이 나몰라라 하기 일쑤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저것(스키장) 때문에 우리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망가진 거예요. 우리가 왜 저 사람들 때문에 왜 망가지냐고."]

일부 지자체에선 문 닫은 스키장을 재개발해 활용해보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적자 끝에 폐장했다가 지난해 다시 문을 연 이 스키장도 여전히 장사가 안 됩니다.

[스키장 직원/음성변조 : "올해는 (슬로프를) 3개 열었어요. (왜 3개만 열어요? 많은데?) 전에 부도났었어요. 부도 나서 작년에는 슬로프 하나 열었다가..."]

더구나 스키 인구는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

그런데도 고성군 등 일부 지자체는 폐허가 된 스키장을 재개장하기 위해 투자할 사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었는데 자금력이 부족해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 못하는 상황이고..."]

평창올림픽에 사용된 가리왕산 스키장 부지도 복구냐 활용이냐를 놓고 논란 중인 가운데 곳곳의 스키장들이 원상복구는 커녕 철거도 못한 채로 방치돼 삼림 훼손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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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시들해진 인기에 스키장 ‘흉물’ 방치…‘산사태’ 우려까지
    • 입력 2019-03-08 21:24:13
    • 수정2019-03-08 21:54:13
    뉴스 9
[앵커]

한때 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곳곳에 스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죠.

최근엔 반대로 스키 인구가 줄어들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장하는 스키장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철거나 복구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산림이 훼손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현장K 김지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형 스키장이 있었던 강원도 고성 마산봉 산자락입니다.

수풀 사이로 간간이 리프트 기둥이 서있고 십여 동의 리조트 단지엔 인기척조차 없습니다.

스키장 한쪽에 쌓여있는 낡은 리프트 의자들.

스키장이 파산한 뒤 14년째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군데군데 깨진 건물 유리창들과 떨어져 나간 벽면 사이로 앙상히 드러난 철근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문을 열면 이렇게 먼지가 쌓인 스키 장비들이 쌓여있고요.

기름통이나 의자 같이 사용했던 집기들도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파산 당시 서류와 임금 체불 내역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신동길/인근 주민 : "거의 다 폐허가 됐죠 지금. 10년 동안 멈춰 있는데, 그걸 관리 안하니까 뭐..."]

2년 전 폐장한 충북 수안보 스키장.

빛바랜 안내문과 매표소에 쌓인 뽀얀 먼지가 문을 닫은 지 오래임을 알려줍니다.

슬로프는 곳곳이 갈라지고 패여 더이상 쓸수 없을 정도입니다.

스키 슬로프에 생긴 물길입니다.

원래 있던 배수로가 쓰레기 때문에 막히자 이렇게 사람 허리만큼 땅이 패여서 훼손됐습니다.

큰 비라도 와서 흙더미가 슬로프를 따라 쓸려갈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배제선/녹색연합 : "물은 어디론가 빠져 나가야 되기 때문에 물이 자기가 알아서 물길을 만들게 돼요. 보시면 군데군데 이렇게 팬 곳들이 있는데 그런 영향으로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스키장들이 장기간 방치되는 이유는 뭘까.

보통 국유림을 빌려 만든 스키장은 임대 기간이 끝나면 빌린 사람이 원상 복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자를 못 버티고 문을 닫다 보니, 사업자들이 나몰라라 하기 일쑤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저것(스키장) 때문에 우리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망가진 거예요. 우리가 왜 저 사람들 때문에 왜 망가지냐고."]

일부 지자체에선 문 닫은 스키장을 재개발해 활용해보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적자 끝에 폐장했다가 지난해 다시 문을 연 이 스키장도 여전히 장사가 안 됩니다.

[스키장 직원/음성변조 : "올해는 (슬로프를) 3개 열었어요. (왜 3개만 열어요? 많은데?) 전에 부도났었어요. 부도 나서 작년에는 슬로프 하나 열었다가..."]

더구나 스키 인구는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

그런데도 고성군 등 일부 지자체는 폐허가 된 스키장을 재개장하기 위해 투자할 사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었는데 자금력이 부족해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 못하는 상황이고..."]

평창올림픽에 사용된 가리왕산 스키장 부지도 복구냐 활용이냐를 놓고 논란 중인 가운데 곳곳의 스키장들이 원상복구는 커녕 철거도 못한 채로 방치돼 삼림 훼손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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