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청와대 vs 경찰…‘2019년판 라쇼몽’의 결말은?

입력 2019.03.26 (18:39) 수정 2019.03.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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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든 작품은 1950년 작 '라쇼몽'입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을 나열한 영화는 결말에서 모두가 거짓말을 했음을 폭로합니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이기심이 펼치는 기괴한 이야기"라 설명하며 "인간은 허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거짓말'이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라는 냉혹한 지적이지요.

그런데 어쩌면 '2019년판 라쇼몽'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KBS는 2013년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경찰의 '김학의 별장 성폭력' 수사 착수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지난 23일부터 연속 보도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팀 실무 책임자 A씨가 취재진에 밝힌 내용을 토대로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분석했는데요. 서로 엇갈리는 대목이 많아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이들이 KBS에만 은밀히 털어놓은 '기억과 주장'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화...수사국장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해"

2013년 3월 초,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는 '별장 성폭력'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합니다. 그리고 그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법무차관 내정자임을 확인합니다. 이제 막 취임식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첫 차관 인사 목록에 포함된 '실세'였기 때문에 첩보를 입수한 경찰도 대단히 난처한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수사국 실무를 총괄했던 A씨는 "첩보를 입수한 팀장급 이하 실무진은 '이미 피해 여성들이 협조를 해주기로 했고 시중에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지휘 책임자인 김학배 수사국장은 수사를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3월 5일 김 수사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A씨는 "김 국장이 '인사권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다. (청와대 관계자와) 범죄 첩보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나에게 털어놨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그러면서 "통상 '인사권자'란 청와대 민정라인을 지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전화를 건 사람은 곽상도 민정수석 아니면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엇갈린 기억①: "박관천 행정관이 경찰청 방문...'VIP 관심사안' 언급"

심지어 며칠 뒤에는 경찰 출신인 청와대 박관천 행정관이 경찰청을 직접 방문합니다. A씨는 "당시 김학배 수사국장 방에서 김 국장과 박 행정관, 내가 함께 만났다"며 "셋이 있는데 박 행정관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지금 이 첩보내용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이 분의 관심사안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엄지손가락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의미하는 제스처였습니다. A씨는 "박 행정관이 'VIP 관심사안'이라며 이것을 진행하면 큰일 난다는 표현을 썼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관천 전 행정관에 관련 내용을 물었습니다. 돌아온 반응은 전면 부인. 이같은 만남 자체가 없었다는 겁니다. "경찰청은 원 소속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로는 왔다 갔다 할 수는 있다"며 "그 사건 때문에 방문한 기억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수사를 하지 말란 말은 범죄인데 나도 수사를 하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했을리 있겠냐"며 "이렇게 말을 한 사람과 대질 심문을 해달라"고 취재진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VIP가 관심이 많다”…朴 청와대, 김학의 발표 앞두고 경찰 압박

한편 A씨는 박 행정관이 경찰청을 방문했을 당시 수사국은 '첩보 확인'을 '내사'로 전환하기 직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구두'로 보고했던 첩보 확인 내용도 청와대에 '서면'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컨대 A씨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청와대의 경고 전화에도 불구하고 첩보 확인을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보고 수위를 높였고, 이처럼 경찰이 말을 안듣자 박관천 행정관이 직접 경찰을 방문해 청와대의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는 겁니다.


엇갈린 기억②: 조응천·곽상도 "당시 경찰이 첩보 확인 안한다고 거짓보고"

박관천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조응천 비서관, 그 위는 곽상도 민정수석이었습니다. 현재 조응천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곽상도 수석은 자유한국당 의원이죠. 이들의 기억을 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A씨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25일 조응천 의원을 직접 만났습니다. A씨가 폭로한 2013년 3월 5일의 전화, 김학배 수사국장이 부담스러워했다는 그 청와대 관계자가 본인이냐고 물었습니다. 조 의원은 "그 무렵 김학배 국장에 전화했던 것 같다"면서도 "인사 검증을 위한 문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학의 내정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경찰의 첩보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 의원은 당시 경찰로부터 "첩보 확인을 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이 '별장 성폭력'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고도 본인에게 숨긴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곽상도 의원 역시 취재진에 "당시 경찰이 공식적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지 않다며 허위보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경찰은 내사가 아니라 첩보확인 단계였지만 어쨌든 조 의원과 같은 입장입니다.

엇갈린 기억③: "수차례 보고" VS "처음 보고"

양측, 그러니까 2013년 3월 청와대와 경찰청 관계자들의 엇갈린 기억은 이뿐이 아닙니다. 다시 A씨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앞서 A씨는 경찰이 첩보 확인 내용을 청와대에 서면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 이유에 대해 A씨는 "동영상 내용을 보니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했고 (김학의 내정자를) 차관으로 임명하면 안 되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듭된 보고에도 청와대가 결국 3월 13일 차관 임명을 공식 발표하자, 발표 당일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보고했다고 A씨는 밝혔습니다. 본인이 기록한 업무일지를 토대로 "차관 발표가 난 날 오후 5시에 범죄정보과 과장과 팀장이 직접 보고하러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관련기사] 경찰 수사팀 “靑 찾아가 ‘김학의 임명 우려’ 전달”

당일 경찰의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역시 조응천, 곽상도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당시 경찰의 보고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민정수석실에 모여 곽 수석 등과 보고를 받았고 나는 잠시 있다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그 자리에 곽상도 수석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조 의원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경찰의 청와대 방문 보고 자리에는 곽 의원, 조 의원 모두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경찰의 보고 경위에 대한 조 의원의 기억은 취재진을 당황케 할 정도로 정반대였습니다. 조 의원은 "13일 아침에 임명 발표를 했는데 경찰이 오후에 첩보를 입수했다고 처음 보고했다"면서 "이 보고를 들은 곽 수석이 놀라서 (청와대로) 들어와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앞서 A씨가 "구두, 서면 보고로도 안 되자 대면 보고를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 의원은 임명 당일까지 경찰이 관련 첩보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당황해서 경찰을 불러들였다는 곽 수석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한술 더 떠 본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경찰들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본인은 추후에 이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것이 곽 수석의 기억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대면 보고를 했던 수사팀 관계자 2명에게도 상황을 물었지만 보고 대상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습니다.

[관련기사] 경찰-朴정부 민정라인, 서로 거짓말 주장…1차수사까지 무슨 일?


검찰 재수사 임박...진실 드러날까?

6년이 지나 소환된 '김학의 별장 성폭력' 사건은 '박근혜 청와대'와 경찰 간의 진실 공방이라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을 특정해 재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총장도 수사 의지를 밝힌 만큼 머지않아 진실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그 진실로 상처를 받을 쪽은 어디일까요. 2019년판 '라쇼몽'의 결말을 씁쓸하게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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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6 18:39:37
    • 수정2019-03-27 14:17:24
    취재K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든 작품은 1950년 작 '라쇼몽'입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을 나열한 영화는 결말에서 모두가 거짓말을 했음을 폭로합니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이기심이 펼치는 기괴한 이야기"라 설명하며 "인간은 허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거짓말'이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라는 냉혹한 지적이지요.

그런데 어쩌면 '2019년판 라쇼몽'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KBS는 2013년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경찰의 '김학의 별장 성폭력' 수사 착수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지난 23일부터 연속 보도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팀 실무 책임자 A씨가 취재진에 밝힌 내용을 토대로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분석했는데요. 서로 엇갈리는 대목이 많아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이들이 KBS에만 은밀히 털어놓은 '기억과 주장'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화...수사국장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해"

2013년 3월 초,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는 '별장 성폭력'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합니다. 그리고 그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법무차관 내정자임을 확인합니다. 이제 막 취임식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첫 차관 인사 목록에 포함된 '실세'였기 때문에 첩보를 입수한 경찰도 대단히 난처한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수사국 실무를 총괄했던 A씨는 "첩보를 입수한 팀장급 이하 실무진은 '이미 피해 여성들이 협조를 해주기로 했고 시중에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지휘 책임자인 김학배 수사국장은 수사를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3월 5일 김 수사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A씨는 "김 국장이 '인사권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다. (청와대 관계자와) 범죄 첩보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나에게 털어놨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그러면서 "통상 '인사권자'란 청와대 민정라인을 지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전화를 건 사람은 곽상도 민정수석 아니면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엇갈린 기억①: "박관천 행정관이 경찰청 방문...'VIP 관심사안' 언급"

심지어 며칠 뒤에는 경찰 출신인 청와대 박관천 행정관이 경찰청을 직접 방문합니다. A씨는 "당시 김학배 수사국장 방에서 김 국장과 박 행정관, 내가 함께 만났다"며 "셋이 있는데 박 행정관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지금 이 첩보내용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이 분의 관심사안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엄지손가락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의미하는 제스처였습니다. A씨는 "박 행정관이 'VIP 관심사안'이라며 이것을 진행하면 큰일 난다는 표현을 썼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관천 전 행정관에 관련 내용을 물었습니다. 돌아온 반응은 전면 부인. 이같은 만남 자체가 없었다는 겁니다. "경찰청은 원 소속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로는 왔다 갔다 할 수는 있다"며 "그 사건 때문에 방문한 기억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수사를 하지 말란 말은 범죄인데 나도 수사를 하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했을리 있겠냐"며 "이렇게 말을 한 사람과 대질 심문을 해달라"고 취재진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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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씨는 박 행정관이 경찰청을 방문했을 당시 수사국은 '첩보 확인'을 '내사'로 전환하기 직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구두'로 보고했던 첩보 확인 내용도 청와대에 '서면'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컨대 A씨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청와대의 경고 전화에도 불구하고 첩보 확인을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보고 수위를 높였고, 이처럼 경찰이 말을 안듣자 박관천 행정관이 직접 경찰을 방문해 청와대의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는 겁니다.


엇갈린 기억②: 조응천·곽상도 "당시 경찰이 첩보 확인 안한다고 거짓보고"

박관천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조응천 비서관, 그 위는 곽상도 민정수석이었습니다. 현재 조응천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곽상도 수석은 자유한국당 의원이죠. 이들의 기억을 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A씨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25일 조응천 의원을 직접 만났습니다. A씨가 폭로한 2013년 3월 5일의 전화, 김학배 수사국장이 부담스러워했다는 그 청와대 관계자가 본인이냐고 물었습니다. 조 의원은 "그 무렵 김학배 국장에 전화했던 것 같다"면서도 "인사 검증을 위한 문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학의 내정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경찰의 첩보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 의원은 당시 경찰로부터 "첩보 확인을 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이 '별장 성폭력'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고도 본인에게 숨긴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곽상도 의원 역시 취재진에 "당시 경찰이 공식적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지 않다며 허위보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경찰은 내사가 아니라 첩보확인 단계였지만 어쨌든 조 의원과 같은 입장입니다.

엇갈린 기억③: "수차례 보고" VS "처음 보고"

양측, 그러니까 2013년 3월 청와대와 경찰청 관계자들의 엇갈린 기억은 이뿐이 아닙니다. 다시 A씨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앞서 A씨는 경찰이 첩보 확인 내용을 청와대에 서면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 이유에 대해 A씨는 "동영상 내용을 보니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했고 (김학의 내정자를) 차관으로 임명하면 안 되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듭된 보고에도 청와대가 결국 3월 13일 차관 임명을 공식 발표하자, 발표 당일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보고했다고 A씨는 밝혔습니다. 본인이 기록한 업무일지를 토대로 "차관 발표가 난 날 오후 5시에 범죄정보과 과장과 팀장이 직접 보고하러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관련기사] 경찰 수사팀 “靑 찾아가 ‘김학의 임명 우려’ 전달”

당일 경찰의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역시 조응천, 곽상도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당시 경찰의 보고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민정수석실에 모여 곽 수석 등과 보고를 받았고 나는 잠시 있다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그 자리에 곽상도 수석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조 의원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경찰의 청와대 방문 보고 자리에는 곽 의원, 조 의원 모두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경찰의 보고 경위에 대한 조 의원의 기억은 취재진을 당황케 할 정도로 정반대였습니다. 조 의원은 "13일 아침에 임명 발표를 했는데 경찰이 오후에 첩보를 입수했다고 처음 보고했다"면서 "이 보고를 들은 곽 수석이 놀라서 (청와대로) 들어와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앞서 A씨가 "구두, 서면 보고로도 안 되자 대면 보고를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 의원은 임명 당일까지 경찰이 관련 첩보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당황해서 경찰을 불러들였다는 곽 수석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한술 더 떠 본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경찰들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본인은 추후에 이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것이 곽 수석의 기억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대면 보고를 했던 수사팀 관계자 2명에게도 상황을 물었지만 보고 대상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습니다.

[관련기사] 경찰-朴정부 민정라인, 서로 거짓말 주장…1차수사까지 무슨 일?


검찰 재수사 임박...진실 드러날까?

6년이 지나 소환된 '김학의 별장 성폭력' 사건은 '박근혜 청와대'와 경찰 간의 진실 공방이라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을 특정해 재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총장도 수사 의지를 밝힌 만큼 머지않아 진실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그 진실로 상처를 받을 쪽은 어디일까요. 2019년판 '라쇼몽'의 결말을 씁쓸하게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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