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늬는 ‘전세’, 알고 보니 ‘월세’…사기 주의보

입력 2019.03.27 (08:33) 수정 2019.03.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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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오피스텔이나 원룸 구할 때 전세 물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인데요.

자, 집주인에겐 월세라고 하고, 세입자에겐 전세라고 속인 뒤 전세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5년 넘는 기간 동안 60억 원대에 이릅니다.

"혹시 내 계약서가 가짜일 수도 있다?" 지금부터 한번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병원에 취업한 A 씨, 월세로 오피스텔을 얻어 자취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3년쯤 지났을 때, 집을 구해 줬던 공인중개사무실 직원을 우연히 만납니다.

[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직장 다닌 지 꽤 되지 않았냐. 전세 생각 없으시냐. 이제 전세로 옮길 때 되지 않았냐."]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한 A 씨, 그런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전세금 5천 5백만 원에 계약했었는데 집주인 집이 서울이어서 못 올 거 같으니까 다 믿고 (부동산과) 계약하면 된다고 해서 계약서를 주셨는데 도장이 조금 조잡한 거예요. 막도장처럼 생겼다고 해야 되나…."]

8천만 원의 전세금으로 신혼집을 얻었던 B 씨도 4개월 넘게 살다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피해 임차인 어머니/음성변조 : "현관 입구에 (집주인이 붙인) 메모지가 붙어 있는 거예요. 저는 8천만 원에 전세잖아요. 근데 (집주인은) 500만 원에 42만 원 월세를 받았다는 거예요. 최근 3~4개월간 월세가 안 들어와서 오게 된 거고요."]

B씨가 계약한 건 전세 계약서인데, 집주인이 계약한 건 월세 계약서였습니다.

월세 계약서의 세입자 이름은 가짜였고, 계약 당시 집주인은 안 왔지만, 집주인과 직접 통화를 했었다는데요.

[피해 임차인 어머니/음성변조 : "왜 주인이 안 나오냐고 그랬더니 주인이 몸이 아파서 우리한테 계약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본인이 임대인이고 용인에 사는데 믿고 주시라고 제가 몸이 괜찮으면 잔금 주는 날은 오겠다고."]

모든 걸 위임했으니, 계약금도 부동산에 입금하라고 했던 집주인. 알고 보니, 가짜 임대인이었습니다.

[피해 임차인 대화내용/음성변조 : "(010-64XX-XXXX 누구예요? 누구 번호야?) 그냥 공폰(허위)이에요. 사용 안 하는 휴대전화."]

경찰이 경기도 안산의 한 부동산을 압수수색합니다.

앞서 보셨던 피해자들의 계약이 이뤄졌던 바로 그 공인중개사입니다.

부동산에서 압수한 물품, 수십 개의 도장이 나왔는데요.

보조원이었던 이 모 씨 자매가 임대인 몰래 계약하기 위해 임대인 이름으로 만든 도장들입니다.

일대 4개 오피스텔 150여 세입자들이 피해를 당했는데, 언니는 4년간 48억 원, 동생은 17억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이중 계약서로 월세를 전세로 속여 전세금을 챙긴 건데요.

법적으로 임대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신분증 등이 있으면 대리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데요.

목돈이 오가는 전세는 보통 집주인이 직접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100이면 80, 90은 직접 와서 (도장)찍어요. 저기가 특이한 케이스예요."]

그런데, 이들이 5년 넘게 사기 행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가짜 집주인을 내세운 것 뿐만 아니라 치밀하게 임차인들의 마음을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피해 임차인 아버지/음성변조 : "오피스텔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세다 하니까 앞뒤 안 가리고 계약을 한 거예요.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게 유도를 해요. '시간이 없다. 빨리 잡아라.'"]

세입자라면 당연히 집주인 만나고 싶을 텐데요.

이런 핑계를 대면서 막았다고 합니다.

[피해 임차인 어머니/음성변조 : "주인이 아파서 못 오네. 외국을 나가서 못 오네. 멀리 살아서 못 오네. (임대인에겐) 세입자가 야간 근무라서 못 온다. 가운데서 임대인과 임차인한테 다 거짓말하고."]

게다가 지역에서 오래된 부동산이라 임대인들도 이들 자매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부동산이 굉장히 오래되고 임대인들이랑 또 꽤 오래 사귀기도 했고, 그래서 임대인들이 그 부동산을 많이 믿으시고 그렇게 하신 거 같아요."]

대부분의 피해자는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들. 현재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한 상황인데요.

[피해 임차인 아버지/음성변조 : "거의 70, 80%가 20대, 나이가 많아 봤자 신혼부부 30대 초반. 사회 경험도 없고 하다 보니까 이 나쁜 사람들이 악용한 거예요. 사회 첫발 디디자마자 그런 거예요."]

부동산이 가입한 보증보험은 전체 계약 가운데 연간 1억 원만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져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강현/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신은 재산이 전혀 없고,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수사팀에서도 숨겨 놓은 금액이 있는지 수사를 했는데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일단 목돈을 날린 세입자들의 피해가 큰 상황인데요. 집주인들과의 협의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피해 임차인 아버지/음성변조 : "집주인은 자기는 잘못이 없다. 우리가 주장하는 건 관리를 안 한 거잖아요. 월세가 들어가든 말든 확인도 안 해 보고 여기서 1년 몇 개월을 살았는데 집주인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거예요."]

하지만, 집주인들도 세입자 만나는 게 쉬웠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세입자와 만나지 못하게 했다는데요.

[임대인/음성변조 : "'나는 세입자 좀 만나겠다. 계약서 쓸 때 제발 세입자 좀 만나겠다.' 그러면 세입자들이 집주인 얼굴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대."]

그런데 어느 날, 집주인도 모르는 사이 세입자가 들어와 있었다고 합니다.

[임대인/음성변조 : "'입주 안 했어.' '이상하다. 왜 안하니?' '언니 요즘 좀 힘들어서 안 돼.' 하도 이상해서 딱 비밀번호 뭐냐고 해서 열고 들어갔더니 사람이 살고 있어요. 저는 중간 중간에도 많이 당했어요. 당했는데 그때그때마다 밝혀냈죠."]

경찰은 이 씨 자매를 상습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습니다.

특히, 아직 피해를 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세입자나 집주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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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늬는 ‘전세’, 알고 보니 ‘월세’…사기 주의보
    • 입력 2019-03-27 08:39:10
    • 수정2019-03-27 10: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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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오피스텔이나 원룸 구할 때 전세 물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인데요.

자, 집주인에겐 월세라고 하고, 세입자에겐 전세라고 속인 뒤 전세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5년 넘는 기간 동안 60억 원대에 이릅니다.

"혹시 내 계약서가 가짜일 수도 있다?" 지금부터 한번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병원에 취업한 A 씨, 월세로 오피스텔을 얻어 자취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3년쯤 지났을 때, 집을 구해 줬던 공인중개사무실 직원을 우연히 만납니다.

[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직장 다닌 지 꽤 되지 않았냐. 전세 생각 없으시냐. 이제 전세로 옮길 때 되지 않았냐."]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한 A 씨, 그런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전세금 5천 5백만 원에 계약했었는데 집주인 집이 서울이어서 못 올 거 같으니까 다 믿고 (부동산과) 계약하면 된다고 해서 계약서를 주셨는데 도장이 조금 조잡한 거예요. 막도장처럼 생겼다고 해야 되나…."]

8천만 원의 전세금으로 신혼집을 얻었던 B 씨도 4개월 넘게 살다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피해 임차인 어머니/음성변조 : "현관 입구에 (집주인이 붙인) 메모지가 붙어 있는 거예요. 저는 8천만 원에 전세잖아요. 근데 (집주인은) 500만 원에 42만 원 월세를 받았다는 거예요. 최근 3~4개월간 월세가 안 들어와서 오게 된 거고요."]

B씨가 계약한 건 전세 계약서인데, 집주인이 계약한 건 월세 계약서였습니다.

월세 계약서의 세입자 이름은 가짜였고, 계약 당시 집주인은 안 왔지만, 집주인과 직접 통화를 했었다는데요.

[피해 임차인 어머니/음성변조 : "왜 주인이 안 나오냐고 그랬더니 주인이 몸이 아파서 우리한테 계약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본인이 임대인이고 용인에 사는데 믿고 주시라고 제가 몸이 괜찮으면 잔금 주는 날은 오겠다고."]

모든 걸 위임했으니, 계약금도 부동산에 입금하라고 했던 집주인. 알고 보니, 가짜 임대인이었습니다.

[피해 임차인 대화내용/음성변조 : "(010-64XX-XXXX 누구예요? 누구 번호야?) 그냥 공폰(허위)이에요. 사용 안 하는 휴대전화."]

경찰이 경기도 안산의 한 부동산을 압수수색합니다.

앞서 보셨던 피해자들의 계약이 이뤄졌던 바로 그 공인중개사입니다.

부동산에서 압수한 물품, 수십 개의 도장이 나왔는데요.

보조원이었던 이 모 씨 자매가 임대인 몰래 계약하기 위해 임대인 이름으로 만든 도장들입니다.

일대 4개 오피스텔 150여 세입자들이 피해를 당했는데, 언니는 4년간 48억 원, 동생은 17억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이중 계약서로 월세를 전세로 속여 전세금을 챙긴 건데요.

법적으로 임대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신분증 등이 있으면 대리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데요.

목돈이 오가는 전세는 보통 집주인이 직접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100이면 80, 90은 직접 와서 (도장)찍어요. 저기가 특이한 케이스예요."]

그런데, 이들이 5년 넘게 사기 행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가짜 집주인을 내세운 것 뿐만 아니라 치밀하게 임차인들의 마음을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피해 임차인 아버지/음성변조 : "오피스텔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세다 하니까 앞뒤 안 가리고 계약을 한 거예요.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게 유도를 해요. '시간이 없다. 빨리 잡아라.'"]

세입자라면 당연히 집주인 만나고 싶을 텐데요.

이런 핑계를 대면서 막았다고 합니다.

[피해 임차인 어머니/음성변조 : "주인이 아파서 못 오네. 외국을 나가서 못 오네. 멀리 살아서 못 오네. (임대인에겐) 세입자가 야간 근무라서 못 온다. 가운데서 임대인과 임차인한테 다 거짓말하고."]

게다가 지역에서 오래된 부동산이라 임대인들도 이들 자매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부동산이 굉장히 오래되고 임대인들이랑 또 꽤 오래 사귀기도 했고, 그래서 임대인들이 그 부동산을 많이 믿으시고 그렇게 하신 거 같아요."]

대부분의 피해자는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들. 현재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한 상황인데요.

[피해 임차인 아버지/음성변조 : "거의 70, 80%가 20대, 나이가 많아 봤자 신혼부부 30대 초반. 사회 경험도 없고 하다 보니까 이 나쁜 사람들이 악용한 거예요. 사회 첫발 디디자마자 그런 거예요."]

부동산이 가입한 보증보험은 전체 계약 가운데 연간 1억 원만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져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강현/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신은 재산이 전혀 없고,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수사팀에서도 숨겨 놓은 금액이 있는지 수사를 했는데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일단 목돈을 날린 세입자들의 피해가 큰 상황인데요. 집주인들과의 협의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피해 임차인 아버지/음성변조 : "집주인은 자기는 잘못이 없다. 우리가 주장하는 건 관리를 안 한 거잖아요. 월세가 들어가든 말든 확인도 안 해 보고 여기서 1년 몇 개월을 살았는데 집주인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거예요."]

하지만, 집주인들도 세입자 만나는 게 쉬웠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세입자와 만나지 못하게 했다는데요.

[임대인/음성변조 : "'나는 세입자 좀 만나겠다. 계약서 쓸 때 제발 세입자 좀 만나겠다.' 그러면 세입자들이 집주인 얼굴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대."]

그런데 어느 날, 집주인도 모르는 사이 세입자가 들어와 있었다고 합니다.

[임대인/음성변조 : "'입주 안 했어.' '이상하다. 왜 안하니?' '언니 요즘 좀 힘들어서 안 돼.' 하도 이상해서 딱 비밀번호 뭐냐고 해서 열고 들어갔더니 사람이 살고 있어요. 저는 중간 중간에도 많이 당했어요. 당했는데 그때그때마다 밝혀냈죠."]

경찰은 이 씨 자매를 상습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습니다.

특히, 아직 피해를 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세입자나 집주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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