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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방위비분담금① 갑을관계 요구하는 트럼프식 ‘한미동맹’
입력 2019.04.11 (07:04) 수정 2019.04.11 (10:36) 취재후
[취재후] 방위비분담금① 갑을관계 요구하는 트럼프식 ‘한미동맹’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조치협정(이하 방위비 협정) 비준동의안이 지난 5일 정부 원안 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이전보다 8.2%가 인상된 1조 389억 원,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국회는 (4일 오전 공청회-> 오후 법안소위 가결-> 5일 오전 외통위 전체회의->오후 본회의 처리) 속전속결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장관 청문회 등으로 여야 간 대결국면 속에서도 비준동의안(재석 194명 중 찬성 139명, 반대 33명, 기권 22명)은 순조롭게 처리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국방비를 줄이겠다고 공언했고,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로부터 더 많은 분담금을 얻어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동맹국으로부터 미군의 주둔비 전액에다가 50%를 더 받아낼 생각"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3조 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방위비분담금을 취재하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최소한 한미동맹 사이에선 '놀라운 정도로' 트럼프의 셈법이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트럼프가 그런 말을 하기 전부터 한국과 주한미군 사이에는 그런 불평등한 관계가 설정돼 있었다고도 볼수 있다.

지난 2008년 제8차 방위비분담금 협상 당시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받은 후 안 쓴 현금을 1조 1,193억 원이나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이 돈을 미국 은행의 국방부 계좌에 예치해 3천억 원의 이자소득까지 올렸다는 이른바 '돈놀이'가 드러나면서 국내 여론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외교부나 국방부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밝혀지면 다음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반영하겠다"고 약속하고 8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끝냈다. 물론 몇 해가 지나 '돈놀이' 논란은 사실로 밝혀졌다.

2014년도부터 발효된 제9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그래서 방위비분담금을 '현금' 대신 '현물' 제공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 역시 1조 원(국방부가 갖고 있으나 미군이 필요하다고 하면 줘야 하는 돈)이 안 쓰인 채 쌓여 있었다. 방위비 협정 이행약정에 미집행액을 미군이 이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미국은 평택기지 건설비로 얼마를 썼을까?

  [자료출처:송영길 의원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은 기지 내 주택이나 위락시설 건설비를 제외한 군사건설비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5,600여억 원을 썼다. 그런데 2015년 이후 2017년까지는 3년간은 단 한 푼의 예산도 쓰지 않았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2015년부터 3년간 한국은 순수 국방예산으로 1.3조 원을 썼고, 방위비 분담금 중 군사건설비 1.2조 원 등 2.5조 원의 예산을 썼는데 정작 미국이 평택기지 건설에 예산을 전혀 안 썼다면 평택 미군기지는 어떻게 완공 된 걸까?


위 표는 2008년부터 주한미군이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주한미군은 2008년 1조 원 넘게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쓰기 시작해 현재 2,880억 원까지 줄였다. 결국, 미국은 과거에 현금으로 준 분담금을 안 쓰고 모아둔 돈과 2014년 이후 매년 한국이 지원한 방위비 분담금을 써서 평택 미군기지(미국명 캠프 험프리)를 완공한 셈이다.

국방부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시작된 2003년, 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반반씩 부담한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16조 원이 들어간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92%를 한국이 댔고 미군은 8%를 내는 데 그쳤다.

"이 시설은 미 국방부의 해외 시설 중 단연 최고다. 한미 양국 정부의 동맹을 향한 영원한 헌신이 주한미군의 변혁을 통해 나타나게 될 것이다. (2017년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 평택 이주 환영사 중에서)" 미국 장군으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은 평택 미군기지는 결국 한국이 건설해 헌납하다시피 한 셈이다.

박기학 통일평화연구소장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한층 평화적인 정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이제 거의 마무리돼 큰 돈이 들어갈 건설 수요도 많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8.2%가 인상됐다는 건 매우 굴욕적인 협상 결과라는 비판이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내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2015년 기준 국방예산 가운데 주한미군 주둔비로 인건비를 제외하고 1.1조 원을 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미군 통신선 및 카투사 지원 등 5.5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 돈을 쓰고 있지만, 양국의 GDP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2~3배나 더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늘 '동맹'을 강조한다. '동맹'의 사전적인 뜻은 "둘 이상의 국가가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한 행동을 취하기로 한 약속. 또는 그런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SOFA나 방위비 협정 내용을 보면 양국 간의 동맹은 전혀 동등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안보무임승차'론이나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요구에 대해 미군 퇴역 장성들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조폭 갈취 행위","미군을 용병으로 격하" 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관기사] 3년간 평택기지 건설비 미국 ‘0원’…한국 2.5조 원
  • [취재후] 방위비분담금① 갑을관계 요구하는 트럼프식 ‘한미동맹’
    • 입력 2019.04.11 (07:04)
    • 수정 2019.04.11 (10:36)
    취재후
[취재후] 방위비분담금① 갑을관계 요구하는 트럼프식 ‘한미동맹’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조치협정(이하 방위비 협정) 비준동의안이 지난 5일 정부 원안 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이전보다 8.2%가 인상된 1조 389억 원,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국회는 (4일 오전 공청회-> 오후 법안소위 가결-> 5일 오전 외통위 전체회의->오후 본회의 처리) 속전속결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장관 청문회 등으로 여야 간 대결국면 속에서도 비준동의안(재석 194명 중 찬성 139명, 반대 33명, 기권 22명)은 순조롭게 처리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국방비를 줄이겠다고 공언했고,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로부터 더 많은 분담금을 얻어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동맹국으로부터 미군의 주둔비 전액에다가 50%를 더 받아낼 생각"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3조 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방위비분담금을 취재하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최소한 한미동맹 사이에선 '놀라운 정도로' 트럼프의 셈법이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트럼프가 그런 말을 하기 전부터 한국과 주한미군 사이에는 그런 불평등한 관계가 설정돼 있었다고도 볼수 있다.

지난 2008년 제8차 방위비분담금 협상 당시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받은 후 안 쓴 현금을 1조 1,193억 원이나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이 돈을 미국 은행의 국방부 계좌에 예치해 3천억 원의 이자소득까지 올렸다는 이른바 '돈놀이'가 드러나면서 국내 여론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외교부나 국방부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밝혀지면 다음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반영하겠다"고 약속하고 8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끝냈다. 물론 몇 해가 지나 '돈놀이' 논란은 사실로 밝혀졌다.

2014년도부터 발효된 제9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그래서 방위비분담금을 '현금' 대신 '현물' 제공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 역시 1조 원(국방부가 갖고 있으나 미군이 필요하다고 하면 줘야 하는 돈)이 안 쓰인 채 쌓여 있었다. 방위비 협정 이행약정에 미집행액을 미군이 이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미국은 평택기지 건설비로 얼마를 썼을까?

  [자료출처:송영길 의원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은 기지 내 주택이나 위락시설 건설비를 제외한 군사건설비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5,600여억 원을 썼다. 그런데 2015년 이후 2017년까지는 3년간은 단 한 푼의 예산도 쓰지 않았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2015년부터 3년간 한국은 순수 국방예산으로 1.3조 원을 썼고, 방위비 분담금 중 군사건설비 1.2조 원 등 2.5조 원의 예산을 썼는데 정작 미국이 평택기지 건설에 예산을 전혀 안 썼다면 평택 미군기지는 어떻게 완공 된 걸까?


위 표는 2008년부터 주한미군이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주한미군은 2008년 1조 원 넘게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쓰기 시작해 현재 2,880억 원까지 줄였다. 결국, 미국은 과거에 현금으로 준 분담금을 안 쓰고 모아둔 돈과 2014년 이후 매년 한국이 지원한 방위비 분담금을 써서 평택 미군기지(미국명 캠프 험프리)를 완공한 셈이다.

국방부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시작된 2003년, 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반반씩 부담한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16조 원이 들어간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92%를 한국이 댔고 미군은 8%를 내는 데 그쳤다.

"이 시설은 미 국방부의 해외 시설 중 단연 최고다. 한미 양국 정부의 동맹을 향한 영원한 헌신이 주한미군의 변혁을 통해 나타나게 될 것이다. (2017년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 평택 이주 환영사 중에서)" 미국 장군으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은 평택 미군기지는 결국 한국이 건설해 헌납하다시피 한 셈이다.

박기학 통일평화연구소장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한층 평화적인 정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이제 거의 마무리돼 큰 돈이 들어갈 건설 수요도 많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8.2%가 인상됐다는 건 매우 굴욕적인 협상 결과라는 비판이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내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2015년 기준 국방예산 가운데 주한미군 주둔비로 인건비를 제외하고 1.1조 원을 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미군 통신선 및 카투사 지원 등 5.5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 돈을 쓰고 있지만, 양국의 GDP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2~3배나 더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늘 '동맹'을 강조한다. '동맹'의 사전적인 뜻은 "둘 이상의 국가가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한 행동을 취하기로 한 약속. 또는 그런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SOFA나 방위비 협정 내용을 보면 양국 간의 동맹은 전혀 동등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안보무임승차'론이나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요구에 대해 미군 퇴역 장성들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조폭 갈취 행위","미군을 용병으로 격하" 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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