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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美 ‘굳히기’ VS 北·中 ‘버티기’…한반도 운명은?
입력 2019.04.20 (08:00)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美 ‘굳히기’ VS 北·中 ‘버티기’…한반도 운명은?
4·11 한미정상회담 이후 '포스트 하노이' 국면의 윤곽도 잡힌 듯하다.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리비아식 일괄타결'이라는 미국의 원칙은 '빅딜'이라는 단어 한마디로 더욱 확고해진 듯하다. '빅딜'의 개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것(The big deal is we have to get rid of the nuclear weapons)"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미국에 북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을 외치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라고 한 폼페이오 장관을 협상 대표에서 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은 군사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도 했다.

최근 영변에서는 방사성물질 이동이나 재처리 징후가 의심되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 건조를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차관은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지점에 따라 미군의 방어 공식이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외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과 달리, 잠수함은 어디든 은밀히 다가가 핵미사일까지 발사할 수 있다.

다음 주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놓고 "김 위원장은 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비핵화할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패권국가인 미국과 그에 도전하는 중국이 살 떨리는 싸움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전 세계를 향해 비핵화를 약속했던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절박함’ 내포한 김정은의 강경 메시지, 누굴 향한 걸까?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의 연이틀 군 방문 현지지도와 관련해 "하노이 협상이 '노딜'로 끝난 이후 미국이 제재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면 대결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고 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의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 말 속에서 '제재 해제에 목이 말라 있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최고인민회의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특히, '올해 말까지'라는 시한까지 못 박아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말 속에서는 '강력한 제재 국면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는 절박함까지 읽을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미국만을 향한 걸까? 현재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은 예전만큼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미국에 이끌려 유엔 주도 대북제재에 동참해온 중국을 북한은 야속하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손을 내민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연일 '빅딜'을 요구하며 꿈쩍 않는 미국을 향해 주무 장관 교체까지 요구하면서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좋다고 밝힌 북한 외무성 발표에도 복잡한 마음이 드러난다.

북러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중국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낼 기회"라고 보도했다. 푸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진짜 속마음도 궁금해진다.

발톱 감춘 중국…트럼프 “미국 승리”

"미국식 대화법에 흥미가 없다"는 등의 말로 반감을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과 달리,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아주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이 석 달째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연기만 피우고 있지만 대미 메시지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우리나라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며,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의 호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국 앞에서 꼬리를 내린 모양새였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납작 몸 낮춘 중국’…“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

유럽 지도자들과 기자회견하는 시진핑 주석유럽 지도자들과 기자회견하는 시진핑 주석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중국은 올해도 대외에 공개한 것보다 훨씬 많은 국방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부 업무 보고서에 미국의 반발을 부른 '기술 굴기', 중국제조 2025도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곳곳에 숨겨뒀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듯 시 주석도 지난달 일대일로에 함께 할 우군을 찾기 위해 직접 유럽까지 날아갔다.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당한 뒤 몸을 낮추고는 있지만, 발톱만 숨겨놓은 모양새다. 이런 중국에게 미국이 협상 타결이라는 선물을 안겨줄지는 미지수다. 미중 양국의 협상팀은 5월 말이나 6월 초 합의안 서명을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철회'와 '중국의 자국기업 보조금 철폐', '강제 기술이전 방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양측 고위 대표단이 2차례 추가 협상을 약속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협상 역시 "유리한 타결이 아니면 '노딜'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성사되든 안 되든 미국이 이긴다" 무역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최근 한 발언이다.

군사 압박 강화하는 미국…‘하나의 중국’까지 흔들

관세 폭탄으로 중국에 일격을 가해 운신의 폭을 좁힌 뒤 다시 고삐를 죄며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 중국에 대한 관세도 북한에 대한 제재도 더 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풀어줄 생각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이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두 나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여유로운 얼굴로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눈에 띈다. 미국의 군사 작전은 대륙 세력인 중국의 해상 봉쇄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하다. 합동 군사 훈련을 활발히 진행 중인 일본뿐 아니라 역시 중국과 영토권 분쟁을 벌여온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적 연대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 출동한 ‘USS 와스프’ 함 갑판 위 F-35B 전투기들 (출처: 美 성조지)남중국해 출동한 ‘USS 와스프’ 함 갑판 위 F-35B 전투기들 (출처: 美 성조지)
 
최근 중국이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 자국의 민간 선박 200척을 보내 실력 행사에 나서자 미국은 F-35B 전투기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USS 와스프'를 사상 최초로 파견해 견제에 나섰다. 미군은 또 지난 9일 태국 해군과 함께 안다만 해에서 합동 잠수함 탐지 훈련을 했다.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던 것에서 주변국들과 합동 훈련을 벌이며 보폭을 넓혀가는 형국이다.

미국은 또 중국과 타이완의 틈새도 파고들고 있다. 역대 미국 정부들과 달리 중국에게 아주 민감한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타이완 정부가 미국산 최신 MIA2 에이브람스 전차 108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미국과 관련 절차를 마쳤다는 보도가 나온데 이어 15일에는 미국 국무부가 타이완에 5천억 원대 규모의 F-16전투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과 기자재 지원 방침을 승인했다. 같은날, 타이완 매체들은 차이잉원 총통이 오는 7월 카리브 해 우방 순방 기간 타이완 총통으로서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을 거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타이완 총통의 첫 워싱턴 방문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물론 미중 갈등도 최고조로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달 초 중국의 젠-11 전투기 2대가 타이완 상공에 침입했고 대만 공군 전투기 2대와 10여 분 동안 대치하는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타이완은 F-16 전투기 4대를 추가로 내보냈고 미사일 부대와 지상 부대에도 긴급 준비 태세를 명령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중국은 미군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거의 매달 한 번씩 대만해협에 해군 함정을 파견한 데 대해서도 거칠게 대응했었다.

미중, ‘패권’ 넘어 ‘체제’ 경쟁…갈림길에 선 한반도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단순히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주 해상에서 우리 해경 경비함과 훈련을 했던 미국 해안경비대(USCG) 소속 버솔프함까지 지난달 말 대만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인 커티스 위버함과 함께였다. 버솔프함은 사흘 전 홍콩 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미국 본토 연안 경비를 책임지는 버솔프함이 한반도 인근부터 타이완 해협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은 해양 진출 야욕을 드러내 온 중국을 향해 '어림도 없다'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인 것이다.

수십년 간 독립의 여정을 달려온 타이완에 힘을 실어주고, 북한을 향해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발전'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사실상 미국 편에 서라고 손을 내미는 미국의 행보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무역전쟁이나 군사적 견제 수준을 넘어 '체제 위협'으로까지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에게 김일성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 美 PBS 인터뷰 캡처)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에게 김일성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 美 PBS 인터뷰 캡처)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美 “중국 제압해 북한 떼어낸다”…임박한 ‘비핵화 결전’의 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중국이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슬로건 중하나로 '반 사회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의 대선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거물급 전직 관리들이 포함된 '현존 위협 중국에 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를 설립하기도 했다. CPDC는 중국을 '전체주의적 적'으로 규정했다. 중국을 단순한 패권 도전국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재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팬스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아직도 중국에게 자유는 요원한 꿈일 뿐이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말하지만 등소평의 개혁개방 구호는 이제 속빈 강정일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스티브 배넌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는 25년이나 30년 안에 패권국이 된다. 미국이 쓰러지면 중국이 패권을 잡을 것이다. 북한 문제는 모두 중국 문제의 부분집합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제압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이자 미국의 명운을 건 승부수다. 북한과의 협상도 그 일환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을 맞이한 첫 미국 대통령이다. 중국 문제가 아니더라도 북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대치와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것과 비교해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과 북한에 족쇄를 채워놓고 사실상 시간 끌기에 들어간 미국의 승리로 끝날지, 전 세계가 우려하는 충돌로 번질지 한반도의 운명은 모든 당사국과 함께 중대한 갈림길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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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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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美 ‘굳히기’ VS 北·中 ‘버티기’…한반도 운명은?
4·11 한미정상회담 이후 '포스트 하노이' 국면의 윤곽도 잡힌 듯하다.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리비아식 일괄타결'이라는 미국의 원칙은 '빅딜'이라는 단어 한마디로 더욱 확고해진 듯하다. '빅딜'의 개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것(The big deal is we have to get rid of the nuclear weapons)"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미국에 북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을 외치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라고 한 폼페이오 장관을 협상 대표에서 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은 군사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도 했다.

최근 영변에서는 방사성물질 이동이나 재처리 징후가 의심되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 건조를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차관은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지점에 따라 미군의 방어 공식이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외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과 달리, 잠수함은 어디든 은밀히 다가가 핵미사일까지 발사할 수 있다.

다음 주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놓고 "김 위원장은 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비핵화할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패권국가인 미국과 그에 도전하는 중국이 살 떨리는 싸움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전 세계를 향해 비핵화를 약속했던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절박함’ 내포한 김정은의 강경 메시지, 누굴 향한 걸까?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의 연이틀 군 방문 현지지도와 관련해 "하노이 협상이 '노딜'로 끝난 이후 미국이 제재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면 대결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고 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의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 말 속에서 '제재 해제에 목이 말라 있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최고인민회의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특히, '올해 말까지'라는 시한까지 못 박아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말 속에서는 '강력한 제재 국면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는 절박함까지 읽을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미국만을 향한 걸까? 현재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은 예전만큼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미국에 이끌려 유엔 주도 대북제재에 동참해온 중국을 북한은 야속하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손을 내민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연일 '빅딜'을 요구하며 꿈쩍 않는 미국을 향해 주무 장관 교체까지 요구하면서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좋다고 밝힌 북한 외무성 발표에도 복잡한 마음이 드러난다.

북러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중국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낼 기회"라고 보도했다. 푸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진짜 속마음도 궁금해진다.

발톱 감춘 중국…트럼프 “미국 승리”

"미국식 대화법에 흥미가 없다"는 등의 말로 반감을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과 달리,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아주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이 석 달째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연기만 피우고 있지만 대미 메시지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우리나라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며,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의 호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국 앞에서 꼬리를 내린 모양새였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납작 몸 낮춘 중국’…“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

유럽 지도자들과 기자회견하는 시진핑 주석유럽 지도자들과 기자회견하는 시진핑 주석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중국은 올해도 대외에 공개한 것보다 훨씬 많은 국방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부 업무 보고서에 미국의 반발을 부른 '기술 굴기', 중국제조 2025도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곳곳에 숨겨뒀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듯 시 주석도 지난달 일대일로에 함께 할 우군을 찾기 위해 직접 유럽까지 날아갔다.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당한 뒤 몸을 낮추고는 있지만, 발톱만 숨겨놓은 모양새다. 이런 중국에게 미국이 협상 타결이라는 선물을 안겨줄지는 미지수다. 미중 양국의 협상팀은 5월 말이나 6월 초 합의안 서명을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철회'와 '중국의 자국기업 보조금 철폐', '강제 기술이전 방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양측 고위 대표단이 2차례 추가 협상을 약속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협상 역시 "유리한 타결이 아니면 '노딜'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성사되든 안 되든 미국이 이긴다" 무역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최근 한 발언이다.

군사 압박 강화하는 미국…‘하나의 중국’까지 흔들

관세 폭탄으로 중국에 일격을 가해 운신의 폭을 좁힌 뒤 다시 고삐를 죄며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 중국에 대한 관세도 북한에 대한 제재도 더 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풀어줄 생각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이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두 나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여유로운 얼굴로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눈에 띈다. 미국의 군사 작전은 대륙 세력인 중국의 해상 봉쇄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하다. 합동 군사 훈련을 활발히 진행 중인 일본뿐 아니라 역시 중국과 영토권 분쟁을 벌여온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적 연대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 출동한 ‘USS 와스프’ 함 갑판 위 F-35B 전투기들 (출처: 美 성조지)남중국해 출동한 ‘USS 와스프’ 함 갑판 위 F-35B 전투기들 (출처: 美 성조지)
 
최근 중국이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 자국의 민간 선박 200척을 보내 실력 행사에 나서자 미국은 F-35B 전투기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USS 와스프'를 사상 최초로 파견해 견제에 나섰다. 미군은 또 지난 9일 태국 해군과 함께 안다만 해에서 합동 잠수함 탐지 훈련을 했다.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던 것에서 주변국들과 합동 훈련을 벌이며 보폭을 넓혀가는 형국이다.

미국은 또 중국과 타이완의 틈새도 파고들고 있다. 역대 미국 정부들과 달리 중국에게 아주 민감한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타이완 정부가 미국산 최신 MIA2 에이브람스 전차 108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미국과 관련 절차를 마쳤다는 보도가 나온데 이어 15일에는 미국 국무부가 타이완에 5천억 원대 규모의 F-16전투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과 기자재 지원 방침을 승인했다. 같은날, 타이완 매체들은 차이잉원 총통이 오는 7월 카리브 해 우방 순방 기간 타이완 총통으로서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을 거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타이완 총통의 첫 워싱턴 방문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물론 미중 갈등도 최고조로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달 초 중국의 젠-11 전투기 2대가 타이완 상공에 침입했고 대만 공군 전투기 2대와 10여 분 동안 대치하는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타이완은 F-16 전투기 4대를 추가로 내보냈고 미사일 부대와 지상 부대에도 긴급 준비 태세를 명령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중국은 미군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거의 매달 한 번씩 대만해협에 해군 함정을 파견한 데 대해서도 거칠게 대응했었다.

미중, ‘패권’ 넘어 ‘체제’ 경쟁…갈림길에 선 한반도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단순히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주 해상에서 우리 해경 경비함과 훈련을 했던 미국 해안경비대(USCG) 소속 버솔프함까지 지난달 말 대만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인 커티스 위버함과 함께였다. 버솔프함은 사흘 전 홍콩 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미국 본토 연안 경비를 책임지는 버솔프함이 한반도 인근부터 타이완 해협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은 해양 진출 야욕을 드러내 온 중국을 향해 '어림도 없다'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인 것이다.

수십년 간 독립의 여정을 달려온 타이완에 힘을 실어주고, 북한을 향해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발전'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사실상 미국 편에 서라고 손을 내미는 미국의 행보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무역전쟁이나 군사적 견제 수준을 넘어 '체제 위협'으로까지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에게 김일성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 美 PBS 인터뷰 캡처)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에게 김일성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 美 PBS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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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중국이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슬로건 중하나로 '반 사회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의 대선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거물급 전직 관리들이 포함된 '현존 위협 중국에 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를 설립하기도 했다. CPDC는 중국을 '전체주의적 적'으로 규정했다. 중국을 단순한 패권 도전국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재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팬스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아직도 중국에게 자유는 요원한 꿈일 뿐이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말하지만 등소평의 개혁개방 구호는 이제 속빈 강정일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스티브 배넌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는 25년이나 30년 안에 패권국이 된다. 미국이 쓰러지면 중국이 패권을 잡을 것이다. 북한 문제는 모두 중국 문제의 부분집합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제압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이자 미국의 명운을 건 승부수다. 북한과의 협상도 그 일환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을 맞이한 첫 미국 대통령이다. 중국 문제가 아니더라도 북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대치와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것과 비교해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과 북한에 족쇄를 채워놓고 사실상 시간 끌기에 들어간 미국의 승리로 끝날지, 전 세계가 우려하는 충돌로 번질지 한반도의 운명은 모든 당사국과 함께 중대한 갈림길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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