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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 돌보려’…91세에 요양보호사 된 남편
입력 2019.04.25 (12:41) 수정 2019.04.25 (12:53) 뉴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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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 돌보려’…91세에 요양보호사 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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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년 전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가 있었죠.

백발 노부부의 80년에 가까운 애틋한 사랑 얘기가 큰 감동을 줬는데요.

영화속 부부 못지않은 사랑을 보여준 고령의 커플이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 이번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90대 어르신의 사연입니다.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서 특별한 합격생이 탄생했습니다.

[공동식/예산 요양보호사교육원장 : "90세가 넘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단 한 시간도 지각이나 하루라도 결석 없이 240시간 과정 전체를 다 똑바로 이수하셨죠. 굉장히 성실하신 분이셨습니다."]

단 한 번의 지각도, 결석도 하지 않고 모범생다운 모습을 늘 유지했다는 90대의 학생.

선생님의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는 특별한 학생은 바로 이분 최대식 어르신입니다.

[최대식/91세 : "아흔 하나예요. 1929년 12월 25일생. 밤낮없이 계속 공부한 덕분인 것 같아요. 100점은 아니고 그저 등수에는 들어간 것 같아요. 합격 등수에는."]

역대 최고령 합격생이랍니다.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뒤, 주경야독을 이어갔다는 어르신.

하루에 8시간 씩 수업을 듣고, 점심은 김밥으로 때우기도 했다는데요.

240시간의 이론수업과 실습까지 모두 마친 뒤,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이었는데요.

[최대식/91세 : "글쎄 나이 먹어서 될 수 있을까 그 얘길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끝까지 해봐야겠다."]

[성덕제/학원 동기 : "제 앞에 앉아 계셨는데 거의 한순간도 선생님과 눈 맞춤을 놓치지 않고 집중하시고 계속 책에 밑줄 그으면서 강의를 들으시더라고요. 대단했습니다."]

학원을 나선 어르신이 집이 아니라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공부에 피곤할 법도 한데, 과자를 하나하나 신중히 고릅니다.

[최대식/91세 : "할머니 간식거리. 입가심이나 하라고 간식을 좀 사는 거야. 뭐가 있나 보자, 보자…. 이거 괜찮네. 이것만 사서 가야되겠네."]

할머니를 위한 간식을 사들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데요.

할아버지가 공부하러 간 사이 종일 혼자 있었을 아내와 만나자마자 수다 삼매경에 빠진 어르신, 주변에선 잉꼬 부부로 통한다는데요.

[최대식/91세 : "이거 먹을만한 지 모르겠지만 먹어봐요. 조금만 먹어봐요. (꼭 아기 같네.)"]

60년 동안 함께 해온 아내에게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건 6개월 전.

가족이라곤 부부 둘뿐이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는데요.

[최대식/91세 : "엉뚱한 걸 자꾸 얘기하지. 그땐 뭐를 자기가 두고도 자기는 모르고 자꾸 물어보고 그리고 나보고 했다 그러고. (의사에게) '어떻습니까?' 했더니 치매 초기라고."]

그때 문득 어르신은 아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최대식/91세 : "할머니 때문에 시작을 한 거예요. 나이 먹어서 죽는 날까지 누가 살든 죽든 간에 그 때까진 내가 가족을 보호해야겠다. 그래서 이걸 배운 거예요."]

보건소에 수소문해, 요양보호사 학원을 찾아낸 할아버지.

[최대식/91세 : "원장님이 그야말로 어르신 나이 먹었어도 충분합니다. 여기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고."]

치매 초기엔 아내의 행동을 이해 못해 싸움도 많이 했었지만 요양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아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는데요.

[최대식/91세 : "치매에 대해서 몰랐던 걸 배운 거지. 치매 환자한테는 이렇게 이렇게 관여를 해야 된다. 그동안 학원에서 배운 걸 집에서 써먹는 거야. 환자한테 써먹는 거야."]

합격한 뒤에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신데요.

하나라도 잊어버릴까, 책을 읽고 또 읽는다고 합니다.

어르신이 말하는 합격의 비결은 뭘까요?

600여 쪽에 달하는 책을 모두 암기했다는데요.

선생님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이렇게 잊을까봐 줄쳐놨다고 합니다.

[최대식/91세 : "중요한 대목은 두 줄. 그렇게 체크가 돼 있고 알아만 둘 것은 그냥 하나."]

마음과 집중력만큼은 아직도 10대라는 어르신.

지난 두 달간 400여 쪽의 문제집도 모두 풀어낼 정도로 공부 벌레였다고 합니다.

할머니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김현정/82세 : "아내 그렇게 앉아서 공부를 새벽까지 하더라고. 원래 머리가 좀 좋기는 했어요. 평상시에도. 그전에 회사 다닐 때도 괜찮더라고."]

이렇게 남편 자랑을 하시는 할머니는 남편인 할아버지가 합격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는데요.

[김현정/82세 : "아내 학원에 원장님 만난다고 나갔는데 아저씨가 전화가 왔더라고. '나 됐대. 합격했대.', '아이고 정말요?' 그랬더니 '정말이야.' 부원장님이 합격했다고 축하한다고 그러더래."]

어르신의 합격 소식을 들은 이웃들의 축하도 이어졌는데요.

그동안 남편의 고생이 빛을 보는 것 같아 아내는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김현정/82세 : "아내 그 나이에 이렇게 도전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참 감사해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도 싶고 노력을 하면 뭔가가 이루어지는 구나 이런 것도 생각이 들고."]

오로지 아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뤄낸 결실. 어르신은 이제 남편이자, 자격증 있는 요양사로 할머니 간호할 생각이 벅찹니다.

[최대식/91세 : "내가 보호하고 간호해주면 자연적으로 나을 거 같고 나을 거 같아요. 꾸준히 옆에서 간호는 해야지. 내가 자격증 따고 내가 능력이 있잖아. 배운 게 있고 자격증도 있고 간호하는 게 어렵지 않은 얘기지 뭐."]

불가능은 없다는걸 보여준 90대 최대식 할아버지의 합격스토리.

여기에 아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60년이 훌쩍 넘은 오늘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 ‘치매 아내 돌보려’…91세에 요양보호사 된 남편
    • 입력 2019.04.25 (12:41)
    • 수정 2019.04.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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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 돌보려’…91세에 요양보호사 된 남편
[앵커]

몇 년 전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가 있었죠.

백발 노부부의 80년에 가까운 애틋한 사랑 얘기가 큰 감동을 줬는데요.

영화속 부부 못지않은 사랑을 보여준 고령의 커플이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 이번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90대 어르신의 사연입니다.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서 특별한 합격생이 탄생했습니다.

[공동식/예산 요양보호사교육원장 : "90세가 넘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단 한 시간도 지각이나 하루라도 결석 없이 240시간 과정 전체를 다 똑바로 이수하셨죠. 굉장히 성실하신 분이셨습니다."]

단 한 번의 지각도, 결석도 하지 않고 모범생다운 모습을 늘 유지했다는 90대의 학생.

선생님의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는 특별한 학생은 바로 이분 최대식 어르신입니다.

[최대식/91세 : "아흔 하나예요. 1929년 12월 25일생. 밤낮없이 계속 공부한 덕분인 것 같아요. 100점은 아니고 그저 등수에는 들어간 것 같아요. 합격 등수에는."]

역대 최고령 합격생이랍니다.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뒤, 주경야독을 이어갔다는 어르신.

하루에 8시간 씩 수업을 듣고, 점심은 김밥으로 때우기도 했다는데요.

240시간의 이론수업과 실습까지 모두 마친 뒤,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이었는데요.

[최대식/91세 : "글쎄 나이 먹어서 될 수 있을까 그 얘길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끝까지 해봐야겠다."]

[성덕제/학원 동기 : "제 앞에 앉아 계셨는데 거의 한순간도 선생님과 눈 맞춤을 놓치지 않고 집중하시고 계속 책에 밑줄 그으면서 강의를 들으시더라고요. 대단했습니다."]

학원을 나선 어르신이 집이 아니라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공부에 피곤할 법도 한데, 과자를 하나하나 신중히 고릅니다.

[최대식/91세 : "할머니 간식거리. 입가심이나 하라고 간식을 좀 사는 거야. 뭐가 있나 보자, 보자…. 이거 괜찮네. 이것만 사서 가야되겠네."]

할머니를 위한 간식을 사들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데요.

할아버지가 공부하러 간 사이 종일 혼자 있었을 아내와 만나자마자 수다 삼매경에 빠진 어르신, 주변에선 잉꼬 부부로 통한다는데요.

[최대식/91세 : "이거 먹을만한 지 모르겠지만 먹어봐요. 조금만 먹어봐요. (꼭 아기 같네.)"]

60년 동안 함께 해온 아내에게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건 6개월 전.

가족이라곤 부부 둘뿐이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는데요.

[최대식/91세 : "엉뚱한 걸 자꾸 얘기하지. 그땐 뭐를 자기가 두고도 자기는 모르고 자꾸 물어보고 그리고 나보고 했다 그러고. (의사에게) '어떻습니까?' 했더니 치매 초기라고."]

그때 문득 어르신은 아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최대식/91세 : "할머니 때문에 시작을 한 거예요. 나이 먹어서 죽는 날까지 누가 살든 죽든 간에 그 때까진 내가 가족을 보호해야겠다. 그래서 이걸 배운 거예요."]

보건소에 수소문해, 요양보호사 학원을 찾아낸 할아버지.

[최대식/91세 : "원장님이 그야말로 어르신 나이 먹었어도 충분합니다. 여기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고."]

치매 초기엔 아내의 행동을 이해 못해 싸움도 많이 했었지만 요양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아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는데요.

[최대식/91세 : "치매에 대해서 몰랐던 걸 배운 거지. 치매 환자한테는 이렇게 이렇게 관여를 해야 된다. 그동안 학원에서 배운 걸 집에서 써먹는 거야. 환자한테 써먹는 거야."]

합격한 뒤에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신데요.

하나라도 잊어버릴까, 책을 읽고 또 읽는다고 합니다.

어르신이 말하는 합격의 비결은 뭘까요?

600여 쪽에 달하는 책을 모두 암기했다는데요.

선생님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이렇게 잊을까봐 줄쳐놨다고 합니다.

[최대식/91세 : "중요한 대목은 두 줄. 그렇게 체크가 돼 있고 알아만 둘 것은 그냥 하나."]

마음과 집중력만큼은 아직도 10대라는 어르신.

지난 두 달간 400여 쪽의 문제집도 모두 풀어낼 정도로 공부 벌레였다고 합니다.

할머니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김현정/82세 : "아내 그렇게 앉아서 공부를 새벽까지 하더라고. 원래 머리가 좀 좋기는 했어요. 평상시에도. 그전에 회사 다닐 때도 괜찮더라고."]

이렇게 남편 자랑을 하시는 할머니는 남편인 할아버지가 합격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는데요.

[김현정/82세 : "아내 학원에 원장님 만난다고 나갔는데 아저씨가 전화가 왔더라고. '나 됐대. 합격했대.', '아이고 정말요?' 그랬더니 '정말이야.' 부원장님이 합격했다고 축하한다고 그러더래."]

어르신의 합격 소식을 들은 이웃들의 축하도 이어졌는데요.

그동안 남편의 고생이 빛을 보는 것 같아 아내는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김현정/82세 : "아내 그 나이에 이렇게 도전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참 감사해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도 싶고 노력을 하면 뭔가가 이루어지는 구나 이런 것도 생각이 들고."]

오로지 아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뤄낸 결실. 어르신은 이제 남편이자, 자격증 있는 요양사로 할머니 간호할 생각이 벅찹니다.

[최대식/91세 : "내가 보호하고 간호해주면 자연적으로 나을 거 같고 나을 거 같아요. 꾸준히 옆에서 간호는 해야지. 내가 자격증 따고 내가 능력이 있잖아. 배운 게 있고 자격증도 있고 간호하는 게 어렵지 않은 얘기지 뭐."]

불가능은 없다는걸 보여준 90대 최대식 할아버지의 합격스토리.

여기에 아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60년이 훌쩍 넘은 오늘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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