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무용 ‘융합’…‘최승희 명맥’ 잇다

입력 2019.05.04 (08:19) 수정 2019.05.08 (10: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승희라는 인물을 아십니까?

우리 민족의 혼과 정서를 강렬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최고의 무용가로 평가받는 인물인데요.

최승희 선생의 춤을 남한 땅에 널리 알리고 있는 탈북민 무용가가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한 때는 무용을 그만둘 뻔까지 했다고 하네요.

남북한 춤이 비슷해 보이지만 시선처리나 동작이 많이 다르다는 게 제자들의 공통된 말입니다.

남북한 무용을 한 데 합쳐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데 혼을 쏟고 있는 무용가 최신아 씨를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에서 꼬박 5시간을 달려 찾은 곳, 전라남도 진도군입니다.

진도의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지금 이곳은 국립남도국악원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화려한 군무의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오늘은 어떤 공연이 펼쳐지게 될지 기대되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무용수들의 최종 점검이 한창입니다.

[김하은/예술단원 : "오늘 무대에서 실수하면 단장님이 여기 낙오시키고 가버리신다고 해서 최대한 실수 안 하고 낙오 안 되고 집까지 잘 갔으면 좋겠어요."]

매의 눈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는 공연팀의 단장, 무용수 출신의 탈북민 최신아 씨입니다.

최신아 씨와 단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립남도국악원의 초청을 받았는데요.

[박희정/국립남도국악원 학예 연구장 : "최승희 무용가의 춤사위를 전통과 재창작을 통해서 어떻게 다시 현시대에 재현하고 있는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북한의 예술을 좀 더 실제로 한 번 일반인이 체득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1911년 강원도 홍천 태생의 무용가 최승희, 일제 강점기부터 최고 예술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북한에선 공훈배우 칭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보살춤, 무당춤, 장고춤과 같은 우리나라의 혼과 정서가 담긴 주제를 자신만의 강렬하고 직설적인 표현법으로 펼치면서 세계무대를 누볐습니다.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 "동양의 진주, 세계적인 무희, 또 한국이 낳은 이사도라 덩컨. 여러 가지 수식어로 표현이 되는데요. 그만큼 일제강점기의 최승희 선생은 세계무대에 진출해서 코리아 댄서로서 우리 춤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쳤습니다."]

하지만 해방직후, 일본에서의 활동이 문제가 되자 북한으로 가 평양 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신아 씨 또한 그 뒤를 잇는 북한 무용가들 중 한 명입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북한 무용이라고 하면 간략하게 말해서 ‘최승희 무용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북한 무용은 최승희 선생님이 와서 창시하시고 그 무용을 변화, 발전시켰기 때문에..."]

첫 공연은 창작 무용 ‘서울 아리랑’입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남북 분단, 그리고 통일된 한반도를 그리는 내용인데요.

삼색 천은 한반도의 평화를, 장고 가락은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최신아 씨가 무대에 오릅니다.

화려한 춤사위에 관객들도 푹 빠졌습니다.

막 공연이 끝났는데요. 관객들의 반응 들어보겠습니다.

[박선자/진도 고군면 : "(어머니 안녕하세요. 아까 정말 즐겁게 보시던데 공연 어떠셨어요?) 네, 즐거웠어요. 무용단이 예쁘게 부드럽게 춤을 잘 춰서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진도군은 진짜 복 받은 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이런 반응들이 있었는데요.

예술단원들의 노고가 깃든 만큼 아주 멋진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렇게 멋진 무대를 펼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났을까요, 함께 가보시죠.

연습이 한창인 단원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국내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지만 북한 무용을 익히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심미지/예술단원 : "시선 처리라던가 몸의 동작이 저희가 한국에서 배우던 춤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춤이기 때문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최신아 씨.

한 동작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예술단 생활) 마지막에는 감독도 하면서 갔는데 아마 그게 노하우도 많이 있는 거 같아요. 여기 와서 가르쳐줄 때도 그냥 한 동작을 해도 못 지나가요. 무조건 완벽하게 해야 해요."]

열세 살에 무용을 시작한 최신아 씨는 청진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함경북도예술단의 무용 감독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무용가였는데요.

[최신아/예술단장 : "스물여섯 살에는 제가 3급을 받았어요. 무용 급수 3급이라고 하면 여기에서 연예인급에서도 아주 높은 급이에요, 3급부터는 나라에서 65호 (배급)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공급소에서 매달 부식물이 나와요."]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경제난을 겪은 북한. 최신아 씨 역시 굶는 것은 물론 평생을 바쳐온 무용까지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7년 전, 한국행을 택했는데요.

한국에 온 최신아 씨를 놀라게 한 것, 바로 무용가 최승희의 명망이었습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쟁강 춤은 최승희 선생님의 무희 춤을 변화를 시켜서 그걸 군무로 만든 거예요,. 한국에서도 많이 일반화가 되어있어요. 이 작품 자체가 대학에서도 많이 하고 있고 무용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알 정도로..."]

그렇게 최신아 씨는 최승희의 무용을 이어가고자 잠시 놓았던 무용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4년 전에는 창작 예술단인 ‘최신아 예술단’도 설립했는데요. 지금은 국내 무용학자들도 그녀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 "최신아 선생은 장고춤 부채춤 물동이춤 쟁강춤 이런 춤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북한무용에서 나타나는 빠른 템포의 움직임에 능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겠고 이런 춤들 속에서 최승희 춤의 호흡과 맥박이 최신아 선생님의 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과 북의 춤을 합친 무용을 선보이며 공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최신아 씨. 그녀에게는 무용가로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남북의 무용은 정말 세계에서 정말 멋지고 아름답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무용이다, 우리가 하나로 합치면 세계에서 최고의 최고 무용 예술이 되지 않을까."]

조선의 무희 최승희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 이제 그 명맥은 남북의 춤사위를 한 데 모은 창작 예술로 시도되고 있는데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면에서 그 의미가 남달라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남북 무용 ‘융합’…‘최승희 명맥’ 잇다
    • 입력 2019-05-04 08:25:23
    • 수정2019-05-08 10:34:31
    남북의 창
[앵커]

최승희라는 인물을 아십니까?

우리 민족의 혼과 정서를 강렬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최고의 무용가로 평가받는 인물인데요.

최승희 선생의 춤을 남한 땅에 널리 알리고 있는 탈북민 무용가가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한 때는 무용을 그만둘 뻔까지 했다고 하네요.

남북한 춤이 비슷해 보이지만 시선처리나 동작이 많이 다르다는 게 제자들의 공통된 말입니다.

남북한 무용을 한 데 합쳐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데 혼을 쏟고 있는 무용가 최신아 씨를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에서 꼬박 5시간을 달려 찾은 곳, 전라남도 진도군입니다.

진도의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지금 이곳은 국립남도국악원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화려한 군무의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오늘은 어떤 공연이 펼쳐지게 될지 기대되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무용수들의 최종 점검이 한창입니다.

[김하은/예술단원 : "오늘 무대에서 실수하면 단장님이 여기 낙오시키고 가버리신다고 해서 최대한 실수 안 하고 낙오 안 되고 집까지 잘 갔으면 좋겠어요."]

매의 눈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는 공연팀의 단장, 무용수 출신의 탈북민 최신아 씨입니다.

최신아 씨와 단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립남도국악원의 초청을 받았는데요.

[박희정/국립남도국악원 학예 연구장 : "최승희 무용가의 춤사위를 전통과 재창작을 통해서 어떻게 다시 현시대에 재현하고 있는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북한의 예술을 좀 더 실제로 한 번 일반인이 체득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1911년 강원도 홍천 태생의 무용가 최승희, 일제 강점기부터 최고 예술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북한에선 공훈배우 칭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보살춤, 무당춤, 장고춤과 같은 우리나라의 혼과 정서가 담긴 주제를 자신만의 강렬하고 직설적인 표현법으로 펼치면서 세계무대를 누볐습니다.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 "동양의 진주, 세계적인 무희, 또 한국이 낳은 이사도라 덩컨. 여러 가지 수식어로 표현이 되는데요. 그만큼 일제강점기의 최승희 선생은 세계무대에 진출해서 코리아 댄서로서 우리 춤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쳤습니다."]

하지만 해방직후, 일본에서의 활동이 문제가 되자 북한으로 가 평양 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신아 씨 또한 그 뒤를 잇는 북한 무용가들 중 한 명입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북한 무용이라고 하면 간략하게 말해서 ‘최승희 무용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북한 무용은 최승희 선생님이 와서 창시하시고 그 무용을 변화, 발전시켰기 때문에..."]

첫 공연은 창작 무용 ‘서울 아리랑’입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남북 분단, 그리고 통일된 한반도를 그리는 내용인데요.

삼색 천은 한반도의 평화를, 장고 가락은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최신아 씨가 무대에 오릅니다.

화려한 춤사위에 관객들도 푹 빠졌습니다.

막 공연이 끝났는데요. 관객들의 반응 들어보겠습니다.

[박선자/진도 고군면 : "(어머니 안녕하세요. 아까 정말 즐겁게 보시던데 공연 어떠셨어요?) 네, 즐거웠어요. 무용단이 예쁘게 부드럽게 춤을 잘 춰서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진도군은 진짜 복 받은 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이런 반응들이 있었는데요.

예술단원들의 노고가 깃든 만큼 아주 멋진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렇게 멋진 무대를 펼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났을까요, 함께 가보시죠.

연습이 한창인 단원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국내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지만 북한 무용을 익히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심미지/예술단원 : "시선 처리라던가 몸의 동작이 저희가 한국에서 배우던 춤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춤이기 때문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최신아 씨.

한 동작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예술단 생활) 마지막에는 감독도 하면서 갔는데 아마 그게 노하우도 많이 있는 거 같아요. 여기 와서 가르쳐줄 때도 그냥 한 동작을 해도 못 지나가요. 무조건 완벽하게 해야 해요."]

열세 살에 무용을 시작한 최신아 씨는 청진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함경북도예술단의 무용 감독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무용가였는데요.

[최신아/예술단장 : "스물여섯 살에는 제가 3급을 받았어요. 무용 급수 3급이라고 하면 여기에서 연예인급에서도 아주 높은 급이에요, 3급부터는 나라에서 65호 (배급)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공급소에서 매달 부식물이 나와요."]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경제난을 겪은 북한. 최신아 씨 역시 굶는 것은 물론 평생을 바쳐온 무용까지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7년 전, 한국행을 택했는데요.

한국에 온 최신아 씨를 놀라게 한 것, 바로 무용가 최승희의 명망이었습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쟁강 춤은 최승희 선생님의 무희 춤을 변화를 시켜서 그걸 군무로 만든 거예요,. 한국에서도 많이 일반화가 되어있어요. 이 작품 자체가 대학에서도 많이 하고 있고 무용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알 정도로..."]

그렇게 최신아 씨는 최승희의 무용을 이어가고자 잠시 놓았던 무용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4년 전에는 창작 예술단인 ‘최신아 예술단’도 설립했는데요. 지금은 국내 무용학자들도 그녀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 "최신아 선생은 장고춤 부채춤 물동이춤 쟁강춤 이런 춤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북한무용에서 나타나는 빠른 템포의 움직임에 능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겠고 이런 춤들 속에서 최승희 춤의 호흡과 맥박이 최신아 선생님의 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과 북의 춤을 합친 무용을 선보이며 공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최신아 씨. 그녀에게는 무용가로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최신아/예술단장 : "남북의 무용은 정말 세계에서 정말 멋지고 아름답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무용이다, 우리가 하나로 합치면 세계에서 최고의 최고 무용 예술이 되지 않을까."]

조선의 무희 최승희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 이제 그 명맥은 남북의 춤사위를 한 데 모은 창작 예술로 시도되고 있는데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면에서 그 의미가 남달라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