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의로운 이웃’…의사자 표석 관리 허술

입력 2019.05.06 (07:35) 수정 2019.05.0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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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 길을 오가면서 '의인상'이란 걸 보신 적이 있나요?

평범한 시민들 가운데 남을 돕다가 자신을 희생한 의인을 기리기 위해 지자체가 만든 동상이나 추모비를 말하는데요.

정식 명칭은 '의사자 기념표석'입니다.

그런데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되거나 일부는 철거까지 돼 버려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박진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KBS 뉴스9/1997년 1월 11일 : "이번에는 어느 의로운 시민의 죽음에 대한 소식입니다. (중략) 소매치기를 잡으려 달려들었다 그만..."]

23살의 나이로 경찰을 도와 소매치기범을 붙잡다 숨진 이근석 씨.

사건 직후 서울시는 사건 현장인 명동에 이 씨를 기리는 추모비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추모비를 없애고 대신 바닥에 동판을 새겨 놓았습니다.

영업과 통행 등의 문제 때문인데, 유가족도 철거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껌이 붙은 채 바닥에 덩그러니 남겨진 추모 동판을 바라보는 유족들의 심경은 편치가 않습니다.

[안경자/이근석 의사자 어머니 : "이거는 그 거기 오래 있으니까 사람들이 뭘 버리고 껌도 붙여놓고 또 거기다 낙서도 하고 그래서 내가 뭐 일일이 가서 청소하기도 그렇고..."]

이 씨의 어머니는 아직도 철거된 추모비 일부를 집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안경자/이근석 의사자 어머니 : "다 부술 때 이거는 가져가겠다고 내가 가져가겠다고 그 사람들한테..."]

다른 의사자들의 기념표석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서울 한강 옆에 있는 한 의사자 추모비입니다. 추모비 옆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어지러이 버려져 있습니다.

구청에게 관리 책임이 있지만 아예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있나요. 그런 것들이? 있는 거를 확인하시고 여쭤보시는 건가요?"]

의사자 기념 동상과 표석은 서울에만 14개.

제대로 된 관리는 커녕 그 흔한 안내지도 하나 없는 게 의사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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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되는 ‘의로운 이웃’…의사자 표석 관리 허술
    • 입력 2019-05-06 07:46:23
    • 수정2019-05-06 08: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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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길을 오가면서 '의인상'이란 걸 보신 적이 있나요?

평범한 시민들 가운데 남을 돕다가 자신을 희생한 의인을 기리기 위해 지자체가 만든 동상이나 추모비를 말하는데요.

정식 명칭은 '의사자 기념표석'입니다.

그런데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되거나 일부는 철거까지 돼 버려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박진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KBS 뉴스9/1997년 1월 11일 : "이번에는 어느 의로운 시민의 죽음에 대한 소식입니다. (중략) 소매치기를 잡으려 달려들었다 그만..."]

23살의 나이로 경찰을 도와 소매치기범을 붙잡다 숨진 이근석 씨.

사건 직후 서울시는 사건 현장인 명동에 이 씨를 기리는 추모비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추모비를 없애고 대신 바닥에 동판을 새겨 놓았습니다.

영업과 통행 등의 문제 때문인데, 유가족도 철거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껌이 붙은 채 바닥에 덩그러니 남겨진 추모 동판을 바라보는 유족들의 심경은 편치가 않습니다.

[안경자/이근석 의사자 어머니 : "이거는 그 거기 오래 있으니까 사람들이 뭘 버리고 껌도 붙여놓고 또 거기다 낙서도 하고 그래서 내가 뭐 일일이 가서 청소하기도 그렇고..."]

이 씨의 어머니는 아직도 철거된 추모비 일부를 집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안경자/이근석 의사자 어머니 : "다 부술 때 이거는 가져가겠다고 내가 가져가겠다고 그 사람들한테..."]

다른 의사자들의 기념표석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서울 한강 옆에 있는 한 의사자 추모비입니다. 추모비 옆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어지러이 버려져 있습니다.

구청에게 관리 책임이 있지만 아예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있나요. 그런 것들이? 있는 거를 확인하시고 여쭤보시는 건가요?"]

의사자 기념 동상과 표석은 서울에만 14개.

제대로 된 관리는 커녕 그 흔한 안내지도 하나 없는 게 의사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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