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40년 만에 금간 미중 관계…“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입력 2019.05.10 (20:31) 수정 2019.05.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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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잡아야 미국이 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이 한창인 지금을 위해 오랫동안 미국 대통령을 꿈꿔왔을 것이다.

미국 덕분에 성장한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방관할 것인지, 그 기세를 꺾어버릴지 갈림길에서 초강대국 미국은 중국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이 최근 부쩍 중국에 '독재', '공산주의', '전체주의' 같은 단어를 내뱉는 것도 심상치 않다.

잠시 발톱은 감추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보복으로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무역전쟁은 여전히 극적 타결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양쪽 모두 만족할만한 합의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무역협상이 적당히 타결된다 해도 미·중 패권전쟁은 결국 미국이 칼을 버리거나 중국이 항복해야 끝나는 싸움이 돼버렸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인지 모른다.

"중국은 독재주의"…'체제 전쟁' 본색 드러낸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라크 방문 뒤 영국을 찾았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인 5G 주도권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영국 통신망 사업 참여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자 제동에 나선 것이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5G 패권경쟁’, 미중 무역전쟁 진짜 이유?

폼페이오 장관은 테리사 메이 총리를 예방한 뒤 한 연설에서 "영국이 5G 통신망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건 동맹국 간 정보 공유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거론, "만약 그였다면 중국이 미래의 인터넷을 통제하게 허용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바짝 날을 세웠다. "중국은 소련과 다른 새로운 부류의 도전"이라면서 "서방과 경제적으로 통합된 독재주의 정권"이라고 했다. 서방과 경제적으로 통합된, 과거 소련과 다른 '독재' 국가로 규정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미국이 현재 중국과의 일전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아직은 말 그대로 '무역 전쟁' 정도로 인식될 수 있지만, 결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그 반대 진영과의 결전이 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구호로 '반사회주의'를 내걸었고 중국 제압이 최우선 목표인 세계 전략과 국경 장벽 같은 주요 국내 정책들도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지켜온 가치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국이 끌어준 중국인데'…어쩌다 여기까지?

그런데 미국에 덤벼들 만큼 강대국이 된 중국을 세계 무대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후 미국은 중국에 적대적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고전하자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게 됐다. 1969년 출범한 닉슨 정부는 당시 소련과 분쟁 중이던 중국에 대화를 제안했다. 중국의 마오쩌둥 역시 소련과의 관계를 푸는데 미국과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중 정상 간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미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1979년부터 중국은 그야말로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1972년 만리장성을 찾은 닉슨 대통령1972년 만리장성을 찾은 닉슨 대통령

중국이 성장하면서 세계가 호황을 누렸고 미국도 많은 이득을 봤다. 하지만 중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미국의 실수였을까? 중국이 WTO 가입 뒤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많은 이득을 가져가면서 미국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WTO 개혁과 무용론을 외쳐온 이유다.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중국은 막강한 자금과 로비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산을 사들이고 인맥을 만들어왔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 유력 인사들이 중국과 친밀한 사이라고 비판해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화교 재벌 리원정 등 중국 재계 거물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긴 했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들이 불공정한 중국의 부상을 막지 않아 미국이 위기를 맞았다고 수없이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과 관련해 최근 "중국이 합의를 깨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한 이유는 조 바이든이나 약한 민주당원 중 한 명과 협상을 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에 계속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실제로 미국 정가의 대표적인 친중 인사로 꼽힌다.

트럼프 "무역전쟁으로 경제 좋아져" 강조…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9일 트위터에 "현실은, 관세로 인해 미국의 경제는 더 빨리 성장한 반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훨씬 더 느려졌다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에 관세 폭탄을 던지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경고를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힐 때도 "중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는 미국 물건값에 작은 충격을 준 반면,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은 대부분 중국이 입었다"고 주장했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납작 몸 낮춘 중국’…“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

무역 전쟁 이후 어느 쪽이 더 큰 내상을 입었는지는 각종 지표가 말해준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첫 관세 폭탄을 던질 때만 해도 월가를 비롯한 미국 내 금융권은 물론 굵직한 IT 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더라도 감수하고 중국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

트럼프 진영은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을 비판하는 월가의 기류에 대해 중국이 로비한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친중 기업인들을 초청해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에 관세 부과를 결정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원하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그의 대선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번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금, 늘 다른 대통령에게 했듯이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은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협상을 타결하라고 압박하는 월가와 재계 인사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국가자본주의 바꿀 것"...'최종 목표' 공개한 트럼프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미국 재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압력은 매우 끈질기다. '미·중이 충돌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식으로 공포를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과 그 세력은 클린턴과 부시, 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미국의 정치세력을 이용해 '그동안의 거래(최근 무역 협상)' 어기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중국의 로비가 작용했음을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

배넌은 지금 중국과의 충돌은 "경제 전쟁"이라며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의 최종 목표가 중국의 경제 체제까지 바꾸기 위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얘기다.

  스티브 배넌의 FOX 뉴스 인터뷰

그의 인터뷰 중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중국과의 협상을 방해하는 내부의 적을 '글로벌리스트(Globalist)'라고 표현한 점이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을 언급하며 "이런 단체들, 글로벌리스트와 엘리트주의자들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방관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진영은 속 빈 강정으로 끝난 뮬러 특검 수사 이후 "'러시아 스캔들'은 힐러리 진영의 '스파이 게이트'에 의해 조작됐다"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트럼프 ‘대선 특급무기’ 어산지?…핫한 시점에 다시 등장한 이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인 중국', 국내 정치에서는 '중국을 감싸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중국과 민주당과의 결전에 나선다는 그림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극좌 정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재선을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이나 야당의 공세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미국의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미·중 대결의 파고는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과 러시아 등 다른 주변 강대국도 득실을 따지며 분주히 움직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한 땀 한 땀 현명한 대응과 치밀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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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0 20:31:37
    • 수정2019-05-10 20: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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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잡아야 미국이 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이 한창인 지금을 위해 오랫동안 미국 대통령을 꿈꿔왔을 것이다.

미국 덕분에 성장한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방관할 것인지, 그 기세를 꺾어버릴지 갈림길에서 초강대국 미국은 중국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이 최근 부쩍 중국에 '독재', '공산주의', '전체주의' 같은 단어를 내뱉는 것도 심상치 않다.

잠시 발톱은 감추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보복으로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무역전쟁은 여전히 극적 타결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양쪽 모두 만족할만한 합의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무역협상이 적당히 타결된다 해도 미·중 패권전쟁은 결국 미국이 칼을 버리거나 중국이 항복해야 끝나는 싸움이 돼버렸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인지 모른다.

"중국은 독재주의"…'체제 전쟁' 본색 드러낸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라크 방문 뒤 영국을 찾았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인 5G 주도권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영국 통신망 사업 참여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자 제동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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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테리사 메이 총리를 예방한 뒤 한 연설에서 "영국이 5G 통신망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건 동맹국 간 정보 공유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거론, "만약 그였다면 중국이 미래의 인터넷을 통제하게 허용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바짝 날을 세웠다. "중국은 소련과 다른 새로운 부류의 도전"이라면서 "서방과 경제적으로 통합된 독재주의 정권"이라고 했다. 서방과 경제적으로 통합된, 과거 소련과 다른 '독재' 국가로 규정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미국이 현재 중국과의 일전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아직은 말 그대로 '무역 전쟁' 정도로 인식될 수 있지만, 결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그 반대 진영과의 결전이 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구호로 '반사회주의'를 내걸었고 중국 제압이 최우선 목표인 세계 전략과 국경 장벽 같은 주요 국내 정책들도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지켜온 가치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국이 끌어준 중국인데'…어쩌다 여기까지?

그런데 미국에 덤벼들 만큼 강대국이 된 중국을 세계 무대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후 미국은 중국에 적대적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고전하자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게 됐다. 1969년 출범한 닉슨 정부는 당시 소련과 분쟁 중이던 중국에 대화를 제안했다. 중국의 마오쩌둥 역시 소련과의 관계를 푸는데 미국과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중 정상 간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미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1979년부터 중국은 그야말로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1972년 만리장성을 찾은 닉슨 대통령
중국이 성장하면서 세계가 호황을 누렸고 미국도 많은 이득을 봤다. 하지만 중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미국의 실수였을까? 중국이 WTO 가입 뒤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많은 이득을 가져가면서 미국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WTO 개혁과 무용론을 외쳐온 이유다.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중국은 막강한 자금과 로비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산을 사들이고 인맥을 만들어왔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 유력 인사들이 중국과 친밀한 사이라고 비판해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화교 재벌 리원정 등 중국 재계 거물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긴 했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들이 불공정한 중국의 부상을 막지 않아 미국이 위기를 맞았다고 수없이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과 관련해 최근 "중국이 합의를 깨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한 이유는 조 바이든이나 약한 민주당원 중 한 명과 협상을 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에 계속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실제로 미국 정가의 대표적인 친중 인사로 꼽힌다.

트럼프 "무역전쟁으로 경제 좋아져" 강조…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9일 트위터에 "현실은, 관세로 인해 미국의 경제는 더 빨리 성장한 반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훨씬 더 느려졌다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에 관세 폭탄을 던지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경고를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힐 때도 "중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는 미국 물건값에 작은 충격을 준 반면,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은 대부분 중국이 입었다"고 주장했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납작 몸 낮춘 중국’…“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

무역 전쟁 이후 어느 쪽이 더 큰 내상을 입었는지는 각종 지표가 말해준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첫 관세 폭탄을 던질 때만 해도 월가를 비롯한 미국 내 금융권은 물론 굵직한 IT 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더라도 감수하고 중국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
트럼프 진영은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을 비판하는 월가의 기류에 대해 중국이 로비한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친중 기업인들을 초청해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에 관세 부과를 결정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원하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그의 대선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번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금, 늘 다른 대통령에게 했듯이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은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협상을 타결하라고 압박하는 월가와 재계 인사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국가자본주의 바꿀 것"...'최종 목표' 공개한 트럼프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미국 재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압력은 매우 끈질기다. '미·중이 충돌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식으로 공포를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과 그 세력은 클린턴과 부시, 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미국의 정치세력을 이용해 '그동안의 거래(최근 무역 협상)' 어기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중국의 로비가 작용했음을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
배넌은 지금 중국과의 충돌은 "경제 전쟁"이라며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의 최종 목표가 중국의 경제 체제까지 바꾸기 위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얘기다.

  스티브 배넌의 FOX 뉴스 인터뷰

그의 인터뷰 중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중국과의 협상을 방해하는 내부의 적을 '글로벌리스트(Globalist)'라고 표현한 점이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을 언급하며 "이런 단체들, 글로벌리스트와 엘리트주의자들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방관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진영은 속 빈 강정으로 끝난 뮬러 특검 수사 이후 "'러시아 스캔들'은 힐러리 진영의 '스파이 게이트'에 의해 조작됐다"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트럼프 ‘대선 특급무기’ 어산지?…핫한 시점에 다시 등장한 이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인 중국', 국내 정치에서는 '중국을 감싸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중국과 민주당과의 결전에 나선다는 그림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극좌 정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재선을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이나 야당의 공세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미국의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미·중 대결의 파고는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과 러시아 등 다른 주변 강대국도 득실을 따지며 분주히 움직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한 땀 한 땀 현명한 대응과 치밀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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