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베트남 134년 역사 대성당의 ‘딜레마’

입력 2019.05.16 (20:33) 수정 2019.05.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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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철거냐, 보존이냐?

지금 베트남에서는 134년 된 성당을 두고 여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훼손 상태 때문에 다시 짓겠다는 계획에 맞서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장 연결해봅니다.

송금한 특파원, 대성당 철거를 둘러싼 논란부터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남딘 지방에 ‘부이 추’ 대성당이 있는데요.

베트남에서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만큼이나 가톨릭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부이 추 대성당은 설립 당시 건축과정을 총감독했던 스페인 신부의 이름을 땄습니다.

길이 78m, 폭 27m, 높이는 15m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성당입니다.

건축학계에서는 바로크 양식과 동아시아 문화의 영감을 결합했다며 높이 평가합니다.

1885년에 지어져서, 벌써 134년이 됐습니다.

훼손상태가 심각해서 가톨릭 교구와 당국이 허물고 새로 짓기로 결정했지만 시민사회와 전문가 단체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건축가 20여 명은 문화부 장관에 성당을 지켜달라고 서한을 보냈고, SNS에는 ‘세이브 헤리티지 베트남’이란 계정이 생겨서 1,800여 명이 성당을 보존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러스티/여행 전문가 : "종교적 이유가 아니어도 ‘부이 추’ 성당은 보존할 가치가 있어요. 철거한다면 상당한 비극이 될 겁니다."]

마틴 라마 세계은행 수석고문은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는 '종교적 믿음과 상관없이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 문제'라면서 성당 철거는 '비극적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 파괴행위'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문화유산의 가치가 상당한 성당을 철거하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네, 부이 추 성당은 한 세기를 넘게 버틴 건물이라 노후 상태가 심각합니다.

수천 명을 수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민과 신도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지난 7일 당국이 한 차례 점검을 더 했는데요.

이번에도 결론은 ‘철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부이 추 대성당은 1974년, 2000년, 두 차례 복원공사를 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 모습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왼쪽 탑은 기울어져 곧 넘어질 것 같고 비가 올 때마다 마당이 물에 잠깁니다.

또 건물 외벽은 곰팡이가 가득하고 내부도 벽과 지붕에 균열이 많습니다.

천장 석고가 떨어져서 신도가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전기 시스템도 낡아서 화재 우려까지 있는데요.

주교와 성직자들도 철거하고 새로 짓기를 바라는데 무엇보다 신도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노후 진단을 받고 2016년 재건 승인까지 받았지만 철거작업은 4년째 보류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본격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반대 여론에 또다시 보류된 상황입니다.

[앵커]

또 노후상태가 심각해서 그대로 둘 수는 없을 텐데 뭔가 다른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네, 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성당 철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에는 대성당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사진작가, 건축가, 취재진 등 방문객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 위험은 더 커졌습니다.

철거나 신축은 고사하고, 보강 공사마저 진행할 수 없어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인데요.

튼튼한 기존 자재를 최대한 재활용하고 같은 디자인과 건축양식을 고수하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역시,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합니다.

안전위험이 큰 상황에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는 게 정답인지 부이 추 대성당이 지금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노이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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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베트남 134년 역사 대성당의 ‘딜레마’
    • 입력 2019-05-16 20:37:55
    • 수정2019-05-16 20:53:33
    글로벌24
[앵커]

철거냐, 보존이냐?

지금 베트남에서는 134년 된 성당을 두고 여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훼손 상태 때문에 다시 짓겠다는 계획에 맞서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장 연결해봅니다.

송금한 특파원, 대성당 철거를 둘러싼 논란부터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남딘 지방에 ‘부이 추’ 대성당이 있는데요.

베트남에서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만큼이나 가톨릭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부이 추 대성당은 설립 당시 건축과정을 총감독했던 스페인 신부의 이름을 땄습니다.

길이 78m, 폭 27m, 높이는 15m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성당입니다.

건축학계에서는 바로크 양식과 동아시아 문화의 영감을 결합했다며 높이 평가합니다.

1885년에 지어져서, 벌써 134년이 됐습니다.

훼손상태가 심각해서 가톨릭 교구와 당국이 허물고 새로 짓기로 결정했지만 시민사회와 전문가 단체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건축가 20여 명은 문화부 장관에 성당을 지켜달라고 서한을 보냈고, SNS에는 ‘세이브 헤리티지 베트남’이란 계정이 생겨서 1,800여 명이 성당을 보존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러스티/여행 전문가 : "종교적 이유가 아니어도 ‘부이 추’ 성당은 보존할 가치가 있어요. 철거한다면 상당한 비극이 될 겁니다."]

마틴 라마 세계은행 수석고문은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는 '종교적 믿음과 상관없이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 문제'라면서 성당 철거는 '비극적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 파괴행위'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문화유산의 가치가 상당한 성당을 철거하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네, 부이 추 성당은 한 세기를 넘게 버틴 건물이라 노후 상태가 심각합니다.

수천 명을 수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민과 신도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지난 7일 당국이 한 차례 점검을 더 했는데요.

이번에도 결론은 ‘철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부이 추 대성당은 1974년, 2000년, 두 차례 복원공사를 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 모습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왼쪽 탑은 기울어져 곧 넘어질 것 같고 비가 올 때마다 마당이 물에 잠깁니다.

또 건물 외벽은 곰팡이가 가득하고 내부도 벽과 지붕에 균열이 많습니다.

천장 석고가 떨어져서 신도가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전기 시스템도 낡아서 화재 우려까지 있는데요.

주교와 성직자들도 철거하고 새로 짓기를 바라는데 무엇보다 신도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노후 진단을 받고 2016년 재건 승인까지 받았지만 철거작업은 4년째 보류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본격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반대 여론에 또다시 보류된 상황입니다.

[앵커]

또 노후상태가 심각해서 그대로 둘 수는 없을 텐데 뭔가 다른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네, 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성당 철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에는 대성당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사진작가, 건축가, 취재진 등 방문객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 위험은 더 커졌습니다.

철거나 신축은 고사하고, 보강 공사마저 진행할 수 없어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인데요.

튼튼한 기존 자재를 최대한 재활용하고 같은 디자인과 건축양식을 고수하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역시,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합니다.

안전위험이 큰 상황에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는 게 정답인지 부이 추 대성당이 지금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노이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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