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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어떡해]③ 셀트리온 주식을 싱가포르에게 사다
입력 2019.05.22 (07:00) 수정 2019.05.29 (17:47) 취재K
[국민연금 어떡해]③ 셀트리온 주식을 싱가포르에게 사다
셀트리온. 국내 바이오산업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셀트리온은 2018년 포브스 선정 100대 혁신기업 중 1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10년 가까이 대장주 역할을 했던 셀트리온은 지난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시가총액 순위 국내 4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러 논란과 소문이 있었지만, 셀트리온은 토종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2002년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제약사업 분야에 뛰어든 셀트리온은 2010년 미국발 경제위기 여파로 재원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때 셀트리온에 손을 내민 곳은 다름 아닌 싱가포르 연기금 등 정부 자금을 운용하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 셀트리온은 테마섹에 자기 지분 10%를 주고 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고,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테마섹, 셀트리온 8년 투자 수익률 1,000% 넘겨

이 당시 셀트리온 주식 가격은 주당 17,000원. 테마섹은 이후 2013년 1,500억 원을 더 투자해 셀트리온 지분을 14.9%까지 늘렸다. 2018년 코스피 이전이 결정되자, 주가는 크게 올랐고 테마섹은 3월 주당 336,700원에 224만 주를 매각했고, 같은 해 10월 다시 362만 주를 주당 247,000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업계는 테마섹의 두 차례 장외거래 때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들도 셀트리온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에 3,500억여 원을 투자한 싱가포르 테마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 4조 원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100조 원 넘는 돈을 굴리고 있는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이 코스피에 상장되기 전 10년 가까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유지했지만, 셀트리온 주식을 단 1%도 취득하지 않았다. 2002년 2명이 세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지난해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고 1,800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 백기사'는 가능하고 '코스닥·벤처'는 안 되는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

국민연금은 2017년 말 셀트리온 지분을 0.9% 보유하고 있다가 셀트리온이 코스피 시장으로 옮긴 뒤 지분을 6%(올해 1월 기준)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셀트리온 주가는 코스피 이전 이후 30% 이상 하락했다. 테마섹 등 외국계 자금의 이익 실현 출구 전략을 국내 연기금들이 뒷받침해준 모양새다. 한국인 입장에서 셀트리온 사례는 매우 뼈아프지만,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주 위주의 패시브 투자(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비중과 비슷한 비율로 투자)전략을 쓰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결과였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셀트리온이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 국민연금은 무조건 사야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재벌 백기사'라는 오명을 듣더라도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국민연금도 이렇게 투자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비중이 너무 높아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안으로 최근 들어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벤처 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기금운용의 궁극적인 목표는?...'일자리 창출도 수익률'

기금운용의 목표는 국민연금제도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본 기고 1편 (① 667조 원의 주인은 누구?...빅 픽처가 없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97912)에서 썼듯이 그러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다. 기금운용을 통해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수익률 극대화 전략 또는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산 극복 등 미래세대가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대기업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큰 중소기업이나 벤처 등에 투자하는 것은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벤처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도 투자 기간에 비춰보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위 표는 1981년~2017년 기간 미국의 1,794개 벤처캐피털의 운용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운용 실적은 대략 10년 동안은 주식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20~30년 수익률에서는 크게 앞서는 결과를 나타냈다. '높은 위험에 큰 보상(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투자의 격언을 보더라도 이런 지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장기적인 운용을 하는 공적연금에는 더 유리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전 기금운용발전위원이기도 했던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의 대체투자(벤처투자 포함)시장이 국민연금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연기금이 국내 벤처산업이나 미래 성장산업에 적절히 투자된다면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의 핵심인 후세대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도 보탬이 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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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2 (07:00)
    • 수정 2019.05.29 (17:47)
    취재K
[국민연금 어떡해]③ 셀트리온 주식을 싱가포르에게 사다
셀트리온. 국내 바이오산업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셀트리온은 2018년 포브스 선정 100대 혁신기업 중 1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10년 가까이 대장주 역할을 했던 셀트리온은 지난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시가총액 순위 국내 4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러 논란과 소문이 있었지만, 셀트리온은 토종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2002년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제약사업 분야에 뛰어든 셀트리온은 2010년 미국발 경제위기 여파로 재원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때 셀트리온에 손을 내민 곳은 다름 아닌 싱가포르 연기금 등 정부 자금을 운용하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 셀트리온은 테마섹에 자기 지분 10%를 주고 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고,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테마섹, 셀트리온 8년 투자 수익률 1,000% 넘겨

이 당시 셀트리온 주식 가격은 주당 17,000원. 테마섹은 이후 2013년 1,500억 원을 더 투자해 셀트리온 지분을 14.9%까지 늘렸다. 2018년 코스피 이전이 결정되자, 주가는 크게 올랐고 테마섹은 3월 주당 336,700원에 224만 주를 매각했고, 같은 해 10월 다시 362만 주를 주당 247,000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업계는 테마섹의 두 차례 장외거래 때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들도 셀트리온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에 3,500억여 원을 투자한 싱가포르 테마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 4조 원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100조 원 넘는 돈을 굴리고 있는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이 코스피에 상장되기 전 10년 가까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유지했지만, 셀트리온 주식을 단 1%도 취득하지 않았다. 2002년 2명이 세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지난해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고 1,800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 백기사'는 가능하고 '코스닥·벤처'는 안 되는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

국민연금은 2017년 말 셀트리온 지분을 0.9% 보유하고 있다가 셀트리온이 코스피 시장으로 옮긴 뒤 지분을 6%(올해 1월 기준)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셀트리온 주가는 코스피 이전 이후 30% 이상 하락했다. 테마섹 등 외국계 자금의 이익 실현 출구 전략을 국내 연기금들이 뒷받침해준 모양새다. 한국인 입장에서 셀트리온 사례는 매우 뼈아프지만,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주 위주의 패시브 투자(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비중과 비슷한 비율로 투자)전략을 쓰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결과였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셀트리온이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 국민연금은 무조건 사야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재벌 백기사'라는 오명을 듣더라도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국민연금도 이렇게 투자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비중이 너무 높아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안으로 최근 들어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벤처 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기금운용의 궁극적인 목표는?...'일자리 창출도 수익률'

기금운용의 목표는 국민연금제도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본 기고 1편 (① 667조 원의 주인은 누구?...빅 픽처가 없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97912)에서 썼듯이 그러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다. 기금운용을 통해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수익률 극대화 전략 또는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산 극복 등 미래세대가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대기업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큰 중소기업이나 벤처 등에 투자하는 것은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벤처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도 투자 기간에 비춰보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위 표는 1981년~2017년 기간 미국의 1,794개 벤처캐피털의 운용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운용 실적은 대략 10년 동안은 주식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20~30년 수익률에서는 크게 앞서는 결과를 나타냈다. '높은 위험에 큰 보상(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투자의 격언을 보더라도 이런 지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장기적인 운용을 하는 공적연금에는 더 유리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전 기금운용발전위원이기도 했던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의 대체투자(벤처투자 포함)시장이 국민연금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연기금이 국내 벤처산업이나 미래 성장산업에 적절히 투자된다면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의 핵심인 후세대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도 보탬이 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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