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재조사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② “일부러도 이렇게는 못한다”…10년 전 총체적 부실수사

입력 2019.05.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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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씨. 9년이 지났지만, 그의 죽음 뒷편에 있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 씨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했고, 13개월이 지난 5월 20일 드디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와 관련된 의혹 중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습니다.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처음 보도했던 KBS는 그동안의 취재를 종합해, 과거사위의 발표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 순서>
① ‘장자연 리스트’ 그래서 있나 없나?
②"일부러도 이렇게는 못한다"...10년 전 총체적 부실 수사
③"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는" 조선일보


"경찰은 굉장히 억울해. 수사 잘했는데 조선일보 봐줬다고 맨날 얘기만 들어."

지난해 초, KBS 취재진은 장자연 사망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 간부 A씨를 만났습니다. A씨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장자연 사건 재조사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면서, "해봤자 나올 게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 묻자, "보도할 수 있으면 보도해 보라"면서, "이 수사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 왜 이 사건이 자꾸 또 뒤집히고 언론에서 관심 갖는지 모르겠다"며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오히려 KBS 취재진에게 "KBS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문건을 입수했냐? 이미숙 씨와 KBS가 짜고 터트린 것 아니냐"며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3월 13일 KBS 취재진은 장 씨의 매니저였던 유장호 씨의 사무실을 두 번 찾아가 쓰레기통에서 불타다 남은 장자연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맹세코 '외압'을 받은 적 없다고 말하던 A씨,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부실 수사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그리고 장자연 사건에 관여했던 40여 명의 경찰관과 검사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장자연 사건 연재 시리즈 2번째, 오늘은 과연 당시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망쳤는지 따져보겠습니다.

■ '57분 압수수색'과 없어진 증거들

경찰이 2009년 압수수색을 잘했냐, 못했냐를 두고는 이미 한 차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과 경찰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조사단은 "2009년 경찰은 초기 압수수색부터 부실했다"며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경찰이 장 씨의 옷방, 가방을 수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방사장'이 적혀 있었다고 알려진 장 씨의 또다른 다이어리나 수첩, 명함도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이어리나 명함은 장 씨의 접대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게다가 장 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확인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찰은 장 씨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했고, 1년 치 통화내역을 조회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록에는 장 씨의 통화내역이 빠져 있었고, 압수한 장 씨의 휴대폰을 분석한 포렌식 보고서도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청은 곧바로 "경찰이 통화내역 일체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즉 우리는 제대로 수사해서 다 넘겼는데, 검찰에서 기록을 보관하면서 빠뜨린 것 아니냐, 설령 모종의 이유로(?) 기록에서 누군가 빼냈다 하더라도 그건 검찰 책임 아니냐는 겁니다.

어제 시리즈 1편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증거 2개도 기록에는 빠져있습니다. 장 씨의 유족은 직접 목격했던 장자연 문건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종이에 써냈는데, 이것도 없어졌습니다. 또 문건을 태울 당시 상황을 녹음한 녹음파일이나 녹취록도 분명 경찰에 제출했다고 기록에 쓰여 있는데 첨부돼있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많은 증거 누락이 있었던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이 "우린 다 넘겼는데 검찰이 빠뜨렸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

임우재는 어디에... 부인 폰으로 전화해서 몰랐다고?

경찰의 수사 미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위였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입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장자연 씨와 35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는 사실은 지난해 새롭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임 전 고문도 장 씨와 만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물론 장 씨와 통화를 했다고 해서 임우재 씨가 장 씨와 어떤 관계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35차례나 통화를 했다면 한때 가깝게 알고 지낸 사이였지 않을까, 그렇다면 장 씨 죽음의 단서가 될 만한 사실도 알고 있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인 추론을 해볼 뿐입니다.

경찰은 왜 이걸 밝히지 못했을까요? 임 전 고문은 부인이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명의 휴대폰으로 장 씨와 통화했습니다. 장자연 씨의 휴대폰에는 해당 번호가 '임우재'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이부진'도, '임우재'도 나왔는데 몰랐다는 경찰, 정말 몰랐던 것일까요?

이 사실을 밝혀낸 조사단도 임우재 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임 씨를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빠졌습니다. 한 위원이 '보고서에서 임우재 관련 이야기는 빼자'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수사권 경찰에 못 준다'고 징징대는 검찰, 과연 수사 지휘 잘했을까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찰의 수사를 보완하고 지휘하라고 검찰이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당시 검사의 수사 지휘를 살펴보니, 역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KBS 취재진은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를 몇 차례 찾아가 만났습니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모 전 검사는 지난해 조사단이 "장자연 통화내역이 왜 기록에서 빠져있냐"고 추궁하자 뒤늦게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며 통화내역을 조사단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없어진 증거들에 대해 묻자 박 변호사는 "기록이 많다 보니까 표지의 제목하고 실제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통화내역 말고는 누락된 게 없을 것"이라고 KBS에 밝혔습니다. 그런데 누락된 증거는 통화내역 뿐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증거를 제출해 기록에 제대로 남기도록 하는 건 검찰의 의무입니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무 유기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이상한 불기소 결정문

박 변호사의 사건 처리에 유독 문제가 있어 보이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수사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수사검사는 장자연 문건에 있는 2008.9. '조선일보 방사장' 접대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를 조사하기보다, 김종승 스케쥴표에 기재된 '조선일보 사장 오찬'이 방상훈 사장과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데 치중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수사기관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방사장'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도 방상훈 사장은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건에 나온 '방사장'은 누구인지 밝히는 게 수사기관이 할 일입니다. 하지만 수사검사였던 박 변호사는 '조선일보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 씨가 피해를 호소한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장 씨가 2007년 10월 중식당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기소 결정문에는 장 씨가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이었던 B씨만 만난 것처럼 기재했습니다. B씨는 이에 대해 "검찰이 나를 방사장인 것처럼 몰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방사장'이 누군지 제대로 밝혀낼 수 없었다면, 검사라도 '방사장'이 누구인지 밝혀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는 말은 변명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조선일보가 이 사건에 어떤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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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연 재조사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② “일부러도 이렇게는 못한다”…10년 전 총체적 부실수사
    • 입력 2019-05-22 15:40:37
    취재K
※ 2009년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씨. 9년이 지났지만, 그의 죽음 뒷편에 있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 씨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했고, 13개월이 지난 5월 20일 드디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와 관련된 의혹 중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습니다.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처음 보도했던 KBS는 그동안의 취재를 종합해, 과거사위의 발표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 순서>
① ‘장자연 리스트’ 그래서 있나 없나?
②"일부러도 이렇게는 못한다"...10년 전 총체적 부실 수사
③"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는" 조선일보


"경찰은 굉장히 억울해. 수사 잘했는데 조선일보 봐줬다고 맨날 얘기만 들어."

지난해 초, KBS 취재진은 장자연 사망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 간부 A씨를 만났습니다. A씨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장자연 사건 재조사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면서, "해봤자 나올 게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 묻자, "보도할 수 있으면 보도해 보라"면서, "이 수사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 왜 이 사건이 자꾸 또 뒤집히고 언론에서 관심 갖는지 모르겠다"며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오히려 KBS 취재진에게 "KBS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문건을 입수했냐? 이미숙 씨와 KBS가 짜고 터트린 것 아니냐"며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3월 13일 KBS 취재진은 장 씨의 매니저였던 유장호 씨의 사무실을 두 번 찾아가 쓰레기통에서 불타다 남은 장자연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맹세코 '외압'을 받은 적 없다고 말하던 A씨,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부실 수사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그리고 장자연 사건에 관여했던 40여 명의 경찰관과 검사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장자연 사건 연재 시리즈 2번째, 오늘은 과연 당시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망쳤는지 따져보겠습니다.

■ '57분 압수수색'과 없어진 증거들

경찰이 2009년 압수수색을 잘했냐, 못했냐를 두고는 이미 한 차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과 경찰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조사단은 "2009년 경찰은 초기 압수수색부터 부실했다"며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경찰이 장 씨의 옷방, 가방을 수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방사장'이 적혀 있었다고 알려진 장 씨의 또다른 다이어리나 수첩, 명함도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이어리나 명함은 장 씨의 접대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게다가 장 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확인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찰은 장 씨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했고, 1년 치 통화내역을 조회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록에는 장 씨의 통화내역이 빠져 있었고, 압수한 장 씨의 휴대폰을 분석한 포렌식 보고서도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청은 곧바로 "경찰이 통화내역 일체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즉 우리는 제대로 수사해서 다 넘겼는데, 검찰에서 기록을 보관하면서 빠뜨린 것 아니냐, 설령 모종의 이유로(?) 기록에서 누군가 빼냈다 하더라도 그건 검찰 책임 아니냐는 겁니다.

어제 시리즈 1편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증거 2개도 기록에는 빠져있습니다. 장 씨의 유족은 직접 목격했던 장자연 문건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종이에 써냈는데, 이것도 없어졌습니다. 또 문건을 태울 당시 상황을 녹음한 녹음파일이나 녹취록도 분명 경찰에 제출했다고 기록에 쓰여 있는데 첨부돼있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많은 증거 누락이 있었던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이 "우린 다 넘겼는데 검찰이 빠뜨렸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

임우재는 어디에... 부인 폰으로 전화해서 몰랐다고?

경찰의 수사 미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위였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입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장자연 씨와 35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는 사실은 지난해 새롭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임 전 고문도 장 씨와 만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물론 장 씨와 통화를 했다고 해서 임우재 씨가 장 씨와 어떤 관계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35차례나 통화를 했다면 한때 가깝게 알고 지낸 사이였지 않을까, 그렇다면 장 씨 죽음의 단서가 될 만한 사실도 알고 있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인 추론을 해볼 뿐입니다.

경찰은 왜 이걸 밝히지 못했을까요? 임 전 고문은 부인이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명의 휴대폰으로 장 씨와 통화했습니다. 장자연 씨의 휴대폰에는 해당 번호가 '임우재'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이부진'도, '임우재'도 나왔는데 몰랐다는 경찰, 정말 몰랐던 것일까요?

이 사실을 밝혀낸 조사단도 임우재 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임 씨를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빠졌습니다. 한 위원이 '보고서에서 임우재 관련 이야기는 빼자'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수사권 경찰에 못 준다'고 징징대는 검찰, 과연 수사 지휘 잘했을까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찰의 수사를 보완하고 지휘하라고 검찰이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당시 검사의 수사 지휘를 살펴보니, 역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KBS 취재진은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를 몇 차례 찾아가 만났습니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모 전 검사는 지난해 조사단이 "장자연 통화내역이 왜 기록에서 빠져있냐"고 추궁하자 뒤늦게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며 통화내역을 조사단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없어진 증거들에 대해 묻자 박 변호사는 "기록이 많다 보니까 표지의 제목하고 실제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통화내역 말고는 누락된 게 없을 것"이라고 KBS에 밝혔습니다. 그런데 누락된 증거는 통화내역 뿐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증거를 제출해 기록에 제대로 남기도록 하는 건 검찰의 의무입니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무 유기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이상한 불기소 결정문

박 변호사의 사건 처리에 유독 문제가 있어 보이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수사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수사검사는 장자연 문건에 있는 2008.9. '조선일보 방사장' 접대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를 조사하기보다, 김종승 스케쥴표에 기재된 '조선일보 사장 오찬'이 방상훈 사장과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데 치중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수사기관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방사장'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도 방상훈 사장은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건에 나온 '방사장'은 누구인지 밝히는 게 수사기관이 할 일입니다. 하지만 수사검사였던 박 변호사는 '조선일보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 씨가 피해를 호소한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장 씨가 2007년 10월 중식당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기소 결정문에는 장 씨가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이었던 B씨만 만난 것처럼 기재했습니다. B씨는 이에 대해 "검찰이 나를 방사장인 것처럼 몰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방사장'이 누군지 제대로 밝혀낼 수 없었다면, 검사라도 '방사장'이 누구인지 밝혀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는 말은 변명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조선일보가 이 사건에 어떤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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