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육군, 8년째 ‘미인증 비상 호흡장비’ 사용…장병 생명 위협

입력 2019.05.29 (21:29) 수정 2019.05.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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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장병이 사용하는 비상용 수중 호흡장비라는게 있습니다.

비상시 물 속에서 군 장병의 목숨을 유지시켜주는 장비입니다.

그런데 이게 결함투성이였습니다.

이걸 가지고 군장병이 어떻게 물 속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을지, 알고봤더니 안전검사를 받지 않고 군에 납품됐습니다.

무려 8년 동안 이런 장비가 군장병에 지급됐습니다.

이형관, 김효경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미국에서 수입된 비상용 수중 호흡 장비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 올 2월까지 육군에만 천여 개가 납품됐습니다.

물속에서 최대 5분 동안 호흡하며 버틸 수 있는 장비로, 수중 비상탈출때 사용되는 장비입니다.

0.44 L의 고압가스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스안전공사의 안전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수입업자는, 안전검사 절차가 번거롭고 비용이 4천만 원이 넘는다는 이유 등으로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다가 최근 해경에 적발됐습니다.

이런 불법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2011년에도 동일한 수입업자가 경찰에 적발됐고, 당시에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비상용 호흡 장비가 육군에 2백여 개 대량 납품된 게 문제가 됐습니다.

[비상용 호흡 장비 수입업자/음성변조 : "(2011년도에 적발돼서) 여러 수입업자들이 벌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비상용 호흡장치가)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거니까 (안전 검사) 예외조항이라고 저도 들어서…."]

당시 육군 군수사령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며 안전검사를 받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후에도 안전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장비는 육군 핵심전력인 K-21 와 K 808 장갑차, K2 전차, 지휘 차량에까지 추가로 비치됐습니다.

군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미 일선 군부대에서는 최근 해당 제품에 대한 불량까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우리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된 이 비상용 호흡 장비, 이런 식으로 관리해도 되는 걸까요.

이 소식은 김효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결함 잇따라…‘사용 중지’

수심 4 m 까지 잠수해 강을 건너 기동하는 K-2 전차.

이를 운용하는 육군 모 기계화 보병사단에서 지난 3월 비상용 호흡장비에 결함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공기가 아예 들어있지 않거나 공기가 새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호흡 장비 안에) 공기가 들어있지 않아서 즉각 사용이 불가하다…. 두 번째는 사용을 하려고 충전을 해보니까 (공기) 누출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특히, 호흡장비는 고압가스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검사를 받지 않으면 파열되거나 산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육군이 조사한 결과 군부대 한 곳에서만 호흡장비의 약 25%가 불량으로 적발됐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음성변조 : "(불량 제품을) 다 회수해서 납품을 다시 해줬고요. (불량 검사는 군에서 요청이) 이렇게 오면 저희가 AS를 하는 거고요."]

현행법상 전략지원 물자는 안전검사 대상이지만, 무기는 안전검사 대상이 아닙니다.

방사청은 이 호흡장비가 일종의 무기라서 안전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방사청이 다시 입장을 바꿨습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음성변조 : "(KBS) 기자님 해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검토 결과 현재는 전력지원체계로 판단합니다. 관련 기관과 검토하여 필요한 조치를…."]

국방기술 품질원은 그동안 방사청 해석을 믿고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경로/국방기술품질원 기동화력 1팀장 : "(방위사업청 해석 등)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인 품질보증 활동을 했고, 그 활동 내역은 수입 면장 등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일선 부대에서 잇따라 문제가 제기되자 육군은 최근 모든 비상용 호흡장비에 대해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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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육군, 8년째 ‘미인증 비상 호흡장비’ 사용…장병 생명 위협
    • 입력 2019-05-29 21:43:26
    • 수정2019-05-30 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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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장병이 사용하는 비상용 수중 호흡장비라는게 있습니다. 비상시 물 속에서 군 장병의 목숨을 유지시켜주는 장비입니다. 그런데 이게 결함투성이였습니다. 이걸 가지고 군장병이 어떻게 물 속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을지, 알고봤더니 안전검사를 받지 않고 군에 납품됐습니다. 무려 8년 동안 이런 장비가 군장병에 지급됐습니다. 이형관, 김효경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미국에서 수입된 비상용 수중 호흡 장비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 올 2월까지 육군에만 천여 개가 납품됐습니다. 물속에서 최대 5분 동안 호흡하며 버틸 수 있는 장비로, 수중 비상탈출때 사용되는 장비입니다. 0.44 L의 고압가스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스안전공사의 안전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수입업자는, 안전검사 절차가 번거롭고 비용이 4천만 원이 넘는다는 이유 등으로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다가 최근 해경에 적발됐습니다. 이런 불법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2011년에도 동일한 수입업자가 경찰에 적발됐고, 당시에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비상용 호흡 장비가 육군에 2백여 개 대량 납품된 게 문제가 됐습니다. [비상용 호흡 장비 수입업자/음성변조 : "(2011년도에 적발돼서) 여러 수입업자들이 벌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비상용 호흡장치가)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거니까 (안전 검사) 예외조항이라고 저도 들어서…."] 당시 육군 군수사령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며 안전검사를 받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후에도 안전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장비는 육군 핵심전력인 K-21 와 K 808 장갑차, K2 전차, 지휘 차량에까지 추가로 비치됐습니다. 군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미 일선 군부대에서는 최근 해당 제품에 대한 불량까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우리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된 이 비상용 호흡 장비, 이런 식으로 관리해도 되는 걸까요. 이 소식은 김효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결함 잇따라…‘사용 중지’ 수심 4 m 까지 잠수해 강을 건너 기동하는 K-2 전차. 이를 운용하는 육군 모 기계화 보병사단에서 지난 3월 비상용 호흡장비에 결함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공기가 아예 들어있지 않거나 공기가 새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호흡 장비 안에) 공기가 들어있지 않아서 즉각 사용이 불가하다…. 두 번째는 사용을 하려고 충전을 해보니까 (공기) 누출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특히, 호흡장비는 고압가스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검사를 받지 않으면 파열되거나 산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육군이 조사한 결과 군부대 한 곳에서만 호흡장비의 약 25%가 불량으로 적발됐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음성변조 : "(불량 제품을) 다 회수해서 납품을 다시 해줬고요. (불량 검사는 군에서 요청이) 이렇게 오면 저희가 AS를 하는 거고요."] 현행법상 전략지원 물자는 안전검사 대상이지만, 무기는 안전검사 대상이 아닙니다. 방사청은 이 호흡장비가 일종의 무기라서 안전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방사청이 다시 입장을 바꿨습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음성변조 : "(KBS) 기자님 해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검토 결과 현재는 전력지원체계로 판단합니다. 관련 기관과 검토하여 필요한 조치를…."] 국방기술 품질원은 그동안 방사청 해석을 믿고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경로/국방기술품질원 기동화력 1팀장 : "(방위사업청 해석 등)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인 품질보증 활동을 했고, 그 활동 내역은 수입 면장 등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일선 부대에서 잇따라 문제가 제기되자 육군은 최근 모든 비상용 호흡장비에 대해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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