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사는 청년, 고시원을 뛰쳐나온 청년…이들에게 집이란?

입력 2019.06.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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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은 1970년대 사법, 외무, 행정고시 준비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로 거처하는 장소였다. 실제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보면 고시원의 정의는 '구획된 장소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영업'을 뜻한다.

주로 대학 주변, 서울엔 신림동, 노량진 같은 곳에 많았지만, 빈민가 이른바 달동네에 아파트가 하나둘 생기면서 도시 빈민들이 쪽방이나 이런 고시원으로 내려와 살기도 하고, 돈 없는 청년층들이 살고 있다. 2004년 3,910개였던 고시원의 숫자는 최근엔 1만 1,800개로 12년 사이 3배나 급증했다.


■ 희망을 좇던 고시원, 주거빈곤의 상징이 되다

그리고 한때 청년들이 희망을 좇던 고시원이 이제는 주거빈곤의 상징이 돼 버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서울 1인 청년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00년 31.2%에서 2015년 37.2%로 6%p나 상승했다.

특히나 주거빈곤 청년층이 많이 몰리는 곳이 바로 고시원인데, 고시원은 보증금이 없거나 적고 이동성이 높아 청년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거나 전세나 월세를 가기 전에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 임시거처로 고시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일자리를 못 얻거나 목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수년에 걸쳐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최근 집처럼 거주하고 있지만 집으로 분류되지 않는 집, 이른바 비주택인 고시원 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면접조사 했는데, 고시원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박 모 씨(28세 남성,고시원 거주)
고향을 떠난 이후로는 한 곳에 오랫동안 살아본 적이 별로 없어요.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불가능하다고 보죠. 아예 집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지금 지내는 곳도 새 직장을 구하면 어차피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고, 애정 없이 잠만 자는 곳이라고 느껴요.


본인이 잠을 자긴 하지만 집이라고 생각본 적이 없다,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게 이 청년의 생각이다. 반면 열악한 고시원 환경을 견디다 못해 고시원을 뛰쳐나온 청년도 있다. 결국, 지금은 대학교 과방에서 잠을 잔다는 20대 여성의 말을 들어보자.

김 모 씨(27세, 고시원 거주 경험)
고시원을 지금까지 3번 경험했는데 짧으면 1달 반에서 길면 4개월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잘 곳만 있으면 되겠지’싶었는데 점점 답답해지고 안에 있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고시원 방이 생활 짐 보관하는 장소가 되어버렸고, 밥 먹거나 자는 건 거의 학과 사무실 혹은 과방에서 해결했어요. 고시원 안에서 씻는 것도 불편해서 학교 샤워실에서 씻을 때도 많았어요.


현재 고시원, 고시텔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 37만 비주택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41%인 15만 1천여 가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 상당수가 청년층이다.

[연관 기사] 현실판 빈곤층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냄새가 아니다

■ 20대, 주거빈곤층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에 차별받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고시원의 주거환경 개선과 별도로 고시원에 사는 20대 젊은층들에게는 주거급여를 주지 않도록 하는 현행 주거급여의 연령 차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돼 중위소득 44% 이하의 가구는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득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75만 1,084원 이하인 경우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30세 미만의 경우 주민등록상으로 독립가구일지라도 주거급여를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왜냐면 현재는 30세 미만은 소득이 낮고 독립 생계를 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부모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 김기태 연구원은 "이는 분명한 연령에 의한 차별이다. 이미 성년이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는데도 제도가 배제하고 있는 것이며, 30세 미만 주거빈곤 청년들도 주거급여 대상에 포함시켜 이들이 빨리 목돈을 만들어 주거환경이 좋은 곳으로 나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렴한 주거지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기존 주택을 활용한 매입임대주택을 늘리고, 민간임대라하더라도 살만한 집을 공급해 주거빈곤층이 살만한 곳에서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하루빨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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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원에 사는 청년, 고시원을 뛰쳐나온 청년…이들에게 집이란?
    • 입력 2019-06-26 07:01:07
    취재K
고시원은 1970년대 사법, 외무, 행정고시 준비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로 거처하는 장소였다. 실제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보면 고시원의 정의는 '구획된 장소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영업'을 뜻한다.

주로 대학 주변, 서울엔 신림동, 노량진 같은 곳에 많았지만, 빈민가 이른바 달동네에 아파트가 하나둘 생기면서 도시 빈민들이 쪽방이나 이런 고시원으로 내려와 살기도 하고, 돈 없는 청년층들이 살고 있다. 2004년 3,910개였던 고시원의 숫자는 최근엔 1만 1,800개로 12년 사이 3배나 급증했다.


■ 희망을 좇던 고시원, 주거빈곤의 상징이 되다

그리고 한때 청년들이 희망을 좇던 고시원이 이제는 주거빈곤의 상징이 돼 버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서울 1인 청년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00년 31.2%에서 2015년 37.2%로 6%p나 상승했다.

특히나 주거빈곤 청년층이 많이 몰리는 곳이 바로 고시원인데, 고시원은 보증금이 없거나 적고 이동성이 높아 청년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거나 전세나 월세를 가기 전에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 임시거처로 고시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일자리를 못 얻거나 목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수년에 걸쳐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최근 집처럼 거주하고 있지만 집으로 분류되지 않는 집, 이른바 비주택인 고시원 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면접조사 했는데, 고시원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박 모 씨(28세 남성,고시원 거주)
고향을 떠난 이후로는 한 곳에 오랫동안 살아본 적이 별로 없어요.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불가능하다고 보죠. 아예 집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지금 지내는 곳도 새 직장을 구하면 어차피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고, 애정 없이 잠만 자는 곳이라고 느껴요.


본인이 잠을 자긴 하지만 집이라고 생각본 적이 없다,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게 이 청년의 생각이다. 반면 열악한 고시원 환경을 견디다 못해 고시원을 뛰쳐나온 청년도 있다. 결국, 지금은 대학교 과방에서 잠을 잔다는 20대 여성의 말을 들어보자.

김 모 씨(27세, 고시원 거주 경험)
고시원을 지금까지 3번 경험했는데 짧으면 1달 반에서 길면 4개월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잘 곳만 있으면 되겠지’싶었는데 점점 답답해지고 안에 있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고시원 방이 생활 짐 보관하는 장소가 되어버렸고, 밥 먹거나 자는 건 거의 학과 사무실 혹은 과방에서 해결했어요. 고시원 안에서 씻는 것도 불편해서 학교 샤워실에서 씻을 때도 많았어요.


현재 고시원, 고시텔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 37만 비주택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41%인 15만 1천여 가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 상당수가 청년층이다.

[연관 기사] 현실판 빈곤층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냄새가 아니다

■ 20대, 주거빈곤층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에 차별받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고시원의 주거환경 개선과 별도로 고시원에 사는 20대 젊은층들에게는 주거급여를 주지 않도록 하는 현행 주거급여의 연령 차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돼 중위소득 44% 이하의 가구는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득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75만 1,084원 이하인 경우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30세 미만의 경우 주민등록상으로 독립가구일지라도 주거급여를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왜냐면 현재는 30세 미만은 소득이 낮고 독립 생계를 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부모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 김기태 연구원은 "이는 분명한 연령에 의한 차별이다. 이미 성년이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는데도 제도가 배제하고 있는 것이며, 30세 미만 주거빈곤 청년들도 주거급여 대상에 포함시켜 이들이 빨리 목돈을 만들어 주거환경이 좋은 곳으로 나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렴한 주거지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기존 주택을 활용한 매입임대주택을 늘리고, 민간임대라하더라도 살만한 집을 공급해 주거빈곤층이 살만한 곳에서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하루빨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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