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힘주고’ 반미는 ‘내리고’…우표로 보는 북한

입력 2019.07.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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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우표사가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맞춰 발행한 기념우표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열렸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 북미정상회담의 1주년을 맞아 북한 조선우표사가 기념우표를 발행했습니다. 지난달 12일, 꼭 1년에 맞춰 발행한 우표는 모두 3종으로 각각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고 서명하는 모습, 그리고 북미공동선언문의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연관기사] 북미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 입수…北 역대 최대 규모 발행

지난달 발행 직후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우표 발행 사실과 우표 이미지 일부가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그 우표의 실물과 우표첩, 초일봉투, 그리고 우표발행의 취지 등을 설명하는 통보문을 KBS가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3종 모두 일반 우표보다 3~4배 큰 대형 우표로, 북미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하던 장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장면, 그리고 공동선언문의 전문이 각각 들어가 있습니다. '력사상(역사상) 첫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과 회담'이라는 문구와 함께 성조기와 인공기의 문양도 보입니다. 가격은 두 정상의 사진이 들어있는 2종은 북한 돈으로 각각 200원, 선언문 사진만 있는 1종은 50원이라고 써 있는데요. 중국 등 해외에서는 각각 2달러와 50센트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것이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들은 기념우표를 발행할 때 세계의 수집가들을 겨냥해 우표 발행일의 도장을 찍고 기념우표를 붙인 '초일봉투'라는 것을 함께 발행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첫날봉투'라고 하는 이 북미정상회담 초일봉투의 재질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급인데다, 특히 봉투 하단에 '세기적 만남'이라는 문구를 압인으로 새겨 넣었습니다. 압인은 잉크로 찍어내는 인쇄가 아니라 압력을 가해 입체적으로 문양이나 문구를 표현하는 고급 기법입니다.


1년에 1~2번 정도만 발행한다는 우표첩도 발행됐는데요. 지난해 3월 1차 북중정상회담 한달여 뒤 발행된 기념우표첩,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뒤 발행된 우표첩과 비교해 보면, 이번에 발행된 북미정상회담 기념 우표첩은 종이의 재질부터 디자인까지 상당히 세련된 모습입니다.

발행량은 어떨까요? 북한 조선우표사가 새 우표를 발행할 때면 발행일과 발행 취지, 발행량, 종류, 규격, 도안자의 이름 등을 넣어 '새 우표 통보'라는 것을 함께 발간하는데요. KBS가 지난해와 올해 발행된 북미, 북중, 남북, 북러 정상회담 등의 '새 우표 통보'도 입수해 비교 분석해 봤습니다. 통보문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 3종의 발행량은 각각 10만 장, 총 30만 장에 이릅니다. 북한에서 일반 우표는 대략 종류 당 1만 장 정도 발행하는 것이 보통인데요. 지난해 3월 1차 북중정상회담 기념우표가 1종 3만 장,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가 2종 각 5만 장, 올 4월 있었던 북러정상회담의 기념우표도 2종 5만 장씩이었습니다. 3종을 10만 장씩, 총 30만 장 발행한 것은 단일 우표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민화협 체육위원이 북미정상회담 초일봉투에 들어간 압인을 설명하고 있다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민화협 체육위원이 북미정상회담 초일봉투에 들어간 압인을 설명하고 있다

10년 넘게 북한 우표를 수집하고 분석해 온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민화협 체육위원(㈜태인 대표)은 "지금까지 북한이 발행한 거의 모든 종류의 우표를 다 봤지만, 초일봉투에 이런 압인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며 "격식과 발행 양에 있어 어떤 정상회담 우표보다도 더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정상회담 기념우표들과 달리 북미정상회담 우표는 꼭 1년이 지나서야 발행됐는데요. 이상현 위원은 "다른 경우에는 정상이 만난 이후 한달이나 두달 내에 우표가 발행되는 것이 관례였다"며 "이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를 우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모든 우표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념우표를 발행한다는 것은 북미관계에 대한 어느정도의 안정성이나 지속가능성이 에측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우표 발행 시점을 전략적으로 고민한 끝에 북미관계에 대한 변함없는 개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1주년에 맞춰 우표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관광상품이자 주요 산업으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우표를 이렇게 역대 최다 수준으로 발행한 것은 '수요 예측'도 반영된 결과라는 겁니다. 우표는 북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기도 한데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적 이벤트를 담은 기념우표는 어떤 우표보다도 희소성이나 소장가치가 있고, 따라서 그만큼 많이 팔릴 것이라는 예측을 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임을출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위대성'을 홍보하기도 하고, 아울러 상업적 목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서도 우표를 활용하고자 하는 특징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관기사] [클로즈업 북한] 계기마다 우표 발행…선전 넘어 산업화

해마다 6월은 원래 북한에서 '반미 우표'를 발행하던 시기입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도 연초 공개한 '우표발행계획'에 따라 6월에 반미 우표 4종을 발행했다가 싱가포르 회담을 계기로 그 우표들을 급히 회수했었는데요. 올해 '우표발행계획'에는 아예 반미 우표 발행 계획이 빠져 있습니다. 매년 반미 우표를 발행하던 시기, 올해는 북미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를 대신 발행한 셈인데요. 우표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북한의 대외적인 메시지, 앞으로도 주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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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회담 ‘힘주고’ 반미는 ‘내리고’…우표로 보는 북한
    • 입력 2019-07-13 10:11:55
    취재K
북한 조선우표사가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맞춰 발행한 기념우표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열렸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 북미정상회담의 1주년을 맞아 북한 조선우표사가 기념우표를 발행했습니다. 지난달 12일, 꼭 1년에 맞춰 발행한 우표는 모두 3종으로 각각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고 서명하는 모습, 그리고 북미공동선언문의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연관기사] 북미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 입수…北 역대 최대 규모 발행

지난달 발행 직후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우표 발행 사실과 우표 이미지 일부가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그 우표의 실물과 우표첩, 초일봉투, 그리고 우표발행의 취지 등을 설명하는 통보문을 KBS가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3종 모두 일반 우표보다 3~4배 큰 대형 우표로, 북미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하던 장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장면, 그리고 공동선언문의 전문이 각각 들어가 있습니다. '력사상(역사상) 첫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과 회담'이라는 문구와 함께 성조기와 인공기의 문양도 보입니다. 가격은 두 정상의 사진이 들어있는 2종은 북한 돈으로 각각 200원, 선언문 사진만 있는 1종은 50원이라고 써 있는데요. 중국 등 해외에서는 각각 2달러와 50센트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것이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들은 기념우표를 발행할 때 세계의 수집가들을 겨냥해 우표 발행일의 도장을 찍고 기념우표를 붙인 '초일봉투'라는 것을 함께 발행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첫날봉투'라고 하는 이 북미정상회담 초일봉투의 재질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급인데다, 특히 봉투 하단에 '세기적 만남'이라는 문구를 압인으로 새겨 넣었습니다. 압인은 잉크로 찍어내는 인쇄가 아니라 압력을 가해 입체적으로 문양이나 문구를 표현하는 고급 기법입니다.


1년에 1~2번 정도만 발행한다는 우표첩도 발행됐는데요. 지난해 3월 1차 북중정상회담 한달여 뒤 발행된 기념우표첩,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뒤 발행된 우표첩과 비교해 보면, 이번에 발행된 북미정상회담 기념 우표첩은 종이의 재질부터 디자인까지 상당히 세련된 모습입니다.

발행량은 어떨까요? 북한 조선우표사가 새 우표를 발행할 때면 발행일과 발행 취지, 발행량, 종류, 규격, 도안자의 이름 등을 넣어 '새 우표 통보'라는 것을 함께 발간하는데요. KBS가 지난해와 올해 발행된 북미, 북중, 남북, 북러 정상회담 등의 '새 우표 통보'도 입수해 비교 분석해 봤습니다. 통보문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 3종의 발행량은 각각 10만 장, 총 30만 장에 이릅니다. 북한에서 일반 우표는 대략 종류 당 1만 장 정도 발행하는 것이 보통인데요. 지난해 3월 1차 북중정상회담 기념우표가 1종 3만 장,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가 2종 각 5만 장, 올 4월 있었던 북러정상회담의 기념우표도 2종 5만 장씩이었습니다. 3종을 10만 장씩, 총 30만 장 발행한 것은 단일 우표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민화협 체육위원이 북미정상회담 초일봉투에 들어간 압인을 설명하고 있다
10년 넘게 북한 우표를 수집하고 분석해 온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민화협 체육위원(㈜태인 대표)은 "지금까지 북한이 발행한 거의 모든 종류의 우표를 다 봤지만, 초일봉투에 이런 압인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며 "격식과 발행 양에 있어 어떤 정상회담 우표보다도 더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정상회담 기념우표들과 달리 북미정상회담 우표는 꼭 1년이 지나서야 발행됐는데요. 이상현 위원은 "다른 경우에는 정상이 만난 이후 한달이나 두달 내에 우표가 발행되는 것이 관례였다"며 "이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를 우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모든 우표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념우표를 발행한다는 것은 북미관계에 대한 어느정도의 안정성이나 지속가능성이 에측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우표 발행 시점을 전략적으로 고민한 끝에 북미관계에 대한 변함없는 개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1주년에 맞춰 우표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관광상품이자 주요 산업으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우표를 이렇게 역대 최다 수준으로 발행한 것은 '수요 예측'도 반영된 결과라는 겁니다. 우표는 북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기도 한데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적 이벤트를 담은 기념우표는 어떤 우표보다도 희소성이나 소장가치가 있고, 따라서 그만큼 많이 팔릴 것이라는 예측을 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임을출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위대성'을 홍보하기도 하고, 아울러 상업적 목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서도 우표를 활용하고자 하는 특징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관기사] [클로즈업 북한] 계기마다 우표 발행…선전 넘어 산업화

해마다 6월은 원래 북한에서 '반미 우표'를 발행하던 시기입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도 연초 공개한 '우표발행계획'에 따라 6월에 반미 우표 4종을 발행했다가 싱가포르 회담을 계기로 그 우표들을 급히 회수했었는데요. 올해 '우표발행계획'에는 아예 반미 우표 발행 계획이 빠져 있습니다. 매년 반미 우표를 발행하던 시기, 올해는 북미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를 대신 발행한 셈인데요. 우표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북한의 대외적인 메시지, 앞으로도 주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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