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계기마다 우표 발행…선전 넘어 산업화

입력 2019.07.13 (08:07) 수정 2019.07.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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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건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북한에서 나온 우표입니다.

판문점 선언문과 남북 정상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와 표지석 등이 담겨 있는데요.

이렇듯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지난달엔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까지 나올 정도로 북한에서는 우표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큽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는 체제선전은 물론 수익상품으로도 한몫을 하는 북한의 우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중구역에 있는 조선 우표 전시장.

전시장을 찾은 북한 주민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다름 아닌 김정은 위원장 기념우표 앞이다.

전시된 우표 대부분이 김 위원장의 업적을 조명하는 내용.

북한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년을 맞아 기념우표 집중 전시 기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사망일은 물론 각종 국가 기념일에도 우표 발행과 전시를 통해 체제 선전을 도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발행된 우표들은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한나라의 역사이자 환경과 사회문화까지 담아내는 우표.

발행 73년을 맞은 북한 우표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나라를 되찾은 기쁨의 만세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던 1945년 8월 15일.

그러나 해방을 기점으로 남과 북은 각기 다른 우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표를 만든 것은 북한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해방 직후 북측 체신국을 찾아 우표 도안 사업을 지시했고 1946년 3월, 북한의 첫 우표가 발행됐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은 정확하게 1946년부터 독자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시작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당장 필요한 게 주민들 간에 서신 교환을 하게 만들어줘야 되기 때문에 우표라는 것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1946년부터 김일성 중심으로 독자적인 체제를 구축하면서 조기에 우편제도를 정착시키게 된다는 그런 판단을 한 거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북한이 발행한 우표의 소재가 무궁화와 금강산의 삼선암이라는 것이다.

특히 나라꽃이라 불릴 만큼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가 북한의 첫 우표로 사용된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무궁화 하면 우리 남한, 대한민국의 상징 꽃으로 우리도 알고 있고. 지금 북한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첫, 최초의 북한 우표가 무궁화일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무궁화가 우리 겨레 전체를 상징하는 그런 꽃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북한 우표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우표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선전을 근간으로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된다.

초창기 북한의 우표들에 노동자들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해방된 조국 땅에서 땅의 주인, 공장의 주인으로 된 근로 인민의 모습을 담은 우표들이 연이어 발행됐습니다. 이렇게 인민의 역사와 더불어 조선 우표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6.25 전쟁 당시에도 남과 북의 우표 발행은 중단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경우 인민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우표를 다양하게 발행했고 1950년 6월 28일, 서울 점령을 선전하기 위한 별도의 우표도 내놨다.

당시 3개월간 서울의 주요 기관을 장악했던 북한군은 대한민국 발행 우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도장을 덧입혀 쓰기도 했다.

6.25 전쟁 이후 북한의 우표는 체제선전의 색깔이 더욱 강해진다.

김일성 일가에 대한 찬양, 권력 승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도 북한 우표의 중요 특징이다.

김일성 주석은 물론 그의 어머니와 부인 모습 역시 우상화 과정을 거치며 우표로 발행됐다.

특히 김주석의 아들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80년대 공식적인 2인자 반열에 오른 후, 처음으로 독사진으로 된 우표가 발행됐다.

이는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이 우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김정일 위원장이 우표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단독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모습이 초상화가 단독 우표의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우표에 처음 등장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시찰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보다 한 발치 뒤에 서서 좀 작게 표현이 돼 있죠. 그만큼 김정일 시대의 승계 과정과 김정은 위원장의 승계 시점을 봤을 때 그 승계 시점에 안정적인 승계가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아직 좀 불완전한 승계 시점이었는지를 우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의 단독 사진으로 된 우표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2013년.

권력을 승계받은 지 1년이 지나고 난 뒤 첫 육성 신년사를 선보인 직후다.

이후 북한은 광명성 4호 발사 장면을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과 함께 담거나, 7차 당 대회, 화성 14형과 15형 등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기리는 우표를 다양하게 발행하고 있다.

체제선전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인물이나 자연, 과학 등의 다양한 주제도 등장한다.

특히 이순신, 김구, 안중근과 같은 역사적 위인을 담은 북한 우표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1981년 7월,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렸던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

전 세계가 주목한 이 결혼식을 북한도 놓치지 않았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을 우표에 담은 것이다.

다양한 종류로 발행된 다이애나비 결혼기념 우표는 북한 우표가 우편전달, 체제선전의 기능만이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북한은 기념우표들의 다양화에 부쩍 집중하는 모습인데 입체감을 살린 우표는 물론, DVD 우표 QR코드 우표까지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여전히 경제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자신들이 중요한 사건마다 그걸 기념하는 우표를 바로 만들어서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우표를 만들어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상품으로 내놓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표가 북한 주민들의 어떤 서신 교환에 활용되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의 성격을 더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난 6월, 하얼빈에서 열린 중, 러 박람회.

천 7백여 개의 참가 업체 중에는 북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각종 제품들의 홍보가 한창인 북한 판매원들.

그중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조선 우표사의 우표였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가 공개된 것이다.

[조선우표사 관계자 : "최고 영도자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시고 서명하시는 장면, 그리고 합의문도 (있습니다)."]

1년 만에야 발행된 북미 첫 정상회담 기념우표.

해당 기념우표를 소장한 우표 연구가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 기념우표 발행 과정이 기존의 우표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발행 종류도 세 종류나 발행을 했고요. 발행량도 보통 때 발행한 것보다 세 배 정도 많이 발행했습니다. 더구나 첫날 우표 도장이 찍혀있는 봉투도 보통 때와 달리 압인으로 도드라지게 강조를 했고 그리고 우표첩도 발행함으로써 격식과 양에 있어서 어떤 정상회담 우표보다도 더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본격적인 정상회담 무대에 선 김정은 위원장.

판문점과 평양을 오가며 이루어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도 북한은 관련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합의문은 물론 식수 행사, 백두산 천지 방문 등 두 정상의 상징적인 행보가 고스란히 담긴 기념우표였다.

중국,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기념우표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이벤트들을 우표를 통해 홍보하고 수익의 수단으로 연결시키는 하나의 사업 전략으로 평가한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이벤트를 기념 우표를 통해서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자기 지도자의 위대성을 홍보하기도 하고 또 산업적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서도 우표를 활용하고 있는 그런 특징들이 보여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북한의 우표에서 한결같이 이어진 소재를 읽어낼 필요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로 평화와 통일. 한겨레라는 메시지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북한의 우표를 보면 남과 북의 이질감도 느낄 수 있지만, 또 긴 호흡으로 보면 민족적인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우표를 통해서 남과 북의 우표를 함께 전시하는 전시회를 평양과 서울에서 개최하고 나아가서 이게 기반이 돼서 남북 간 서신 교류 라든가 그리고 통신까지의 교류협력이 발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발행 73년, 6천여 점이 넘는 북한의 우표.

한때는 태극기와 무궁화가 겨레의 상징으로 우표를 채운 것처럼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도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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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계기마다 우표 발행…선전 넘어 산업화
    • 입력 2019-07-13 08:54:14
    • 수정2019-07-13 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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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건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북한에서 나온 우표입니다.

판문점 선언문과 남북 정상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와 표지석 등이 담겨 있는데요.

이렇듯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지난달엔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까지 나올 정도로 북한에서는 우표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큽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는 체제선전은 물론 수익상품으로도 한몫을 하는 북한의 우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중구역에 있는 조선 우표 전시장.

전시장을 찾은 북한 주민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다름 아닌 김정은 위원장 기념우표 앞이다.

전시된 우표 대부분이 김 위원장의 업적을 조명하는 내용.

북한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년을 맞아 기념우표 집중 전시 기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사망일은 물론 각종 국가 기념일에도 우표 발행과 전시를 통해 체제 선전을 도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발행된 우표들은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한나라의 역사이자 환경과 사회문화까지 담아내는 우표.

발행 73년을 맞은 북한 우표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나라를 되찾은 기쁨의 만세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던 1945년 8월 15일.

그러나 해방을 기점으로 남과 북은 각기 다른 우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표를 만든 것은 북한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해방 직후 북측 체신국을 찾아 우표 도안 사업을 지시했고 1946년 3월, 북한의 첫 우표가 발행됐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은 정확하게 1946년부터 독자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시작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당장 필요한 게 주민들 간에 서신 교환을 하게 만들어줘야 되기 때문에 우표라는 것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1946년부터 김일성 중심으로 독자적인 체제를 구축하면서 조기에 우편제도를 정착시키게 된다는 그런 판단을 한 거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북한이 발행한 우표의 소재가 무궁화와 금강산의 삼선암이라는 것이다.

특히 나라꽃이라 불릴 만큼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가 북한의 첫 우표로 사용된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무궁화 하면 우리 남한, 대한민국의 상징 꽃으로 우리도 알고 있고. 지금 북한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첫, 최초의 북한 우표가 무궁화일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무궁화가 우리 겨레 전체를 상징하는 그런 꽃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북한 우표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우표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선전을 근간으로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된다.

초창기 북한의 우표들에 노동자들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해방된 조국 땅에서 땅의 주인, 공장의 주인으로 된 근로 인민의 모습을 담은 우표들이 연이어 발행됐습니다. 이렇게 인민의 역사와 더불어 조선 우표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6.25 전쟁 당시에도 남과 북의 우표 발행은 중단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경우 인민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우표를 다양하게 발행했고 1950년 6월 28일, 서울 점령을 선전하기 위한 별도의 우표도 내놨다.

당시 3개월간 서울의 주요 기관을 장악했던 북한군은 대한민국 발행 우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도장을 덧입혀 쓰기도 했다.

6.25 전쟁 이후 북한의 우표는 체제선전의 색깔이 더욱 강해진다.

김일성 일가에 대한 찬양, 권력 승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도 북한 우표의 중요 특징이다.

김일성 주석은 물론 그의 어머니와 부인 모습 역시 우상화 과정을 거치며 우표로 발행됐다.

특히 김주석의 아들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80년대 공식적인 2인자 반열에 오른 후, 처음으로 독사진으로 된 우표가 발행됐다.

이는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이 우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김정일 위원장이 우표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단독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모습이 초상화가 단독 우표의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우표에 처음 등장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시찰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보다 한 발치 뒤에 서서 좀 작게 표현이 돼 있죠. 그만큼 김정일 시대의 승계 과정과 김정은 위원장의 승계 시점을 봤을 때 그 승계 시점에 안정적인 승계가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아직 좀 불완전한 승계 시점이었는지를 우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의 단독 사진으로 된 우표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2013년.

권력을 승계받은 지 1년이 지나고 난 뒤 첫 육성 신년사를 선보인 직후다.

이후 북한은 광명성 4호 발사 장면을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과 함께 담거나, 7차 당 대회, 화성 14형과 15형 등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기리는 우표를 다양하게 발행하고 있다.

체제선전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인물이나 자연, 과학 등의 다양한 주제도 등장한다.

특히 이순신, 김구, 안중근과 같은 역사적 위인을 담은 북한 우표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1981년 7월,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렸던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

전 세계가 주목한 이 결혼식을 북한도 놓치지 않았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을 우표에 담은 것이다.

다양한 종류로 발행된 다이애나비 결혼기념 우표는 북한 우표가 우편전달, 체제선전의 기능만이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북한은 기념우표들의 다양화에 부쩍 집중하는 모습인데 입체감을 살린 우표는 물론, DVD 우표 QR코드 우표까지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여전히 경제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자신들이 중요한 사건마다 그걸 기념하는 우표를 바로 만들어서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우표를 만들어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상품으로 내놓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표가 북한 주민들의 어떤 서신 교환에 활용되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의 성격을 더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난 6월, 하얼빈에서 열린 중, 러 박람회.

천 7백여 개의 참가 업체 중에는 북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각종 제품들의 홍보가 한창인 북한 판매원들.

그중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조선 우표사의 우표였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 기념우표가 공개된 것이다.

[조선우표사 관계자 : "최고 영도자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시고 서명하시는 장면, 그리고 합의문도 (있습니다)."]

1년 만에야 발행된 북미 첫 정상회담 기념우표.

해당 기념우표를 소장한 우표 연구가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 기념우표 발행 과정이 기존의 우표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발행 종류도 세 종류나 발행을 했고요. 발행량도 보통 때 발행한 것보다 세 배 정도 많이 발행했습니다. 더구나 첫날 우표 도장이 찍혀있는 봉투도 보통 때와 달리 압인으로 도드라지게 강조를 했고 그리고 우표첩도 발행함으로써 격식과 양에 있어서 어떤 정상회담 우표보다도 더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본격적인 정상회담 무대에 선 김정은 위원장.

판문점과 평양을 오가며 이루어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도 북한은 관련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합의문은 물론 식수 행사, 백두산 천지 방문 등 두 정상의 상징적인 행보가 고스란히 담긴 기념우표였다.

중국,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기념우표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이벤트들을 우표를 통해 홍보하고 수익의 수단으로 연결시키는 하나의 사업 전략으로 평가한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이벤트를 기념 우표를 통해서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자기 지도자의 위대성을 홍보하기도 하고 또 산업적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서도 우표를 활용하고 있는 그런 특징들이 보여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북한의 우표에서 한결같이 이어진 소재를 읽어낼 필요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로 평화와 통일. 한겨레라는 메시지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위원 : "북한의 우표를 보면 남과 북의 이질감도 느낄 수 있지만, 또 긴 호흡으로 보면 민족적인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우표를 통해서 남과 북의 우표를 함께 전시하는 전시회를 평양과 서울에서 개최하고 나아가서 이게 기반이 돼서 남북 간 서신 교류 라든가 그리고 통신까지의 교류협력이 발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발행 73년, 6천여 점이 넘는 북한의 우표.

한때는 태극기와 무궁화가 겨레의 상징으로 우표를 채운 것처럼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도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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