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수애비입니다]④ 육아휴직 늘리자는데…무슨 돈으로 하죠?

입력 2019.07.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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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경제 강국 노르웨이. 인구 540만 명인 이 나라도 처음부터 아빠 육아휴직이 강세를 보였던 건 아니다.

노르웨이의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은 1990년대 초만 해도 3~4%에 머물렀다. 고심하던 정부가 1993년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아빠 할당제(Daddy Quota)'다.

아빠 할당제는 아빠에게 육아휴직 기간 10주를 강제로 할당한 제도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을 경우, 다른 보상받을 길은 없다. 심지어 노르웨이의 육아휴직 급여대체율은 100%에 육박한다. 부모로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후 노르웨이의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은 급등해 2017년 기준 97%까지 상승했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았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 공동으로 유급휴가 480일이 주어지는데, 이 가운데 부모 각자에게 90일이 의무로 할당된다. 아빠가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육아휴직이 90일이며, 부모 간 양도는 불가능하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들 북유럽이 도입한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는 국내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1순위 대책으로 꼽힌다.

1편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국내는 여전히 아빠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이란 단어 자체를 꺼내는 게 쉽지 않은 환경에서, 휴직급여 등을 늘리는 건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제도 안착을 끌어낼 수 있는 육아휴직 할당제 같은 강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성만이 사용하는 육아휴직을 별도로 할당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80% 이상의 급여 대체율을 원칙으로 남성 할당제를 설계해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지난해 육아 휴직자 수는 9만 9천여 명. 한 해 동안 지원된 육아휴직 급여는 7천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올까.


육아휴직은 2001년 출산 전후휴가와 함께 고용보험 체계로 편입됐다. 근로자 월급에서 매월 빠져나가는 고용보험료로 고용보험기금을 만들고, 여기서 육아휴직 급여가 나온다.

그런데 고용보험의 본래 용도는 실업급여 지원이다. 육아휴직 급여가 늘어나면 애초 고용보험의 목적인 실업급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 기금 체계에서 무턱대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자는 주장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안으로는 가칭 '부모보험' 같은 육아휴직 전용 기금 체계 조성이 언급된다. 기존 고용보험 기금만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주는 건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기금을 만들자는 얘기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기존 고용보험 체계에서는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양육 초기 보편적인 가족지원이라는 분명한 정책적 목표를 갖고 별도의 부모보험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1974년 부모보험을 도입해 관련 재원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보험 재원은 고용자와 자영업자가 내는 사회보장세(근로자 임금총액의 31.42%)의 2.6%로 매월 징수한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체계에 비슷하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단기적으론 기존 고용보험 체계를 개선하되, 중장기적으론 새로운 보험제도인 부모보험 체계를 도입해 의무가입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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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허수애비입니다]④ 육아휴직 늘리자는데…무슨 돈으로 하죠?
    • 입력 2019-07-17 06:02:08
    취재K
북유럽의 경제 강국 노르웨이. 인구 540만 명인 이 나라도 처음부터 아빠 육아휴직이 강세를 보였던 건 아니다.

노르웨이의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은 1990년대 초만 해도 3~4%에 머물렀다. 고심하던 정부가 1993년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아빠 할당제(Daddy Quota)'다.

아빠 할당제는 아빠에게 육아휴직 기간 10주를 강제로 할당한 제도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을 경우, 다른 보상받을 길은 없다. 심지어 노르웨이의 육아휴직 급여대체율은 100%에 육박한다. 부모로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후 노르웨이의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은 급등해 2017년 기준 97%까지 상승했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았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 공동으로 유급휴가 480일이 주어지는데, 이 가운데 부모 각자에게 90일이 의무로 할당된다. 아빠가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육아휴직이 90일이며, 부모 간 양도는 불가능하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들 북유럽이 도입한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는 국내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1순위 대책으로 꼽힌다.

1편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국내는 여전히 아빠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이란 단어 자체를 꺼내는 게 쉽지 않은 환경에서, 휴직급여 등을 늘리는 건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제도 안착을 끌어낼 수 있는 육아휴직 할당제 같은 강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성만이 사용하는 육아휴직을 별도로 할당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80% 이상의 급여 대체율을 원칙으로 남성 할당제를 설계해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지난해 육아 휴직자 수는 9만 9천여 명. 한 해 동안 지원된 육아휴직 급여는 7천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올까.


육아휴직은 2001년 출산 전후휴가와 함께 고용보험 체계로 편입됐다. 근로자 월급에서 매월 빠져나가는 고용보험료로 고용보험기금을 만들고, 여기서 육아휴직 급여가 나온다.

그런데 고용보험의 본래 용도는 실업급여 지원이다. 육아휴직 급여가 늘어나면 애초 고용보험의 목적인 실업급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 기금 체계에서 무턱대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자는 주장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안으로는 가칭 '부모보험' 같은 육아휴직 전용 기금 체계 조성이 언급된다. 기존 고용보험 기금만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주는 건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기금을 만들자는 얘기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기존 고용보험 체계에서는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양육 초기 보편적인 가족지원이라는 분명한 정책적 목표를 갖고 별도의 부모보험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1974년 부모보험을 도입해 관련 재원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보험 재원은 고용자와 자영업자가 내는 사회보장세(근로자 임금총액의 31.42%)의 2.6%로 매월 징수한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체계에 비슷하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단기적으론 기존 고용보험 체계를 개선하되, 중장기적으론 새로운 보험제도인 부모보험 체계를 도입해 의무가입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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