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협 건너는 방일단…대화 물꼬 틀까

입력 2019.07.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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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전향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

일본 산케이신문의 어제(29일) 보도 내용입니다.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뒤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비판적 반응에도 일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오히려 오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국가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안을 의결할 태세입니다. 한일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겁니다. 추가 보복이 현실화되면 국내 산업 전반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연관 기사] ‘백색국가 배제’ 일본 의견 수렴 종료…8월 하순 시행?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명분 삼은 일본의 이번 조치로, 한일간의 역사·정치 문제가 경제 문제로 본격 비화되는 셈입니다. 이런 비상상황에 좀처럼 손을 맞잡지 않았던 20대 국회도 결국 응답했습니다. 초당적 의원 외교에 나선 겁니다.

여야 방일단 10명…내일(31일) 출국

일본과의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일단은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단장은 8선인 서청원 의원(무소속)이 맡았습니다. 대표적 '지일파'로 꼽히는 서 의원은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의회외교포럼 출범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서청원 의원에게 회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지난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의회외교포럼 출범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서청원 의원에게 회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에선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의원과 원혜영, 김진표 의원이, 한국당에선 원유철, 김광림 의원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이 동행합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방일단에 이름을 올렸고, 바른미래당 의원 1명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내일(31일) 일본행에 나섭니다. 1박 2일 일정입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한일 갈등 상황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핵심 인사를 만나 한국 측 의견을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함입니다.

누구 만나나? 한일의원연맹 오찬…자민당 등 4당 방문

우선 첫날인 31일에는 한일 의원연맹 차원의 오찬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일본측에서는 한일 의원연맹의 일본측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자민당), 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의원(자민당)을 포함해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특히 '지한파'로 알려진 가와무라 의원은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의원 대부분은 그동안 정례 회동을 거듭하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레 간담회 형식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한 현안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방일단은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물론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등 4당을 각각 방문할 예정입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연립여당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입니다. 이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한국측 방일단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자민당 2인자…'니카이 간사장'과 회동 성사될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문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속한 자민당입니다. 방일단은 아베 총리에 이어 자민당의 2인자로 통하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회동을 줄곧 추진해 왔습니다. 일본 정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니카이 간사장이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해서, 아직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니카이 간사장과의 회동이 무산되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과의 회동이 유력해 보입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2012년 말부터 2017년까지 외무대신을 맡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장 코앞 일정인데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건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 12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방일단 구성을 밝히며, "문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갔고 박병성 민주당 의원도 갔는데 (일본의) 중요한 분들이 만나기를 회피하고 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자민당에서 니카이 간사장이 나올지 기시다 정조회장이 나올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정책 문제라 오히려 정조회장이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민당은 아베 총리가 장악하고 있어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공명당이 중간에서 중심 역할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일단 메시지는?…서청원 "국익 최우선"

누굴 만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일 겁니다. 방일단장인 서청원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우선은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고, 방일단은 입법부 차원에서 촉매제 역할을 할 거라는 겁니다.

서 의원은 "의회 차원의 해법 제시, 외교전에 주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우선 당장 현안인 '백색국가 제외' 등에 대해 일본 측에 유예를 요청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방일단과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갖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모인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창일 의원은 "일본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대안은 정부 측에서 협상을 통해 내놓는 것이고, 우리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일본 측에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본의 동향에 대해선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는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로 규정하고 몹시 나쁘게 보고 있다"며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전했습니다. 강 의원은 다만 일본 정치권에서도 우경화된 정치인들의 강공에 온건파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며, 일본 야당에서도 대부분 수출 규제는 잘못됐다는 입장이 있어 조만간 목소리를 크게 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日 보복' 해결사 될 수 있을까?

한일 관계의 복잡한 얽힌 매듭을 단칼에 풀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방일단 의원들이 강조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결 노력일 겁니다. 그러나 일본은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전향적 해결책 없이는 한일 양자회담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한국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장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모양새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일 겁니다. 당장 이렇다 할 성과를 갖고 돌아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의 중진 정치인들이 무릎을 맞대고 해법을 궁리하는 것만으로도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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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해협 건너는 방일단…대화 물꼬 틀까
    • 입력 2019-07-30 07:01:20
    취재K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전향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

일본 산케이신문의 어제(29일) 보도 내용입니다.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뒤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비판적 반응에도 일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오히려 오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국가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안을 의결할 태세입니다. 한일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겁니다. 추가 보복이 현실화되면 국내 산업 전반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연관 기사] ‘백색국가 배제’ 일본 의견 수렴 종료…8월 하순 시행?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명분 삼은 일본의 이번 조치로, 한일간의 역사·정치 문제가 경제 문제로 본격 비화되는 셈입니다. 이런 비상상황에 좀처럼 손을 맞잡지 않았던 20대 국회도 결국 응답했습니다. 초당적 의원 외교에 나선 겁니다.

여야 방일단 10명…내일(31일) 출국

일본과의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일단은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단장은 8선인 서청원 의원(무소속)이 맡았습니다. 대표적 '지일파'로 꼽히는 서 의원은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의회외교포럼 출범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서청원 의원에게 회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에선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의원과 원혜영, 김진표 의원이, 한국당에선 원유철, 김광림 의원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이 동행합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방일단에 이름을 올렸고, 바른미래당 의원 1명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내일(31일) 일본행에 나섭니다. 1박 2일 일정입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한일 갈등 상황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핵심 인사를 만나 한국 측 의견을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함입니다.

누구 만나나? 한일의원연맹 오찬…자민당 등 4당 방문

우선 첫날인 31일에는 한일 의원연맹 차원의 오찬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일본측에서는 한일 의원연맹의 일본측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자민당), 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의원(자민당)을 포함해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특히 '지한파'로 알려진 가와무라 의원은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의원 대부분은 그동안 정례 회동을 거듭하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레 간담회 형식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한 현안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방일단은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물론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등 4당을 각각 방문할 예정입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연립여당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입니다. 이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한국측 방일단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자민당 2인자…'니카이 간사장'과 회동 성사될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문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속한 자민당입니다. 방일단은 아베 총리에 이어 자민당의 2인자로 통하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회동을 줄곧 추진해 왔습니다. 일본 정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니카이 간사장이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해서, 아직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니카이 간사장과의 회동이 무산되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과의 회동이 유력해 보입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2012년 말부터 2017년까지 외무대신을 맡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장 코앞 일정인데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건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 12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방일단 구성을 밝히며, "문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갔고 박병성 민주당 의원도 갔는데 (일본의) 중요한 분들이 만나기를 회피하고 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자민당에서 니카이 간사장이 나올지 기시다 정조회장이 나올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정책 문제라 오히려 정조회장이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민당은 아베 총리가 장악하고 있어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공명당이 중간에서 중심 역할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일단 메시지는?…서청원 "국익 최우선"

누굴 만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일 겁니다. 방일단장인 서청원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우선은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고, 방일단은 입법부 차원에서 촉매제 역할을 할 거라는 겁니다.

서 의원은 "의회 차원의 해법 제시, 외교전에 주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우선 당장 현안인 '백색국가 제외' 등에 대해 일본 측에 유예를 요청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방일단과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갖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모인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창일 의원은 "일본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대안은 정부 측에서 협상을 통해 내놓는 것이고, 우리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일본 측에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본의 동향에 대해선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는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로 규정하고 몹시 나쁘게 보고 있다"며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전했습니다. 강 의원은 다만 일본 정치권에서도 우경화된 정치인들의 강공에 온건파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며, 일본 야당에서도 대부분 수출 규제는 잘못됐다는 입장이 있어 조만간 목소리를 크게 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日 보복' 해결사 될 수 있을까?

한일 관계의 복잡한 얽힌 매듭을 단칼에 풀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방일단 의원들이 강조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결 노력일 겁니다. 그러나 일본은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전향적 해결책 없이는 한일 양자회담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한국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장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모양새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일 겁니다. 당장 이렇다 할 성과를 갖고 돌아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의 중진 정치인들이 무릎을 맞대고 해법을 궁리하는 것만으로도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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