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장맛비·폭염 뚫은 수색…열흘 버틴 조은누리 양

입력 2019.08.05 (08:31) 수정 2019.08.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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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기다렸던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조은누리양이 구조됐죠.

심각한 뉴스들 속에서 모처럼 기분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투입된 수색요원들과 잘 버텨준 조양도 있었죠.

조은누리양은 산 속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고,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그 뒷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금요일, 조은누리 양을 태운 119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합니다.

군복을 걸치고 있지만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차림 그대로였습니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안도의 눈물을 흘립니다.

[박은영/조은누리 양 어머니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와서 이렇게 도와주고 기적 같은 일이... (기적이야. 기적.)"]

열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비교적 건강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김존수/충북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평상시 상태와 거의 같다고 이야기하고 계셔서 저희가 입원시켜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엄마와, 친구들과 함께 청주의 한 야산에 올랐던 조 양은 홀로 산을 내려갔습니다.

[조한신/조은누리 양 아버지 : "올라가는 거 힘들어하고 가면 벌레 같은 것들이 많이 달라붙거든요. 그래서 자꾸 힘들다고 해서 어머니가 내려가 있으라고 얘기하고 은누리를 내려보낸 겁니다."]

그 뒤로 자취를 감췄는데요.

수천 명이 투입되고 군견에 드론까지 동원됐지만 무성한 수풀로 우거진 산 속에서 조양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수색 열흘 째.

모두가 지쳐갈 때 쯤이었습니다.

박상진 상사와 함께 수색을 하던 군견 달관이가 갑자기 취한 자세. 무언가를 찾았을 때 하는 '앉아 자세'입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군견 후각이 기본적으로 폭은 한 800m, 거리는 바람이 불어왔을 때 2km까지는 사람의 체취를 맡을 수 있습니다. 찾으면 앉아서 구호 동작을 합니다. '뭔가를 찾았다.'"]

실종지점에서 1km이상 떨어진, 깊은 수풀이 우거진 곳이었습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정말 체력이 되는 저희로서도 올라가기 힘든 부분이라 과연 있을까. 의심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드디어 발견된 건 조은누리 양이었습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바위틈 새 낙엽 속에 파묻힌 상태로 쓰러져있었습니다. 제가 의식 확인을 위해서 "누리야. 누리야."라고 불렀을 때, "네."라고 대답을 해줘서 살아있는 걸 알게 됐고..."]

박 상사의 부름에 감고 있던 눈을 뜬 조양, 기적같은 순간이었는데요.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계속 누리 양이 몸이 쓰러지는 걸 느껴서 그때마다 다시 누리를 내려서 앉히고, 또 물을 먹이고 "누리야. 엄마한테 가자, 조금만 참아, 힘내."라고 하면서 계속 업고 내려왔습니다."]

심한 탈수로 거의 의식이 없었던 조 양, 박 상사는 생수 다섯 통을 나눠 먹이며 천천히 내려옵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다 내려와서) 누리가 한 말이 "지난번에 여기 한 번 왔던 곳인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조 양과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는 박 상사는 발견 당시 누구보다 기뻤다고 합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있습니다. 정말 이 친구를 찾았을 때 솔직히 저도 울컥했고 감동했습니다. 정말 살았을까. 근데 누리가 "네"라고 했을 때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열흘동안 어떻게 조은누리 양은 버틸 수 있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일단 날씨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조 양이 실종된 후 5일간은 장마였고 나머지 5일 간은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지속됐습니다.

[우승엽/도시재난생존연구소장 : "며칠간 비가 내려서 새벽이 되면 나뭇잎에 물 같은, 이슬 같은 것들이 맺히기 때문에 맑고 깨끗한 물을 제공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이 그 물을 마시고 버텼던 게 아닌가..."]

빗물로 인해 깨끗한 물이 제공됐고, 무더위로 인해 저체온증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잘 버텨준 조 양을 찾기까지 그 뒤엔 수많은 숨은 영웅들도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대원, 군인뿐만 아니라 시민까지 5천7백여 명이 자신의 일처럼 나섰는데요.

컴퓨터 일을 하는 김성열 씨.

조양의 실종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일주일 넘게 조 양을 찾았습니다.

[김성열/수색 참여 시민 : "이거는 보통 일이 아니다." 미친 사람처럼 찾아다녔어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덤불 속이라든가, 혹시나 덤불속, 가랑잎, 나무 이파리 속, 뭐 물속..."]

조양의 부모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비슷한 처지의 아이를 키우는 김 씨는 누구보다 부모의 마음이 이해됐다고 합니다.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기뻤다는데요.

[김성열/수색 참여 시민 : "그냥 울었어요. 정말 오래 걸렸어요. 몇 번을 울렀는지 몰라요. 조은누리 양이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이 (TV에) 나오는 걸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다행이죠. 살았으니까, 왔으니까. 그랬습니다."]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더운 날씨에 수색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얼음물을 나눠주고 힘을 보탰습니다.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학부모들도 이제야 마음을 놓습니다.

[박진희/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장 : "정말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정말 찾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기뻐서 "정말? 정말?"하고 막 울었어요. "야, 이거 정말 기적이다. 정말 우리 기도가 통했구나."]

지난 주말부터 죽으로 식사를 하는 조은누리 양은 빨리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주 안으로 퇴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신적 충격이나 후유증 없이 잘 회복되기를 온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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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장맛비·폭염 뚫은 수색…열흘 버틴 조은누리 양
    • 입력 2019-08-05 08:33:33
    • 수정2019-08-05 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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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기다렸던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조은누리양이 구조됐죠.

심각한 뉴스들 속에서 모처럼 기분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투입된 수색요원들과 잘 버텨준 조양도 있었죠.

조은누리양은 산 속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고,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그 뒷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금요일, 조은누리 양을 태운 119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합니다.

군복을 걸치고 있지만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차림 그대로였습니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안도의 눈물을 흘립니다.

[박은영/조은누리 양 어머니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와서 이렇게 도와주고 기적 같은 일이... (기적이야. 기적.)"]

열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비교적 건강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김존수/충북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평상시 상태와 거의 같다고 이야기하고 계셔서 저희가 입원시켜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엄마와, 친구들과 함께 청주의 한 야산에 올랐던 조 양은 홀로 산을 내려갔습니다.

[조한신/조은누리 양 아버지 : "올라가는 거 힘들어하고 가면 벌레 같은 것들이 많이 달라붙거든요. 그래서 자꾸 힘들다고 해서 어머니가 내려가 있으라고 얘기하고 은누리를 내려보낸 겁니다."]

그 뒤로 자취를 감췄는데요.

수천 명이 투입되고 군견에 드론까지 동원됐지만 무성한 수풀로 우거진 산 속에서 조양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수색 열흘 째.

모두가 지쳐갈 때 쯤이었습니다.

박상진 상사와 함께 수색을 하던 군견 달관이가 갑자기 취한 자세. 무언가를 찾았을 때 하는 '앉아 자세'입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군견 후각이 기본적으로 폭은 한 800m, 거리는 바람이 불어왔을 때 2km까지는 사람의 체취를 맡을 수 있습니다. 찾으면 앉아서 구호 동작을 합니다. '뭔가를 찾았다.'"]

실종지점에서 1km이상 떨어진, 깊은 수풀이 우거진 곳이었습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정말 체력이 되는 저희로서도 올라가기 힘든 부분이라 과연 있을까. 의심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드디어 발견된 건 조은누리 양이었습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바위틈 새 낙엽 속에 파묻힌 상태로 쓰러져있었습니다. 제가 의식 확인을 위해서 "누리야. 누리야."라고 불렀을 때, "네."라고 대답을 해줘서 살아있는 걸 알게 됐고..."]

박 상사의 부름에 감고 있던 눈을 뜬 조양, 기적같은 순간이었는데요.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계속 누리 양이 몸이 쓰러지는 걸 느껴서 그때마다 다시 누리를 내려서 앉히고, 또 물을 먹이고 "누리야. 엄마한테 가자, 조금만 참아, 힘내."라고 하면서 계속 업고 내려왔습니다."]

심한 탈수로 거의 의식이 없었던 조 양, 박 상사는 생수 다섯 통을 나눠 먹이며 천천히 내려옵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다 내려와서) 누리가 한 말이 "지난번에 여기 한 번 왔던 곳인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조 양과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는 박 상사는 발견 당시 누구보다 기뻤다고 합니다.

[박상진/상사/육군 32사단 기동대대 :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있습니다. 정말 이 친구를 찾았을 때 솔직히 저도 울컥했고 감동했습니다. 정말 살았을까. 근데 누리가 "네"라고 했을 때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열흘동안 어떻게 조은누리 양은 버틸 수 있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일단 날씨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조 양이 실종된 후 5일간은 장마였고 나머지 5일 간은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지속됐습니다.

[우승엽/도시재난생존연구소장 : "며칠간 비가 내려서 새벽이 되면 나뭇잎에 물 같은, 이슬 같은 것들이 맺히기 때문에 맑고 깨끗한 물을 제공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이 그 물을 마시고 버텼던 게 아닌가..."]

빗물로 인해 깨끗한 물이 제공됐고, 무더위로 인해 저체온증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잘 버텨준 조 양을 찾기까지 그 뒤엔 수많은 숨은 영웅들도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대원, 군인뿐만 아니라 시민까지 5천7백여 명이 자신의 일처럼 나섰는데요.

컴퓨터 일을 하는 김성열 씨.

조양의 실종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일주일 넘게 조 양을 찾았습니다.

[김성열/수색 참여 시민 : "이거는 보통 일이 아니다." 미친 사람처럼 찾아다녔어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덤불 속이라든가, 혹시나 덤불속, 가랑잎, 나무 이파리 속, 뭐 물속..."]

조양의 부모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비슷한 처지의 아이를 키우는 김 씨는 누구보다 부모의 마음이 이해됐다고 합니다.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기뻤다는데요.

[김성열/수색 참여 시민 : "그냥 울었어요. 정말 오래 걸렸어요. 몇 번을 울렀는지 몰라요. 조은누리 양이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이 (TV에) 나오는 걸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다행이죠. 살았으니까, 왔으니까. 그랬습니다."]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더운 날씨에 수색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얼음물을 나눠주고 힘을 보탰습니다.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학부모들도 이제야 마음을 놓습니다.

[박진희/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장 : "정말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정말 찾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기뻐서 "정말? 정말?"하고 막 울었어요. "야, 이거 정말 기적이다. 정말 우리 기도가 통했구나."]

지난 주말부터 죽으로 식사를 하는 조은누리 양은 빨리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주 안으로 퇴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신적 충격이나 후유증 없이 잘 회복되기를 온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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