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전통과 학대 사이

입력 2019.08.14 (20:33) 수정 2019.08.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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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은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투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투우는 스페인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로 대규모 투우장이 도시에 들어선 것은 19세기 부터입니다.

투우를 오랜 전통이자 문화유산으로 여기는 스페인 국민들도 많지만, 반대로 전통이 아니라 동물 학대다, 이렇게 보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투우를 둘러싼 논쟁이 매년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의 키워드, '전통과 학대 사이'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스페인에서 최근 투우 관련 논쟁으로 유난히 뜨거운 도시가 있다구요?

[기자]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 마요르카 섬에 있는, '팔마 데 마요르카'라는 도시인데요.

이 지역에서 2년 만에 투우 경기가 재개돼 찬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투우 경기가 열린 건 지난 9일이었습니다.

황소와 투우사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투우사가 황소의 뿔에 받히는 사고도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경기는 계속됐습니다.

황소가 피를 흘리며 투우사에게 돌진하는 모습에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투우장에는 만 2천명의 관중이 몰려들며 투우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투우 관객 : "저는 (투우를) 정말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도 좋아합니다."]

[투우 관객 : "투우 경기장이 꽉 찼습니다. 가장 싼 티켓값이 50유로였어요."]

[앵커]

관객들 호응이 대단한데요.

그런데 앞서 팔마 데 마요르카에 투우 경기가 열리는 게 2년 만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거죠?

[기자]

마요르카 섬이 있는 발레아레스 제도의 자치정부가 지난 2017년 기존 방식의 투우를 '불법화'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투우사들이 창으로 소를 찌르지 않고 망토만 사용하도록 했는데요.

소가 다치지 않게 하기위해서 였습니다.

또 소를 투우장에 10분 이상 놔두거나 소에게 물리적, 심리적 해를 끼치게 되면 최대 1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억 4천만 원 상당의 벌금을 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해 이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전통문화의 일부를 금지하는 것은 지방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이유였습니다.

대신 스페인 법원은 투우장 내 주류를 금지하고 18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2년 만에 투우가 재개된 것입니다.

[앵커]

그래도 투우 경기를 다시 허용한다는 데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경기 당시 투우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투우장에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남성인데요.

"투우는 이제 그만" 이란 글을 몸에 새기고 투우장을 질주하다가 끌려나가는 모습입니다.

투우장 밖에서도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시위자 :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

투우 찬반 논쟁이 일고 있는 건 스페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50km 떨어진 산 라파엘 지역에 있는 마을들은 남자가 성년이 되면 2살 이하 송아지와 투우 경기를 펼치는데요.

동물보호단체가 이 모습을 촬영해 투우의 잔인함을 알린 뒤 해당 마을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습니다.

산 라파엘시는 투우 경기는 하되 투우장에서 소를 죽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시민 : "이런 식의 투우는 재미가 없습니다. 소들은 항상 희생당했습니다. 소들은 싸워서 다쳐야 합니다."]

[앵커]

이런저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투우를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인거죠?

[기자]

네, 지금 보시는 게 지난달 스페인 팜플로나시에서 열린 '산 페르민' 축제 당시 동물보호단체의 시위 모습인데요.

투우 경기의 잔인함을 알리기위해 저렇게 머리에 뿔을 달고 등에 창이 꽂힌 모습을 연출한 겁니다.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투우를 허용하고 있지만 투우 경기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페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천6백여 회였던 투우 경기는 지난해 절반 이하인 천5백여 회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앵커]

동물권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스페인에서 투우는 정치 이슈로까지 부상하고 있다죠?

[기자]

지난 3월 스페인 대법원은 투우 금지에 반기를 든 토르데시야스 시의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스페인 최대 투우 축제인 ‘토로 데 라 베가’의 금지 결정을 확정했습니다.

여기엔 스페인 동물보호당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재로선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보다 동물 보호가 중요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인데요.

전통문화냐. 동물 학대냐.

결코 쉽지않은 논쟁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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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전통과 학대 사이
    • 입력 2019-08-14 18:55:55
    • 수정2019-08-14 20:57:26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은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투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투우는 스페인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로 대규모 투우장이 도시에 들어선 것은 19세기 부터입니다.

투우를 오랜 전통이자 문화유산으로 여기는 스페인 국민들도 많지만, 반대로 전통이 아니라 동물 학대다, 이렇게 보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투우를 둘러싼 논쟁이 매년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의 키워드, '전통과 학대 사이'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스페인에서 최근 투우 관련 논쟁으로 유난히 뜨거운 도시가 있다구요?

[기자]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 마요르카 섬에 있는, '팔마 데 마요르카'라는 도시인데요.

이 지역에서 2년 만에 투우 경기가 재개돼 찬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투우 경기가 열린 건 지난 9일이었습니다.

황소와 투우사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투우사가 황소의 뿔에 받히는 사고도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경기는 계속됐습니다.

황소가 피를 흘리며 투우사에게 돌진하는 모습에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투우장에는 만 2천명의 관중이 몰려들며 투우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투우 관객 : "저는 (투우를) 정말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도 좋아합니다."]

[투우 관객 : "투우 경기장이 꽉 찼습니다. 가장 싼 티켓값이 50유로였어요."]

[앵커]

관객들 호응이 대단한데요.

그런데 앞서 팔마 데 마요르카에 투우 경기가 열리는 게 2년 만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거죠?

[기자]

마요르카 섬이 있는 발레아레스 제도의 자치정부가 지난 2017년 기존 방식의 투우를 '불법화'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투우사들이 창으로 소를 찌르지 않고 망토만 사용하도록 했는데요.

소가 다치지 않게 하기위해서 였습니다.

또 소를 투우장에 10분 이상 놔두거나 소에게 물리적, 심리적 해를 끼치게 되면 최대 1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억 4천만 원 상당의 벌금을 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해 이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전통문화의 일부를 금지하는 것은 지방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이유였습니다.

대신 스페인 법원은 투우장 내 주류를 금지하고 18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2년 만에 투우가 재개된 것입니다.

[앵커]

그래도 투우 경기를 다시 허용한다는 데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경기 당시 투우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투우장에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남성인데요.

"투우는 이제 그만" 이란 글을 몸에 새기고 투우장을 질주하다가 끌려나가는 모습입니다.

투우장 밖에서도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시위자 :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

투우 찬반 논쟁이 일고 있는 건 스페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50km 떨어진 산 라파엘 지역에 있는 마을들은 남자가 성년이 되면 2살 이하 송아지와 투우 경기를 펼치는데요.

동물보호단체가 이 모습을 촬영해 투우의 잔인함을 알린 뒤 해당 마을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습니다.

산 라파엘시는 투우 경기는 하되 투우장에서 소를 죽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시민 : "이런 식의 투우는 재미가 없습니다. 소들은 항상 희생당했습니다. 소들은 싸워서 다쳐야 합니다."]

[앵커]

이런저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투우를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인거죠?

[기자]

네, 지금 보시는 게 지난달 스페인 팜플로나시에서 열린 '산 페르민' 축제 당시 동물보호단체의 시위 모습인데요.

투우 경기의 잔인함을 알리기위해 저렇게 머리에 뿔을 달고 등에 창이 꽂힌 모습을 연출한 겁니다.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투우를 허용하고 있지만 투우 경기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페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천6백여 회였던 투우 경기는 지난해 절반 이하인 천5백여 회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앵커]

동물권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스페인에서 투우는 정치 이슈로까지 부상하고 있다죠?

[기자]

지난 3월 스페인 대법원은 투우 금지에 반기를 든 토르데시야스 시의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스페인 최대 투우 축제인 ‘토로 데 라 베가’의 금지 결정을 확정했습니다.

여기엔 스페인 동물보호당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재로선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보다 동물 보호가 중요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인데요.

전통문화냐. 동물 학대냐.

결코 쉽지않은 논쟁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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