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캠퍼스는 넓지만…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어디에?

입력 2019.08.23 (08:33) 수정 2019.08.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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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3.5제곱미터의 좁은 공간.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이 곳은 지난 9일 서울대의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을 거둔 휴게실입니다.

넓은 대학 캠퍼스 내에 이들이 쉴 곳은 과연 이 공간 밖에 없었을까요?

다른 대학교의 사정은 어떨까요?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쪽지에 글을 남깁니다.

지난 9일 휴게실에서 쉬다 숨진 60대 청소노동자를 추모하는 자립니다.

[김현우/재학생 :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계시는데 그걸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늘 지나쳤던 게 너무나도 죄송스럽고…."]

[김준현/재학생 : "열악한 건 알고 있었는데 더운 날씨에 에어컨 없이 막 30도가 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사고 이후 소식을 접하고 어느 정도 였길래 설마했던 학생들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기도 했다는데요.

[김현우/재학생 : "휴게실이라는 이름도 안 붙어있고 그냥 누가 봐도 창고 같은 곳이더라고요. 벽에서 먼지가 계속 떨어지는 그런 환경이어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계단 밑에 간이 벽을 세우고 만든 3.5제곱미터의 작은 방.

3명이 사용했다는 방안엔 에어컨이나 창문은 없고, 선풍기와 환풍기가 돌아갈 뿐입니다.

청소 노동자가 숨졌던 그 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이시헌/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 "26,000㎡가 넘는 (캠퍼스) 공간에서 청소 노동자에게는 3.3㎡ 남짓한 공간밖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지하에 후미진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학교가 적극적으로 처우 개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내 다른 휴게실은 어떨까요?

역시 에어컨, 창문은 없고 천장엔 배관 등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있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위에 커피숍이 있다 보니까 물 내려가는 소리도 엄청나게 크고 믹서기 가는 소리도 굉장히 크고…."]

일어서기도 쉽지 않은 높이에 소음이 심한 기계실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다른 대학입니다.

휴게실 안쪽에 전선이 늘어진 전산장비가 있는데 기계실 안이기 때문입니다.

열기가 뿜어져 나오다보니 에어컨을 켜도 실내 온도는 28도 내외.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기계가 있으니까 더 시끄럽고 여름에는 더 더운 거 같고 머리도 아프고 안 좋아. 그래서 진즉부터 옮겨달라고 했는데도 안 옮겨주고…."]

이곳은 지하 2층 계단 밑의 휴게실인데요,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하고, 소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지금은 조용하잖아요. 근데 여기가 바로 식당이거든. 누워있으면 막 시끄럽고 쿵쿵거리고…."]

역시 낮은 천장 때문에 바로 설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무의식중에 머리를 많이 부딪히고 형광등이 깨진 적도 있었어. 그때 피가 난 사람도 있고…."]

자, 오전 일이 끝난 점심시간입니다.

식사를 하고 계신 이곳은 사정이 좀 나아보이는데요.

건물 비상계단 1층에 만든 휴게실인데요,

문제는 겨울이라고 합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리도 아니에요."]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겨울이 되면 뽁뽁이로 그걸로 막아줬어요. 너무 추워서…."]

5명이 사용하기에 좁은 공간도 문젭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새벽에 와서 일하고 나면 이 시간에 밥을 먹고 나면 피곤하잖아요. 딱 드러누우면 몸들이 닿아요."]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네 명이 나란히 눕고 한 명은 발밑에서 저렇게 자요."]

다시 서울의 다른 대학입니다.

여기는 지하 6층에 위치한 휴게실인데요.

9명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없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환풍기는 24시간 계속 돌아가요. 근데 주차장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서 다시 역행해서 나가고 환풍기가 있으나 마나…."]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보니 자동차 매연이 그대로 고스란히 들어온다는 겁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공기청정기가 있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여기 계시다 밖에 나가면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이 느낀다고 하세요."]

고개를 두 차례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이곳 역시 냄새가 문젭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하수구 물 내려가는 배수구 같은데."]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여기에서 냄새가 나와요. 장마 같은 때는 화장실 비슷한 냄새가 올라오고 그러기 때문에 좀 힘들지."]

지금까지 보셨던 열악한 환경의 휴게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최민/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지하주차장이나 환풍 시설이 잘 안 되어있는 계단 밑이나 지하 공간이나 화장실 내에 (휴게실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매연물질이나 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가 있어서, 호흡기의 불편과 기침, 가래 같은 증상이 올 수 있고 그게 심한 경우에는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요."]

휴게실 외에 쉴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학생들에게 이런 광경도 목격된다고 합니다.

[김예지/대학생 :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제일 끝에 의자 같은 걸 하나 두고 거기서 쉬고 계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학생들 차원에서도 왜 휴게공간을 제공하지 않느냐 얘기들을 했는데 학교에서는 이 정도로 됐다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내놓았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 내 일터의 청소 노동자들은 지금 어떤 환경에서 쉬고 계신지 관심가져 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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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캠퍼스는 넓지만…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어디에?
    • 입력 2019-08-23 08:34:11
    • 수정2019-08-23 09: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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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3.5제곱미터의 좁은 공간.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이 곳은 지난 9일 서울대의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을 거둔 휴게실입니다.

넓은 대학 캠퍼스 내에 이들이 쉴 곳은 과연 이 공간 밖에 없었을까요?

다른 대학교의 사정은 어떨까요?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쪽지에 글을 남깁니다.

지난 9일 휴게실에서 쉬다 숨진 60대 청소노동자를 추모하는 자립니다.

[김현우/재학생 :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계시는데 그걸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늘 지나쳤던 게 너무나도 죄송스럽고…."]

[김준현/재학생 : "열악한 건 알고 있었는데 더운 날씨에 에어컨 없이 막 30도가 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사고 이후 소식을 접하고 어느 정도 였길래 설마했던 학생들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기도 했다는데요.

[김현우/재학생 : "휴게실이라는 이름도 안 붙어있고 그냥 누가 봐도 창고 같은 곳이더라고요. 벽에서 먼지가 계속 떨어지는 그런 환경이어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계단 밑에 간이 벽을 세우고 만든 3.5제곱미터의 작은 방.

3명이 사용했다는 방안엔 에어컨이나 창문은 없고, 선풍기와 환풍기가 돌아갈 뿐입니다.

청소 노동자가 숨졌던 그 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이시헌/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 "26,000㎡가 넘는 (캠퍼스) 공간에서 청소 노동자에게는 3.3㎡ 남짓한 공간밖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지하에 후미진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학교가 적극적으로 처우 개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내 다른 휴게실은 어떨까요?

역시 에어컨, 창문은 없고 천장엔 배관 등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있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위에 커피숍이 있다 보니까 물 내려가는 소리도 엄청나게 크고 믹서기 가는 소리도 굉장히 크고…."]

일어서기도 쉽지 않은 높이에 소음이 심한 기계실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다른 대학입니다.

휴게실 안쪽에 전선이 늘어진 전산장비가 있는데 기계실 안이기 때문입니다.

열기가 뿜어져 나오다보니 에어컨을 켜도 실내 온도는 28도 내외.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기계가 있으니까 더 시끄럽고 여름에는 더 더운 거 같고 머리도 아프고 안 좋아. 그래서 진즉부터 옮겨달라고 했는데도 안 옮겨주고…."]

이곳은 지하 2층 계단 밑의 휴게실인데요,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하고, 소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지금은 조용하잖아요. 근데 여기가 바로 식당이거든. 누워있으면 막 시끄럽고 쿵쿵거리고…."]

역시 낮은 천장 때문에 바로 설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무의식중에 머리를 많이 부딪히고 형광등이 깨진 적도 있었어. 그때 피가 난 사람도 있고…."]

자, 오전 일이 끝난 점심시간입니다.

식사를 하고 계신 이곳은 사정이 좀 나아보이는데요.

건물 비상계단 1층에 만든 휴게실인데요,

문제는 겨울이라고 합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리도 아니에요."]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겨울이 되면 뽁뽁이로 그걸로 막아줬어요. 너무 추워서…."]

5명이 사용하기에 좁은 공간도 문젭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새벽에 와서 일하고 나면 이 시간에 밥을 먹고 나면 피곤하잖아요. 딱 드러누우면 몸들이 닿아요."]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네 명이 나란히 눕고 한 명은 발밑에서 저렇게 자요."]

다시 서울의 다른 대학입니다.

여기는 지하 6층에 위치한 휴게실인데요.

9명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없습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환풍기는 24시간 계속 돌아가요. 근데 주차장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서 다시 역행해서 나가고 환풍기가 있으나 마나…."]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보니 자동차 매연이 그대로 고스란히 들어온다는 겁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공기청정기가 있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여기 계시다 밖에 나가면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이 느낀다고 하세요."]

고개를 두 차례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이곳 역시 냄새가 문젭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하수구 물 내려가는 배수구 같은데."]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여기에서 냄새가 나와요. 장마 같은 때는 화장실 비슷한 냄새가 올라오고 그러기 때문에 좀 힘들지."]

지금까지 보셨던 열악한 환경의 휴게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최민/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지하주차장이나 환풍 시설이 잘 안 되어있는 계단 밑이나 지하 공간이나 화장실 내에 (휴게실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매연물질이나 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가 있어서, 호흡기의 불편과 기침, 가래 같은 증상이 올 수 있고 그게 심한 경우에는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요."]

휴게실 외에 쉴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학생들에게 이런 광경도 목격된다고 합니다.

[김예지/대학생 :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제일 끝에 의자 같은 걸 하나 두고 거기서 쉬고 계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학생들 차원에서도 왜 휴게공간을 제공하지 않느냐 얘기들을 했는데 학교에서는 이 정도로 됐다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내놓았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 내 일터의 청소 노동자들은 지금 어떤 환경에서 쉬고 계신지 관심가져 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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