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진로 변경하던 순간…어디선가 외제차가 ‘쿵’

입력 2019.08.29 (08:33) 수정 2019.08.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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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운전 중에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나면 사고 처리를 위해 내 과실과 상대방 과실을 따지게 되죠.

그런데, 만약 상대 차량이 외제차거나 고급 승용차라면 보험 처리냐 합의를 할 것이냐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아지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사고를 잘 내는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도로입니다.

1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방향등을 켜고 2차로로 변경을 시도하는 순간, 뒤에서 검은색 외제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치고 나갑니다.

차선 변경 과정에 일어난 사고로 흔한 교통사고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경찰의 눈엔 석연찮은 점이 포착됩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진로 변경 사고가 흔하긴 한데 진로 변경하는 차를 발견하고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아요. 피해 차량은 전혀 주행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주의해서 볼 건 3차로에 차량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피해가지 않고 그대로 치고 가는 거죠."]

검은색 외제차가 사고를 피할 순 없었을까 의심이 됐다는 겁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이상한 점을 발견해서 (외제차 운전자의) 사건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과 8일 전에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수법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요."]

운전자는 26살 이 모 씨.

사고 8일 전에도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사고가 났다는데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엔 3차로로 이동하는 차량과 부딪히는가 하면 그보다 한 달 전엔 좌회전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앞차를 들이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교차로 내에서는 공간이 그렇게 크지가 않아요. 조금이라도 자기 차선을 침범했을 때 그 순간을 노려서 가속하는 거죠."]

도로 CCTV에 포착된 또 다른 사고 영상.

차선을 변경하려는 회색 차량 옆으로 빠르게 달려와 부딪히는 차량. 운전자는 마찬가지로 이 모 씹니다.

경찰 조사 결과 2016년 6월부터 2년 반 동안 무려 24차례의 이같은 사고를 냈고, 챙긴 보험금 등은 1억 4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진로 변경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추돌하거나, 교차로 내에서 진로 변경하는 차를 추돌하는 거, 후진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충돌하는 등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3년 전 이 씨 차와 접촉 사고가 났던 박 모 씨는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OO/피해자/음성변조 : "4차선에서 3차선으로 갈 때로 기억하고 있어요.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방향지시등을 켜고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죠. 그냥 차가 빠르게 주행해서 제 차에 부딪친 거죠."]

당시 이 씨는 국산 고급 승용차를 몰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 씨는 안전운전을 했다 생각해 법정까지 갔지만 사고 과실 책임은 자신이 더 많이 떠안아야 했다고 합니다.

[박OO/피해자/음성변조 : "제 보험료도 많이 올랐고 왜냐하면 물적 피해만 있는 게 아니라 인적 피해도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은 피해를 좀 많이 봤죠."]

이런 사고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쯤이라고 합니다.

[심OO/피해자/음성변조 : "아파트 입구로 들어와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려고 후방 확인하고 후진해서 살살 밟은 거 같은데 뒤에서 뭐가 ‘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막 큰소리치면서 내리면서 막 욕하고 그러기에 내가 추돌했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상대 차량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합니다.

[심OO/피해자/음성변조 :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는데 온몸에 문신이 너무 많은 친구들이었어요. 바로 가서 병원에 드러누울 거라고 겁박을 해서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닌 거 같다고 했더니 바로 그다음 날 팔에 붕대 감고 왔더라고요."]

당시 피해자는 합의금으로 600만 원을 건넸다고 합니다.

특히, 이 씨가 고의 사고를 내며 노린 건 보험사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미수선수리비였습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차주들이 바로 즉시 수리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때 나중에 내가 수리를 할 테니까 (수리) 비용을 지급해달라고 하면 부가세를 제외한 부품 가액을 추정 수리비로 해서 미수선 수리비로 지급이 가능합니다."]

외제차는 미수선수리비 지급을 보험사 측에서도 환영한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외제차 전문 수리 직영업체 같은 경우는 (수리하는데) 열흘, 보름 걸리고 기간이 늘어질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수리 기간에 렌터카를 이용하잖아요. 그럼 그 (비용) 부담 때문에 미수선 수리비를 지급해달라고 하면 보험사 쪽에서 거절할 수가 없는 거죠."]

이 씨는 이같은 사기극에 모두 4대의 차량을 동원했습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고급 승용차만을 이용하였습니다. 두 대 정도는 본인이 중고차로 구매를 했고, 두 대 정도는 지인에게 빌린 차량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이 씨가 챙긴 금액은 평균 6백만 원.

정작 이 씨가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검은색 외제차는 300만 원, 국산 고급 승용차 역시 6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사고 한 번에 차값을 챙긴 셈입니다.

경찰은 한동안 잠적했던 이 씨를 추적해 지난 20일 검거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도 일부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확정판결이 나면 손해 보험 협회와 보험 개발원을 통해서 할증된 보험료를 환급해드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한 수사와 함께 같이 범행에 가담한 일당에 대해 보험 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보험 지급의 허점을 노린 보험 사기극, 경찰은 미심쩍은 사고가 날 경우 일단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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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진로 변경하던 순간…어디선가 외제차가 ‘쿵’
    • 입력 2019-08-29 08:37:14
    • 수정2019-08-29 19: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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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운전 중에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나면 사고 처리를 위해 내 과실과 상대방 과실을 따지게 되죠.

그런데, 만약 상대 차량이 외제차거나 고급 승용차라면 보험 처리냐 합의를 할 것이냐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아지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사고를 잘 내는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도로입니다.

1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방향등을 켜고 2차로로 변경을 시도하는 순간, 뒤에서 검은색 외제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치고 나갑니다.

차선 변경 과정에 일어난 사고로 흔한 교통사고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경찰의 눈엔 석연찮은 점이 포착됩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진로 변경 사고가 흔하긴 한데 진로 변경하는 차를 발견하고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아요. 피해 차량은 전혀 주행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주의해서 볼 건 3차로에 차량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피해가지 않고 그대로 치고 가는 거죠."]

검은색 외제차가 사고를 피할 순 없었을까 의심이 됐다는 겁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이상한 점을 발견해서 (외제차 운전자의) 사건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과 8일 전에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수법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요."]

운전자는 26살 이 모 씨.

사고 8일 전에도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사고가 났다는데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엔 3차로로 이동하는 차량과 부딪히는가 하면 그보다 한 달 전엔 좌회전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앞차를 들이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교차로 내에서는 공간이 그렇게 크지가 않아요. 조금이라도 자기 차선을 침범했을 때 그 순간을 노려서 가속하는 거죠."]

도로 CCTV에 포착된 또 다른 사고 영상.

차선을 변경하려는 회색 차량 옆으로 빠르게 달려와 부딪히는 차량. 운전자는 마찬가지로 이 모 씹니다.

경찰 조사 결과 2016년 6월부터 2년 반 동안 무려 24차례의 이같은 사고를 냈고, 챙긴 보험금 등은 1억 4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진로 변경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추돌하거나, 교차로 내에서 진로 변경하는 차를 추돌하는 거, 후진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충돌하는 등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3년 전 이 씨 차와 접촉 사고가 났던 박 모 씨는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OO/피해자/음성변조 : "4차선에서 3차선으로 갈 때로 기억하고 있어요.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방향지시등을 켜고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죠. 그냥 차가 빠르게 주행해서 제 차에 부딪친 거죠."]

당시 이 씨는 국산 고급 승용차를 몰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 씨는 안전운전을 했다 생각해 법정까지 갔지만 사고 과실 책임은 자신이 더 많이 떠안아야 했다고 합니다.

[박OO/피해자/음성변조 : "제 보험료도 많이 올랐고 왜냐하면 물적 피해만 있는 게 아니라 인적 피해도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은 피해를 좀 많이 봤죠."]

이런 사고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쯤이라고 합니다.

[심OO/피해자/음성변조 : "아파트 입구로 들어와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려고 후방 확인하고 후진해서 살살 밟은 거 같은데 뒤에서 뭐가 ‘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막 큰소리치면서 내리면서 막 욕하고 그러기에 내가 추돌했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상대 차량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합니다.

[심OO/피해자/음성변조 :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는데 온몸에 문신이 너무 많은 친구들이었어요. 바로 가서 병원에 드러누울 거라고 겁박을 해서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닌 거 같다고 했더니 바로 그다음 날 팔에 붕대 감고 왔더라고요."]

당시 피해자는 합의금으로 600만 원을 건넸다고 합니다.

특히, 이 씨가 고의 사고를 내며 노린 건 보험사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미수선수리비였습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차주들이 바로 즉시 수리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때 나중에 내가 수리를 할 테니까 (수리) 비용을 지급해달라고 하면 부가세를 제외한 부품 가액을 추정 수리비로 해서 미수선 수리비로 지급이 가능합니다."]

외제차는 미수선수리비 지급을 보험사 측에서도 환영한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외제차 전문 수리 직영업체 같은 경우는 (수리하는데) 열흘, 보름 걸리고 기간이 늘어질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수리 기간에 렌터카를 이용하잖아요. 그럼 그 (비용) 부담 때문에 미수선 수리비를 지급해달라고 하면 보험사 쪽에서 거절할 수가 없는 거죠."]

이 씨는 이같은 사기극에 모두 4대의 차량을 동원했습니다.

[김재량/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 : "고급 승용차만을 이용하였습니다. 두 대 정도는 본인이 중고차로 구매를 했고, 두 대 정도는 지인에게 빌린 차량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이 씨가 챙긴 금액은 평균 6백만 원.

정작 이 씨가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검은색 외제차는 300만 원, 국산 고급 승용차 역시 6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사고 한 번에 차값을 챙긴 셈입니다.

경찰은 한동안 잠적했던 이 씨를 추적해 지난 20일 검거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도 일부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확정판결이 나면 손해 보험 협회와 보험 개발원을 통해서 할증된 보험료를 환급해드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한 수사와 함께 같이 범행에 가담한 일당에 대해 보험 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보험 지급의 허점을 노린 보험 사기극, 경찰은 미심쩍은 사고가 날 경우 일단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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