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금녀의 축구장’…이란 여성 분신 사망

입력 2019.09.11 (07:26) 수정 2019.09.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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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녀 구별이 엄격한 이란에서는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져 왔는데요.

이 때문에 몰래 축구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이란 여성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해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여성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 법원 밖에서 분신한 이 여성은 결국 그제 숨을 거뒀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이란 축구 클럽 에스테그랄의 열성팬이었던 사하르 호다야리.

에스테그랄의 상징색에 따라 '블루 걸'로 불린 이 여성은 올해 3월 남자처럼 분장을 하고 축구경기장에 입장하려다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습니다.

한동안 구치소에 갇혀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분신했습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축구팬들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축구 관전 허용을 촉구했고 일부 정치인들도 애도를 표했습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81년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했습니다.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사태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 경기 당시 무려 37년만에 처음으로 여성들이 축구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실제 경기가 아니라 스크린을 통한 관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제 축구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란 체육당국은 다음달 열릴 월드컵 지역 예선 경기부터 여성들의 관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남녀 구별이 엄격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월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허용했습니다.

두바이에서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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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세계는] ‘금녀의 축구장’…이란 여성 분신 사망
    • 입력 2019-09-11 07:27:38
    • 수정2019-09-11 07: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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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녀 구별이 엄격한 이란에서는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져 왔는데요.

이 때문에 몰래 축구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이란 여성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해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여성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 법원 밖에서 분신한 이 여성은 결국 그제 숨을 거뒀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이란 축구 클럽 에스테그랄의 열성팬이었던 사하르 호다야리.

에스테그랄의 상징색에 따라 '블루 걸'로 불린 이 여성은 올해 3월 남자처럼 분장을 하고 축구경기장에 입장하려다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습니다.

한동안 구치소에 갇혀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분신했습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축구팬들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축구 관전 허용을 촉구했고 일부 정치인들도 애도를 표했습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81년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했습니다.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사태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 경기 당시 무려 37년만에 처음으로 여성들이 축구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실제 경기가 아니라 스크린을 통한 관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제 축구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란 체육당국은 다음달 열릴 월드컵 지역 예선 경기부터 여성들의 관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남녀 구별이 엄격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월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허용했습니다.

두바이에서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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