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피해자도 용의자도 아는 이웃”…화성은 지금

입력 2019.09.26 (08:26) 수정 2019.09.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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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알려진 화성연쇄살인사건. 30여 년이 지나 유력한 용의자가 이번에 특정됐죠.

몇 차례 사건 가운데 일부 증거품에서 "용의자의 DNA가 나왔다" 하지만, 공소시효는 지났고, 수사는 난항입니다.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을 줄 알았던 이번 사건, 사건 현장에서 살아 왔던 주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만나 보시죠.

[리포트]

30여 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복잡한 심경입니다.

5차 사건 현장, 최재만 할아버지의 논이었습니다.

[최재만/경기도 화성시 : "저기 저 도랑 있지. 이 논 끄트머리 이 논 끄트머리야."]

1987년 1월 10일 차디찬 논바닥 짚단 속에서 발견된 건 18살 피해자였습니다.

[최재만/경기도 화성시 : "형사가 살다시피 했다니까 우리 집에서 (범인) 잡으려고 그때 바로 잡아야 했는데 못 잡았으니까 그게 한이지."]

더 일찍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기억은 30여 년 전 그날로 되돌아갑니다.

[피해자 최초 발견자/음성변조 : "우리가 짚가리를 실어 나르려고 경운기 끌고 나가서 찾은 거라니까. 보니까 (피해자가) 후배더라고. 깜짝 놀랐어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던 당시 피해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고등학교 졸업 (앞두고) 취업 면접 보고 와서 그런 거니까. 얘가 성격이 되게 괜찮았어요. 오빠들 따라다니면서 산에 가서 칡뿌리도 캐고……."]

18살의 고등학교 졸업반 5차 사건의 피해자는 이곳 주민들에겐 이웃의 딸이자 딸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김이쁜/피해자 이웃 주민 : "잘 와서 놀았지. 우리 막내딸이 동창이고 친구고 그러니까. 내가 치가 떨려 가슴이 벌벌 떨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엄마 심정은 어떻겠어. 자꾸 학교 다니는 애들 보고 그러면 (마음이 안 좋으니까) 그냥 이사를 가 버렸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렇게 가족들은 치유될 수 없는 고통에 마을을 떠났고, 가족이 살던 집은 폐가로 남아 있습니다.

52살의 7차 사건 피해자를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황재수/경기도 화성시 : "10시 정도면 버스 내리는 입구까지 꼭 갔었는데 그날따라 2시간이 지체된 거 아냐. (그 사이에) 변을 당한 거지. 그렇게 참혹하게 죽일 게 뭐야. (남편이) 자기 탓이라고 하는 거지. (마중) 못 갔으니까."]

인심 좋던 농촌 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흉흉해졌습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때는 사는 게 아니었어. 매일 형사들 오고 밤에 다니지 말라고 하고 무서워서 저녁에 나가지도 못했어."]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그랬는데 그 이후로 동네가 점점 변해 갔던 것 같아요. 서로 간에 조금씩 거리를 두고, (범인이) 누군지 모르니까."]

어울려 살던 이웃도 믿지 못하고, 특히 딸이 있는 집은 불안에 떨었다는데요.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초등학교 2학년 때에 다 전학을 시켰지. 수원에다가 아이들 오지 못하게 방 얻어 줬어."]

마을을 공포로 몰아갔던 연쇄살인사건.

30여 년이 지나 유력 용의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마을은 또 한 번 충격에 빠졌습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주위에서 '네 친구 아니냐고' 전화 오는데 일 년 (학교) 후배더라고 보니까. 그러니까 속상하더라고."]

유력 용의자로 밝혀진 이 모 씨는 소위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 5차 사건의 피해자와도 중학교 동문이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약간 내성적인 면이 있었지. 친구들하고 말을 안 해. 혼자 이렇게 가방 메고 다니는 그런 애였으니까. 공부도 그 친구가 잘한 거로 기억을 해요. 아니 (이 씨가) 왜 범인이냐고 친구들도 그러는데……."]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던 기간 동안 화성시에서 거주했던 이 씨.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스타킹을 이용해서 결박했다든가 시신을 유기한 방식이라든지 입에 재갈을 물리는 식으로 입 안에서 무슨 물품이 발견됐다거나 이런 것들이 상당히 흡사하다 볼 수 있는 거죠."]

5차와 7차, 9차 사건 피해자 증거품에서 DNA까지 일치했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DNA가 나온 물품이 중요한데 가해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물품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이 씨의 DNA들이 나왔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없이 피의자가 맞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맡은 형사의 실제 모델인 하승균 전 총경은 이제야 한이 풀렸다고 말합니다.

[하승균/당시 수사본부 수사팀장 : "얼마나 좋았는지 30년간의 내 숙제였기 때문에, 내 인생의 숙제였어. 현장에서 모든 증거품을 수거할 적에 제발 범인아 너 실수 좀 해서 뭔가 네 흔적을 남겨라. 앞으로 유전자 수사 기법이 발전되면 이렇게 범인이 나올 수 있다(했는데) 지금 나왔잖아요."]

7차 사건 당시 직접 작성한 용의자의 몽타주와 이 씨는 얼마나 비슷할까요?

[하승균/당시 수사본부 수사팀장 : "사건 당시 찍은 (이 씨의) 사진을 구해서 아마 이 몽타주와 보면 거의 흡사할 겁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번번이 수사의 한계 부딪혔던 형사들은 이제야 가슴 깊이 남아 있던 묵은 짐을 내려놓습니다.

[이문우/당시 수사본부 분석팀장 : "불의의 이런 사건에 의한 유가족들은요. 생활이 말이 아니었겠죠. 그걸 생각한다면 제대로 잠을 자겠습니까. 그런 걸 우리가 후련하게 털어 줬어야 했는데 때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공소시효는 끝났고,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승균/당시 수사본부 수사팀장 : "몽타주 그리는 데 도움이 됐던 그 버스 안내양이 나하고 함께 가서 이 사람이 우리 차에 탔었던 그 사람이라고 옆에서 한마디 해 주면 더 이상 (용의자가) 못 버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범인 입증, 사건의 실체를 증명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원한 장기 미제 사건은 없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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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피해자도 용의자도 아는 이웃”…화성은 지금
    • 입력 2019-09-26 08:27:29
    • 수정2019-09-26 11: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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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알려진 화성연쇄살인사건. 30여 년이 지나 유력한 용의자가 이번에 특정됐죠.

몇 차례 사건 가운데 일부 증거품에서 "용의자의 DNA가 나왔다" 하지만, 공소시효는 지났고, 수사는 난항입니다.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을 줄 알았던 이번 사건, 사건 현장에서 살아 왔던 주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만나 보시죠.

[리포트]

30여 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복잡한 심경입니다.

5차 사건 현장, 최재만 할아버지의 논이었습니다.

[최재만/경기도 화성시 : "저기 저 도랑 있지. 이 논 끄트머리 이 논 끄트머리야."]

1987년 1월 10일 차디찬 논바닥 짚단 속에서 발견된 건 18살 피해자였습니다.

[최재만/경기도 화성시 : "형사가 살다시피 했다니까 우리 집에서 (범인) 잡으려고 그때 바로 잡아야 했는데 못 잡았으니까 그게 한이지."]

더 일찍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기억은 30여 년 전 그날로 되돌아갑니다.

[피해자 최초 발견자/음성변조 : "우리가 짚가리를 실어 나르려고 경운기 끌고 나가서 찾은 거라니까. 보니까 (피해자가) 후배더라고. 깜짝 놀랐어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던 당시 피해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고등학교 졸업 (앞두고) 취업 면접 보고 와서 그런 거니까. 얘가 성격이 되게 괜찮았어요. 오빠들 따라다니면서 산에 가서 칡뿌리도 캐고……."]

18살의 고등학교 졸업반 5차 사건의 피해자는 이곳 주민들에겐 이웃의 딸이자 딸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김이쁜/피해자 이웃 주민 : "잘 와서 놀았지. 우리 막내딸이 동창이고 친구고 그러니까. 내가 치가 떨려 가슴이 벌벌 떨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엄마 심정은 어떻겠어. 자꾸 학교 다니는 애들 보고 그러면 (마음이 안 좋으니까) 그냥 이사를 가 버렸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렇게 가족들은 치유될 수 없는 고통에 마을을 떠났고, 가족이 살던 집은 폐가로 남아 있습니다.

52살의 7차 사건 피해자를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황재수/경기도 화성시 : "10시 정도면 버스 내리는 입구까지 꼭 갔었는데 그날따라 2시간이 지체된 거 아냐. (그 사이에) 변을 당한 거지. 그렇게 참혹하게 죽일 게 뭐야. (남편이) 자기 탓이라고 하는 거지. (마중) 못 갔으니까."]

인심 좋던 농촌 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흉흉해졌습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때는 사는 게 아니었어. 매일 형사들 오고 밤에 다니지 말라고 하고 무서워서 저녁에 나가지도 못했어."]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그랬는데 그 이후로 동네가 점점 변해 갔던 것 같아요. 서로 간에 조금씩 거리를 두고, (범인이) 누군지 모르니까."]

어울려 살던 이웃도 믿지 못하고, 특히 딸이 있는 집은 불안에 떨었다는데요.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초등학교 2학년 때에 다 전학을 시켰지. 수원에다가 아이들 오지 못하게 방 얻어 줬어."]

마을을 공포로 몰아갔던 연쇄살인사건.

30여 년이 지나 유력 용의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마을은 또 한 번 충격에 빠졌습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주위에서 '네 친구 아니냐고' 전화 오는데 일 년 (학교) 후배더라고 보니까. 그러니까 속상하더라고."]

유력 용의자로 밝혀진 이 모 씨는 소위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 5차 사건의 피해자와도 중학교 동문이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약간 내성적인 면이 있었지. 친구들하고 말을 안 해. 혼자 이렇게 가방 메고 다니는 그런 애였으니까. 공부도 그 친구가 잘한 거로 기억을 해요. 아니 (이 씨가) 왜 범인이냐고 친구들도 그러는데……."]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던 기간 동안 화성시에서 거주했던 이 씨.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스타킹을 이용해서 결박했다든가 시신을 유기한 방식이라든지 입에 재갈을 물리는 식으로 입 안에서 무슨 물품이 발견됐다거나 이런 것들이 상당히 흡사하다 볼 수 있는 거죠."]

5차와 7차, 9차 사건 피해자 증거품에서 DNA까지 일치했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DNA가 나온 물품이 중요한데 가해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물품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이 씨의 DNA들이 나왔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없이 피의자가 맞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맡은 형사의 실제 모델인 하승균 전 총경은 이제야 한이 풀렸다고 말합니다.

[하승균/당시 수사본부 수사팀장 : "얼마나 좋았는지 30년간의 내 숙제였기 때문에, 내 인생의 숙제였어. 현장에서 모든 증거품을 수거할 적에 제발 범인아 너 실수 좀 해서 뭔가 네 흔적을 남겨라. 앞으로 유전자 수사 기법이 발전되면 이렇게 범인이 나올 수 있다(했는데) 지금 나왔잖아요."]

7차 사건 당시 직접 작성한 용의자의 몽타주와 이 씨는 얼마나 비슷할까요?

[하승균/당시 수사본부 수사팀장 : "사건 당시 찍은 (이 씨의) 사진을 구해서 아마 이 몽타주와 보면 거의 흡사할 겁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번번이 수사의 한계 부딪혔던 형사들은 이제야 가슴 깊이 남아 있던 묵은 짐을 내려놓습니다.

[이문우/당시 수사본부 분석팀장 : "불의의 이런 사건에 의한 유가족들은요. 생활이 말이 아니었겠죠. 그걸 생각한다면 제대로 잠을 자겠습니까. 그런 걸 우리가 후련하게 털어 줬어야 했는데 때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공소시효는 끝났고,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승균/당시 수사본부 수사팀장 : "몽타주 그리는 데 도움이 됐던 그 버스 안내양이 나하고 함께 가서 이 사람이 우리 차에 탔었던 그 사람이라고 옆에서 한마디 해 주면 더 이상 (용의자가) 못 버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범인 입증, 사건의 실체를 증명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원한 장기 미제 사건은 없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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