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미국 아마존 제2 본사 이전…부(副)의 지각변동

입력 2019.09.26 (18:07) 수정 2019.09.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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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2년 전 제 2본사를 세우겠다고 밝혔고, 20여개의 도시가 유치전을 벌인 끝에 워싱턴 DC 인접 지역으로 확정됐습니다.

아마존의 제 2본사를 유치한 도시의 지역 경제는 아마존이 들어서게 되면서 부(副)의 지각변동을 겪게 될 전망입니다.

도시 발전,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집값 상승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글로벌 경제에서는 먼저, 아마존 제 2본사 이전을 둘러싼 워싱턴 서지영 특파원의 보도를 보시고 이어 현지를 연결해 쟁점과 시사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25년 만에 세계적 온라인 유통 사업자로 성장했습니다.

기업 가치 500조, 전세계적으로 고용한 인원만 65만 명에 이릅니다.

미국 내 일자리 규모는 월마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사업 확장과 맞물려 지난 2017년 9월.

아마존은 제 2본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들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도시는 모두 238개.

각 도시마다 5만 명의 고용 창출, 100억 달러 규모의 세수 증대, 지역 경제 발전 등 천문학적 부가가치 효과를 노리며 아마존 유치 경쟁에 나섰습니다.

2018년 1월, 아마존은 20개의 후보도시를 선정했습니다.

인구 100만 명 이상, 공항과 대중교통 등 인프라를 갖춘 곳.

그리고 우수 대학이 몰려 있어 IT 기술인력 채용이 쉽다는 점 등이 선정 기준이었습니다.

최종 선정된 2곳은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 DC 인근의 크리스탈 시티입니다.

당초 아마존이 점찍었던 곳은 뉴욕이었습니다.

["(아마존 유치를 원하시나요?) 아니요. (아마존 유치를 원하시나요?) 아닙니다."]

하지만, 임대로 급증 등을 우려한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극심한 항의를 받은 뒤 아마존은 결국 설립 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결국, 아마존의 최종 선택지는 워싱턴 DC 인근 크리스탈 시티.

벌써부터 제 2본사 부지 근처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를 보면 230여 개 도시에서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제 2본사가 관심을 받는 겁니까?

[기자]

도시의 조감도는 물론 지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 때문인데요.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직간접적으로 유입된 돈만 42조입니다.

연관 고용창출은 5만 명 정도, 지역 사회와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겠죠.

과거 사례로 볼 때 아마존 제2 본사가 설립되는 도시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7일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보스턴, 내슈빌 등지에서 아마존 취업박람회가 열렸는데요.

알링턴 카운티에는 아마존 제 2본사가 설립될 예정인 만큼 많은 구직자들이 몰렸습니다.

[아마존 취업 희망자 : "아마존 하면 보통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오 아마존에 뭐 사러 가야지' 하지만 아마존에 이렇게 많은 부서가 있는 것은 잘 모르죠. 그래서 아마존이 취업박람회를 하는 것은 저 같은 구직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이 지난주 3만 명의 직원을 새로 뽑겠다고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지원자가 무려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제2본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고용 창출이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선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기자]

대표적인 우려가 바로 집값 상승이죠.

아마존 건물 인근 주택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가 벌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알링턴 카운티의 중간주택판매가격은 17.7% 상승해 전년 대비 7.1% 상승했습니다.

집값과 임대료가 상승하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발생하는 문제, 예를 들어 학교나 병원 등 공공 인프라 부족 현상으로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교통 체증 현상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앵커]

이런 주민들의 우려 때문에 아마존이 당초 뉴욕 설립 계획을 취소한 거군요?

[기자]

네. 맨해튼 첼시, 소호 지역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다채로운 작품으로 유명세를 탔던 지역이었는데, 이후 임대료가 오르면서 예술가들이 외곽으로 밀려났습니다.

지금은 명품 상점만 가득한 거리가 됐죠.

뉴욕 거주민들의 우려도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여기에다 뉴욕시가 아마존에 제공하기로 한 수십억 달러 대의 세금 혜택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 기업에게 왜 특혜를 주는거냐는 거죠.

거대 기업의 유치나 지역 명소화가 반드시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한 도시 경제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거대 기업의 이전,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아마존이 제2본사 설립 과정에서 200여 개 도시로부터 상세 도시 정보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미국 전역에 물류 센터를 확대하고 지사를 건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규제에 종속적인 기업이 각 시정부의 경쟁을 유도한 건데요.

아마존은 이를 통해 도시의 정보를 획득하는 한편,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 시정부 대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고가 될 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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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미국 아마존 제2 본사 이전…부(副)의 지각변동
    • 입력 2019-09-26 18:17:41
    • 수정2019-09-26 19: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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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2년 전 제 2본사를 세우겠다고 밝혔고, 20여개의 도시가 유치전을 벌인 끝에 워싱턴 DC 인접 지역으로 확정됐습니다.

아마존의 제 2본사를 유치한 도시의 지역 경제는 아마존이 들어서게 되면서 부(副)의 지각변동을 겪게 될 전망입니다.

도시 발전,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집값 상승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글로벌 경제에서는 먼저, 아마존 제 2본사 이전을 둘러싼 워싱턴 서지영 특파원의 보도를 보시고 이어 현지를 연결해 쟁점과 시사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25년 만에 세계적 온라인 유통 사업자로 성장했습니다.

기업 가치 500조, 전세계적으로 고용한 인원만 65만 명에 이릅니다.

미국 내 일자리 규모는 월마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사업 확장과 맞물려 지난 2017년 9월.

아마존은 제 2본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들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도시는 모두 238개.

각 도시마다 5만 명의 고용 창출, 100억 달러 규모의 세수 증대, 지역 경제 발전 등 천문학적 부가가치 효과를 노리며 아마존 유치 경쟁에 나섰습니다.

2018년 1월, 아마존은 20개의 후보도시를 선정했습니다.

인구 100만 명 이상, 공항과 대중교통 등 인프라를 갖춘 곳.

그리고 우수 대학이 몰려 있어 IT 기술인력 채용이 쉽다는 점 등이 선정 기준이었습니다.

최종 선정된 2곳은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 DC 인근의 크리스탈 시티입니다.

당초 아마존이 점찍었던 곳은 뉴욕이었습니다.

["(아마존 유치를 원하시나요?) 아니요. (아마존 유치를 원하시나요?) 아닙니다."]

하지만, 임대로 급증 등을 우려한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극심한 항의를 받은 뒤 아마존은 결국 설립 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결국, 아마존의 최종 선택지는 워싱턴 DC 인근 크리스탈 시티.

벌써부터 제 2본사 부지 근처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를 보면 230여 개 도시에서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제 2본사가 관심을 받는 겁니까?

[기자]

도시의 조감도는 물론 지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 때문인데요.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직간접적으로 유입된 돈만 42조입니다.

연관 고용창출은 5만 명 정도, 지역 사회와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겠죠.

과거 사례로 볼 때 아마존 제2 본사가 설립되는 도시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7일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보스턴, 내슈빌 등지에서 아마존 취업박람회가 열렸는데요.

알링턴 카운티에는 아마존 제 2본사가 설립될 예정인 만큼 많은 구직자들이 몰렸습니다.

[아마존 취업 희망자 : "아마존 하면 보통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오 아마존에 뭐 사러 가야지' 하지만 아마존에 이렇게 많은 부서가 있는 것은 잘 모르죠. 그래서 아마존이 취업박람회를 하는 것은 저 같은 구직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이 지난주 3만 명의 직원을 새로 뽑겠다고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지원자가 무려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제2본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고용 창출이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선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기자]

대표적인 우려가 바로 집값 상승이죠.

아마존 건물 인근 주택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가 벌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알링턴 카운티의 중간주택판매가격은 17.7% 상승해 전년 대비 7.1% 상승했습니다.

집값과 임대료가 상승하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발생하는 문제, 예를 들어 학교나 병원 등 공공 인프라 부족 현상으로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교통 체증 현상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앵커]

이런 주민들의 우려 때문에 아마존이 당초 뉴욕 설립 계획을 취소한 거군요?

[기자]

네. 맨해튼 첼시, 소호 지역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다채로운 작품으로 유명세를 탔던 지역이었는데, 이후 임대료가 오르면서 예술가들이 외곽으로 밀려났습니다.

지금은 명품 상점만 가득한 거리가 됐죠.

뉴욕 거주민들의 우려도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여기에다 뉴욕시가 아마존에 제공하기로 한 수십억 달러 대의 세금 혜택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 기업에게 왜 특혜를 주는거냐는 거죠.

거대 기업의 유치나 지역 명소화가 반드시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한 도시 경제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거대 기업의 이전,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아마존이 제2본사 설립 과정에서 200여 개 도시로부터 상세 도시 정보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미국 전역에 물류 센터를 확대하고 지사를 건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규제에 종속적인 기업이 각 시정부의 경쟁을 유도한 건데요.

아마존은 이를 통해 도시의 정보를 획득하는 한편,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 시정부 대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고가 될 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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