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제’냐 ‘없앨 제’냐…채용공고 한 글자로 뒤집힌 운명?

입력 2019.09.26 (19:19) 수정 2019.09.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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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을 제'와 '없앨 제'.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정 반대인 이 한 글자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남성이 있습니다.

'제설기' 경력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응시해 최종 합격까지 했는데, 회사에서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며 임용을 취소해 버린 건데요.

어찌 된 사정인지 강푸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3월, 30대 가장 A씨는 인터넷에 뜬 공기업 채용 공고를 봤습니다.

눈썰매장 등에서 1년 이상 정설기와 제설기를 운전한 경력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인사 담당자랑 채용 대행 업체 두 군데에다 전화를 했어요. 제 경력을 이야기하니까 경력이 될 것 같다(고 했어요)."]

자격이 없으면 1단계 서류 전형에서 탈락할 거라는 안내를 믿고 응시한 A씨.

필기와 면접 등 네 단계를 거쳐 합격 통보를 받았고, 채용 등록을 한 뒤엔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까지 냈습니다.

그런데 출근 하루 전날, 임용을 미룬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채용 공고에 한글로 적힌 '제설기'라는 단어가 화근이었습니다.

A씨는 눈을 치우는 '제설 차량' 운전 경력이 있었는데, 공단에선 눈을 만드는 '제설기' 운전 경력자를 찾았던 겁니다.

결국 채용이 취소된 A씨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두 차례 기각 끝에 서울 행정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구직자가 오해할 만큼 채용 공고가 부실했고, A씨의 경력 등을 살펴보면 눈을 만드는 '제설기(製雪機)' 운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공단은 공고를 오해한 A씨의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모든 사람이 그걸 오해했다면, 그 한 명 뽑는데 두 명이 왔겠습니까? 눈 치우는 사람을 우리가 뽑았다면 채용에 몇백 명이 왔겠죠."]

정설·제설 경력자를 찾는다고 공지한 이상, A씨를 뽑는 게 오히려 부정 채용이라며 항소심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A씨는 또 한번 기약없는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세금을 받고 운영하는 기업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바꿔 놓고... 제 명예를 좀 회복하고 싶어요."]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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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들 제’냐 ‘없앨 제’냐…채용공고 한 글자로 뒤집힌 운명?
    • 입력 2019-09-26 19:22:53
    • 수정2019-09-26 19:52:29
    뉴스 7
[앵커]

'지을 제'와 '없앨 제'.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정 반대인 이 한 글자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남성이 있습니다.

'제설기' 경력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응시해 최종 합격까지 했는데, 회사에서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며 임용을 취소해 버린 건데요.

어찌 된 사정인지 강푸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3월, 30대 가장 A씨는 인터넷에 뜬 공기업 채용 공고를 봤습니다.

눈썰매장 등에서 1년 이상 정설기와 제설기를 운전한 경력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인사 담당자랑 채용 대행 업체 두 군데에다 전화를 했어요. 제 경력을 이야기하니까 경력이 될 것 같다(고 했어요)."]

자격이 없으면 1단계 서류 전형에서 탈락할 거라는 안내를 믿고 응시한 A씨.

필기와 면접 등 네 단계를 거쳐 합격 통보를 받았고, 채용 등록을 한 뒤엔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까지 냈습니다.

그런데 출근 하루 전날, 임용을 미룬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채용 공고에 한글로 적힌 '제설기'라는 단어가 화근이었습니다.

A씨는 눈을 치우는 '제설 차량' 운전 경력이 있었는데, 공단에선 눈을 만드는 '제설기' 운전 경력자를 찾았던 겁니다.

결국 채용이 취소된 A씨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두 차례 기각 끝에 서울 행정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구직자가 오해할 만큼 채용 공고가 부실했고, A씨의 경력 등을 살펴보면 눈을 만드는 '제설기(製雪機)' 운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공단은 공고를 오해한 A씨의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모든 사람이 그걸 오해했다면, 그 한 명 뽑는데 두 명이 왔겠습니까? 눈 치우는 사람을 우리가 뽑았다면 채용에 몇백 명이 왔겠죠."]

정설·제설 경력자를 찾는다고 공지한 이상, A씨를 뽑는 게 오히려 부정 채용이라며 항소심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A씨는 또 한번 기약없는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세금을 받고 운영하는 기업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바꿔 놓고... 제 명예를 좀 회복하고 싶어요."]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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