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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일 안 하고 ‘억대 연봉’…사학 이사장의 ‘투잡’
입력 2019.09.30 (07:00) 수정 2019.09.30 (07:09) 취재후
[취재후] 일 안 하고 ‘억대 연봉’…사학 이사장의 ‘투잡’
일도 안 하고 해마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면 꽤 부러움을 사겠죠? 보통 사람들에겐 꿈 같은 얘기지만 실제 상황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 그랬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초·중·고 4곳을 소유한 한 사립학교 재단의 이사장 김○○는 이사장이 되기 전인 1994년부터 학교 소유 건물의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이사장이 된 이후에도 계속 관리소장 직함을 떼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공개한 해당 사학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김 씨는 관리소장으로 해마다 1억 원 이상을 급여로 챙겼습니다. 2014년 이후 감사로 밝혀진 금액만 4억 2천만 원입니다. 부인이 부사장 직함으로 가져간 돈을 합하면 5억 원 가까이 됩니다.

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


[연관기사]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억대 연봉 가져가는 새 법정부담금은 고작 4.4%만 부담

건물 임대가 잘 돼 수입이 많았다면 혹시 모르겠습니다. 건물 임대수입이 적어 학교에 줄 돈도 못 주는 상황에서 이사장은 억대 연봉을 챙겼습니다. 건물의 절반은 공실이었고, 재단이 학교에 내는 법정부담금 비율은 연평균 4.4%에 그쳤습니다.

법정부담금은 교직원 4대 보험료를 위해 재단이 학교에 줘야 하는 돈입니다. 부족하면 교육청의 보조금, 즉 세금으로 메꿔야 합니다. 수입이 적어 내야 할 법정부담금 대부분을 세금으로 쓰면서, 이사장은 억대 연봉을 챙긴 겁니다. 참고로 김 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서 연봉으로 6억 원 이상 받고 있습니다.

관리소장인 이사장은 직접 건물 관리를 했을까요? 서울시교육청은 실제 관리소장 업무는 재단 직원이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이사장이 관리소장 직함만 달고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챙겼다고 봤습니다.

건물 관리도 허술했습니다. 입주자가 건물에서 나갈 때 줘야하는 임대보증금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입주 업체 6곳의 임대보증금은 총 20억 원, 정부 지침에 따라 별도 예금계좌에 관리해야 하지만 일반회계에 넣어 운영비로 썼습니다.

학교가 소유했던 건물. 현재 철거 중인데,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학교가 소유했던 건물. 현재 철거 중인데,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과다 급여' 고치라고 했지만…감사 직전, 이사장 회사에 건물 팔아

교육청은 감사 결과 김 이사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습니다. 과다 급여에 대해서도 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감사가 시작되기 보름 전인 지난해 9월, 건물은 김 이사장이 최대주주(44.68%)로 있는 부동산개발업체로 295억 원에 넘어갑니다. 교육청이 시정 명령을 내리기 전에 아예 그 건물을 이사장 회사에 팔아버린 겁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근처에 있는 해당 건물은 8월부터 철거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지상 15층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사학의 과다 급여…막을 법이 없다!

돈이 없어 법정부담금도 제대로 못 내지만, 이사장은 1억 원 넘게 법인 돈을 받아가는 상황, 현재로선 막을 길이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학재단 법인 인건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사학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설령 법정부담금을 못 내더라도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사학의 임대보증금 관리 여부도 교육 당국이 제대로 못 보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매년 실태조사를 하지만 면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

김 이사장의 입장과 해명을 듣기 위해 학교와 재단, 회사 등을 찾아갔지만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매일 전화를 하고, 이메일과 우편 등기로 질의서를 보냈지만 1주일 이상 답이 없었습니다.

한편으론 김 이사장은 감사 처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임대보증금 20억 원을 별도 예금계좌에 관리하라는 시정조치에 반발한 겁니다.

재단은 또 건물 매각 대금 295억 원이 다 들어오기 전부터 일부를 쓰겠다고 교육청에 신청했습니다. 교육청은 처분 신청을 승인하기 전이라 신청 금액과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립학교 348곳의 11%인 39곳이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사학들의 법정부담금 평균 부담률도 30%가 안 됩니다. 당연히 내야 할 법정부담금도 안 내는 사립학교 재단이 인건비로 억대 연봉을 가져가도 할 말이 없는 현실입니다.
  • [취재후] 일 안 하고 ‘억대 연봉’…사학 이사장의 ‘투잡’
    • 입력 2019.09.30 (07:00)
    • 수정 2019.09.30 (07:09)
    취재후
[취재후] 일 안 하고 ‘억대 연봉’…사학 이사장의 ‘투잡’
일도 안 하고 해마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면 꽤 부러움을 사겠죠? 보통 사람들에겐 꿈 같은 얘기지만 실제 상황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 그랬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초·중·고 4곳을 소유한 한 사립학교 재단의 이사장 김○○는 이사장이 되기 전인 1994년부터 학교 소유 건물의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이사장이 된 이후에도 계속 관리소장 직함을 떼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공개한 해당 사학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김 씨는 관리소장으로 해마다 1억 원 이상을 급여로 챙겼습니다. 2014년 이후 감사로 밝혀진 금액만 4억 2천만 원입니다. 부인이 부사장 직함으로 가져간 돈을 합하면 5억 원 가까이 됩니다.

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


[연관기사]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억대 연봉 가져가는 새 법정부담금은 고작 4.4%만 부담

건물 임대가 잘 돼 수입이 많았다면 혹시 모르겠습니다. 건물 임대수입이 적어 학교에 줄 돈도 못 주는 상황에서 이사장은 억대 연봉을 챙겼습니다. 건물의 절반은 공실이었고, 재단이 학교에 내는 법정부담금 비율은 연평균 4.4%에 그쳤습니다.

법정부담금은 교직원 4대 보험료를 위해 재단이 학교에 줘야 하는 돈입니다. 부족하면 교육청의 보조금, 즉 세금으로 메꿔야 합니다. 수입이 적어 내야 할 법정부담금 대부분을 세금으로 쓰면서, 이사장은 억대 연봉을 챙긴 겁니다. 참고로 김 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서 연봉으로 6억 원 이상 받고 있습니다.

관리소장인 이사장은 직접 건물 관리를 했을까요? 서울시교육청은 실제 관리소장 업무는 재단 직원이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이사장이 관리소장 직함만 달고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챙겼다고 봤습니다.

건물 관리도 허술했습니다. 입주자가 건물에서 나갈 때 줘야하는 임대보증금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입주 업체 6곳의 임대보증금은 총 20억 원, 정부 지침에 따라 별도 예금계좌에 관리해야 하지만 일반회계에 넣어 운영비로 썼습니다.

학교가 소유했던 건물. 현재 철거 중인데,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학교가 소유했던 건물. 현재 철거 중인데,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과다 급여' 고치라고 했지만…감사 직전, 이사장 회사에 건물 팔아

교육청은 감사 결과 김 이사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습니다. 과다 급여에 대해서도 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감사가 시작되기 보름 전인 지난해 9월, 건물은 김 이사장이 최대주주(44.68%)로 있는 부동산개발업체로 295억 원에 넘어갑니다. 교육청이 시정 명령을 내리기 전에 아예 그 건물을 이사장 회사에 팔아버린 겁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근처에 있는 해당 건물은 8월부터 철거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지상 15층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사학의 과다 급여…막을 법이 없다!

돈이 없어 법정부담금도 제대로 못 내지만, 이사장은 1억 원 넘게 법인 돈을 받아가는 상황, 현재로선 막을 길이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학재단 법인 인건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사학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설령 법정부담금을 못 내더라도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사학의 임대보증금 관리 여부도 교육 당국이 제대로 못 보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매년 실태조사를 하지만 면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KBS 뉴스9 ‘사학 이사장이 관리소장?…연봉 1억짜리 수상한 투잡’ 중

김 이사장의 입장과 해명을 듣기 위해 학교와 재단, 회사 등을 찾아갔지만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매일 전화를 하고, 이메일과 우편 등기로 질의서를 보냈지만 1주일 이상 답이 없었습니다.

한편으론 김 이사장은 감사 처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임대보증금 20억 원을 별도 예금계좌에 관리하라는 시정조치에 반발한 겁니다.

재단은 또 건물 매각 대금 295억 원이 다 들어오기 전부터 일부를 쓰겠다고 교육청에 신청했습니다. 교육청은 처분 신청을 승인하기 전이라 신청 금액과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립학교 348곳의 11%인 39곳이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사학들의 법정부담금 평균 부담률도 30%가 안 됩니다. 당연히 내야 할 법정부담금도 안 내는 사립학교 재단이 인건비로 억대 연봉을 가져가도 할 말이 없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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