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교장 자르기’ 갑질 이사장님, 또 그러셨어요?

입력 2019.10.25 (07:01) 수정 2019.10.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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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못 하는 교장이 있습니다. 징계 사유가 전 교직원 앞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됐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라벌고등학교 이야기입니다.

서라벌고 교장 김 ○○ 씨는 학교법인인 동진학원으로부터 직위 해제와 자택 대기를 통보받았습니다. 다음 날, 교장의 징계 사유서가 전 교직원 앞에서 낭독됐습니다.

[연관기사] 이사장 ‘갑질’ 사학, 교장 또 갈아치우고 ‘망신 주기·겁주기’?

교직원 회의에서 '교장 징계 사유 낭독'

징계 사유는 개인정보입니다. 또한,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라 섣불리 발표할 사안도 아닙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징계 확정 전에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임시 교직원 회의 녹취를 들어보면, 징계 사유 낭독 이후, 이사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10월 1일 서라벌고 임시 교직원 회의 내용 중 일부 (KBS 〈뉴스9〉이사장 ‘갑질’ 사학, 교장 또 갈아치우고 ‘망신 주기·겁주기’? 방송 화면10월 1일 서라벌고 임시 교직원 회의 내용 중 일부 (KBS 〈뉴스9〉이사장 ‘갑질’ 사학, 교장 또 갈아치우고 ‘망신 주기·겁주기’? 방송 화면

이사장의 갑질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사장으로 인한 교장 교체와 학교 수업 파행 등으로 서라벌고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았습니다. 올 4월, KBS도 이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연관기사] 교장은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님의 기막힌 ‘갑질’

직위 해제된 교장은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KBS 보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한 점이 주된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또 여러 수모를 겪어 수치스럽다고 말합니다.



김 ○○ / 서라벌고 교장
"전에도 제게 각서를 쓰게 하고, 이사회에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면박을 줬습니다. 징계 사유를 전 교직원에게 발표하는 일까지 있어 억울하고 수치스럽습니다."


서라벌고 교감은 성과 상여금과 관련해 교직원 간의 진통이 있었고, 징계 사유 낭독은 일부분만 요약해서 읽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재단 이사장은 징계 사유 낭독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직전 교장은 명퇴 신청조차 반려돼

비슷한 일을 겪은 이 학교 교장이 있습니다. 직전 교장인 김 △△ 씨는 명예퇴직 신청조차 못 하고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2017년 당시 교장이던 김 △△ 씨는 연말에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재단은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학교 직원은 재단에서 교장의 명퇴 신청서를 받지도 않았고, 반려한 이유 설명도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재단은 한참 후에서야 '서류가 미비하고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명퇴 신청도 못 한 김 전 교장은 이듬해 4월, 의원면직 형태로 스스로 학교를 나왔습니다. 명예퇴직과 함께 받는 명예퇴직 수당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직위 해제된 김 ○○ 교장은 김 △△ 전 교장 후임으로 교장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나 김 ○○ 교장도 비슷한 운명에 놓였습니다.

교사들 "수능 앞두고 손에 일 안 잡혀"

수능이 코앞인 시점에 교장이 학교에 못 나오고 교직원 회의에서 징계 사유가 낭독되는 학교.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교사들은 이사장의 횡포가 더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전에도 교장이 수시로 잘렸지만 자진사퇴의 형태였고 다시 평교사로 채용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직위 해제를 하고 징계 사유를 널리 알리는 등 정도가 심해졌다는 겁니다.



서라벌고 교사 A
"비참하죠. 이사장이라는 분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로 인해서 학생들한테 신경 써야 할 시간을 엉뚱한 데에 쓰고"


서라벌고는 수능을 약 보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을 처지입니다. 매년 교장이 1년이 멀다 하고 내쫓기고, 교사들은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며 분하지만,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교장과 교사가 힘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모습, 서라벌고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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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교장 자르기’ 갑질 이사장님, 또 그러셨어요?
    • 입력 2019-10-25 07:01:46
    • 수정2019-10-25 07:02:23
    취재후·사건후
출근을 못 하는 교장이 있습니다. 징계 사유가 전 교직원 앞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됐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라벌고등학교 이야기입니다.

서라벌고 교장 김 ○○ 씨는 학교법인인 동진학원으로부터 직위 해제와 자택 대기를 통보받았습니다. 다음 날, 교장의 징계 사유서가 전 교직원 앞에서 낭독됐습니다.

[연관기사] 이사장 ‘갑질’ 사학, 교장 또 갈아치우고 ‘망신 주기·겁주기’?

교직원 회의에서 '교장 징계 사유 낭독'

징계 사유는 개인정보입니다. 또한,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라 섣불리 발표할 사안도 아닙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징계 확정 전에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임시 교직원 회의 녹취를 들어보면, 징계 사유 낭독 이후, 이사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10월 1일 서라벌고 임시 교직원 회의 내용 중 일부 (KBS 〈뉴스9〉이사장 ‘갑질’ 사학, 교장 또 갈아치우고 ‘망신 주기·겁주기’? 방송 화면
이사장의 갑질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사장으로 인한 교장 교체와 학교 수업 파행 등으로 서라벌고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았습니다. 올 4월, KBS도 이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연관기사] 교장은 매년 교체·직원은 수시 해고…이사장님의 기막힌 ‘갑질’

직위 해제된 교장은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KBS 보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한 점이 주된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또 여러 수모를 겪어 수치스럽다고 말합니다.



김 ○○ / 서라벌고 교장
"전에도 제게 각서를 쓰게 하고, 이사회에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면박을 줬습니다. 징계 사유를 전 교직원에게 발표하는 일까지 있어 억울하고 수치스럽습니다."


서라벌고 교감은 성과 상여금과 관련해 교직원 간의 진통이 있었고, 징계 사유 낭독은 일부분만 요약해서 읽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재단 이사장은 징계 사유 낭독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직전 교장은 명퇴 신청조차 반려돼

비슷한 일을 겪은 이 학교 교장이 있습니다. 직전 교장인 김 △△ 씨는 명예퇴직 신청조차 못 하고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2017년 당시 교장이던 김 △△ 씨는 연말에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재단은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학교 직원은 재단에서 교장의 명퇴 신청서를 받지도 않았고, 반려한 이유 설명도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재단은 한참 후에서야 '서류가 미비하고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명퇴 신청도 못 한 김 전 교장은 이듬해 4월, 의원면직 형태로 스스로 학교를 나왔습니다. 명예퇴직과 함께 받는 명예퇴직 수당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직위 해제된 김 ○○ 교장은 김 △△ 전 교장 후임으로 교장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나 김 ○○ 교장도 비슷한 운명에 놓였습니다.

교사들 "수능 앞두고 손에 일 안 잡혀"

수능이 코앞인 시점에 교장이 학교에 못 나오고 교직원 회의에서 징계 사유가 낭독되는 학교.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교사들은 이사장의 횡포가 더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전에도 교장이 수시로 잘렸지만 자진사퇴의 형태였고 다시 평교사로 채용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직위 해제를 하고 징계 사유를 널리 알리는 등 정도가 심해졌다는 겁니다.



서라벌고 교사 A
"비참하죠. 이사장이라는 분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로 인해서 학생들한테 신경 써야 할 시간을 엉뚱한 데에 쓰고"


서라벌고는 수능을 약 보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을 처지입니다. 매년 교장이 1년이 멀다 하고 내쫓기고, 교사들은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며 분하지만,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교장과 교사가 힘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모습, 서라벌고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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