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인가 마술인가…흔들리는 중국 전통 무술

입력 2019.10.26 (21:45) 수정 2019.10.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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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들은 중국의 전통 무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무협 영화나 무협 소설에 표현된 장풍이나 금강불괴 같은 초현실적인 권법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수많은 문파로 발전해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여러 전통 무술이 사기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강민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 28일,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전통 무술 대련.

급소를 찔러 상대를 마비시키거나 심지어 사망케 하는 이른바 점혈 신공이 등장합니다.

점혈 고수가 우슈 산타 선수의 가슴 쪽에 손을 대는 듯하자 바로 쓰러지는 영상이 사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전 중국을 뜨겁게 달궜던 경기의 주인공을 오랜 설득 끝에 직접 만나봤습니다.

점혈하기 위해 특수 제작했다는 격투용 장갑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훠옌산/일명 점혈대사 : "시합 영상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데, 당시 제가 찍은 혈이 바로 여기입니다. 상완혈인데요, 조금 위가 단중혈이고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점혈법을 배웠으며, 선택된 극소수에게만 구전으로 전수하는 실전 무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선 무술 사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혼자서 수십 명의 건장한 제자들을 춤추듯이 간단하게 물리치는 여성, 66세의 무술 고수 옌팡입니다.

공격을 한 사람이 오히려 나가떨어지는 신공을 구사해 TV에 출연까지 했지만 사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중국 관영 CCTV '진짜고수를 찾아서' 프로그램에 출연한 뇌공태극권의 창시자 웨이레이 모습은 더 충격적입니다.

중국 10대 고수로 소개된 웨이레이는 관영 CCTV 방송에서 주먹 한 방으로 수박 안을 곪게 하고, 신기한 기공을 통해 손바닥의 비둘기가 날지 못하게 하는 마술 같은 무술을 선보였습니다.

[웨이레이/뇌공태극 창시자 : "이 무공은 양씨 태극권의 창시자 양루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새가 막 날려고 할 때 힘을 감지해 새가 못날게 하는 것입니다."]

현란한 무술 신화는 그러나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상태입니다.

중국 전통 무술은 사기라고 주장하는 종합 격투기, MMA 강사 쉬샤오둥과 대결에서 참패한 겁니다.

웨이레이는 시작부터 쉬샤오둥의 주먹세례에 정신을 못 차렸고, 제대로 반격 한 번 못해보고 20초 만에 실신 KO패를 당합니다.

[쉬샤오둥/종합격투기(MMA) 강사/경기 직후 인터뷰 : "(웨이레이의 격투 실력은)그냥 보통 사람 수준입니다. (훈련을 전혀 안 받은 사람과 같은 수준이라는 말인가요?) 네, 당신(기자)과 똑같은 수준이에요."]

웨이레이는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영춘권의 일대 종사 엽문의 직계 제자라는 딩하오는 3분 동안 무려 6번이나 다운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쿵푸 고수 텐예는 시작부터 코가 부러지는 등 경기 내내 쉬샤오둥의 조롱을 받다가 KO패를 당했고, 점혈고수 뤼강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다가 병원에 실려 가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베이징의 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쉬샤오둥을 만나봤습니다.

다음 달 태국에서 시합을 준비 중인 그는 전통 무술이 실전에서는 쓸모없다고 주장합니다.

[쉬샤오둥/종합격투기 강사 : "기본적으로 중국 전통 무술이라고 하는 것의 90%는 서커스입니다. 실제 타격이나 실전성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전통 무술을 조롱하는 매국노란 비판 속에 중국 정부의 감시까지 받고 있지만, 쉬샤오둥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쉬샤오둥/종합격투기 강사 : "알리고 싶은 것은 바로 그들이 사기꾼이라는 것입니다. 가짜를 퇴치하려는 마음뿐이지 돈을 벌려는 게 아니에요."]

쉬샤오둥은 소림사 출신으로 활약 중인 일룽 등 여러 전통 무술을 표방하는 고수들에게 대결 신청을 하고 있지만, 다들 피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전 세계 4억 명가량이 수련한다는 중국 전통 무술의 실체는 무엇일까?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태극권의 발원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진식 태극권 수련장, 고수들의 대결이 한창입니다.

매섭게 찌르는 공격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반격이 현란합니다.

[창얀페이/진식 태극권 사범 : "많은 무술인이 주목받기 위해 무술을 과장하는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은 우리 진식 태극권에서도 반대하는 것입니다."]

진식 태극권의 장문인으로부터 직접 동작을 배워봤습니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간단한 기술이 들어가자 버티기가 힘듭니다.

67세의 고수는 몇 가지 작은 동작으로 젊은 기자를 쉽게 제압합니다.

제가 키가 184에 몸무게가 100㎏ 정도고 근력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도저히 못 버티겠습니다.

완전히 실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첸샤오싱/진식(陳式) 태극권 장문인 : "어떤 권법이든 발명할 때는 실전 위주이며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실전용입니다."]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아직도 대륙 곳곳에서 전통 무술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습니다만, 그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는 분위깁니다.

실전성을 입증하지 못한 탓에 배우겠다는 학생들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양대 전통 무술 대련 리그인 무림풍과 곤륜결도 승부 조작, 약속 대련 논란에 휩싸여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쿵푸라는 이름으로 우리 뇌리에 강한 인상으로 심겨 있던 중국의 전통 무술이 종합격투기가 대세인 무술 세계화의 바람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푸젠성에서 강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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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술인가 마술인가…흔들리는 중국 전통 무술
    • 입력 2019-10-26 22:05:15
    • 수정2019-10-26 22:28:42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시청자 여러분들은 중국의 전통 무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무협 영화나 무협 소설에 표현된 장풍이나 금강불괴 같은 초현실적인 권법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수많은 문파로 발전해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여러 전통 무술이 사기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강민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 28일,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전통 무술 대련.

급소를 찔러 상대를 마비시키거나 심지어 사망케 하는 이른바 점혈 신공이 등장합니다.

점혈 고수가 우슈 산타 선수의 가슴 쪽에 손을 대는 듯하자 바로 쓰러지는 영상이 사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전 중국을 뜨겁게 달궜던 경기의 주인공을 오랜 설득 끝에 직접 만나봤습니다.

점혈하기 위해 특수 제작했다는 격투용 장갑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훠옌산/일명 점혈대사 : "시합 영상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데, 당시 제가 찍은 혈이 바로 여기입니다. 상완혈인데요, 조금 위가 단중혈이고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점혈법을 배웠으며, 선택된 극소수에게만 구전으로 전수하는 실전 무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선 무술 사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혼자서 수십 명의 건장한 제자들을 춤추듯이 간단하게 물리치는 여성, 66세의 무술 고수 옌팡입니다.

공격을 한 사람이 오히려 나가떨어지는 신공을 구사해 TV에 출연까지 했지만 사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중국 관영 CCTV '진짜고수를 찾아서' 프로그램에 출연한 뇌공태극권의 창시자 웨이레이 모습은 더 충격적입니다.

중국 10대 고수로 소개된 웨이레이는 관영 CCTV 방송에서 주먹 한 방으로 수박 안을 곪게 하고, 신기한 기공을 통해 손바닥의 비둘기가 날지 못하게 하는 마술 같은 무술을 선보였습니다.

[웨이레이/뇌공태극 창시자 : "이 무공은 양씨 태극권의 창시자 양루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새가 막 날려고 할 때 힘을 감지해 새가 못날게 하는 것입니다."]

현란한 무술 신화는 그러나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상태입니다.

중국 전통 무술은 사기라고 주장하는 종합 격투기, MMA 강사 쉬샤오둥과 대결에서 참패한 겁니다.

웨이레이는 시작부터 쉬샤오둥의 주먹세례에 정신을 못 차렸고, 제대로 반격 한 번 못해보고 20초 만에 실신 KO패를 당합니다.

[쉬샤오둥/종합격투기(MMA) 강사/경기 직후 인터뷰 : "(웨이레이의 격투 실력은)그냥 보통 사람 수준입니다. (훈련을 전혀 안 받은 사람과 같은 수준이라는 말인가요?) 네, 당신(기자)과 똑같은 수준이에요."]

웨이레이는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영춘권의 일대 종사 엽문의 직계 제자라는 딩하오는 3분 동안 무려 6번이나 다운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쿵푸 고수 텐예는 시작부터 코가 부러지는 등 경기 내내 쉬샤오둥의 조롱을 받다가 KO패를 당했고, 점혈고수 뤼강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다가 병원에 실려 가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베이징의 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쉬샤오둥을 만나봤습니다.

다음 달 태국에서 시합을 준비 중인 그는 전통 무술이 실전에서는 쓸모없다고 주장합니다.

[쉬샤오둥/종합격투기 강사 : "기본적으로 중국 전통 무술이라고 하는 것의 90%는 서커스입니다. 실제 타격이나 실전성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전통 무술을 조롱하는 매국노란 비판 속에 중국 정부의 감시까지 받고 있지만, 쉬샤오둥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쉬샤오둥/종합격투기 강사 : "알리고 싶은 것은 바로 그들이 사기꾼이라는 것입니다. 가짜를 퇴치하려는 마음뿐이지 돈을 벌려는 게 아니에요."]

쉬샤오둥은 소림사 출신으로 활약 중인 일룽 등 여러 전통 무술을 표방하는 고수들에게 대결 신청을 하고 있지만, 다들 피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전 세계 4억 명가량이 수련한다는 중국 전통 무술의 실체는 무엇일까?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태극권의 발원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진식 태극권 수련장, 고수들의 대결이 한창입니다.

매섭게 찌르는 공격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반격이 현란합니다.

[창얀페이/진식 태극권 사범 : "많은 무술인이 주목받기 위해 무술을 과장하는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은 우리 진식 태극권에서도 반대하는 것입니다."]

진식 태극권의 장문인으로부터 직접 동작을 배워봤습니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간단한 기술이 들어가자 버티기가 힘듭니다.

67세의 고수는 몇 가지 작은 동작으로 젊은 기자를 쉽게 제압합니다.

제가 키가 184에 몸무게가 100㎏ 정도고 근력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도저히 못 버티겠습니다.

완전히 실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첸샤오싱/진식(陳式) 태극권 장문인 : "어떤 권법이든 발명할 때는 실전 위주이며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실전용입니다."]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아직도 대륙 곳곳에서 전통 무술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습니다만, 그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는 분위깁니다.

실전성을 입증하지 못한 탓에 배우겠다는 학생들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양대 전통 무술 대련 리그인 무림풍과 곤륜결도 승부 조작, 약속 대련 논란에 휩싸여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쿵푸라는 이름으로 우리 뇌리에 강한 인상으로 심겨 있던 중국의 전통 무술이 종합격투기가 대세인 무술 세계화의 바람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푸젠성에서 강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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