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연봉 신고 누락은 ‘세테크’?

입력 2019.11.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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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선수 중에선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고, 세금을 한국에서 낸다'는 이유로 현지에 내는 세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선 거꾸로 해외에서 세금을 냈다면서 세금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요. 일종의 꼼수죠. 암암리에 해오던 게 이번에 드러난 것뿐입니다" (A 변호사)

"이제는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택스플래닝(Tax Planning)을 해요. 연봉 계약할 때에도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할지, 세금을 하나의 코스트로 보기 때문에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일수록 민감하죠." (국세청 관계자)

■법률상 '거주자' 판정땐 중국서 받은 연봉도 국내 소득신고해야

어제(11일) KBS는 중국에서 뛰던 프로축구선수가 30억 원대의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가 9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됐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이 뉴스와 관련해서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에게 나라가 해준 것도 없는데, 왜 세금을 떼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연관기사] 중국서 30억 번 축구선수, 국내엔 세금 안 내도 될까?

현행 소득세법은 '거주자'에게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입니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를 감안해 반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엔 국내에 주소를 둔 걸로 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프로 축구 선수 A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A 씨를 소득세법상 '거주자'로 봐 수입금액 33억여 원을 2016년도 총수입금액에 합산해 소득세를 다시 청구한 성동세무서의 처분은 적법하다"며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앞서 A 씨는 중국 B 구단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활동하기로 계약을 맺고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동했습니다. A 씨는 2017년 5월 중국 구단으로부터 받은 2016년 연봉 33억여 원을 총수입금액에 포함하지 않고 2016년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이에 성동세무서는 A씨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33억여 원을 합산해 세금을 새로 계산한 후 총 9억여 원을 2016년분 종합소득세로 납부하라고 고지했습니다.

A 씨는 소송을 내 "중국 거주중인 만큼 소득세법상 국내 '비(非)거주자'에 해당하고, 중국에서 이미 세금을 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A씨가 비거주자로 해석될 경우엔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 해외 거주·자녀 현지 취학 땐 '비거주자' 판정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세금 납부 대상자가 국내 거주자인지 어떻게 판단할까요. 법원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는지, 국내의 직업 및 소득현황,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 국내의경제 및 법률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대표적으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국내에 남아있는지, 즉 생활자금이나 주거장소 등을 함께 하는 가까운 친족이 국내에 거주하는지는 핵심 기준으로 통용됩니다. 만약 선수가 받는 연봉의 상당 부분을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재산의 증식 활동 내지 투자, 소비활동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국세청이나 법원은 운동선수가 해외에서 거주하며 수입을 올리더라도 국내 '거주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적 생활관계가 한국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은 결혼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축구선수 손흥민 씨를 예로 들면, 손 선수는 20세가 넘어 독립된 성인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이상 국내에 있는 손 선수의 부모님과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겁니다.

또 법원과 국세청은 선수 또는 선수의 가족이 국내와 해외에 주거지를 보유했는지, 또 국내 체류기간에 국내 거주지에서 실제로 살았는지, 또 원고와 가족들이 국내에서 보낸 일수(183일의 초과 여부)와 얼마나, 어디로 출입국했는지 등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울러 직업의 근거지 및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어디서 얻고 있는지, 국내 사업장의 유지 여부, 소득의 운용 지역도 봅니다. 국내 사회활동에 필요한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또 그 자산을 어떤 목적에서 보유하고 있는지도 고려 대상입니다. 선수의 국내 거주기간 역시 고려 대상입니다. 심지어 가족들이 국내 의료보험의 혜택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요소가 됩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은 어디서 벌어들였느냐보다, 오히려 본인 또는 가족의 '소비활동'을 비롯한 경제활동이 어디서 이루어지는지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예로 들면, 해당 선수가 만약 외국 거주기간이 더 길고 가족이 해외에 함께 거주하고, 아이가 현지의 학교에 다니는 등의 사정이 더 있었다면 우리나라 거주자로 보기엔 어려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는 그러면서 결혼 후 해외 거주중인 박지성 선수를 예로 들며 '국내 거주자로 보기 어려운 예'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A 씨의 가족이 국내에서 살고 있는 점, A 씨의 연봉이 대부분 국내로 송금된 점, A 씨와 그의 가족이 보험료와 신용카드 결제액으로 약 2억 원을 소비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거주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찬호·박세리부터 이슈 된 해외파 소득신고…그럼 손흥민은?

국제적인 활동을 벌이는 운동선수와 관련된 국내 소득세 부과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였던 박찬호 선수, 골프여제 박세리 선수가 등장하면서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는데요. 국내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우승할 때마다 골치가 아팠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만 상당수 해외파 선수들은 국내에 꼬박꼬박 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전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에 박찬호 씨가 동남아에서 15억 원짜리 광고를 찍었는데, 공주 세무서에 모두 신고를 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핫'한 손흥민 선수도 국내 세무당국에 자신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연봉과 관련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손흥민 선수같은 유명인은 군 면제도 된 이상 세금 몇 푼 아끼겠다고 신고를 안 했다가 한국에서 쟁점이 되면 오히려 광고 수입 면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손 선수가 제대로 세금 신고를 하는 건 오히려 에이전트 쪽에서 장기적으로 제대로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에서 A 선수가 중국에 낸 세금은 1억 6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해당 선수는 한국 거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중국 과세당국에 제출해 현지 소득세를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습니다. 한국 세무서엔 거주자가 아니고, 만약 거주자로 판정되더라도 한중 조세조약이 적용돼 중국 쪽에 경제적 기반이 있다고 주장해 양쪽에서 세금을 줄이려 했단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 변호사는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영업하는 기업들 역시 동일한 '테크닉'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한 세무사는 "30억 원이 넘어가면 40%의 최고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중국 내에서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큰 이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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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파 연봉 신고 누락은 ‘세테크’?
    • 입력 2019-11-11 13:34:29
    취재K
"해외파 선수 중에선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고, 세금을 한국에서 낸다'는 이유로 현지에 내는 세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선 거꾸로 해외에서 세금을 냈다면서 세금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요. 일종의 꼼수죠. 암암리에 해오던 게 이번에 드러난 것뿐입니다" (A 변호사)

"이제는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택스플래닝(Tax Planning)을 해요. 연봉 계약할 때에도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할지, 세금을 하나의 코스트로 보기 때문에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일수록 민감하죠." (국세청 관계자)

■법률상 '거주자' 판정땐 중국서 받은 연봉도 국내 소득신고해야

어제(11일) KBS는 중국에서 뛰던 프로축구선수가 30억 원대의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가 9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됐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이 뉴스와 관련해서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에게 나라가 해준 것도 없는데, 왜 세금을 떼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연관기사] 중국서 30억 번 축구선수, 국내엔 세금 안 내도 될까?

현행 소득세법은 '거주자'에게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입니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를 감안해 반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엔 국내에 주소를 둔 걸로 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프로 축구 선수 A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A 씨를 소득세법상 '거주자'로 봐 수입금액 33억여 원을 2016년도 총수입금액에 합산해 소득세를 다시 청구한 성동세무서의 처분은 적법하다"며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앞서 A 씨는 중국 B 구단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활동하기로 계약을 맺고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동했습니다. A 씨는 2017년 5월 중국 구단으로부터 받은 2016년 연봉 33억여 원을 총수입금액에 포함하지 않고 2016년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이에 성동세무서는 A씨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33억여 원을 합산해 세금을 새로 계산한 후 총 9억여 원을 2016년분 종합소득세로 납부하라고 고지했습니다.

A 씨는 소송을 내 "중국 거주중인 만큼 소득세법상 국내 '비(非)거주자'에 해당하고, 중국에서 이미 세금을 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A씨가 비거주자로 해석될 경우엔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 해외 거주·자녀 현지 취학 땐 '비거주자' 판정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세금 납부 대상자가 국내 거주자인지 어떻게 판단할까요. 법원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는지, 국내의 직업 및 소득현황,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 국내의경제 및 법률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대표적으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국내에 남아있는지, 즉 생활자금이나 주거장소 등을 함께 하는 가까운 친족이 국내에 거주하는지는 핵심 기준으로 통용됩니다. 만약 선수가 받는 연봉의 상당 부분을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재산의 증식 활동 내지 투자, 소비활동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국세청이나 법원은 운동선수가 해외에서 거주하며 수입을 올리더라도 국내 '거주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적 생활관계가 한국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은 결혼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축구선수 손흥민 씨를 예로 들면, 손 선수는 20세가 넘어 독립된 성인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이상 국내에 있는 손 선수의 부모님과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겁니다.

또 법원과 국세청은 선수 또는 선수의 가족이 국내와 해외에 주거지를 보유했는지, 또 국내 체류기간에 국내 거주지에서 실제로 살았는지, 또 원고와 가족들이 국내에서 보낸 일수(183일의 초과 여부)와 얼마나, 어디로 출입국했는지 등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울러 직업의 근거지 및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어디서 얻고 있는지, 국내 사업장의 유지 여부, 소득의 운용 지역도 봅니다. 국내 사회활동에 필요한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또 그 자산을 어떤 목적에서 보유하고 있는지도 고려 대상입니다. 선수의 국내 거주기간 역시 고려 대상입니다. 심지어 가족들이 국내 의료보험의 혜택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요소가 됩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은 어디서 벌어들였느냐보다, 오히려 본인 또는 가족의 '소비활동'을 비롯한 경제활동이 어디서 이루어지는지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예로 들면, 해당 선수가 만약 외국 거주기간이 더 길고 가족이 해외에 함께 거주하고, 아이가 현지의 학교에 다니는 등의 사정이 더 있었다면 우리나라 거주자로 보기엔 어려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는 그러면서 결혼 후 해외 거주중인 박지성 선수를 예로 들며 '국내 거주자로 보기 어려운 예'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A 씨의 가족이 국내에서 살고 있는 점, A 씨의 연봉이 대부분 국내로 송금된 점, A 씨와 그의 가족이 보험료와 신용카드 결제액으로 약 2억 원을 소비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거주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찬호·박세리부터 이슈 된 해외파 소득신고…그럼 손흥민은?

국제적인 활동을 벌이는 운동선수와 관련된 국내 소득세 부과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였던 박찬호 선수, 골프여제 박세리 선수가 등장하면서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는데요. 국내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우승할 때마다 골치가 아팠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만 상당수 해외파 선수들은 국내에 꼬박꼬박 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전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에 박찬호 씨가 동남아에서 15억 원짜리 광고를 찍었는데, 공주 세무서에 모두 신고를 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핫'한 손흥민 선수도 국내 세무당국에 자신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연봉과 관련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손흥민 선수같은 유명인은 군 면제도 된 이상 세금 몇 푼 아끼겠다고 신고를 안 했다가 한국에서 쟁점이 되면 오히려 광고 수입 면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손 선수가 제대로 세금 신고를 하는 건 오히려 에이전트 쪽에서 장기적으로 제대로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에서 A 선수가 중국에 낸 세금은 1억 6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해당 선수는 한국 거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중국 과세당국에 제출해 현지 소득세를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습니다. 한국 세무서엔 거주자가 아니고, 만약 거주자로 판정되더라도 한중 조세조약이 적용돼 중국 쪽에 경제적 기반이 있다고 주장해 양쪽에서 세금을 줄이려 했단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 변호사는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영업하는 기업들 역시 동일한 '테크닉'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한 세무사는 "30억 원이 넘어가면 40%의 최고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중국 내에서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큰 이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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